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걸 LG상사 LG패션 부사장

    김숙경 발행인
    |
    05.12.18조회수 8574
    Copy Link
    180Cm 77Kg의 건장한 체격에 단정하게 깎은 곱슬머리, 여기에 금테 안경을 쓴 젠틀한 신사 이미지의 구본걸 LG상사 LG패션 부사장. 예리한 눈매와 날카로운 질문으로 때로 주위 사람을 긴장시키게 만들지만 먼저 손을 내밀며 활짝 웃을 때는 구수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활력이 넘치며 항상 새로운 것에 오픈 마인드인 그가 LG패션을 패션 대기업에서 리딩기업으로 체질 변화시켜 가고 있다.



    구 부사장이 LG상사의 패션 & 어패럴부문 부문장으로 선임된 것은 지난 2004년 1월. 만 2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지금 LG패션은 제조중심 사고의 틀을 벗고 패션 마케팅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마켓상황에 대응력이 뒤떨어졌던 과거와 달리 최근 LG패션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브랜딩 정책을 통해 패션 리딩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올 한해는 지난 1년 동안 공들인 결과물들이 수면위로 속속 떠올랐다. 소재 경쟁으로 일관해 왔던 신사복 시장에 실루엣 혁명을 불러일으킨 「마에스트로」의 선전, 아웃도어 시장에 신컬러 개념을 도입한 「라푸마」의 런칭,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닥스」의 성공적인 리뉴얼과 명동 플래그십숍 오픈.

    뿐만이 아니다. LG패션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헤지스」의 첫 라인확장 작업인 「헤지스레이디스」의 성공적인 시장진입과 아동복 「캔키즈」의 상표권과 영업권 인수, 여기에 매스밸류 마켓을 겨냥한 「타운젠트」와 「TNGT」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숨가쁘게 LG패션은 올 한 해를 달려왔다. 3~5년에 걸쳐 일어날 일들이 구 부사장 체제 출범 이후 불과 2년도 안돼 일사천리로 추진되면서 LG패션을 바라보는 외부 시각도 크게 달라졌다. 보수적 성향의 돈 많은 대기업에서 지금은 어떤 패션전문업체보다 기획력 기동성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이 모든 것은 경영 2세인 구 부사장이 지난 2년 동안 일궈놓은 결실임에는 분명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졸업한 구 부사장은 현지 회계법인인 Cooper & Lybrand에서 공인회계사로 첫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외국 회사에서 5년간 근무하며 사회생활의 기본기를 닦은 그는 귀국 후 LG회장실 LG증권에서 재무 관리파트에서 활동했고 LG전자 미국지사, LG산전 관리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해 1월 LG패션 부문장을 맡아 본격적인 CEO의 길에 나섰고 첫 출정에서 시행착오 없이 바로 홈런을 날렸다.

    매일 아침 30~40분 정도 뛰고 청담동 집에서 신사동 사무실까지 걸어서 출근하며 주말 오전에는 등산을 즐기는 것이 그의 건강유지 비법. 고객이 자랑스러워하는 파워 브랜드를 다량 보유한 패션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그를 통해 LG패션의 미래를 그려본다.


    “파워브랜드 보유한 패션기업”

    “지난 2년간 제가 해온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BPU 단위로 돼 있는 조직운영에서 각 BPU장에게 권한을 위임 위양한 것 뿐이다. 다행히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각 브랜드 운영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고, 성과가 나오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제조 위주의 사고를 마케팅 중심, 브랜딩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차별화와 변화를 강조한다. 시장의 니즈,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이를 앞서 제시하는 기업만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LG패션이 보유한 브랜드들이 올 한해 지속적으로 변화를 해왔고 그 결과 마켓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마에스트로」는 패브릭 중심의 사고를 스타일로 전환시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까지 내부 만족도는 70점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1백%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브랜드만이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생명력을 지닌 브랜드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신사복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마에스트로」는 지속적으로 남성복 패션문화를 리딩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헤지스」는 LG패션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런칭 6년차에 「헤지스레이디스」로 라인 익스텐션 작업이 이뤄졌고 리딩 브랜드로 성장할 기반을 닦았다고 보여진다. 「헤지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잘 구축해 놓은 만큼 앞으로 더욱 좋은 상품으로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싶다. 최소한 10년은 브랜드 이미지를 꾸준히 고객들에게 전달해야지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남성 여성을 다지는 작업과 함께 내부 준비가 되는 대로 액세서리까지 확장해 상품 구색을 갖출 계획이다. 이들 라인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볼륨화되면 진 키즈 등으로 확대할 구상이다.”




