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첼시
‘유통 新 세계’ 열다

keyhold|07.06.01 ∙ 조회수 15,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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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첼시가 정식 출범한지 2년 만인 6월 1일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을 드디어 오픈했다. 신세계와 미국 첼시 프로퍼티가 50 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유명 패션, 잡화 등을 최고 65%까지 할인 판매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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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대표 구학서)가 국내 유통업 점령을 위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총매출액 9조5533억원으로 경쟁사 롯데쇼핑(대표 이철우)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매머드급 점포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본점 리뉴얼에 이어 죽전점 오픈, 신세계첼시(대표 김용주)의 프리미엄 아울렛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그중 6월 1일 오픈한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은 이같은 확장 프로그램의 ‘정점’이다.

계약 당시 삼성에버랜드와 빅3 백화점이 모두 혈전을 벌였던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은 국내 유통 역사상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예상돼 많은 국내 패션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신세계백화점은 해외비즈니스 계약에 잘 숙련된 신세계인터내셔날(SI)을 내세워 계약에 가뿐하게 성공했다.

50 대 50 지분으로 설립된 신세계첼시는 첼시재팬의 1호점인 일본 도쿄 부근의 ‘고텐바 프리미엄아울렛’을 모방해 2년여의 공정을 마치고 오픈했다. 800억원을 들인 여주 ‘프리미엄아울렛’은 영동고속도로 여주IC 부근 여주유통물류단지 내 8만평 대지에 2개 건물 8200평 규모, 주차대수 3000대로 건설됐다. 총 124개 브랜드가 들어서며 109개가 패션 관련 브랜드다. 이중 국내 패션 브랜드가 14개로 입점 브랜드 대비 13%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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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아울렛’ 日 고텐바보다 낫다?
「아르마니」 「버버리」 「돌체앤가바나」 등 해외 브랜드가 106개, 국내 브랜드가 18개다. 특히 해외 브랜드 대부분은 첼시에서 파견나온 부사장 댄 캘리가 직접 지사장들을 만나며 영업을 했고 신세계측의 리징팀이 이를 지원했다. 빅브랜드의 경우 첼시측이 본사와 접촉하기도 했다. 워낙 매뉴얼화돼 있는 첼시의 조직은 브랜드 입점 상담에 대한 매뉴얼도 탄탄해 브랜드 유치는 용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 TD캐주얼의 대표급인 「빈폴」 「헤지스」와 여성브랜드 「구호」 「모그」 「보브」 「매긴나잇브릿지」 「플라스틱아일랜드」가 입점하며 남성캐릭터 「솔리드옴므」와 귀금속 「골든듀비비드」, 디자이너 제화 「슈콤마보니」, 캐포츠 「이엑스알」, 골프 「보그너골프」와 「김영주골프」 등 전 복종별 대표 브랜드가 입점했다. 일본 고텐바 프리미엄 아울렛의 경우 자국 브랜드가 40%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국내 브랜드들은 「아르마니」 같은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서 들러리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입점한 A업체 임원은 “국내 브랜드들을 사러 여주까지 오는 목적 구매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프리미엄아울렛에 입점된 거의 대부분의 국내 브랜드가 여주 이외의 일반 아울렛에도 대다수 입점됐기 때문에 희소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킨 B브랜드 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구로 문정 죽전 등지의 아울렛 타운에 입점된 매장을 철수시킬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첼시는 건물 등 전반적인 운영 관리 홍보 등만 담당하고 상품 구성과 판매 등 실제 운영은 각 브랜드의 본사 책임하에 맡긴다며 “유명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의 명예를 걸고 철저하게 판매 관리를 한다는 점이 수입업자를 통해 재고물품을 받아 파는 아울렛과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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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평 대지 2개동 연간 4000억 목표
브랜드별 평균 할인율은 30~40%선으로 개별품목의 할인율은 상품이 제철을 얼마나 지났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판매제품의 기본 할인율은 25~65%, 브랜드 개별 행사까지 감안하면 할인율은 7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오픈 초기엔 어렵겠지만 2~3년내 연간 4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의 고텐바 프리미엄 아울렛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막바지 부지 매입 작업을 벌이고 있는 부산 기장 2호점을 비롯해 대구 경산, 파주, 제주도, 영종도 등지에 5호점까지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조건으로는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할 수 있는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차세대 유통 시장의 성패는 복합쇼핑센터와 틈새시장 장악에 달려 있는 만큼 신세계는 유일한 틈새 시장인 프리미엄 아울렛을 장악해 유통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명품 소비시장 1조원 규모
현재로서 그 방향은 맞아 보인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유통 채널인 만큼 리스크는 크지만 신세계 측은 자신감에 넘친다. 백화점 세일 시기에 명품을 찾는 소비자와 이미테이션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포괄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신세계측 계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할인행사나 이월행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재고를 공식적으로 풀 수 있는 루트가 필요하다”며 “명품을 소유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으로는 살 수 없는 소비층도 있기 때문에 아울렛 수요는 예상 밖으로 크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렛 유통의 한 담당자는 “기존 소비자들을 빼앗길 수도 있지만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아울렛으로 인해 국내 아울렛 유통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며 “소비자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또 명품 아울렛의 인기가 더해져 후발주자로 프리미엄급 아울렛이 대거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여성복 「카렌」을 유통하는 C&K아이엔씨는 이탈리아 릴라사와 아시아 독점 계약권을 맺고 오는 8월 서울 용산 현대아이파크몰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릴라사는 「베르사체」 「막스마라」 등 130개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또 분당 애플아울렛에 입점된 A&H도 미국의 메이시,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총판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고 최근 문래동과 역삼동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며 공격적으로 영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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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외 셔틀버스 등 유인책도 마련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평가를 유보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온천 카지노 같은 대규모 위락 시설이 배후에 버티고 있는 미국 일본의 프리미엄 아울렛과는 달리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은 쇼핑 말고는 고객을 유입할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수도권 고속도로의 상습 정체 역시 서울 쇼핑객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또 국내 브랜드 입장으로선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부담감과 중국 등 저가 제품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탈피할 만한 여건이 없기 때문에 위기론에 휩싸이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 한국 패션산업은 수입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단계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편 롯데 현대 등 백화점이 명품 아울렛에 촉각을 곤두세운 까닭은 명품아울렛 시장 전망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재고 상품 위주라고는 하지만 진짜 명품을 반값 이하에 구입할 수 있으면, 제값을 다 받고 팔아야 하는 백화점 입장으로선 명품 코너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장 잠식을 피해갈 수 없다면 직접 경영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논리다. 신세계첼시는 프리미엄 아울렛을 통해 백화점과 틈새시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뜨거운 감자’ 첼시+신세계’ 계약 뒷얘기
현재 국내 명품 소비시장은 1조원 규모. 전체 패션시장의 5%가량을 차지한다. 한국 시장은 명품 아울렛이 전무한 데다가 명품 소비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신흥 시장이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 역사상 한 획을 긋게 될 명품 프리미엄 아울렛의 테이프를 누가 끊느냐는 많은 유통업체의 뜨거운 관심사. 첼시 프로퍼티 그룹은 2005년 신세계와의 계약에 앞서 2000년 초부터 직진출 형태로 사업을 타진해왔다. 같은 시기 아시아 시장인 일본이 합작사 형태로 성공하자 국내 실정을 잘 아는 파트너를 물색한다.

