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디 이어 무신사까지, 지금이 기회! 일본 열도 달군 K패션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24.05.13 ∙ 조회수 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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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를 필두로 한 SPA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흔들린 일본 내수 패션 시장이 한국 패션 브랜드에 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다. ‘젝시믹스’ ‘마르디메크르디’ 등 브랜드는 물론 무신사, 누구에 이어 현대백화점 같은 유통사까지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행보가 적극적이다. 현재 일본 상권 내 한국 브랜드에 대한 반응은 어떻고,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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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많은 사람이 오가는 일본 도쿄 시부야. 하나의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고 늘 다양한 착장을 구경할 수 있는 이곳에 코로나19 시기 이후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스타일이 있다. 바로 한국식 화장과 스타일링을 한 젊은 층이다. 제니(샤넬), 지수(디올뷰티), 트와이스 다현(마이클코어스), 손흥민 & 전지현(버버리), 사나와 정국의 개인 활동 옥외광고 등 K-스타의 모습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인근에 맥도날드가 자리하고 있던 곳에는 국내 프랜차이즈 ‘맘스터치’가 4월 16일에 오픈했고, 2층 규모의 ‘에이랜드’ 매장은 4년째 일본 젊은 소비자로 북적이고 있다. 핫한 미야시타파크 2층에는 ‘젝시믹스’가 레깅스로 일본 여성들과 소통 중이고, 인근에 있는 전통의 프리미엄 유통인 신주쿠 이세탄백화점에는 한국 여성복 ‘쿠메’가 연초에 이어 두 번째 팝업을 열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이칸야마역 인근에는 ‘마르디메크르디’가 5월 2층 규모 단독 플래그십스토어 개점을 앞두고 한창 공사 중이며, 젝시믹스는 곧 오사카 지역에 정식 매장을 오픈한다. 국내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 ‘아모멘토’도 올 하반기 일본 진출을 고민 중이고, 2월 초 진행한 쇼룸에 일본 유력 유통 바이어 150명이 참석해 화제를 모은 무신사는 올 하반기 롯데면세점 도큐플라자 긴자점에 해외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내수 특화 일본, 한국 브랜드에 무장해제


내수에 특화돼 진입 장벽 높던 일본 시장이 갑자기 한국 브랜드에 무장해제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9년부터 최근 5년 사이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 관계자들은 ‘SPA 역풍을 맞은 상태’라고 일본 패션 시장을 진단했다. 일본은 과거부터 개인의 개성을 중시한 다양한 스타일링이 혼재한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유니클로’를 필두로 한 SPA 브랜드의 강세 이후 역풍을 맞은 상태라는 것이다. 


유니크한 내수 브랜드들이 SPA에 밀려 자리를 잃은 사이 코로나19가 끝났다. 증가한 소비심리를 채울 수 있을 만한 매력적인 브랜드가 없던 중 K-팝과 K-뷰티로 한국을 접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식 스타일이 인기를 끌게 됐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 테스트를 부지런히 진행한 것이 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데도 주효한 역할을 했다.


새로운 MD가 필요해진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라쿠텐·아마존·큐텐 등 온라인을 통해 검증된 한국 브랜드를 오프라인 팝업으로 테스트를 하게 됐고, 합격점을 받은 브랜드들의 진출이 속도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일본 브랜드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와 매력적인 오프라인 공간 구성 등은 젊고 깐깐한 일본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허문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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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브랜드 기회 요소, 온라인 · 가격 · K-콘텐츠 등


내수, 오프라인, 중고가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들의 기회 요소는 명확해 보인다. △탁월한 온라인 전개 능력 △합리적인 가격대와 유연한 판매전략 △넓은 상품 라인 및 뛰어난 공간 연출 능력 등이다. 진입 장벽이 높아 리스크 대비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과거와 달리 무신사와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가 일본 진출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서, 시도해 볼 채널도 다양해졌다.


