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캐릭터 3총사 탈출구 어디?
「바나나리퍼블릭」 「띠어리」 「DKNY」 등 해외 브랜드를 무기로 한 대기업들이 마켓 전반에 걸쳐 패션 판도를 바꿔감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대기업 중심의 남성복에서 중소기업의 전문 영역이라 불리는 캐릭터 부문 기업들도 시대의 흐름을 숨죽여가며 지켜보고 있다. 남성복 전문기업 중에서도 왕년에 전성기를 구가한 FGF(대표 최진원), 유로물산(대표 이재성), 민영물산(대표 함영조)의 경우는 어떨까.
이 회사들은 국내 남성복에서 캐릭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기업이다. 3사는 각각 「인터메조」 「레노마」 「레드옥스」의 롱런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갈수록 그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지난해 S/S시즌에 「레노마」는 현대 본점에서 퇴점했고, 「인터메조」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번 S/S시즌에 신세계 강남점에서 퇴출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독자적인 감성을 구축한 「레드옥스」도 실질 고객연령대가 40대 이상에 육박하면서 캐릭터캐주얼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쌍방울다반, 국내 남성캐릭터 첫발!
남성캐릭터 조닝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이들 3사는 그저 옛날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기업으로 남는 것일까. 최근 몇 년간 3사에서 전개하는 브랜드들은 외형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매출 외형으로만 회사와 브랜드 가치를 판가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회사와 브랜드 가치란 반드시 매출과 직결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수많은 패션기업이 도산하며 국난으로 불리던IMF 때도 3사는 회사와 브랜드를 지켜낸 저력이 있다. 지금까지 3사가 걸어온 길은 어떠했으며 또다시 변화의 시대인 이 시기에 갖는 전략과 비전은 무엇일까.
국내 남성캐릭터 조닝의 시초를 마련한 회사는 FGF라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전신인 쌍방울다반 시절이던 지난 86년 「인터메조」는 그때까지 국내에선 볼 수 없던 일본 라이선스 브랜드로 런칭된다. ‘남성복’하면 수트를 떠올리던 그 시절에 「인터메조」는 트렌디캐주얼을 선보이며 젊은 고객에게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본격적으로 남성 캐릭터캐주얼 조닝이 형성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에는 「인터메조」를 표방한 브랜드들의 런칭이 줄을 이었다.
많은 남성패션 관계자들은 브랜드 포지셔닝맵에서 「인터메조」를 항상 정중앙에 위치해 놓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터메조」는 남성 캐릭터캐주얼의 바이블처럼 여겼다. 「인터메조」 성공으로 이 회사는 89년 신사복 「다반」과 95년 트렌디캐주얼 「CP컴퍼니」를 잇따라 런칭하며 남성복 종합회사로 도약한다.
이때까지 쌍방울다반의 기세는 치솟았지만 「다반」의 라이선스 회수와 IMF가 겹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게 됐다. 「다반」은 일본 레나운사의 신사복 대표 브랜드로 동일레나운이 생산, 쌍방울다반이 유통과 판매를 각각 담당했다. 브랜드는 하나이지만 실질적으로 두 회사가 움직이면서 조금씩 불협화음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 측에서 직진출 의사를 밝히면서 95년 한국다반이라는 회사를 설립, 쌍방울다반은 「다반」에서 손을 뗐다.
최진원 회장, 직원 출신 오너로 변신
또한 IMF 한파에 쌍방울다반의 모회사였던 쌍방울 부도로 이 과정에서 쌍방울 다반의 CEO인 최진원 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FGF라는 회사를 설립, 쌍방울다반을 이어가게 됐다. FGF라는 회사명의 뜻은 ‘Forward Global Fashion’으로 최회장의 이상을 그대로 반영했다. 매출에 급급한 회사보다 한발 앞선 패션트렌드를 제시하는 패션기업을 지향하는 것.
