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클래식 수트 시대 활짝
너무 대중화된 수트 브랜드 싫어! 멋쟁이 VVIP 남성 고객을 노려라!
이제 최상류층 남성 고객은 너무 흔해진 명품 브랜드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수입 브랜드의 희소가치가 높아 무조건 선택했던 과거에 비해 워낙 브랜드 수 자체가 적은 남성복 마켓 경우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다. 「조르지오아르마니」 「에르메네질도제냐」와 같은 대표 수입 남성복 브랜드가 대중화한 지금 상류층 고객일수록 선택의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캐주얼라이징’ 현상으로 인해 클래식 수트를 입는 빈도 수는 줄어들었지만 철저하게 ‘정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멋쟁이 남성과 한 번을 입어도 제대로 입고 싶은 젊은 CEO나 벤처기업가, 또 정장을 고수하는 고액연봉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임원 등 금융맨들은 단 한 벌만이라도 고급스러운 클래식 수트를 원한다. 이같은 수요에 따라 정통 클래식 수트의 본고장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속속 국내에 상륙하고 있다.
다양한 정통 클래식수트 브랜드들이 이탈리아에서 상륙하고 있다. JMT&FC(대표 안현문)가 전개하는 「브리오니(Broini)」부터 제일모직(대표 제진훈)의 클래식수트 편집숍 「란스미어」, 코너스톤CIG(대표 데이비드 조)의 「키톤」 「스테파노리치」에 이르기까지 수트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보다 완성도 높고 고가인 클래식 수트 브랜드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10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남성 하이엔드 마켓은 시장 규모와 소비자가 아직 제한적이다. 하지만 ‘클래식 수트’의 등장은 분명 지금까지 큰 움직임이 없어 진부하게 여겨지던 남성복 조닝에 색다른 변화를 줄 것임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국내 하이엔드 마켓을 주도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의 주도 아래 ‘클래식 수트 조닝’이 내년에 구성될 예정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국내 남성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며 자리를 잡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대중화 브랜드 No! 고급 브랜드 찾아라
백화점에서는 이미 ‘큰 것 한 장(100만원)’을 훌쩍 넘긴 수트가 판을 치고, 업계에서는 이탈리아 패턴사 모시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같은 시대적 호기에 발맞춰 「제냐」 「디오르옴므」 등 하이엔드 신사 브랜드가 유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잘나가는 사장님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직 멀었습니다’다. 이들에게 있어 골프나 요트 등 고급 라이프스타일도 이젠 먼 과거의 얘기. 이제 최상류층 사이에서는 해외 별장이나 개인용 비행기를 운운하는 시대가 됐다. 남성 하이패션도 변해야 산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됐다.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남성 VVIP들을 위한 정통 클래식수트 브랜드들이 본토에서 한국으로 상륙한다.
한 벌에 적어도 500만원대,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격대로 지금까지 서민적(?)이지 않은 브랜드들이 시장을 형성하는 것. 이 조닝의 부상은 단순한 최고가 수트존 형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고가 조닝을 기점으로 여러 가능성과 시장성을 가진 조닝의 형성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브리오니(Brioni)」는 국내 남성복 하이엔드 마켓에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 조닝의 가능성을 보여줘 포문을 열게 한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국내에 지난 2005년 런칭 후 소리 소문 없이 하이엔드 남성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월 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갤러리아백화점 남성 전체 브랜드 매출 중 톱을 달리는 「크리스티앙디오르」가 월 평균 1억8000만원, 「에르메네질도제냐」가 1억5200만원의 매출을 각각 올리는 것을 감안할 때 「브리오니」는 일단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1000억원대 남성 하이엔드 시장 도입기
갤러리아백화점 첫 입점 후 현대백화점 본점에도 진출해 신라호텔 아케이드와 하얏트호텔 아케이드 등 총 4개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 브랜드는 가장 성공한 시리즈 영화 ‘007 제임스 본드’에 협찬해 완벽한 수트 스타일을 제안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성공한 남성의 자신감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트’라는 별칭을 얻은 「브리오니」는 600만~800만원대의 고가로 현재 백화점에 진출한 국내 유일한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 브랜드이다.
