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키즈」 ‘소리없이 강하다’
sarommy|07.05.07 ∙ 조회수 8,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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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강하다!’ 바로 트랜덱스(대표 조영진)의 「디키즈(Dickies)」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디키즈」는 조용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입지를 굳힌 브랜드다. 97년 라이선스 브랜드로 런칭해 현재 50개 매장을 전개 중이며 올해 매출 300억원을 바라본다. 요즘 캐주얼 브랜드와 달리 볼륨에서 그리 크지는 않지만 효율만은 자신한다.
「디키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이 갖는 허점을 너무나 심플하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지만 10~20대 소비자들은 누구나 「디키즈」를 즐겨 입는다. 10년째를 맞이하면서 소비자 폭도 ‘넌에이지’라 할 정도로 넓어졌다. 그렇다고 광고를 많이 하지도 않는다. 다른 캐주얼 브랜드들이 광고 비용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과 달리 「디키즈」는 거품없이 알차게 운영한다.
「디키즈」 마력(?) 조영진 사장의 힘
트렌드에 휩쓸리며 쉽게 뜨고 쉽게 사라지는 브랜드들에 「디키즈」는 충분히 본받을 만하다. 「디키즈」의 마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조영진 사장의 남다른 경영방침이다. 점진적인 효율운영만 봐도 알겠지만 조영진 사장은 큰 욕심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한주통산 출신인 그는 우연히 미국 수출상의 사무실에서 「디키즈」 로고를 보게 됐다. 당시 아메리칸캐주얼로 미국 내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브랜드였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했다.
당시 미국 본사에서 막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었기에 조사장에게는 기회였다. 결국 프랑스와 일본 다음으로 라이선스권을 따내며 한국에 「디키즈」 도입을 알렸다. 한국에서 「디키즈」 라이선스권을 따내기 위한 접전은 대단했는데 쟁쟁한 7개 회사들을 제치고 조영진 사장에게 돌아간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조사장은 “디키즈 본사는 4대째 운영되는 전통 있는 회사지만 인터내셔널에 눈뜬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신중한 만큼 해외 파트너를 만날 때도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판단한다. 이익만 고려하지 않고 끈끈한 유대감, 정서적인 교감을 중시하며 이러한 부분이 나의 마인드와 잘 맞았다”고 말한다.
이렇게 출발한 사업은 97년 도매로 시작해 98년 소매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조사장이 직접 보따리를 짊어지고 유명숍의 점주들을 찾아다니며 「디키즈」를 알렸다. 당시 발로 뛰며 거래를 맺은 점주 중에는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힙합 캐주얼이 유행하던 시기였기에 핫한 캐주얼 멀티숍에서의 「디키즈」는 패션리더들에게 인기폭발이었다. 면바지에 말발굽 디키즈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와 모자는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까지도 파워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발품 팔아 시작, 점주들과 좋은 인연
특히 면바지 ‘874’ 상품은 매년 수입하는데도 지속적으로 팔리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처음부터 1:1로 점진적인 운영정책을 펼쳤기에 지금의 브랜드와 같이 ‘띄운다’는 개념과는 차원이 달랐다. 일반적인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을 먼저 선점하며 광고로 브랜드를 띄우지만 「디키즈」는 반대였다. “디키즈 본사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파트너를 맺은 각국의 회사와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데 그때마다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접할 수 있었고, 국내 전개에 있어서도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
한 단계 한 단계 스텝을 밟아오면서 「디키즈」는 이제 지역마다 점효율 최대 브랜드로 꼽힌다. 점평균 7000만~8000만원을 기록 중이며 1억원대 매장도 전체의 30%에 이른다. 수주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본사 재고율도 5%를 넘지 않는다. 매장 개설 요건도 다른 업체와는 사뭇 다르다. 큰손이라 불리는 거상들, 10년 가까이 함께해온 점주들과 호흡하기에 부동산 담보도 없으며 마진율, 인테리어 정책 등이 모두 철저하다. 이러한 면이 매장과 점주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상품 또한 「디키즈」만의 아이덴티티를 충분히 반영한다. 스테디셀러로 나가는 파워아이템의 영향력이 대단하며 이러한 아이덴티티 때문에 월별 MD 전략도 크게 복잡하지 않다. 월별로 잘 나가는 아이템을 밀어주며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구성력을 보여준다. 직수입 상품 10%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기획이지만 현장 위주의 핫아이템 중심으로 전개한다.
‘874’ 바지 등 ‘파워 아이템’ 꾸준
「디키즈」가 소리없이 강할 수 있었던 데는 조사장의 ‘사람’에 대한 관리도 한몫을 했다. 때가되면 회사를 옮기는 대부분의 패션계 사람들과 달리 트렌덱스는 꾸준히 함께해 온 직원이 많다. “인적자원은 너무나 중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들의 역량이 어설플지 몰라도 시간이 갈수록 한사람의 파워, 조직의 파워는 엄청나진다. 우리 회사에는 초기부터 「디키즈」와 함께해온 직원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모두 「디키즈」의 히스토리를 꿰고 있다. 이것이 「디키즈」의 파워이기도 하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사옥에는 욕심없이 일하는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이 가득하다. 다른 패션회사와 달리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까? 조사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이런 여유로움 때문이 아닐까? 2000년 획기적인 아이디어 사이트로 이슈를 모았던 ‘옐로바나나(www.yellowbanana.co.kr)’는 바로 조사장이 선보인 작품(?)이었다.
이 사이트는 당시 패션피플들로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킨, 너무나 앞선 아이디어였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 사용이 지금처럼 활발하지도 않았고 쇼핑몰 개념이 보편적이지도 않았다. ‘옐로바나나’는 핫한 해외 캐주얼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쇼핑몰일 뿐 아니라 지금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개념의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사이트였다. 컬렉터들은 각자의 방을 만들어 서로의 물건을 사고 팔았으며 트렌드세터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루 2만명이 방문하면서 10대 사이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펑키어번」 등 신규 브랜드 도입
지금 ‘옐로우바나나’는 쇼핑몰 기능이 강해졌지만 곧 리뉴얼에 들어간다. 추억을 자극하는 아날로그식 사고파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선한 브랜드들도 수입해 선보인다. 「앵그리리틀걸(Angry Little Girl)」 「펑키어번(Funcky Urban)」 「LA햇」 등이다. 미국 매직쇼에서 만난 브랜드로서 「펑키어번」은 마이애미 비치의 럭셔리 브랜드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트렌디한 캐주얼이다.
「앵그리리틀걸」은 티셔츠를 중심으로 한 영캐주얼 브랜드로서 조사장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 도입한다. 티셔츠와 액세서리가 강한 브랜드로서 국내에서 재킷 등의 아이템을 보강해 토털 아이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미 「디키즈」의 몇개 매장에서 테스트를 거치고 있으며 추후 ‘펑키스토어’라는 컨셉 스토어를 따로 선보일 예정이다.
「디키즈」는 올해 백화점에 진출하기도 했다. 롯데 창원점과 천안야우리점을 오픈한 것. 대리점에서의 반응이 입소문을 타면서 백화점에서도 「디키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조사장은 “앞으로도 욕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국내 패션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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