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에 루도’<br>럭셔리 빈티지 대명사
파리, 런던, 밀라노 같은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대부분의 건물들이 역사적 유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리를 오가는 유러피안 역시 대부분 클래식한 패션을 즐겨 입는다. 세련된 멋쟁이로 알려진 그들의 모습에선 새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모든 물건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자신이 만들어진 시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오래된 물건을 모으고 들여다보는 행위는 지나간 시대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숨결을 되새기는 것이며, 고고학이 그렇듯 그것은 결국 인간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이다. 일반적으로 골동품은 크게 앤티크(antique)와 빈티지(vintage)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용어상으로 앤티크는 현재를 기준으로 한 세기가 넘은 고물건을 말하고, 100년이 되지 않은 물건 중에서 1970년대 이전의 제품은 빈티지라고 부른다.
빈티지는 오래된 것이지만 소량 생산돼 희소성이 있고, 만든 사람의 의도와 정신이 배어 있는 진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 반면 요즘 구제(?)라고 하면 오래된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으로 간주해 고가의 수집용 보다는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큰 부담 없는 빈티지 아이템들로 시중에서 많이 판매된다. 최근 몇년 사이 패션·문화계에서 복고풍 붐이 크게 일고 있고, 특히 액세서리나 소품 쪽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 세기 넘은 앤티크에서 빈티지 ‘풍성’
기존 어두운 색의 전형적인 디자인, 도시적 느낌의 세련미를 강조한 시크 스타일에 지쳐 있던 패션 종사자들이 재래 시장의 색상이 화려하고 조금은 유치하다고도 할 수 있는 빈티지 의상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1940~60년대의 여성미가 넘쳐 흐르는 리본, 레이스 장식의 디테일을 가미한 ‘레이디 라이크 스타일’ 등 빈티지를 응용한 패션은 거리 패션뿐만 아니라 프라다, 안나 수이, 마크 제이콥스 등 여러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도 볼 수 있다.
남과 똑같은 것을 갖기 싫어하는 마니아를 상대로 다루던 빈티지 상품들도 이젠 전폭적으로 유행해 전문 쇼핑몰을 통하는 등 단기간에 시장이 활성화됐다. 희소 가치가 있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스타일 역시 중저가 브랜드들의 카피로 희소 가치가 낮아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진정한 가치를 아는 이들은 그래도 오리지널을 계속 찾기에 영원히 빈티지룩이 생겨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분명 빈티지도 레벨이 있다. 일반인에겐 보편적인 빈티지스타일에서 과거를 더듬지만 좀더 프리미엄이길 원하고 명품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럭셔리 빈티지 숍의 사장 네임이 아닌 브랜드 명으로 럭셔리 빈티지의 대명사로 더 알려진 디디에루도(Didier Ludot)를 모르면 안된다.
프랑스 20세기 초 영화에 나올 듯한 차림새, 약간 고풍적이면서 프랑스적 자유분방한 위풍에 프랑스인으로서는 드물게 191cm 키로 건장한 50대 중반의 디디에 루도 사장은 자신의 어린 시절, 어머니 할머니의 파리 오트쿠튀르의 전성기 속에 자라면서 프랑스 오트쿠튀르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결국 오트쿠튀르의 황금시대에 머물고자 젊은시절을 디오르, 샤넬, 페루지아, 발렌시아가 등의 컬렉션 수집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1975년 파리의 한 중심가인 루브르 박물관에 근접해 있는 앤티크 갤러리가 즐비한 발레로얄 공원 부근에 첫 빈티지 숍을 열었다.
고풍스럽고 자유분방한 ‘디디에루도’
약 32년 전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고 간직하고자 하는 어린왕자 같은 마음을 가진 디디에 루도 사장의 생소한 빈티지 숍에 대해 사람들은 귀 기울여 주지도 않고 눈여겨 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프랑스 오트쿠튀르를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이들에게는 열정적으로 자신의 수집을 보여 주고 그 중에는 희소성을 아는 수집가들의 주문과 만남에 따라 그의 숍은 차츰 입소문이 나고 어느덧 디디에루도 숍은 영화계와 미국, 일본 마니아들까지 많이 찾기에 이른다.