「브리오니」와 함께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의 양대 산맥인 「키톤(kiton)」도 국내에 상륙했다. 지난 2007 S/S시즌에 코너스톤CIG가 국내에 정식으로 런칭한 이 브랜드는 지난 7월 하얏트 호텔 아케이드에 여성복 첫 매장, 10월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남성복 첫 매장을 오픈했다. 하얏트호텔은 여성복 매장으로 약 석 달간 영업만으로 월 평균 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에르메네질도제냐」 수트 가능성 입증
런칭 초기에 여성복 매장밖에 없던 이 브랜드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남성 고객에게 수트를 일부 판매하기도 했다. 비공식 판매임에도 불구하고 석 달간 10벌 이상의 판매가 이뤄져 「키톤」의 인기를 실감했다. 「키톤」은 가격대가 800만~900만원으로 국내 수트 중 최고가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소비자층은 좁으며 연령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정원일 코너스톤CIG 영업부 과장은 “내년에는 백화점 입점을 고려 중이다. 현재의 호텔 아케이드 매장 2곳과 강남 핵심 상권 백화점 1곳 등 총 3개 정도의 유통을 예상하고 있다. 클래식 수트 브랜드가 모여 있는 조닝에 포지셔닝해 하이 퀄리티를 지향하는 남성 고객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브랜드 특성상 많은 고객을 보유하기보단 기존 고객들을 관리해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며 매장은 작게 가져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양대산맥 「키톤」 수트 중 최고가 런칭
한화갤러리아(대표 양욱)가 여기에 가세해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스테파노리치(Stefano Ricci)」를 런칭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3월에 「고야드」의 성공적인 런칭에 이어 이 브랜드로 한국 하이엔드 마켓에 두 번째 도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72년 플로렌스에서 탄생한 「스테파노리치」는 럭셔리하고 유니크한 다양한 소품으로 남성 고객들을 사로잡는다. 35세부터 55세까지의 상위 5% 고소득자 남성이 메인 타깃이며, 타이는 30만원을 넘는 고가에 판매된다.
「스테파노리치」는 수트보다 타이 셔츠 커프스 등 다양한 남성 아이템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이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 착장 안에 어울리는 셔츠와 타이를 제안함으로써 완벽한 클랙식 핏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스테파노리치」의 타이는 원색적이며 개성이 강해 한국의 패셔너블한 남성 고객들의 ‘잇 아이템(it item)’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S/S시즌에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관 남성 조닝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스테파노리치」는 다른 이탈리아 클래식 남성복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100% 핸드 메이드를 고집하며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급 퀄리티와 유니크함을 추구한다. 이와 함께 장인 정신을 고수하며 전 상품을 플로렌스 자체 공장 내에서 100% 현지 생산된다. 또한 노세일 정책으로 브랜드 가치와 상품의 우수성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과 베벌리힐스, 러시아 모스크바, 프랑스 파리, 모나코 몬테카를로, 이탈리아 코스타스메랄다 등에 매장을 전개 중이다. 아시아는 중국의 상하이 베이징 항저우 시안 청두 등 이미 9개 매장을 확보해 대부호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복 하면 빠질 수 없는 제일모직(대표 제진훈)도 이 시장에 독자적으로 뛰어든다. 이 회사는 이번 시즌부터 최상위 브랜드인 「란스미어」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남성 토털 클래식 편집숍으로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9월 서울 청담동 「란스미어」 매장 리뉴얼과 동시에 이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한화, 「스테파노리치」로 두 번째 도전장
가벼우면서도 유한한 트렌드를 넘어 전통을 지향하는 최고급 남성복과 맞춤복을 통해 상류사회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만남을 선사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양함을 선사할 브랜드는 이탈리아 나폴리 수트 브랜드와 잡화 브랜드다.
수트는 「체사레아톨리니(Cesare Attolini)」와 「이사이아(Isaia)」를 비롯해 「벨베스트(Belvest)」 「볼리올리(Boglioli)」 등이 준비돼 있다. 또한 「발스타(Valstar)」 「헤르노(Herno)」 등 아우터 브랜드, 「존스메들리(John Smedely)」 「페델리(Fedeli)」 등 니트 브랜드, 「드레이크스(Drake’s)」 등 타이 브랜드가 포진해 많은 아이템을 선사한다.