그래서일까. 대형 브랜드들의 진출 시도에도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일본 패션 시장의 높은 벽이 2019년 이후 한국 중소 브랜드들에 비교적 너그러워졌다. 온라인 라쿠텐이나 큐텐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일본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오프라인 팝업과 정식 매장을 속속 내놨고, 최근 5년 사이 성과를 거두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일본 시장에서만 10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젝시믹스와 ‘모이몰른’부터 한국 패션 브랜드로 편집숍 왕국인 일본 시장에 도전한 ‘에이랜드’, 플래그십스토어로 자사 브랜드 인큐베이팅을 시작한 ‘널디’, 한국은 물론 일본의 MZ세대를 사로잡은 ‘마뗑킴’까지 인상 깊은 오프라인 활약상을 남긴 브랜드를 하나하나 손꼽을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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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디, 하라주쿠 ‘한국 트렌드 안테나숍’ 역할


최근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에 불을 댕긴 것은 2019년 일본 하라주쿠 한복판에 단독 매장을 연 널디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던 에이피알(대표 김병훈)은 이 매장을 중심으로 스타들이 입은 옷이라는 입소문으로 인지도를 쌓은 국내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일본 시장을 공략했다.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널디의 라이프스타일로 꾸민 공간을 선보였는데, ‘널디 카페’로 운영하는 1층에 자사 포토부스 브랜드 ‘포토그레이’를 입점시켜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에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스티커 사진 트렌드로 일본 1020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세엠케이(대표 김동녕 · 김지원 · 임동환)의 유아동복 브랜드 모이몰른은 일본에서 18개 매장을 운영하며 작년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2020년 10월 일본 시장에 진입해 루쿠아 오사카점과 라포트 도쿄 베이점 등 쇼핑몰 위주 매장을 운영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중저가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였다. ‘운치 스카프’ ‘블루머 상하의’ 등 특유의 히트 아이템을 냈고, SNS 콘텐츠 소통에도 적극 나서 현지에서 입지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이몰른, 고퀄리티 중저가로 100억 달성


‘룰루레몬’마저 실패했다 10년 만에 재도전하게 만든 ‘레깅스 불모지’ 일본 시장에서 한국판 애슬레저로 100억 실적을 올린 젝시믹스를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대표 이수연 강민준)은 2019년 10월 일본 법인을 세우고, 2020년 3월부터 라쿠텐 등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차근차근 소비자를 공략하다 팝업스토어로 젝시믹스의 일본 채널을 확장했다. 


가격이 싸면 신뢰감을 갖지 않는 일본 소비자의 특성에 맞춰 국내에서 진행한 ‘1+1’ 판매 전략을, ‘재구매하면 1+1’ 혹은 ‘2장 구매하면 1장 더 제공’으로 풀어 진입장벽을 낮췄다. 무채색 레깅스가 더 많이 팔리긴 하지만, 추가 제공 상품을 통해 20개 가까운 젝시믹스 특유의 다양한 컬러를 경험하고 추후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현재 도쿄에서 가장 핫한 쇼핑몰인 시부야 ‘미야시타파크’에 지난해 11월부터 장기 팝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작은 매장임에도 한참을 머무르며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쇼핑몰 측 제안으로 연장 운영 계약을 마쳤고, 지난 4월 초 오사카 다이마루백화점 우메다점과 나고야 파르코에 연이어 정식 매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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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도 실패한 레깅스, 젝시믹스가 판다


무신사와 함께 일본 시장에 입성한 마르디메크르디는 5월 중에 도쿄 다이칸야마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준비 중이다. 전개사인 피스피스스튜디오(대표 박화목 · 서승완)는 다이칸야마 역 인근에 2층 규모로 마르디메크르디의 여성, 키즈, 스포츠, 라이프스타일까지 전 상품군을 보여줄 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는 국내에서 빠른 성장에 힘입어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입점과 무신사재팬의 일본 팝업스토어에 참여하면서 일본 소비자와 만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쇼룸을 방문하는 일본 소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확신을 얻고 직접 진출을 시도하게 됐다. 오픈 후 7개월간 상품과 콘텐츠 마케팅을 전방위로 펼치며 매출 100억원 달성을 향해 달린다.


