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❶] 핫한 ‘그 매장’ 인테리어 누가 만들었나?
시공 도면만 만들던 시대는 갔다. 오프라인에 새 깃발을 꽂는 순간부터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하는 파트너들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팝업과 플래그십스토어 필수 시대, 최근 핫했던 공간의 파사드부터 내부 인테리어, 포인트 오브제, 동선, 행잉과 내부 디지털 콘텐츠까지 기획하고 제안한 주요 공간 디자인 협력사는 어느 곳이 있을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는 좋은 공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없다. 공간에 브랜드가 어필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구현하고 소비자들을 머물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소비까지 이뤄지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간 디자인이다. 최근 3년 내 오픈한 공간 중 가장 상징적인 곳으로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대표 유석진)의 럭셔리 골프 브랜드 플래그십 ‘지포어 서울’을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지포어는 2021년 공식 론칭 후 빠르게 럭셔리 영 골퍼들의 선택을 받아 성장하다 같은 해 11월 말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과감한 무드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고 더욱 빠르게 성장했다. 론칭과 동시에 골프웨어 시장 주목도 1위, 매출 성장률 1위, 대형 유통 러브콜 등 스타가 됐다.
화제의 ‘지포어’ 매장 만든 ‘종킴디자인스튜디오’
골드와 미러, 럭셔리의 끝판왕 같으면서도 상품에 집중하게 만드는 지포어 서울을 만든 곳은 종킴디자인스튜디오다. 이곳은 지포어 서울 프로젝트에 앞서 꼼꼼하게 작성된 브랜드 전략서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브랜드의 지향점과 철학, 한국에서 쌓고자 하는 이미지 등을 모두 파악해 공간에 녹여내는 데 주력했다. 코오롱과 지포어 미국 본사와 실시간 긴밀하게 소통하며 대담하면서도 럭셔리한 지포어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매출도 역대급으로 높았다.
최근에는 아가방앤컴퍼니(대표 신상국)의 에뜨와를 작업 중이다. 6월 백화점 MD 시즌을 타깃으로 본사와 소통 중인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생 현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타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하고 매달려 있다. 신생아들이 처음 접하는 품질 좋은 옷을 제공하는 브랜드임에도 브랜딩에 차별화가 돼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공간은 물론 메인 컬러와 콘셉트까지 기획해 제안서를 넣었다.
제안서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팀원이 어린 시절 갖고 있던 아가방의 토끼 인형과 앞으로 협업할 수 있을 만한 F&B 및 용품 브랜드의 상품까지 동원했다. 과거 실제 소비자로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이해하고 있고, 새로운 소비층과 소통할 수 있는 전략까지 공유해 브랜딩에 진심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남동 마르디메크르디 존, 스튜디오언라벨 작품
종킴디자인스튜디오는 브랜드와 공간에 대한 진심을 늘 강조한다. 회사의 디자인 특징이나 결을 강조하지 않고 클라이언트의 성향이나 니즈에 최대한 맞추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구호’ 매장으로 시작해 XYZ서울이 선보인 ‘버버리’ 성수 팝업, ‘닥스’와 ‘엘로드’ ‘쿠에른’ 등의 새로운 매장, 신세계백화점 대전점과 영등포점의 여성 컨템퍼러리 조닝 전체 등 패션 부문에서도 영역을 넓혀가며 진심을 다한 공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남동 거기’ ‘아침부터 줄 서는 거기’ 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 피스피스스튜디오(대표 박화목․서승완)의 ‘마르디메크르디’ 쇼룸과 플래그십스토어다. 최근에는 이태원로 큰길가에 대형 복합문화공간을 오픈하며 대대적인 이슈를 만들고 있다. 이 공간을 만든 곳은 핫 브랜드들의 공간 메이커로 유명한 스튜디오언라벨이다.
스튜디오언라벨은 요즘 가장 핫한 공간 파트너 중 하나다. ‘쿠어’의 더현대서울 매장, 비바스튜디오의 사무실, ‘오픈와이와이’ ‘메종마레’ ‘블러’ ‘인사일런스’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작업한 곳이다. 차가운 금속이나 유리, 자연물 그대로의 돌과 나무를 메인으로 쓰면서도 공간의 이미지 온도를 다양하게 풀어내는 스튜디오언라벨만의 스타일로 브랜드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클라이언트의 니즈 충족 = 최고의 공간
특히 브랜드의 성격과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완성도를 위해 직접 집기를 디자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신예 브랜드나 혁신적인 무드를 가진 브랜드들의 파트너로 완성도 높은 공간을 만들어낸다. 오프라인에 처음 진출하는 온라인 기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초기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와 성공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엔더슨벨과 마르디메크르디도 스튜디오언라벨과 협업해 성공적인 오프라인 진출을 이뤄낸 브랜드다. 당연하게도 첫 번째 쇼룸과 플래그십부터 최근 새롭게 내놓는 주요 매장까지 모두 함께 작업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오픈한 마르디메크르디 한남동 복합문화공간은 지하 1층 레코드숍, 1층 카페&바, 2~3층 매장 등 콘텐츠 기획은 물론 건물 시공도 같이 작업해 더욱 의미가 깊다. 공간에 진심인 두 업체의 협업이 빛을 발해 공개와 동시에 핫플로 떠올랐다.
