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l 변호사 · 건국대 교수
    샤넬 한글 재킷 기증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dhl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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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05.10조회수 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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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터와 옷 사이에는 무슨 악연이 있는 걸까?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옷 로비 사건으로 시끄러웠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옷값은 국정농단 시비 속에 구설에 오르더니 이제는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 개수와 특활비마저 뜨거운 감자가 돼 버렸다.

    특히 김 여사가 2018년 프랑스 방문 시 착용한 샤넬 재킷은 당시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한글을 수놓은 원단을 이용해 제작한 초고가 옷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명품 옷 몇 벌을 갈아입었다느니, 지나치게 사치스럽다느니, 현찰로 지급했다느니, 이런 골치 아픈 문제는 모두 정치꾼들에게 맡기고, 패션의 영역에서는 창의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이 주제에 접근해 보면 어떨까?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해명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탁 비서관에 의하면,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때 착용했던 샤넬 한글 재킷은 반납 후 샤넬에 ‘기증’했고, 실제 착용한 옷과 다른 옷을 인천공항에 기증했다는 논란은 기증자의 자유의사이므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같은 옷인지 다른 옷인지는 패션업계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기증’이라는 측면은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기증’은 선량한 행위인 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서 키다리아저씨들에 의해 이뤄지지만, 무형재산의 기증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샤넬 해프닝의 경우처럼 정치인을 포함한 유명인이 대중 앞에서 착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등이 전시를 비롯해 의미 있는 뉴스 재료로서 ‘기증’된다면, 이는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유명인과 소속 국가에도 뛰어난 마케팅 툴(tool)이자 패션의 대중화를 이끄는 룰(rule)이 된다. 패션의 기증도 공공의 이익과 문화발전을 위한 제2의 창작 활동이자 사회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의 ‘기증’은 재산권의 무상 양도로서 민법상 ‘증여’에 해당하므로 법률적으로 가능하며, 경제적으로도 효용의 의미를 갖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기증하는 자와 기증받는 자 사이에 계약을 통해 이뤄지므로 기증 대상이 고액이거나 사회적 의미를 가질수록 계약서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 미술품이나 패션 아이템의 경우 우선 기증 대상부터 특정해야 한다. 소유권과 저작권(디자인권)을 구분해야 하며, 특히 저작권/디자인권까지 기증하는지를 명시해야 한다. 단순히 소유권만 기증한다면, 전시 등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지가 명시돼야 한다.

    저작권과 디자인권까지 기증한다면, 기증받은 자가 해당 저작권 · 디자인권을 활용해 부차적인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다. 기증이 영구적인지 아니면 한시적인지도 규정해야 한다. 기증 기간이 한정적이거나 기증의 장소적 범위가 한정된다면, 아무리 장기간이거나 넓은 범위에서 이뤄지더라도 ‘대여’의 성격으로 파악될 수 있으며, 민법상 동산 임대차 관련 규정이 유추 적용돼야 할 것이다.

    패션은 멀고도 가까운 존재다. 초고가 명품 패션은 왠지 그들만의 리그처럼 멀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번 명품 옷 기증 소동은 패션업계에 의문의 1승을 안겨줬다. 옷을 포함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좀 더 가까운 친구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패션이 아름다운 ‘기증’을 통해 더 아름답고 패셔너블하게 다가오는 그날을 위해….


    ■ profile
    •건국대 교수 / 변호사
    •패션디자이너연합회 운영위원
    •패션협회 법률자문
    •국립현대미술관 / 아트선재센터 법률자문
    •국립극단 이사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부회장
    •런던 시티대학교 문화정책과정 석사
    •미국 Columbia Law School 석사
    •서울대 법대 학사 석사 박사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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