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패션 주역
신임 디자이너들
aura00|07.05.30 ∙ 조회수 1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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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은 특히 럭셔리 브랜드들의 신임 디자이너 등장이 많았다. 「클로에」 「질샌더」 「헬무트랑」 「니나리치」 「이세이미야케」 「토드」 「구치」 등이 새로운 디자이너를 기용해 패션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신임 디자이너가 기용되면서 가장 초점이 됐던 사안은 럭셔리의 생명인 아이덴티티. 특히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이 담긴 아이덴티티를 신임 디자이너가 제대로 풀어낼 것인가와 이것이 바로 매출로 연결될 것인가였다. 전통 있는 브랜드의 고유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수용하는 것, 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함과 상품력이 핵심 사안이었지만 최근 치열한 럭셔리 시장의 경쟁 속에서 이것만으로 디자이너의 보증수표는 못됐다.
비즈니스의 기본인 수익 창출을 이루지 못하면 디자이너는 교체되기도 했다. 지난해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킨 사건인 프랑스 패션하우스 「로샤스(Rochas)」의 중단 사태와 수석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스켄스의 해고다.
「로샤스」 올리비에 데스켄스 해고도
신임 디자이너의 기용은 다양한 유형으로 이뤄졌다. 외부에서 스타 수석 디자이너를 영입하기도 하고(니나리치, 토드) 내부에서 승진으로 수석 디자이너를 발탁하기도 했다(구치, 잇세이미야케). 외부에서 수석 디자이너의 영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유명 브랜드에서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했고(클로에) 감성이 비슷하다면 여성복에 국한하지 않고 남성복 디자이너를 기용하기도 했다(질샌더).
디자이너 교체의 배경은 브랜드 매각에 따른 경영진 교체에 의한 디자이너 기용(질샌더, 헬무트랑)이나 디자이너의 사직으로 인해 공석이 된 경우(클로에, 니나리치)와 새로 여성복 라인을 런칭하는 경우(토드) 등 다양했다.
「클로에」의 파올로 멜림 앤더슨, 「질샌더」의 라프 사이먼스, 「헬무트랑」의 마이클·니콜 콜러버스, 「니나리치」의 올리비에 데스켄스, 「잇세이미야케」의 후지와라 다이, 「토드」의 데릭 램, 「구치」의 프리다 지아니니 등 차세대 수석 디자이너를 소개한다.
「클로에(Chloe)」 파올로 멜림 앤더슨
파올로 멜림 앤더슨(Paolo Melim Anderson·35)은 「마르니(Marni)」에서 7년간 일한 디자이너로 지난해 10월 초 「클로에」의 수석 디자이너에 기용됐다. 스웨덴 출신으로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마틴 디자인 스쿨과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했으며 「마르니」에서 디자인 디렉터로 경력을 쌓았다. 지난 3월 첫 컬렉션을 통해 디자인 감성을 선보였다.