첼시 프로퍼티 그룹이 처음 파트너를 제안한 곳은 삼성 에버랜드. 일본 내 부동산 체인 1위 미쓰비시지쇼와 거대 종합상사 닛쇼이와이를 파트너로 택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거래하기를 희망했다는 얘기다. 또 에버랜드라는 매력적인 테마파크를 보유한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시점 삼성의 내부 문제와 국내 유통을 장악하던 빅3 백화점이 가세하면서 삼성과의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롯데였다. 신동빈 부회장이 직접 독려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나섰으나 2003년 말 협상이 지리멸렬해지자 내부적으로 명품아울렛 사업을 접고 애비뉴엘에 집중했다. 롯데는 신세계에 뺏긴 부문을 교외형 아울렛으로 대체하기 위해 미국의 아울렛업체인 ‘프라임’과 제휴를 하거나 독자적으로 아울렛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첼시 프로퍼티가 제시한 조건 중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측도 접촉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빅3 중 가장 입장차가 컸다고 전해진다. 현대 관계자는 “굳이 외국사와 제휴하지 않아도 상품 소싱 능력은 충분하다”며 “소싱한 브랜드를 어떻게 유지, 활용할 것인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의 경우 상사에서 전개하던 「욥」 「레이까라떼레」 등 브랜드 전개권을 포기한 것과 함께 「토즈」의 직진출로 판매대행자에서 위탁운영자로 입장이 바뀌는 등 수입 브랜드 사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는 수입브랜드를 관장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신세계 입장으로선 첼시와 제휴관계를 구축할 경우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업태 외에 아울렛이라는 신할인 업태를 전개할 수 있게 됨은 물론 기존 업태와 시너지를 통해 국내 유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2005년 4월 19일 합작법인 신세계첼시 설립 계약에 서명하고 본격적인 ‘프리미엄아울렛’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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