포에버21, 한국 패션유통 바꾼다(?)
「자라」 쓰나미가 한국 패션마켓을 뒤흔든지 7개월 만에 또 한 번의 폭풍이 몰아친다. 미국 패스트패션의 대표주자 「포에버21」이 상륙하기 때문이다. 포에버21(대표 장도원)이 10월 9일 「포에버21」로 명동 엠플라자에 2640㎡(약 800평) 규모의 한국 1호점을 열고 단독 온라인 쇼핑몰( www.forever21.co.kr)을 런칭한다.
「포에버21」의 행보에 패션업계가 들썩이는 것은 이미 미국 캐나다 시장에서 파워풀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 있다. 지난 84년 미국 일리노이주 하일랜드파크에 1개 매장으로 시작한 이 브랜드는 지금 10대 소녀부터 중년 여성까지 나이를 뛰어넘어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한 주류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이 브랜드의 성공적인 저력은 한국 패션 브랜드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라는 데에 있다. 바로 ‘가격파괴’와 ‘따끈한 신상품 공급력’이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가격파괴’이다. 이 브랜드는 미국 현지 가격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국내 마켓에서 선보인다. 가을 시즌의 경우 현지 가격 기준으로 간절기 코트류가 29~46달러(약 3만~5만원), 블레이저 재킷은 19~32달러(2만~3만원), 후드셔츠가 10달러(1만원), 팔찌는 99센트(900원)이다. 가장 고가의 데님팬츠를 골라도 4만6000원이면 가능하다. 덕분에 미국 포에버21 매장에서는 10여 벌씩 무더기로 옷을 사는 고객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에게 15달러(1만5000원)의 청바지는 인기품목일 수밖에 없다.
데님팬츠 1만~2만원, 가격파괴 주목
놀라운 점은 국내 마켓에서도 미국 현지 매장과 거의 동일한 가격대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따져봐도 관세나 운송비 등을 감안했을 때 동일한 수준의 가격을 산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포에버21 관계자는 “마진을 모두 없애더라도 미국 현지 매장과 동일하게 선보일 것”이라며 “일부러 합작 진출이 아닌 직진출을 택한 것도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여성고객을 유혹할 수없다. 가격은 물론 합리적인 구매를 즐기는 소지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품력과 트렌디한 스타일까지 모두 제안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 원칙으로 쉴새없이 많은 신상품을 쏟아낸다. 2주일 단위 신상품 공급이 아니라 매일 신상품을 공급한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에버21」 고객의 70%가 월평균 3.7회 매장을 찾는다. 포에버21 디자인실에서 트렌디 아이템을 감지했다면, 이것이 상품화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6주면 충분하다. 처음 장도원 회장이 미국 자바시장에서 상품을 바잉해 1호점을 운영하면서 철칙으로 여긴 것은 ‘타 매장보다 25센트라도 저렴하게!’였다. 정말 싸고 트렌디한 상품을 다품종으로 선보이는 것이 「포에버21」 정신이다.
어떤 취향의 소비자라도 일단 매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강력하게 흡입하는 버라이어티한 상품 구성력도 눈길을 끈다. 온타임과 오프타임 토털패션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패션톱(캐주얼 드레시 스웨터) 캐주얼톱(베이직&액티브 그래픽티셔츠 라이선스티셔츠), 드레스(캐주얼 드레시), 아웃웨어(재킷, 베스트 코트 블레이저)로 구성된다. 하의(진 팬츠 쇼트 스커트 액티브) 액세서리(주얼리 핸드백 스카프 벨트 모자 선글라스 선물) 인티메이트(브라&팬티 라운지웨어) 풋웨어(캐주얼 드레시)도 선보인다.
연간 2만여 스타일, 매일 신상품 공급
이 브랜드는 연간 총 2만여 스타일의 신상품을 매장에 쏟아낸다. 1만4000스타일을 보유한 「자라」보다 많은 상품이다. 매장에는 원피스만 무려 60스타일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 브랜드의 인기아이템인 데님팬츠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패셔니스타의 머스트해브 아이템에서 대중화에 성공한 스키니 데님은 컬러별 스타일별로 10여 모델이 준비된다. 슬림라인이 유행한다고 해서 스키니에 올인한 것은 아니다. 노멀한 실루엣부터 와이드나 롤업팬츠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2008년 트렌드에 맞춰 준비된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맞출 수 있는 것은 포에버21 특유의 생산방식 덕분이다. 이 회사는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자바시장에서 활동하는 벤더 업체로부터 공급 받는다. 현재 포에버21에 상품을 공급하는 벤더 업체는 1000여 개로 추정되고 있다. 자바시장의 모든 상인과 벤더 업체는 포에버21에 상품을 공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내 물량은 70% 정도를 미국에서 생산하며, 이 밖의 상품은 모두 중국 과테말라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진행한다.
이처럼 가격 스타일 상품력의 3박자를 갖춘 「포에버21」의 한국 진출은 여성복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직 가격거품에 대한 해결책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국내 브랜드는 당장 10월부터 「포에버21」과 경쟁해야 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포에버21」의 행보가 백화점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패션 유통 로드맵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장회장이 지난해부터 직접 발벗고 나서서 리테일 진출에 대한 청사진을 그렸기 때문이다.