어느 하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할 수 없는 핸드메이드 브랜드들이 줄을 잇는다. 이는 명품기업을 지향하는 제일모직의 브랜드 소싱력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란스미어」는 이 회사에서 명품 셀렉트숍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돈을 벌’ 브랜드와 ‘가치를 높일’ 브랜드 중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이 회사의 지향점을 어느 정도 드러낸 부분이다.
제일모직, 「란스미어」 빠질 수 없다?
당초 「란스미어」는 제일모직이 전개하는 최고급 양모 소재브랜드로 지난 2004년 「갤럭시」의 핸드메이드 라인으로 편성됐다. 2005년 단독 브랜드화 해 1년 간의 시행착오를 겪은뒤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엠포리오아르마니」와 「캘빈클라인」 「던힐」 등을 거친 12년차 해외브랜드 전문가 남훈 팀장을 데려왔다. 남팀장은 「빈폴」의 광고·홍보 등 리뉴얼에 한 몫 하고, 「갤럭시」의 남성 착장 총서 ‘The Classic Taste’를 발간하며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현재 「란스미어」는 청담동 플래그십숍과 롯데 본점 단 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최고위층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이다 보니 볼륨의 한계성을 노출하지만 제일모직으로서는 ‘타깃의 한계는 없음’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매장 수는 전국에 단 4곳 정도로 보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고객의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란스미어」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의 가능성을 백화점이 놓칠리 없다. 가장 발빠른 곳은 역시 한화갤러리아. 내년 2008년 S/S시즌에 주도적으로 조닝을 신설할 예정이다. 예전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테스팅 장소로 알려진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관 4층 남성 조닝에 편성된다. 이스트관은 현재 입점돼 있는 「브리오니」 「스테파노리치」 등과 함께 3~4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클래식 조닝을 구성할 계획이다.
아직은 1000억원의 소규모로 추산되는 남성 하이엔드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에 어느 정도 리스크도 있었으나, 「브리오니」의 성공적인 마켓 도입으로 조닝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1~2시즌 고객의 반응을 지켜본 뒤 이 조닝을 확대할 방침이다.
「갤럭시」 라인에서 홀로서 편집숍으로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관에 들어서면 정감 가는 네이밍의 ‘장미라사’가 유일의 국내 브랜드로 눈에 띈다. 이 브랜드는 「브리오니」뿐 아니라 「에르메네질도제냐」 「질샌더워모」 「프라다워모」 「까날리」 등과 함께 같은 조닝에 포지셔닝됐다. 남성정장 맞춤이 전문인 이 매장은 지난 98년 입점 후 큰 이슈보다 꾸준한 매출과 고객 관리로 ‘명품화 전략’에 성공했다.
평균 단가 180만~230만원으로 원단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나며 가장 저렴한 것은 150만원이고, 최고급 원단을 사용하면 900만원까지 이른다. 특히 이 매장은 국내에 얼굴이 알려진 정계 고위급 간부나 대기업 CEO들이 즐겨 이용하며 월 평균 매출 1억50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해외의 고가 브랜드와 경쟁하며 그들만이 가진 패턴의 노하우, 고급스런 소재 사용 등으로 승승장구해 왔다.
월 1억5000만원 「브리오니」 스타 등극
한화갤러리아 측은 월 평균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일궈낸 이탈리아 브랜드 「브리오니」와 맞춤복으로 경쟁력이 강한 ‘장미라사’에서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의 가능성을 엿봤다. 국내 하이엔드 마켓에 항상 새로운 MD 구성을 제안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스스로가 「스테파노리치」를 수입 전개하면서 클래식 조닝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방원배 한화갤러리아 해외상품팀 과장은 “일본 이세탄 남성관에 가도 전체의 절반 이상이 수트 조닝으로 구성됐다. 이세탄 남성관은 수트 조닝을 브리티시 프렌치 이탈리안 등으로 세분화해 구성했다. 세분화된 만큼 고객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국내 전체 남성복 마켓에서는 규모가 작지만 하이엔드 마켓에서의 클래식 수트 조닝의 잠재력은 막강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중 국내 남성 체형에 가장 적합한 이탈리안 스타일은 크게 어필될 것을 확신한다. 몰론 클래식 수트 조닝이 형성되면 초기에는 기존의 「브리오니」와 ‘장미라사’ 고객을 나누는 형식이 될 것이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초기 단계에는 3~4개의 브랜드로 볼륨을 크게 키우지 않을 방침이다”고 계획을 밝혔다.