지난해 1월 피비 필로(Phobe Philo)가 출산 및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적인 이유로 디자이너직을 사임한 후 거의 1년간의 리쿠르팅을 통해 발탁한 디자이너 앤더슨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르니」가 보여준 성공적인 컬렉션에 대해 앤더슨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클로에」의 회장 겸 CEO인 랄프 톨레다노는 발표문에서 “앤더슨을 디자이너로 영입해 기쁘며 「클로에」 디자이너 계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니만 마커스의 패션 디렉터 켄 다우닝은 “「마르니」에서 보여준 업적에 감명을 받았으며 그의 첫 컬렉션을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3월 파리에서 첫 「클로에」의 컬렉션이 선보였다. 신임 디자이너 앤더슨은 이전 컬렉션과는 매우 다른 감성을 선보였다. 「클로에」는 소프트한 피전트 드레스(peasant dress), 여성적인 스커트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컬렉션에서는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클린 컷의 의상들이 주를 이뤘다. 디자이너 앤더슨은 “클린하지만 미니멀하지 않은 젊은 룩”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비대칭적인 컷, 블랙과 오렌지 컬러의 메인 컬러와 네온 그린의 악센트 컬러 팔레트, 독특한 프린트와 지난 시즌부터 보여진 유리·거울류의 디테일이 특징을 이뤘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엇갈렸지만 전임 디자이너 필로가 마니아층을 형성하기까지 몇 년 걸렸다는 점에 비추어 앤더슨 의상의 진정한 밸류는 지금 당장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사진설명_ 클로에CEO랄프톨레다노
「클로에」는 「카르티에」의 리치몬드 그룹이 소유한 패션 브랜드다. 최근 높은 성장세속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2006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90% 이상 성장했으며 2005년에는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1952년 Gaby Aghion이 런칭한 「클로에」는 50년대에 일반적으로 유행한 틀 잡힌 옷과는 달리 소프트하고 몸을 감싸는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다. 66년에는 칼 라거펠트를 기용했으며 80년대에는 마틴 싯봉을 비롯해 여러 디자이너를 기용,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70~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85년 리치몬드 그룹에 매각됐으며 97년 스텔라 매카트니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하면서 새롭게 각광받는 브랜드로 재창조됐다. 2001년에는 매카트니의 뒤를 이어 필로가 수석 디자이너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필로는 지난 1월 출산 후 가족과 시간을 갖고 싶다는 개인적 이유를 들어 사임했다. 그는 수석 디자이너로 있는 동안 「클로에」의 전통에 스트리트 감성을 접목한 세컨드라인 「시 바이 클로에(See by Chloe)」를 런칭했고 이 브랜드는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질샌더(Jil Sander)」 라프 사이먼스
라프 사이먼스(Raf Simons·39)는 2005년 7월 「질샌더」의 남성복·여성복을 총괄하는 수석 디자이너로 기용됐으며 이듬해 2월 2006 가을 컬렉션에서 첫 선을 보였다. 밀라노 2006년 FW 여성복 컬렉션에서 데뷔한 사이먼스는 「질샌더」의 오리지널리티(독일적인 순수함)를 잘 살려냈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질샌더」 대표 아이템인 팬츠 수트의 절제된 미학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첫 컬렉션을 마친 지 1주일 만에 「질샌더」는 영국의 사모펀드 체인지 캐피털 파트너에 매각됐다. 하지만 디자인 팀은 그대로 승계됐다.
세번째 시즌인 올해 2007년 FW에서도 네이비 팬츠 수트를 주축으로 미니멀적인 의상들이 선보였다. 스타일닷컴에서는 다른 디자이너의 트렌드와는 독립적으로 네이비 팬츠 수트 일색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벨기에식 실용주의’라는 수식어를 붙였고 완성도에 대해서도 찬사를 했다.
벨기에 출신으로 산업디자인과 건축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졸업하기 전 월터 반 베이런독(Walter Van Beirendonck)에서 인턴을 한 후 가구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안트워프 로얄 아카데미의 패션부문 학장인 린다 로파에게 영향을 받아 독학으로 패션 디자이너로 전업했고 95년 「라프사이먼스」 남성복 브랜드를 런칭했다.