    “10년 인정받아야 브랜드이다”

    “올해로 국내 런칭 25년이 된 「닥스」의 이미지를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되 젊게 리뉴얼한 것도 적절했다고 보여진다. CDO인 김영순 상무 영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닥스」의 리뉴얼 작업은 여성복 남성복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골프웨어 핸드백에 이르기까지 긍정적인 시너지효과를 낳고 있다. 명동 플래그십숍 오픈도 브랜드 격을 올리는데 크게 일조한 것 같다. 이곳 매장에 대한 고객들 반응을 지켜본 후 유사한 플래그십숍 스토어를 1~2곳 더 오픈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좀더 젊고 새로운 느낌으로 「닥스」의 변신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라푸마」도 경쟁이 치열한 아웃도어 시장에 차별화된 상품구성과 컬러웨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라이선스 브랜드로 출시 첫 시즌만에 오히려 용품과 의류를 프랑스 본사를 통해 홍콩 유럽 매장에 역수출할 정도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상품 출시 전부터 월2회 백두대간 대장정 이벤트와 자연보호 캠페인을 통해 「라푸마」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도 주효했던 것 같다.

    「캔키즈」에 대한 상표권 및 영업권 인수는 아동복 사업 진출을 위한 첫 단계로 추진됐다. 「닥스키즈」 런칭이 확정된 상태에서 단일 브랜드 전개만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두손21과 최종 계약을 맺고 「캔키즈」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동성이 생명인 아동복을 대기업에서 추진할 경우 탄력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를 라이선스 형태로 전개하게 된 것이다. 라이선스 파트너인 파스텔세상을 통해 「닥스키즈」도 내년 가을부터 선보이게 될 것이다.”


    고부가가치 감성사업에 포커싱

    “LG패션이 보유한 역량이나 노하우 측면에서 볼 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패션 사업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때문에 매스밸류 마켓을 겨냥해 런칭한 「타운젠트」 「TNGT」경우도 가격경쟁이 치열한 할인점보다는 가두상권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BPU 단위로 성공적으로 추진되면서 LG패션은 지난 10월 실적이 7백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한마음이 돼 고객들에게 홍보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올해 매출도 계획대비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수익률도 패션업계 최강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분야는 감성부문에 치우치다 보니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경영의 질이나 조직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것 같다. 미약한 부문만 보완하면 패션산업도 고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산업임에 분명하다. LG패션은 지난 2년 동안 조직과 조직원 개개인들의 업무에 대한 프로세스 개선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브랜드마다 ‘브랜드력’을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올 한해는 조직역량 인재양성 그리고 조직문화 활성화에 역점을 뒀다. 예를 들어 2년
    정도의 개발과정을 거쳐 ‘임직원 사내교육 시스템 체계’를 완성했다. 직급 직무별로 세그먼테이션해 1인1교육 이상 원칙에 따라모든 직원들이 개인의 업무와 직급에 맞는 교육에 의무적으로 참가토록 했다.

    조직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월례세미나’에서는 외부 마케팅 성공 사례 강의를 듣거나 사내의 업무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어 마케팅 역량에 대한 감각을 높이고 있다. 또한 월 1회 전임직원이 참여하는 ‘호프데이’를 가져 팀웍과 우리라는 의식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했다. 저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과 피자미팅 도시락미팅 등을 통해 살아있는 많은아이디어를 얻고 있다.”


    진정한 명품브랜드로 도약을

    “전세계가 단일 마켓화되고 있는 가운데서 LG패션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진정한 명품으로
    의 도약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다양하고 빠른 정보 습득 및 해외시장 테스트를 위해 유럽과 미국 등에 해외지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LG패션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헤지스」와 「라푸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내년 F/W시즌에
    김영순 상무 주도로 30대 커리어층을 겨냥한 신규 여성복 브랜드 런칭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옷에만 국한되지 않고 감성사업이 투영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진정한 패션회사가 되려면 고객역량에 맞게끔 계속 변화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모든 브랜드들이 고객들에게 자부심이 될 수 있는 파워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다.”



    구본걸 부사장 약력

    1980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
    1984년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Wharton School MBA
    1985년 Cooper & Lybrand 공인회계사
    1990년 LG회장실 재무팀
    1995년 LG증권 이사
    1997년 LG회장실 기업투자팀장(상무)
    1998년 8월 LG전자 미국지사 상무
    2003년 1월 LG구조조정본부 사업지원팀장(부사장)
    2003년 4월 LG산전 관리본부 본부장(부사장)
    2004년 1월 LG상사 패션&어패럴부문 부문장(부사장)

    Banner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