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드클럽 등 4사 사라지다
패션비즈 취재팀 (fashionbiz_report@fashionbiz.co.kr)|08.10.01 ∙ 조회수 4,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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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과 완제품 프로모션에서부터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패션마켓을 아우르던 아성그룹이 끝내 ‘9월의 위기’를 이겨 내지 못했다. 아성인터텍스(대표 박경조)를 비롯해 아성인터텍스 베이직인터플래닝(대표 박경조) 트래드클럽&21(대표 김석수) 유앤드림(대표 박경조) 등 모두 4개사가 9월 3~12일 열흘에 걸쳐 차례로 최종부도 처리되면서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성인터텍스부터 유앤드림에 이르는 최종부도의 직접적인 원인은 연대보증 여파로 인한 자금 압박으로 알려지고 있다. 8월 중순 아성인터텍스의 어음결제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져 나올 때까지만 해도 설마 하던 일이 총 3개 계열사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4개사의 부도금액은 총 5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성복과 캐주얼 등 부도 여파 확산
부도금액도 금액이지만 아성그룹의 부도 여파는 상당한 수준이다. 아성인터텍스는 캐주얼과 일부 여성복의 프로모션 회사이며, 베이직인터플래닝은 남성복 아우터 프로모션을 주력사업으로 삼아온 회사다. 이들 회사와 연관된 브랜드에서는 F/W시즌 물량 진행에 크고 작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처지가 됐다. 또한 트래드클럽&21과 유앤드림이 전개하던 남성복 「트래드클럽」과 캐주얼 「티피코시」, 아동복 「제이코시」의 매장 철수에 따라 관계자들도 분주해졌다.
「트래드클럽」은 롯데백화점 15개점, 현대백화점 2개점, 신세계백화점 4개점 등 빅3 백화점 21개 매장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방 백화점까지 더하면 26개점, 가두점과 상설점을 포함하면 총 90개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백화점에서는 9월 10일 최종부도에 앞선 8~9일에 걸쳐 「트래드클럽」 전 매장을 철수했다. 9월 중순 현재 이 매장을 특판장과 이벤트 매장으로 대체하고 있다. 「트래드클럽」이 빠진 백화점 측은 대체 MD로 고심 중이며, 다른 브랜드 관계자들과 입장 차이를 좁히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점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안이 나올 때까지 특판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F/W시즌 MD 개편에 따른 매장 인테리어를 이제 막 끝낸 시점이어서 백화점이나 브랜드 모두 당황하고 있다. 메인 점포는 타 브랜드 대체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지방 점포까지 감안하면 생각보다 대안 찾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점과 상설점으로 구성돼 있는 나머지 점포들도 마찬가지다. 매장별로 점주에 따라 일단 재고 소진에 주력한다는 곳도 있지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앤드림이 전개하던 캐주얼 「티피코시」와 아동복 「제이코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브랜드들은 가두상권이 중심이어서 점주들이 매장에 어떤 간판을 내걸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백화점 26개점 대체 MD로 ‘전전긍긍’
전방위로 상당한 여파를 남긴 이번 아성그룹 최종부도 사태는 어디서부터 실타래가 얽힌 것일까. 아성그룹과 연관된 관계자들은 무리한 사업 확장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92년 직물류와 의류무역 도소매를 주요 사업 목적으로 설립된 아성인터텍스는 99년 타운캐주얼웨어 아우터 전문 기획제조 회사인 베이직인터플래닝을 설립해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두 기업은 프로모션 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다지며 지난해 회계 기준으로 각각 매출액 95억원과 116억원을 기록했다.
프로모션업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아성인터텍스는 2003년 브랜드로 사업 영역을 확장키 위해 유앤드림을 설립했다. 당시 「티피코시」와 「제이코시」를 전개하던 F&K(대표 김성운)의 라이선스 종료와 함께 마스터 업체인 LG패션으로부터 두 브랜드 라이선스를 양수했다. 런칭 첫 시즌에 43개 매장에서 출발하며 브랜드 사업으로의 야심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회계 기준으로 2004년 177억원, 2005년 210억원, 2006년 242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리며 연평균 17%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2006년에는 트래드클럽&21 인수를 발표하며 브랜드 사업의 확장 의지를 표명했다. 캐주얼 프로모션으로 「티피코시」와 「제이코시」의 캐주얼 브랜드 전개의 기반을 다졌다면 남성복 아우터 생산 노하우로 「트래드클럽」을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이었다.
원인은 트래드클럽&21 M&A 후유증
2006년 9월 트래트클럽&21의 인수계약 발표와 함께 이 회사의 자산 부채 상표권 영업권 등 일체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80억원 상당의 부채를 떠안고 출발함으로써 처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2006년 말에는 셔츠웨어 「WXM」의 런칭 발표도 있었다. 당시 블루오션이라던 매스밸류 셔츠시장 진출을 위해 30억원 정도의 투자금액을 조성했다. 여세를 몰아 계속된 사업 확장을 시도한 것이지만 시장 진입에 실패, 1시즌 만에 「WXM」을 중단하고 「트래드클럽」에 집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야심찬 사업확장 계획이 한풀 꺾여서였을까. 성장세를 유지하던 유앤드림의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2006년 242억원을 기록하던 매출이 2007년 224억원으로 첫 역신장을 기록한다. 매출뿐 아니라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욱 심각해진다. 2006년 50억원을 올린 영업이익이 2007년 5억원으로 급락했으며, 20%를 넘기던 영업이익률은 2%대로 떨어졌다.
같은 시점에 각 그룹사는 불안한 재무구조를 보였다. 지난해 회계 기준 부채비율은 아성인터텍스 353%, 베이직인터플래닝 583%, 유앤드림 375%, 트래드클럽&21 361%를 각각 기록하며 모두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올해 초 트래드클럽&21은 영감성의 「트래드클럽21」과 어덜트캐주얼 「트래드클럽캐주얼」 런칭으로 벤처형 기업을 표방하면서 누적된 자금 압박에 대한 자구책을 점주와 관계자들에게 발표했다. 그러나 트래드클럽&21과 유앤드림을 포함한 아성그룹의 이상 징후를 감지한 관계자들은 이 그룹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고, 최종부도로 처리되기 이전부터 채권단을 형성했다.
결국 9월 3일 아성인터텍스와 베이직인터플래닝을 시작으로 10일 트래드클럽&21, 12일 유앤드림까지 최종부도처리되며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프로모션에서 브랜드 사업으로 전개를 소망한 아성그룹은 끝내 꿈을 접어야 했다. 아성인터텍스는 최종부도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편 부도에 앞서 계열사를 다른 회사로 양도하려 했지만 모두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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