「라프사이먼스」는 클래식과 스트리트 웨어의 감성을 절묘하게 조합한 남성복으로 컨템포러리 남성복 부문에서 그는 혁신적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디자인은 실루엣과 컷이 독창적이다. 「질샌더」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음과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도 계속 디자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벨기에의 안트워프, 독일의 함부르크(질샌더의 본사), 이탈리아의 밀라노(질샌더 공장)를 오가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수석 디자이너로 지명된 뒤 사이먼스는 한 인터뷰에서 “「질샌더」에서 일하게 된 것이 매우 행복하며 질샌더가 표방했던 단순함과 순수함을 디자인하는데 열의를 갖고 있다”면서 “나의 디자인 미학과 샌더의 밸류가 강한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이먼스가 여성복 디자인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패션계에서는 그의 지명을 환영하고 있다. 「질샌더」의 디자인이 남성복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사이먼스의 디자인 감각이 참신하고 「질샌더」의 미니멀적인 독창성과 비슷하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바니스뉴욕 백화점의 패션 디렉터 줄리 길하트는 “오래전부터 사이먼스가 여성복 디자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질샌더」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비즈니스는 성과가 좋았고 향후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셀렉트숍 제프리의 제프리 칼린스키 사장도 “테일러링에 재능을 갖고 있는 사이먼스가 「질샌더」의 남성적 감성과 맞닿아 있어 걱정할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질샌더」는 73년 샌더가 런칭한 브랜드로 99년 프라다 그룹에 주식을 매각하고 자신의 수석 디자이너직을 역임했다. 프라다 그룹의 파트리지오 베르텔리 CEO와의 개인적인 의견 충돌과 브랜드 적자를 둘러싼 사업에 대한 이견으로 2000년 수석 디자이너직을 사퇴했고 그후 「질샌더」의 실적 악화로 2003년 5월 수석 디자이너에 복귀했다가 2004년 재정문제를 이유로 두번째로 디자이너직을 사임했다. 2005년 7월 벨기에 출신 남성복 디자이너 사이먼스가 수석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헬무트랑」의 마이클·니콜 콜러버스
마이클(Michael·35)·니콜(Nicole·36) 콜러버스(Colovos) 부부는 프리미엄 진 브랜드인 「해비추얼(Habitual)」의 설립자로 지난 5월 「헬무트랑」의 수석 디자이너로 기용됐다. 지난해 3월 프라다 그룹이 시오리 홀딩사(Theory Holding Co.)에 매각한 「헬무트랑」은 9월부터 2007년 봄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업무에 재개했다. ‘컨템포러리 라인’으로 새롭게 리포지셔닝되는 「헬무트랑」은 뉴욕 컬렉션 기간에 디자이너 라인을 런칭했지만 패션쇼는 진행하지 않았다.
디자이너로 기용된 것에 대한 한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마이클은 “우리는 헬무트랑이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디자인 작업은 계승할 것”이라면서 “「헬무트랑」 브랜드의 핵심을 살려내면서 우리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접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인인 디자이너 니콜은 “「헬무트랑」의 이전 디자인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연구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이들 디자이너는 「헬무트랑」의 트레이드 마크인 미니멀리즘, 세련된 테일러링, 기능성, 새로운 패브릭 실험 등은 되살리면서 자신들의 감각을 첨가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이클과 니콜 콜로버스는 2002년 프리미엄 진 브랜드인 「해비추얼」을 런칭했다. 2006년초에 자신들이 설립한 회사와 결별했는데 그 이유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현재 「해비추얼」은 500만달러(50억원) 규모의 진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스키니 진’을 처음 선보인 새로운 감각의 최첨단 브랜드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 부부는 1회 CFDA/ 보그 패션 펀드에서 최종 리스트까지 올라간 실력파로 스트리트 패션에서 남다른 감각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패션업계에서는 이들 디자이너의 선임을 환영하고 있다. 「해비추얼」이 보인 세련된 감각이 「헬무트랑」과 유사해 「헬무트랑」의 정통성을 무리 없이 계승할 것이라는 평가다.
「헬무트랑」은 오스트리아 출신 디자이너 헬무트 랑이 77년에 런칭한 브랜드로 99년 프라다 그룹에 지분의 55%를 팔고 2004년에 나머지 지분을 매각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미니멀리스트 디자이너로 전성기를 누린 「헬무트랑」은 2000년대 초에는 매출 부진을 겪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등 고전했다. 2005년 1월 랑은 CEO와의 사업상 이견차로 30년간 키운 자기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직을 사임했다. 이어 2006년 3월 「헬무트랑」은 재정상의 이유로 시오리 홀딩사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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