무신사(대표 한문일)는 내수 중심인 일본 패션 편집숍들이 온라인에 약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해 일본 소비자를 공략 중이다. 2021년 1월 무신사재팬 설립 후 쇼룸 2회, 팝업 2회 외 개별 브랜드 팝업 지원 등을 통해 현지 니즈를 확인한 후 개성 있는 최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현지 바이어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다이칸야마 플래그십 여는 ‘마르디’ 100억 목표


‘글로니’ ‘레스트앤레크레이션’ ‘기준’ ‘떠그클럽’ 등 국내에서도 핫한 브랜드를 일본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현지에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올 하반기에는 도쿄 긴자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도큐플라자점에 글로벌 첫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자사 브랜드인 ‘무신사스탠다드’의 현지 공략 가능성도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중에서는 에이랜드(대표 정기남)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10월 도쿄 시부야의 가장 핫한 길인 스크램블 교차로 인근에 매장을 열고 ‘커버낫’ ‘마하그리드’ ‘비바스튜디오’ ‘이스트쿤스트’ ‘사뿐’ 등 국내 브랜드를 현지에 소개했다. 오픈 한 달 후인 11월에는 월 7억 매출을 달성해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에이랜드는 ‘니코앤드’ 전개사 겸 ‘포에버21’의 파트너사이기도 한 현지기업 아다스트리아와 손을 잡고 일본에 진출했다. PB인 ‘3.3필드트립’이 핵심 매출원인데, 마하그리드 등 파트너사의 주요 유통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오픈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한국 스타일을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주요 쇼핑센터로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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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랜드 · 무신사, 韓 디자이너 브랜드 발신지


일본 오프라인에서 활약 중인 한국 브랜드 담당자들은 핵심 매장을 오픈하는 데 ‘일본 유통사의 러브콜’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작년 ‘젠틀몬스터’를 시작으로 올해 마뗑킴, 안다르, 알브이엔의 팝업스토어를 유치한 한큐백화점 오사카 우메다 본점을 필두로 현지 패션 유통 기업인 아다스트리아는 에이랜드와 스컬프터의 현지 입성을 도왔다. 


2021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올위메이크이즈(대표 남수안)의 신발 브랜드 ‘아키클래식’은 다른 마케팅 없이 지풋, 치요다, 메가, 무라사키 등 다양한 일본 슈즈 및 의류 편집숍에 홀세일을 진행해 현재 약 700개 지점에 입점한 상태다. 올해는 일본 유명 아이돌을 모델로 활용해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주력할 계획이다.


패션은 아니지만 국내 H&B 숍 1위인 올리브영은 일본 뷰티 성지인 ‘앳코스메’를 통해 PB인 ‘웨이크메이크’ ‘바이오힐보’ ‘브링그린’의 일본 입성에 성공했다. 무신사도 자사 코스메틱 브랜드 ‘오드타입’으로 지난 4월 앳코스메 도쿄 플래그십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MZ세대 맞춰 일본 유통 콘텐츠도 변화 추세


내수 집중형으로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일본 유통이지만, 온라인과 모바일로 글로벌 동기화된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나서면서 그들의 니즈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국내 브랜드 담당자들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주 소비층의 변화에 맞춰 최근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를 유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이 국내에서 성공시킨 ‘더현대’ 플랫폼으로 일본의 파르코백화점과 협업한다는 소식이 한 차례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패션뿐 아니라 F&B나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한국의 콘텐츠가 일본으로 향할 수 있는 더 큰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좋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올해, 기회를 잡아 제2의 젝시믹스, 모이몰른 같은 성공 사례가 더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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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사는 <패션비즈> 매거진 5월호에 수록된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온라인에서는 패션비즈 회원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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