「에르메네질도제냐」 매년 평균 30% 성장
이와 함께 현재 국내 수입 남성복 수트 마켓의 흐름을 보면 「에르메네질도제냐」와 「아르마니꼴레지오니」가 반독점처럼 마켓을 장악하고 있다. 「아르마니꼴레지오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수트의 대표 브랜드로, 월 평균 점당 3억원의 매출이 일어난다. 「에르메네질도제냐」의 경우는 국내 브랜드인 「갤럭시」 「마에스트로」 등의 고객들이 유입돼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점당 월 평균 2억원과 함께 연간 100억원의 매출 규모에 못 미치지만 브랜드 충성도는 어느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다.
수입 남성복 수트 브랜드 고객들은 10년이 넘게 오직 「에르메네질도제냐」 「아르마니꼴레지오니」 「에르메스」 등 몇 안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지켜왔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고객들은 연륜이 쌓였고 기존 브랜드들에 식상해졌다. 동시에 국내 하이엔드 마켓도 매년 18% 이상 성장함에 따라 수준도 높아지면서 ‘섬싱뉴(Somthing New)’에 목말라 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 조닝이다. 이것은 이미 「브리오니」 등과 같은 브랜드로 가능성을 보였다. 연간 5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작은 규모의 이 조닝은 소비자들이 제한적인 만큼 철저한 집중 고객 관리가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더 좋은, 더 고급스러운, 더 비싼 그러나 희소성있는’ 상품을 갈망하는 하이엔드 마켓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다.
배병관 기자 bkpae@ 최보윤 기자 choibo@fashionbiz.co.kr
Classic Suit Detail
1 가장 전통적인 셔츠는 양쪽 칼라의 각도 120도, 깃의 길이 8㎝,
뒷 깃의 높이 4㎝ 이상이다. 이것을 컷 어웨이라고 한다.
2 도트 무늬는 가장 클래식한 넥타이다. 넥타이를 맬 때 볼륨감을 준다.
이 테크닉을 아치라고 한다.
3 포켓 스퀘어는 수트의 품격을 높인다.
4 3버튼 수트는 중간 버튼만 잠근다.
5 소매의 리얼 버튼 홀 또는 펑셔널 버튼 홀은 최고 품격의 수트를 상징한다.
남훈 제일모직 「란스미어」 팀장 누구?
제일모직의 새로운 시도인 「란스미어」를 책임지고 있는 남훈 팀장(왼쪽).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남훈 팀장. 제일모직에서 다른 브랜드 팀장급은 하루하루 매출회의에 쫓기고 유통가에 시달리지만 그는 고객 라이프스타일과 싸움한다. ‘The Best of People’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들의 지향점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다. 골프나 요트, 와인은 물론 해외 별장이나 펜션, 개인용 비행기 등 서민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해야 다음이 보인다.
그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달에 다섯 번 꼴로 강연에 나선다. 클래식수트에 대한 그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판매에 대한 요구나 눈에 보이는 실수는 절대 금물, 착장의 ‘계몽’이라는 키워드를 끌어내 문화적 접근을 해나간다. “최상류층은 시대를 막론하고 일반인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한정되고 제한된 문화를 즐겨왔다. 소규모의 비밀주의 집단으로 대변되는 럭스클럽은 자신만을 위한 것에 도취돼 있고,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란스미어」라는 브랜드의 기본적인 골자는 맞춤이다. 자신을 위한 단 한 벌로 대변되는 맞춤이야말로 희소에 대한 그들의 욕구를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맞춤이라는 단어만으로 최고급을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고급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소비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그뿐이다. 「란스미어」를 명품 클래식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 이탈리아 전통의 브랜드들이 필요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와 지금까지 가장 힘을 쏟은 것이 클래식 브랜드의 소싱이었다.”
