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 큰별 ‘좋은사람들’은…
이너웨어 시장에 사건이 터졌다. 이너웨어 전문 업체인 좋은사람들(대표 주병진 www.j.co.kr)이 270억원에 매각된 것. 최근까지 매각설이 심심찮게 시장에 흘러나오긴 했지만 정작 매각 결정이 현실화되자 패션마켓 시장은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좋은사람들조차…”하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너웨어 시장을 이끌던 대부 좋은사람들의 매각 결정은 과연 어떤 의미로 풀이되고 있을까.
좋은사람들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주병진 회장이 지난달 보유주식 348만5916주(30.05%)와 경영권을 이스트스타어패럴(대표 홍영기)에 장외 매각하며 사실상 주병진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좋은사람들의 운명을 마감했다. 총 270억원 중 계약금 108억원은 이미 지급된 상태이며, 잔금 162억원은 7월 20일 전후로 지급될 예정이다. 이스트스타어패럴은 의류 제조와 판매를 중심으로 한 업체로, 좋은사람들의 대주주로 올라서며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
이스트스타어패럴 실제 주인은(?)
그동안 좋은사람들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물망에 오른 업체만도 4개사가 넘는다. C그룹과 E그룹, B사, S사 등으로 유력 대상 업체가 좁혀졌으나 뉴페이스인 이스트스타어패럴이 새로운 주인으로 낙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말 아쉽다. 젊은 속옷 기업으로서 국내 시장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늘 새로운 시도로 이너 시장의 청량제 역할을 해왔다”며 아쉬워 했다.
특히 이번 매각은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주회장이 M&A 전담 업체와 물밑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이너웨어 전문 업체인 트라이브랜즈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J라는 투자전문 회사도 좋은사람들 매수에 뛰어들었지만 가격에서 합의점을 못 찾고 물러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치열한 매수 경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무엇보다 인수 의사를 밝힌 여러 업체를 저울에 올려놓고 좋은사람들이 몸값 올리기를 시도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270억원 뒤에 어마어마한 수치의 실제 매각 금액이 숨겨져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스트스타어패럴이 실제 주인이 아닌 M&A를 목적으로 한 가공 업체라는 설도 힘을 얻고 있다. 이 업체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설 법인으로, 이번 좋은사람들 매입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점주들 선택은, ‘공중분해’ or ‘올인’
단기간에 270억원을 만들어낸 것을 보았을 때 뒤에 또 다른 물주가 있다는 가설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대그룹인 C사가 이를 조종하고 있다”며 “좋은사람들은 이곳의 임원들로 점차 채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삼성테스코 패션매입 총괄MD 출신인 홍영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가운데 조진오 화인FC 대표, 김동성 전 CJ투자증권 부사장이 이사로 등록돼 있다. 또 유태환 전 씨알에스캐피탈 대표와 최관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새로운 임원으로 내정돼 있다.
누구보다 현장에 있는 점주들의 충격은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번에 새롭게 바뀐 주인을 만나 올인할지, 다른 브랜드를 찾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것인지로 점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좋은사람들의 새 주인으로 등장한 이스트스타어패럴이 지분 매수를 위해 잠깐 세워졌을 뿐 기업 가치를 배로 올린 뒤 되팔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사람들의 한 점주는 “갑작스럽게 닥친일이라 당혹스럽다. 물론 매각 소문에 대해서는 듣고 있었지만 실제 상황이 닥치니 막막할 뿐이다. 현재로서는 새롭게 주인이 된 업체에 의지해야겠지만 아직까지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 5년동안 좋은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일을 해 왔는데 배신감마저 든다”며 “브랜드를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추이를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라고 토로했다.
술렁이는 이너시장, 지각변동 예고
좋은사람들 매각으로 일부 속옷 업계에서는 ‘젊은 피 수혈’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좋은사람들 직원이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물론 이스트스타어패럴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업체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전원 흡수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매각설을 계기로 고급인력 ‘수혈’을 위한 스카우트 경쟁도 활발하다. 최근 신규 이너웨어 브랜드인 「R」과 「M」 등을 비롯해 새롭게 리뉴얼을 시도하는 브랜드에서도 좋은사람들 소속의 디자이너와 MD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너웨어 마켓은 이번 사건(?)으로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기존 이너웨어 시장의 양대산맥이었던 신영와코루와 남영L&F는 물론 백물 중심인 BYC는 이 틈새를 타 톱자리 굳히기에 들어간다. 남영L&F는 프랑스 대표 이너웨어 브랜드인 「Rosy」를 들여왔고, 신영와코루 또한 F/W시즌을 기점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로 대응하는 등 시장 경쟁에 맞설 계획이다.
