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건ㆍ김하은ㆍ서지흔 등 함리스 패션 디렉터 3

이유민 기자 (youmin@fashionbiz.co.kr)|24.01.26 ∙ 조회수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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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패션 룩은 힙하고 섹시한 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김태건, 김하은, 서지흔. 이들은 예쁘고 트렌디한 디자인에 소재부터 자재까지 친환경 소재를 접목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옷을 입는다.


자연에서 유래된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옷이 예쁘지 않으면 찾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은 것. 이 3인방은 브랜드 론칭 전 패션업계에서 활약하면서 ‘패션산업’의 환경문제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부터 폐기될 때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특히 한 벌의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는 방법을 독창적으로 고안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옷이 낡고 해졌을 때 언제든 같은 원단과 실로 수선할 수 있도록 수선 키트를 보증기한과 상관없이 보내주거나, 맞춤 테일러링을 통해 커스텀부터 수선까지 진행해 주는 서비스 등 지속가능패션 뉴 페이스들이지만 어느 누구보다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김태건 스타일딜리셔스 대표 & 정다정 팀장

한국다운 가치 + 친환경, 아시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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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딜리셔스(대표 김태건)의 여성복 브랜드 ‘안온’이 한국의 색과 정서를 담은 친환경 의류로 주목받고 있다. 안온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 데일리한 의류를 전개하면서도 입었을 때 완벽한 핏과 디자인으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안온을 전개하는 스타일딜리셔스는 맞춤 정장 브랜드인 ‘슈트패브릭’으로 유명하며 평균 3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테일러들이 상주하는 자체공방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인 체형에 전문화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복’에 도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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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건 스타일딜리셔스 대표를 주축으로 안온팀을 구축했고, 브랜드 전체 기획을 담당한 정다정 팀장을 포함 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안온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 팀장은 기획 초기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안온을 고안했다고. 그녀는 “과거의 나는 패션에 있어 맥시멀리스트였다. 수 없이 많은 옷 앞에서도 매번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주 옷을 사고 버리는 과정을 수십 년간 반복했다”라고 말했다.


판매 후 수선 & 리디자인, 오래 입는 옷을


이어서 “그러다가 반복되는 소비 패턴에 경각심을 가지고 고민하게 된 계기는 바로 안온 론칭을 준비하면서부터였다. 유독 손이 자주 가는 옷은 그 옷이 해질 때까지 입게 된다는 것에서 착안해 새로 론칭하는 안온에서는 이러한 옷들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모든 컬렉션은 100% 국내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의류 소재들은 자연으로 생분해되는 오스트리아 렌징사의 인디고 모달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배송 과정에서도 쓰이고 버려지는 태그, 패키지, 옷걸이는 재생펄프 등 생분해되는 원료로 생산하고 있다고. 테일러링 회사에서부터 시작된 브랜드인 만큼 자체공방을 통해 디테일한 수선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단순한 기장 수선뿐 아니라 셔츠에 앞부분을 짧게 수선하거나, 소매에 이니셜을 새기는 등 취향이 반영된 요청도 응하고 있다. 판매 이후에도 수선과 리디자인을 진행해 좋은 품질로 소비자가 오래 입을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있는 것.


브랜드 철학뿐만 아니라 한국인 체형에 맞는 패턴과 디자인으로 신생 브랜드임에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팝업을 열었고 ‘사각거리는 반팔셔츠’와 ‘넉넉하고 시원한 티셔츠’ 등은 품절되기도 했다.


김태건 대표는 “한국인 감성과 체형에 맞는 패턴을 고려해 만든 브랜드인 만큼 같은 아시아인에게도 안온의 의상들이 디자인과 패턴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향후에는 아시아 시장도 함께 공략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도예, 필사, 원예, 요가 등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활동을 브랜드와 접목할 예정이다.■


김하은 누아믹 대표

누아믹(nueahmik)= 김하은, 비건 패션 다양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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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아믹(대표 김하은)의 ‘누아믹(NUEAHMIK)’은 다각도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면서 패셔너블한 비건패션을 전개하는 디자이너 여성복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김하은 대표의 영어 이름을 반대로 작성하면 브랜드명이 되는 만큼 그녀의 가치관과 생각이 고스란히 컬렉션에 묻어난다.