그러나 2001년부터 레스토랑 ‘보나세라(Buona Sera)’와 카페 ‘스타세라(Sta Sera)’ 등 외식사업을 비롯해 와인 무역사업에까지 손을 대면서 결과적으로 FGF는 「인터메조」와 「CP컴퍼니」 등 패션사업의 볼륨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안 고급 레스토랑 보나세라는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고, 스타세라는 다점포 전략으로 현재 직영점과 대리점을 포함해 총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대표 브랜드 「인터메조」와 「CP컴퍼니」는 지난해 각각 400억원과 1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실적은 전년인 2006년과 같은 수치다. 이 밖에도 2006년에 런칭한 이탈리안 캐주얼 「폴&샥」과 지난해 선보인 슈즈 「트레통」이 있지만 아직 회사의 외형 키우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대를 초월한 감성기업, 유로물산
이에 따라 올해 초 FGF는 패션사업부의 조직을 통합, 패션사업부 총괄 겸 기획부장 자리에 「CP컴퍼니」를 맡고 있던 김상일 부장을 앉혔다. 또한 패션사업부 영업총괄을 「인터메조」 사업부장으로 있던 빙준섭 부장에게 맡김으로써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독려했다.
유로물산은 특유의 열정을 지님과 동시에 항상 현재보다 앞선 시도를 한 회사로 기억된다. 「마치오」 「레노마」 등 내놓는 브랜드마다 시장을 리드한 모습을 보여준 유로는 모두가 위축되던 IMF 때도 「준코코시노」라는 신규 브랜드를 내놓으며 공격적인 태세로 사업에 임했다. 대기업도 기업분할과 긴축재정을 하는 마당에 중소기업에서 신규 브랜드 출시는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3개 브랜드는 각각의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다. 「레노마」가 수트와 캐주얼을 믹싱한 남성캐릭터 브랜드의 전형을 보여줬다면 「마치오」는 캐릭터캐주얼을 지향하면서도 시티와 타운을 넘나드는 무언가를 보여줬다. 「준코코시노」는 20~23세를 타깃으로 한 영캐릭터 브랜드이면서 세련된 캐주얼룩을 선보였다. 남성복 전문기업이 3개 브랜드를 동시에 전개하는 일은 지금도 흔치 않은 일이다.
특유의 열정으로 IMF 때 신규 런칭
이후에도 2000년 수입 진캐주얼 「마르떼프랑소와저버」와 2004년 캐주얼 「넥스팀」을 런칭하며 종합패션기업으로 이름을 알려 나간다. 그러나 현재 유로에 남아 있는 브랜드는 「레노마」뿐이다. 언제나 한발 앞서 나간다는 평을 들었던 회사이지만 현재의 트렌드보다 지나치게 앞서 나간 것에 발목을 잡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4개 브랜드를 정리한 이 회사는 「레노마」에 집중하면서도 현재 또 다른 신규 브랜드를 구상 중이다. 지난해 「레노마」는 55개 매장에서 260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50개점에서 330억원을 목표로 한다. 계획상으로 유통망수는 오히려 5개가 줄어든 것으로, 효율 위주의 영업을 전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성 캐릭터 전문회사 중 가장 독특한 감성을 지향하는 민영물산.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 「레드옥스」의 상품을 보면 캐릭터 조닝에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국내에서 비슷한 컨셉을 지녔거나 「레드옥스」의 소비자를 뺏어갈 만한 경쟁 브랜드가 없어 아직까지 마켓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인식된다.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의 매출경쟁 대상에서 「레드옥스」가 제외되는 경우는 아직까지도 흔하다.
지난 87년 함영조 사장이 「레드옥스」와 「랭카스터」를 인수하며 회사를 설립한 것이 민영물산의 출범 배경이 됐다. 93년에는 신규 브랜드 「데미타스」를 런칭하며 다브랜드 회사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이후 「레드옥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95년에는 「데미타스」를 철수하고 이듬해에는 「랭카스터」를 중단, 「레드옥스」의 클래식라인으로 흡수하면서 가지치기를 감행했다.
남성전문기업의 이단아, 민영물산
민영물산은 남성 전문기업 중에서 보기 드물게 해외 진출을 시도한 회사로, 굵직한 사업계획을 세웠다. 런칭 이래 97년까지 매년 20~30%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마켓에서 대표 브랜드 대접을 받던 「레드옥스」로 일본과 미국에 진출하려 했다. 옷에 대한 함사장의 남다른 열정으로 「레드옥스」의 상품 완성도는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었고, 계획대로 해외 진출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외환 위기가 닥쳐오고 민영의 해외 진출 프로젝트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아쉽게 커다란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됐지만 국내에서 입지만큼은 지켜나가고 있었다. 보통 대기업에서도 실장과 팀장급까지만 보내는 해외 출장을 막내 디자이너까지 보낸 아낌없는 투자와 매시즌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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