특히 좋은사람들이 이너웨어 시장의 트렌드를 리드했던 만큼 이 자리를 노리는 브랜드들도 속속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레노마이너웨어」 「미치코런던」 등 감각적인 이너웨어 브랜드들이 리뉴얼해 재도전한다. 이와 함께 스페인 디자이너 브랜드인 「안드레사르다」, 영국 브랜드인 「마이라」 를 비롯해 루마니아 직수입 브랜드인 「아이디세리에리」, 프랑스의 자존심인 「임플리시티」 등이 속속 들어온 상황이다.
가격도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예스」 「섹시쿠키」 「돈앤돈스」 등 좋은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할인점까지 영역을 확대해 전개했던 만큼 이 틈새를 겨냥한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나오며 좋은사람들이 잠식했던 조닝에 속속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너웨어 시장에 파워 컴퍼니로 자리잡았던 좋은사람들은 어떤 회사로 평가해야 할까.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1200억원을 기록한 반면에 영업이익은 34% 급락한 51억원에 그쳤다.
톱 컴퍼니서 추락, 좋은사람들 존재는?
이너웨어 시장에서 톱 컴퍼니의 추락을 지켜보는 좋은사람들의 한 측근은 “국내 경쟁 과열은 물론 이제 수입 브랜드들이 몰려오면서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 리딩을 해 온 주회장이 해외시장조사를 나가고, 인지도 있는 라이선스 브랜드를 찾아 다닌 것은 해외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한 돌파구로 풀이된다.
지난 2004년 「예스」로 폭발적인 인기와 성장을 누린 좋은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리딩이 힘들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예스」는 1215세대를 겨냥해 시즌별로 150여 가지 디자인 제품을 쏟아내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브랜드이다. 「예스」 성공 후 런칭한 「섹시쿠키」 「슈가프리」도 새로운 컨셉과 초저가 가격대로 이슈를 모았다.
주회장은 이너웨어뿐 아니라 아웃웨어에도 관심이 많아 「제임스딘진」 「터그진」 등을 런칭했지만 마켓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고배를 들이켰다. 좋은사람들은 지난 90년에 런칭해 국내 이너웨어 시장에 한 획을 그었을 정도의 빅 컴퍼니로 성장했다.
「돈앤돈스」 「제임스딘 프레지던트」 「보디가드」에 이어 2002년에는 란제리로 「팜므파탈(Femme Fatale)」을 런칭했으며, 2003년에는 「제임스딘」을 잇는 야심작 「J」를 런칭해 중국 진출에 시동을 거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10여 개 브랜드를 키워내며 국내 굴지의 톱 이너 컴퍼니로 자리를 잡았던 좋은사람들. 매각을 결정하고 돌아선 이 시점에서 이너웨어 업체들은 이제 또 다른 방법으로 차별화한 돌파구를 찾기 위한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해졌다.
TIP. 주병진 회장 행로는?
가설① 해외 이주
주병진 회장의 한 측근은 “얼마전부터 ‘지쳤다’ ‘쉬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해 왔다”며 “매각 이후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것 같다”고 전하며 해외 이주로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설② 아우터로 재도전
주회장이 ‘속옷’을 접고 겉옷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평소 주회장이 겉옷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에 사업자금도 충분히 확보한 만큼 그가 숙원해온 아우터로 재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설③ 연예계 컴백
연예계 복귀설도 나오고 있다. 공중파 채널에 출연한 후 연예계 복귀 전망도 흘러 나온다.
좋은사람들 History
1990년 좋은사람들 설립
1996년 국내 최초 항균위생 방취 가공 제안
1998년 능률협회 고객만족도 1위
2000년 세계 속옷 역사전
2003년 좋은사람들 중국 현지 법인 설립
브랜드 「J」 국내 최초로 프랑스 파리 란제리전람회 참여
2004년 1925세대 감성 내의 「예스」 런칭
2005년 스타일리시 「섹시쿠키」 런칭
2006년 「슈가프리」 런칭, 개성공단 내 좋은사람들 개성공장 착공
프리뷰 인 상하이 참가. 「예스」 「섹시쿠키」
보유 브랜드
총 7개 브랜드로 「예스」 「섹시쿠키」 「돈앤돈스」 「슈가프리」
「보디가드」 「제임스딘」 「소프트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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