‘금이 간 백자’ ‘새로운 시선과 영감의 원천, 빛’이라는 이미지를 공간으로 푼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가 작업한 편집숍 ‘아이엠샵’과 ‘파인드카푸어’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를 보면 바로 이해가 될 듯하다. 두 브랜드는 복종도 공간 콘셉트도 다르지만 낡은 건물을 패션 매장으로 리모델링한다는 것, 기존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무드로 리브랜딩한다는 것에서 일견 공통점이 있다.
파인드카푸어 등 리브랜딩 장인 아뜰리에KHJ
이 회사는 클라이언트와 작업할 때 공간 콘셉트를 레퍼런스 이미지가 아닌 문장으로 받는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엠샵에서는 ‘금이 간 백자’라는 표현을 전했고, 아뜰리에케이에이치제이는 낡은 건물이 갖고 있는 세월의 흔적은 남기면서도 백자 특유의 깨끗한 모습과 그 항아리 내부의 공간감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저철분 새틴 유리로 매장 내부에 빛은 들어오지만 밖을 명확히 볼 수 없도록 해 공간감과 집중력을 높였다고 한다.
파인드카푸어는 기존 고착된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빛, 섬광’이라는 뜻을 가진 ‘플람마’라는 단어로 정했다. 곡선과 직선이 유려하게 어우러진 실버 심벌을 만들고, 매장은 전체 파사드에서 시작해 내부로 이어지는 곡면을 따라 층을 올라갈 때마다 다르게 보이는 색으로 표현했다. 한 공간당 한 가지 색을 쓰고, 집기나 재료도 제한을 둬 브랜드의 미니멀한 감성을 살렸다. 특색 있는 공간은 타깃인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증샷 맛집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에이유브랜즈(대표 김지훈)의 ‘락피쉬웨더웨어’도 최근 성수 플래그십스토어에 다양한 실험적 공간을 선보이며 또 한번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3층에 VIP라운지 개념의 ‘티하우스’를 오픈한 것. 영국 브랜드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벽지와 가구, 음악은 물론 콘월 전통식 핸드메이드 스콘과 홍차로 오감을 통해 여행 온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디시테, 락피쉬 등 옛 공간 살린 공간으로 주목
이 공간을 만든 회사는 디시테라는 곳이다. 로우로우, 슬로스테디, 베디베로, 페넥, 글로니 등 성격이 분명한 브랜드들의 매장을 만들어 주목받고 있다. 공항 체크인 센터를 떠오르게 하는 로우로우의 ‘월드와이드’ 매장, 매장이 들어선 길의 무드와 세련되게 어우러지는 슬로스테디의 매장, 영국을 한 스푼 떠다 옮겨 놓은 듯한 락피쉬웨더웨어 매장까지. 디시테는 브랜드의 본질을 잘 전달하면서도 해당 매장이 들어선 기존 공간의 매력까지 살려주는 강점이 있다.
실제로 락피쉬웨더웨어 성수 플래그십이 들어선 곳은 1992년에 사용승인을 받은 30년이 넘은 건물이었다. 최대한 기존 건물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새롭게 단장을 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구옥이 갖고 있는 구조를 내부 동선에 잘 활용해 매장에 들어온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했다. 과하게 고급스러운 클래식보다는 편안한 무드를 주고 싶어 다양한 우드 몰딩을 원목 형태로 쓰거나, 사인에 실제 금속 소재를 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과거 가공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클래식 무드를 구현했다.
원투차차차, 고프코어 신예 산산기어 플래그십을
요즘 핫한 매장 중 금속 집기나 프레임, 금속과 원목의 조립형 집기가 꽤 눈에 띈다 싶으면 원투차차차의 작업 공간인 경우가 많다. ‘휠라×히로’의 팝업스토어, ‘민주킴’ 팝업, ‘위캔더스(WKNDRS)’의 팝업, ‘산산기어’의 기존 팝업과 이번 플래그십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매장의 콘셉트와 잘 어우러지면서도 원투차차차만의 디자인 무드를 담은 집기로 시작해 ‘커스텀멜로우’와 산산기어 플래그십스토어를 디자인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산산기어(대표 김세훈)가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마련한 플래그십스토어는 마니아가 매우 많은 브랜드의 공간이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테크니컬웨어의 미래지향적인 요소와 브랜드가 가진 스트리트 컬처 무드를 담기 위해 심플하면서도 기존 공간이 가진 시간의 흐름이 잘 보이는 뼈대와 바탕 위에 콘셉추얼한 집기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마감과 행잉이 대조된 질감의 섬유 소재 상품을 돋보이게 해주는 매력도 있다.
산산기어는 문화적 베이스를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협력을 통해 만든 오브제를 곳곳에 배치했다. 포마 그래픽팀이 디자인한 노출형 스피커, 인공위성을 연상시키는 막스 밀라 세라 작가의 조명 등이 그것이다. 내부의 단조로움을 생동감 넘치는 외부 거리와 연결하기 위해 창문과 문을 크게 만들어 브랜드의 날 것 같이 역동적인 무드를 전달했다.