남팀장은 지난 9월 「란스미어」의 프리젠테이션이 만족스러웠다. “프리젠테이션 이후 고객의 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데이터는 바뀌었다. 고객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고객의 그레이드가 높아진다는 것은 「란스미어」가 지향하는 대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현재 고객의 대부분은 재계에 몰려 있다.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 그들이 알려지는 것은 최상류층들 라이프스타일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웃음)”
SI, 「까날리」는 남성복 비즈니스 완결편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 이하 SI)이 이탈리아 수트 브랜드 「까날리」를 내년 2008년부터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2007년 10월) 「까날리」 이탈리아 본사 측과의 계약은 끝난 상태로 전 전개사와 「까날리」 측과의 합의 조정 부분만 남겨놓았다. SI는 기존에 진행하는 「돌체앤가바다」 「아르마니꼴레지오니」 「엠포리오아르마니」와 함께 「까날리」를 인수함으로써 남성복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입장이다.
SI가 전개할 「까날리」는 같은 조닝에 포지셔닝되는 「에르메네질도제냐」의 평균 가격대인 180만~220만원대에서 10% 정도 저렴한 150만~210만원대로 설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반맞춤인 수미즈라와 맞춤복인 MTM도 진행해 상위 5% 하이엔드 고객도 타깃팅한다. 유통망은 기존의 매장을 인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직은 브랜드 인지도가 미미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SI만의 마케팅 노하우로 고객들에게 적극 다가갈 방침이다.
수트 브랜드 고향은 호텔 아케이드?
‘조용하고 숨어 있어(?) 편하다.’ ‘쾌적한 환경과 고품격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호텔 아케이드 쇼핑을 즐기는 하이엔드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아케이드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쏠쏠하게 매출 재미(?)를 보는 곳이다. 특히 지금은 면세점으로 전환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아케이드는 부산 하이엔드 브랜드의 양육소로 불릴 만큼 유명했다.
특히 숨어 있는 유통채널인 호텔 아케이드에는 남성 수트 브랜드들이 좋은 매출을 얻고 있다. 리딩 브랜드인 「에르메네질도제냐」는 백화점과 맞먹는 매출로 아케이드 선호 브랜드 1위로 자리 잡았다. 이 여세를 몰아 이탈리아 클래식 수트 브랜드인 「브리오니」와 「키톤」도 신라호텔과 하얏트호텔에 입점돼 선전하고 있다.
롯데, 클래식 수트 브랜드 선도?
롯데쇼핑(대표 이철우)의 GF사업부가 전개하는 ‘이탈리움’은 지난 10월 15일 리뉴얼됐다. 이 매장은 지난해 8월에 오픈한 ‘클래시코 이탈리아’를 리포지셔닝하고 브랜드를 보강하는 등더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이탈리움’은 지난 S/S시즌에 보여준 「로로피아나」 스타일의 캐주얼 의류를 비롯해 이번 F/W시즌에는 「이자이야」 등 300만원대 후반의 클래식 수트 브랜드를 추가했다.
‘이탈리움’은 국내에 처음으로 이탈리아 클래식 브랜드를 소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노호정 롯데쇼핑 GF사업부 과장은 “지금까지는 롯데쇼핑의 소극적인 자세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되지 못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적극적인 상품 바잉과 홍보로 국내 남성 고객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 매장은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 고객들에게 맞는 클래식 수트 브랜드와 아이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을 유입할 계획이다.
INTERVIEW with “일본은 10년 전, 한국은 지금 적기”
방원배 갤러리아 해외상품팀 과장
“이전부터 줄곧 이 시장 고객의 수요는 있어 왔다. 마켓 규모가 작아 그동안 바이어들이 캐치를 못했을 뿐이다. 지난 몇 년간의 분석 끝에 정계와 재계 등 최상류층 고객에게 맞는 브랜드와 조닝이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에르메네질도제냐」와 「갤럭시」에 만족을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브랜드를 입는다기보다 한정된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의외로 ‘장미라사’ 등 양품점 스타일에 최상류층 고객이 몰렸고 탈브랜드적 성향을 보여왔다. 이는 지금까지 이들에게 걸맞은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브리오니」의 성공이 이를 입증한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 시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 긴호흡을 필요로 한다. 대한민국 인구의 1%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마켓이기 때문의 당장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남성복 시장에 새로운 무언가를 던질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남성복 갭은 약 10년 정도로 보고 있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클래식 수트에 대한 연구와 도입이 이뤄졌고, 현재 유력한 조닝으로 대우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느낀다.”
이탈리아 정통 수트, 「잔니 캄파냐」는?