개인 브랜드를, 특히 친환경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는 그녀의 첫 직장이었던 데님회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청바지를 제작하는 회사에 입사해 2년 동안 원단공장, 날염공장, 자수공장 등등 모든 공장을 돌아다니며 경험했다. 당시에는 모두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이었기에 신기하고 재밌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2년을 일하고 잠깐 쉬는 기간이 있었는데, 그때 우연히 청바지 산업이 환경과 이를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유해한지에 관한 내용이 담긴 다큐를 보게 됐다. 당시 현장에서 일했던 내가 스스로 이러한 문제점을 깨닫지 못한 무지함과 패션을 천직으로 삼으려 했던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업을 지속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휩싸였고, 이후 슬럼프가 깊게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실제 경험 녹인 시즌 주제로 설득력↑


이어 2013년도에는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패션레볼루션이라는 단체가 설립됐다. ‘누가 내 옷을 만들었나’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실시되는 등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며 김 대표는 ‘이 길이 계속 패션산업에 있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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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몇의 완벽한 사람들의 변화보다 불완전한 다수가 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2020년 ‘누아믹’을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무드와 이야기들을 모두 담아낸 누아믹은 매 시즌 그녀가 살아온 인생의 경험에서 주제를 찾으며 시즌을 전개하고 있다.


우주공포증과 결혼 등의 창의적인 컬렉션 주제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천연섬유와 재생섬유를 중심으로 사용하면서 의상은 감각적이고 ‘섹시한’ 룩을 선보여 주목을 받아왔다. 대중적이지 않은 누아믹 디자인들은 비건패션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일조했고, 오히려 ‘찐팬’들을 양성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다.


폐기물 제로 쇼룸 화제, 원단 ~ 철물 활용


또한 의상을 구매한 후 오랜 기간 입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증기간 없이 ‘맞춤 수선 키트’를 보내주고 있다. 소비자가 수선을 원하는 부분을 말하면 그에 맞는 실과 똑같은 소재를 보내준다. 그녀는 “수선할 때 최대한 비슷한 실이나 부자재를 쓰더라도 원래 옷과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수선 후 잘 안 입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었다. 내가 돈을 주고 사도 좋으니 똑같은 실과 부자재를 보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옷을 사자마자 체형에 맞게 수선할 수도 있지만 오래 입다가 체형이 바뀌어 수선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런티 기간을 정하는 것이 말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다각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하는 브랜드인 만큼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팝업 매장은 버려진 철물과 원단폐기물을 사용한 ‘폐기물 제로 쇼룸’으로 만들어 큰 화제를 모았다. 향후에도 그녀는 브랜드를 통해 이야기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서지흔 네이크스 디렉터

뉴 소재 개발, B2B 사업까지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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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셔스웨어(대표 서인아)의 ‘네이크스’는 프렌치 컨템퍼러리 무드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처음 서인아ㆍ서지흔 공동대표로 함께 론칭했고, 현재는 마케팅ㆍ경영ㆍ생산은 서인아 대표가,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서지흔 디렉터가 담당해 균형감 있는 브랜드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서지흔 디렉터는 대학시절 다양한 주제의 소재 수업을 들으면서 ‘옷’ 자체가 디자인적인 부문만이 아닌, 인간의 삶과 환경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관심’에 그쳤다면 본격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를 론칭해야겠다는 결심은 프랑스 파리의 패션 아틀리에에 재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 디렉터는 “당시 ‘환경’을 무시하고 굴러가는 패션산업에 대해 분노 같은 것이 계속 일었다. ‘여기에 대해 왜 사회가 변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휩싸였다. ‘이 감정을 부정적으로만 표출하는 것보다 좀 더 긍정적인 열정으로 바꿀 수 없을까’라고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레더 가죽 연구, 범용화에 주력


이어 “당시 대학동기였던 서인하 대표도 벤더 회사에 근무하며 대량생산과 대량폐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퇴사를 한 시기였다. 이때 같이 조금 더 의미 있는 브랜드를 론칭해 보자가 지금의 ‘네이크스’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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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가 없었던 당시에는 베지터블 가죽과 한지 가죽을 사용하기도 했다. 2년 전부터는 선인장 가죽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친환경 시장이 발전하는 동시에 네이크스는 그 이상의 ‘넥스트 스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제 소가죽을 갈아서 다시 원단으로 제작하는 리사이클 가죽을 연구 개발해 리사이클 미니백을 선보였으며 옥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메스 물질을 적용한 바이오 가죽도 제작했다.


인식 개선 필요, 지속가능성 콘텐츠화


그녀는 “현재 바이오 레더 가죽 연구 개발에 참여해 컬러와 텍스처 등 실제로 옷에 적용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도출하는지 테스팅하면서 범용화에 힘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네이크스 브랜드뿐만 아니라 B2B 비즈니스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서인아ㆍ서지흔 컨셔스웨어 공동대표는 “의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단계를 넘어 원단이 생산될 때부터 단추 같은 자재들이 폐기되는 것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불필요한 공정으로 환경적인 영향을 끼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실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이 알려지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과 브랜드들의 노력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의식이 높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캠페인이나 페어 등으로 직접적으로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고 지속가능패션을 콘텐츠화해 좀 더 젊은 세대까지도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4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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