수많은 팝업, 자재 및 기물 재활용 방법 고심
원투차차차는 작업하는 대부분의 매장 집기를 조립식으로 만든다. 팝업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많은 자재와 기물이 잠깐 쓰고 버리는 일이 반복되는 데 문제 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행사 후에는 분해해 보관하거나 재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자재도 가공이나 마감을 최소화해 원자재로 재활용할 수 있게 기획하고 있다.
최근 금속 자재를 사용한 공간이 늘고 있는데, 그 트렌드 속에서 나무 소재로 가득한 공간으로 화제를 모은 곳도 있다. 모던애니멀(대표 이태형․이은지)이 지난 4월 초 오픈한 ‘이얼즈어고’와 플래그십스토어 겸 편집숍 ‘어파트프롬댓스토어’다. 클래식한 소재인 나무를 통해 공간보다는 그 안에 있는 브랜드가 돋보이길 바라며 만든 곳이다.
1층 바닥만 콘크리트이며 바닥 외 벽면, 계단, 천장, 2층 바닥까지 북미산 오크로 둘러싼 이 공간은 다시 2층 벽면부터 노출 콘크리트로 디자인해 1층과 2층 사이에 나무가 끼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건물 전체는 구조 보강을 했고, 친환경 자재와 모듈 집기를 적용해 친환경 가치도 구현했다. 모던애니멀 측은 재생 건축의 좋은 사례라고 판단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튜디오승호, 클라이언트 닮은 결과물을
이 매장을 디자인한 스튜디오승호는 클라이언트와 수없이 미팅하고 회의하며 연구하는 회사다. 브랜드의 지향점과 고유성을 건축과 인테리어를 통해 공간 속에 추상적으로 녹여내기 위해서다. 설계자의 아이덴티티가 어느 정도 드러나겠지만, 결과적으로 클라이언트를 더 닮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며 파트너사들과 함께 꾸준히 고민하며 시공부터 마무리까지 디벨롭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공간 디자인 업체는 스튜디오프랙티스다. ‘옵스큐라’ 도산, ‘해칭룸’ 플래그십을 만든 곳이다. 콘크리트 공간에 금속이나 돌, 나무를 사용한 집기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특히 브랜드나 해당 공간에 잘 어울리도록 기능과 조형미를 고려해 직접 디자인한 가구와 소품에 대한 브랜드 측과 소비자 반응이 모두 좋은 편이다.
특히 지난 3월 초 오픈한 아카이브코(대표 김현지․서균석)의 해칭룸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려는 브랜드의 실험 장소라는 콘셉트와 스튜디오프랙티스의 기조가 딱 들어맞아 더욱 멋진 결과물이 나왔다. 매장 내에는 옷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행어와 디스플레이 테이블이 심플한 공간에 매력을 더해주고, 스튜디오프랙티스에서 디자인한 스피커가 공간의 성격을 더욱 잘 보여준다.
실용성 + 미학 모두 만족 ‘스튜디오프랙티스’
해칭룸과 스튜디오프랙티스는 ‘가변형의 공간’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선반과 행어, 집기가 자유롭게 병치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실험 장소를 만든다. 실제로 모든 집기를 이동과 변형이 자유롭게 디자인 기획하는 것이 가장 특별한 도전이다. 새것과 오래된 것이 공존하는 곳, 조형성과 실용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공간으로 브랜드는 물론 공간 디자인 업체의 성격도 잘 드러나는 결과물이 완성됐다.
최근 백화점과 쇼핑몰, 프리미엄아울렛 쪽에서는 유아동복 조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서양네트웍스(대표 방소현)의 야심작인 여아 전문 편집숍 ‘아꽁떼’ 롯데백화점 수원점, 한세엠케이(대표 김지원․임동환)의 ‘컬리수’가 새롭게 입점한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 매장, 네파(대표 이선효)의 ‘네파키즈’가 내놓은 신규 매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매장들을 모두 작업한 와이드디자인은 무려 30년 업력을 갖고 있는 전문 기업이다. 아동복 대표 전문기업 중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서양네트웍스와 25년 동안 파트너십을 유지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최근 출생률 하락으로 유아동복 시장이 전과 같지 않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추구하는 브랜드들이 늘면서 와이드디자인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와이드디자인, 아꽁떼 · 컬리수 등 키즈계 넘버원
이 회사는 가구 제작 업체를 모회사로 두고 있어, 브랜드의 공간 설계부터 디자인은 물론 VMD를 위한 집기 제작까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오랜 업력을 갖고 있음에도 꾸준히 새로운 부자재를 연구하고,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부지런히 반영해 만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 브랜드의 경우 유통사의 공통 매뉴얼 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녹이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백화점 측 컨펌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백화점 컨펌을 통과하는 것이 실력이고 노하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 와이드디자인은 오랜 경험을 통해 백화점의 기준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브랜드가 원하는 새로움을 추가하는 탁월한 디자인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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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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