밀라노는 현재 클래식 수트 브랜드들의 비즈니스를 볼륨화하느냐 정통성을 유지하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 중 이탈리아 정통 사르토(테일러) 철학과 정신을 대물림해 지금까지 50년 동안 한 우물 파기만을 고집해온 「잔니 캄파냐(Gianni Campagna)」. 이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장인인 진정한 사르토의 대가 잔니 캄파냐에 의해 전개된다.
“나는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고 잔디 캄파냐는 말한다. 그는 엘레강스하면서 클래식함을 컨셉으로 수트를 제작한다. 이 브랜드는 남성 팬츠 1개의 재봉값만 250유로(약 32만5000원), 셔츠 150유로(약 19만5000원), 재킷 750유로(약 97만5000원) 등의 가격대로 판매된다. 이런 가격은 다른 클래식 수트 브랜드에 비하면 리즈너블하다. 원단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m당 최소 150유로(약 19만5000원)을 웃도는 비쿠나(Vicuna), 과나코(Guanaco), 밀리언에어 톱 캐시미어(Millionaire top cashmere) 등을 사용한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영국의 슈퍼 180수, 200수, 250수의 울을 사용해 클래식 스타일과 자연스러운 어깨터치, 보디를 표현하며 동작이 편안한 스프트 재킷의 수트를 생산한다.
잔니 캄파냐는 「잔니 캄파냐」와 「사르토리아 캄파냐(Sartoria Campagna)」와 함께 98년 그의 스승 도메니코 카라체니의 「도메니코 카라체니(Domenico Caraceni)」를 매입해 총 3개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특히 캄파냐는 「도메니코 카라체니」를 사르토의 혼을 그대로 전수해 진정한 남성 수트를 전개하겠다는 포부로 인수했다. 이 중 「사르토리아 캄파냐」는 일본인의 신체 특성을 꼼꼼하게 체크해 그들만을 사이즈로 잔니 캄파냐가 직접 일본인만을 위해 만든 프레타포르테 라인이다. 이 라인은 그의 사르토리아(사르토, 즉 테일러가 작업하는 곳)에서 1년에 6000벌의 수트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이 라인은 일본의 유명 백화점과 부티크에서 수트 벌당 5000유로~1만유로(약 650만~13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테일러이자 전개사 ‘잔니 캄파냐’의 사장인 잔니 캄파냐의 사르토는 누구일까. 그의 재능은 지난 62년 18세에 밀라노에 위치한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사르토 소렐라 폰타나(Sorella Fontana)와 어깨를 나란히 한 도메니코 카라체니(Domenico Caraceni) 숍에서 일을 하며 나타났다. 그는 일을 하면서 이론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깨달아 일을 마친 밤에는 패턴 전문학교 세콜리(Secoli)에서 남성복 디자인, 패턴 코스를 마랑고니에서는 여성복 코스를 함께 공부해 나갔다.
그의 나이 불과 22세였던 66년에 ‘The Golden Needle’ 어워드에서 ‘이탈리아 최고의 사르토(The Best Tailor)’ 상을 받은 데 이어 68년 ‘The Golden Scissors’ 어워드에서 ‘이탈리아 최고의 패턴·원단 재단사(Italy’s best pattern & fabric cutter) 상을 수여하며 실질적인 사르토 인생길에 접어들었다. 그의 수상경력은 당시 유럽 남성복 생산업체로 세계에서 톱 랭킹에 있던 그룹 GFT(Gruppo Finanziario Tessile)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그는 「아르마니」 「발렌티노」 「웅가로」 등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런칭한 그룹 GFT의 패턴·스타일 오피스에서 일을 하며 디자인에서부터 부드러운 어깨선 재킷으로 혁명적인 패턴을 선보였다. 74년엔 그룹 GFT의 첫 캐주얼웨어 라인을 직접 디자인했다. 또한 마르조토에서도 치프(Chief) 스타일리스트와 모델 플래닝(Model planning) 디렉터로 근무했으며 92년에 드디어 「잔니 캄파냐」를 런칭했다.
밀라노 현지에서 최애경(Aekyeong Choi) 리포터 choichoi73@empas.com
이탈리아 전통 사르토(테일러) 잔니 캄파냐(왼쪽 사진)는 자신의 네이밍을 딴 브랜드 1개 등 총 3개의 클래식 수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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