박물관이나 수집 갤러리의 윈도를 통해서 눈요기만 해야 할 진품들을 직접 만질 수 있고 가져볼 수 있어 이것이 바로 빈티지의 매력이라고 디디에 루도 사장은 말한다. 그래서 그 시절 샤넬, 에르메스를 애용했던 할머니, 어머니들이 그들에겐 식상해서인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인지 디디에루도 사장을 찾아 물건을 팔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덜 어렵게 수집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루이뷔통」 가방, 「카르티에」 시계도
가방·핸드백류는 1920~2000년까지 다양하게 갖췄고 「루이뷔통」과 「에르메스」 여행 가방을 비롯해 「카르티에」 「구치」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이외에도 「디오르」 「샤넬」 주얼리와 「페루지아」 「디오르」 「페라가모」 신발도 구성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신발의 귀재인 로저 비비에(ROGER VIVIER)가 만든 「디오르」 컬렉션이다.
디디에 루도 사장은 숍 확장에서 전시뿐만 아니라 「디디에루도」 향수 런칭 및 20세기의 프랑스 오트쿠튀르를 제대로 알고 배울 수 있는 뜻에서 그만의 열정과 지식을 담아 기억에 남을 만한 전시도 여러차례 주최했다.
96년 파리에서 ‘작은 검정 원피스(la petite robe noir)’, 97년에는 ‘꽃같은 여성들’, 2001년엔 ‘NEW LOOK & NEW LOOK 이후’란 주제의 전시회를 벨기에에서 주최했다. 이 당시 파리 의상박물관 갈리에라, 그랑빌에 있는 디오르박물관, 칼레 지방의 레이스 박물관, 그외 미국에 있는 박물관 후원 하에 벨기에에서 전시를 주최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가 준비하는 전시회는 많은 패션인이 관심을 가지고 후원을 원하고 파리 오트쿠튀르의 진정한 정신을 되새길 수 있어 파리 패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기쁨을 준다.
신발에서 향수까지 다양한 상품구성
2006년에는 파리 패션 위크에서 디디에 루도가 수여하는 상을 만들었다. 그 첫 수상자는 잭포센. 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펠리시티 허프먼(Felicity Huffman)에게 옷을 입힌 뉴욕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다. 또한 디디에 루도는 올해에는 크리스찬 라크루아와 투렌 박물관에서 또 다른 전시를 준비 중이다.
‘작은 검정 원피스’란 전시를 계기로 99년 이 이름으로 「디디에루도」의 두번째 숍을 냈다. 첫번째 빈티지 숍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숍 이름처럼 검정 원피스와 드레스만 만나볼 수 있다. 1년에 약 13모델만 새로 소개되는데 그의 에스프리를 잘 이해한 듯 현재 파리에서 활약 중인 디자이너 중 그와 호흡을 맞추는 디자이너에 의해 제작된 작품들이다. 이들은 발렌시아가, 이브생로랑 등 오트쿠튀르 원단만 사용해 과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느낌의 오트쿠튀르 드레스를 제작하는 게 특징이다.
물론 빈티지 숍의 이미지로 실제 여러 디자이너의 작품을 흡사한 드레스로 만들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디디에 루도만이 추구하는 파리지엔 디자인이 연출된다. 디디에루도 숍의 단골 고객이었던 도미니크는 재무를 담당하던 일반 회사원이었으나 디디에 루도 덕분에 오트쿠튀르의 진정한 멋에 매료돼 현재 ‘la petite robe’ 숍의 책임자로 일한다. 101마리의 달마시앙의 크루엘라 같은 머리를 한 그녀는 전통과 모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스타일 룩으로 일본 및 미국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있다.
판매가격은 800~2200유로(90만원~270만원)에 소개된다. 현재 ‘La Petite Robe Noir’는 파리 프랭탕 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일본의 이세탄에서 라이선스로 계약을 원하고 이후 나가사키, 홍콩, 미국 뉴욕 Barney’s New York , 니만 마커스, 삭스, 런던 Harrod’s Limited, 베를린 Quartier 206 - AMJ Holding에 작은 검정원피스 숍이 생겼다.
디디에루도 숍에는 「루이뷔통」과 「에르메스」 「카르티에」 「구치」 등의 가방은 물론 「디오르」 「샤넬」 등의 주얼리가 갖춰져 있다. 구두는 「디오르」 「페루지아」 등 「페라가모」와 맞먹는 평가를 받은 신발의 귀재인 로저 비비에(ROGER VIVIER)가 만든 디오르컬렉션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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