2012년 인천국제공항 & 경기도에 복합몰
이번 한국 리테일 진출은 올해 초부터 시작한 포에버21의 대대적인 규모 확장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다. 최근 이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웰스파고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출신 손성원 전 한미은행장을 영입했다. 이를 기점으로 포에버21은 중국 상하이 매장을 오픈했으며, 월마트와 함께 사이먼 프로퍼티가 주관한 쇼핑몰의 앵커테넌트에도 입주했다. 내년에는 뉴욕타임스퀘어에 3층짜리 8400㎡ 규모의 초대형 매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국내 패션마켓도 주요 진출국가로 꼽혔다.
오는 2012년에는 경기도 과천시 그린벨트 지역에 삼성동 코엑스몰 8배 규모의 초대형 쇼핑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인천의 33만㎡(약 10만평) 부지에 300~500개 브랜드가 입점하는 초대형 쇼핑몰을 짓는다. 경기도의 김문수 지사가 지난해 10월 26일 미국을 방문해 3M이나 유니버셜스튜디오를 유치하는 등 미국 투자유치 활동을 통해 이뤄졌다. 패션&유통 부문에서는 포에버21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 것.
경기도 측은 과천시 과천동에 18만5125㎡(약 5만6000평)규모의 복합쇼핑몰과 특급호텔 문화공간을 조성하기로 했다. 과천시는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51%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나머지 49%는 포에버21 등이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사업비는 10억달러(약 1조377억원)이며, 완공은 2012~2013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포에버21」 등 자사 브랜드 9개 전개
과천시에 선보일 쇼핑몰 명칭은 몰오브코리아(Mall of Korea)이다. 공모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이미 경기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포에버21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문화관광단지는 연면적 99만1740㎡(약 30만평) 규모로 LA 그로브몰과 베벌리힐스센터를 결합한 형태로 짓는다. 즉 아웃도어와 인도어가 적절히 결합한 정통 미국식 쇼핑몰이다. 이곳에는 특급호텔, 백화점 3개, 브랜드숍 400여 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포에버21은 내년 8월 개장을 목표로 경방(대표 이중홍)이 건축하고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에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신세계백화점이마트 CGV 등이 함께 구성된다. 타임스퀘어 1층은 글로벌 SPA존으로 선보인다. 이에 따라 경방이 「H&M」 「포에버21」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의 쇼핑몰 건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다. 포에버21은 12억 달러를 투자해 송도 국제도시 5-7공구 223만1350㎡(약 67만평) 부지에 선보인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김희정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과장은 “포에버21과 MOU 체결 이후 기본 협약이나 절차 등 구체적인 업무가 진행되지 못했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쇼핑 패션상가동을 게일인터내셔날에 하청을 주고 실질적인 업무는 터브만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채성 터브만 부장은 “우리가 진행하는 인천송도지역 복합 쇼핑몰에는 포에버21이 입점되지 않는다”고 이를 확인해 줬다.
복합쇼핑타운 ‘MOK’, 백화점만 4개
포에버21이 추진하는 쇼핑몰은 대부분 초대형 복합 리테일먼트이다. 이곳에는 「포에버21」을 비롯해 「트웰브바이트웰브」 「헤리티지」 「포러버21」 「갓주크」 등 자사 브랜드를 모두 선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브랜드가 대거 유치된다. 가장 유력한 입점 후보에 오른 브랜드는 「H&M」이다. 직진출 전략을 고수하는 「H&M」이 한국 백화점 유통보다 미국식으로 운영하는 쇼핑몰과 가두점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더욱 쉬웠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본이나 중국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톱숍」이나 「올세인트」 등 국내 인기 브랜드가 포에버21쇼핑센터를 통해 한국에 깃대를 꽂을 가능성도 높다. 국내 백화점이 대형 매장을 제공하기 힘든 구조인 반면에 이번 쇼핑몰은 복합몰 개념으로 구성된 브랜드별 메가스토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포에버21은 평양에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 지역은 평양 최초의 호텔인 대동강여관 자리이다. 이 호텔은 외국인 전용으로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대규모 무역센터 등 부대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 중에 있다. 한편 장회장은 인터파크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부터 7월 25일까지 총 9.35%의 인터파크 지분을 매입했다. 장회장은 인터파크나 G마켓을 통한 패션사업 제휴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포에버21사는 장회장이 지난 84년 미국 LA에서 설립해 현재 전 세계 460여 매장을 운영하는 패션 유통회사다. 현재 6000여 명의 직원을 이끄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460여 개점에서 매출 13억달러(약 1조42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18억달러(1조7000억원), 내년에는 25억달러(2조7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스] 「포에버21」부터 「트웰브바이트웰브」
포에버21은 빠른 트렌드를 적용한 패션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전개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는다. 현재 「포에버21」을 비롯해 「포에버XXI」 「Gadzooks」 「twelve by twelve」 등 9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처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중저가 패션숍 ‘패션21’을 오픈한 뒤 「포에버21」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했다. 이후 「포에버21」보다 캐주얼한 「포에버XXI」, 좀 더 20대 여성 감성을 강화한 쿠튀르캐주얼 「Twelve twelve」 등 브랜드 수를 늘렸다.
이 회사의 성공 포인트는 시스템이다. 장도원 회장과 그의 아내 김진숙씨의 투톱 체제로 전개되는 시스템이 특징이다. 장회장이 글로벌 비즈니스, 김씨가 상품에 각각 관여한다. 이제는 6000명이 넘는 직원을 운영할 정도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생산소싱을 중국 베트남으로 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개성공단에도 계약을 체결하며 규모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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