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고 쿠미코 l 일본 이나고쿠미코디자인오피스 대표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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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7.09조회수 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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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F(대표 오규식)가 내년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헤지스골프」의 대대적인 리뉴얼 작업에 들어갔다. 모던 브리티시 골프웨어라는 콘셉트로 심플하고 무난한 골프웨어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 회사가 선택한 리뉴얼 수장은 일본 「파리게이츠」를 28년 동안 이끈 이나고 쿠미코 이나고쿠미코디자인오피스 대표다.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파리게이츠」 출신 CD와 「헤지스골프」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리뉴얼 준비에 한창인 이나고 CD를 만났다.






    - 「헤지스골프」에 대한 첫인상과 변화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기존 「헤지스골프」는 MD 중심의 브랜드라는 인상이 굉장히 강했다. 작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잘됐던 상품은 올해도 만들고, 올해 잘된 것은 내년에 또 선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전한 브랜드 운영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상품이 많아짐으로써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가 점점 약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됐다. 실제로 오규식 LF 사장의 요구도 「헤지스골프」만의 오리지널리티에 집중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억지로 새로운 어떤 상품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이번 시즌에는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까?’에 우선해서 차근차근 브랜딩하고 싶다. 아무래도 심플한 이미지이다보니 기존에 사용하던 소재도 40% 이상이 폴리에스터 위주로 제한적이었는데, 일본 소재 중 변화가 가능한 기능성 소재 사용을 늘리고 싶다. 예를 들면 면터치나 니팅 기능성 원단 등이다. 소재 활용을 다양하게 하고 싶다.


    - 「헤지스골프」의 강점과 보완할 점은 무엇인가?

    「헤지스골프」의 강점은 ‘평범함’이다. 누가 언제 어떻게 입어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과 스타일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나쁘게 보면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평범함이라는 강점은 동시에 보완할 점이기도 하다. 아직 한국 마켓에 대한 파악을 정확히 마친 상태가 아니라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 「헤지스골프」의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신규 소비자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있나?

    트렌드와 오리지널리티 사이의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 시즌 임펙트를 줄 수 있는 확실한 기획 상품을 하나씩은 꼭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헤지스골프」의 오리지널리티는 이런 것이고, 이렇게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다. 편안한 감성을 가진 브랜드에 강렬한 느낌을 너무 강조하게 되면 기존 소비자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밸런스 조율에 신경을 쓸 것이다.


    - 최근 한국 골프웨어 시장은 ‘스포츠 퍼포먼스’에 집중한 두잉 골프 시장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런 시장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확실히 ‘무브먼트’를 강조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게 정말 시장에서 원하는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이틀리스트」가 잘되기 때문에 다들 그 스타일을 따라 선보이는 것은 아닐까?

    지난겨울 한국에 왔을 때 길거리를 지나다 ‘롱패딩’ 열풍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롱패딩을 내놓는 통에 ‘저것이 팔릴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정말 날개 돋친 듯이 팔렸고, 모든 사람이 롱패딩을 입고 다녔다.

    일본에도 트렌드가 있지만 맹목적이지는 않다. 최근 일본에도 오리지널리티를 지키는 브랜드가 점점 줄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은 좀 더 심했다. 전 복종의 브랜드가 ‘무브먼트!’를 외치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 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웃음).


    - 전 세계가 애슬레저 무드로 흐르고 있는데, 일본은 영향이 적은 편인가?

    일본의 골프웨어 시장은 완전 다르다. 아직도 「파리게이츠」가 단독 1위를 지키고 있다. 물론 「파리게이츠」가 만들어 잘 팔리는 상품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따라 만드는 경향이 일부 있지만 브랜드별 특성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일본은 ‘마켓 인(Market In ; 소비자나 트렌드를 우선해 상품에 반영하는 것)’보다는 ‘프로덕트 아웃(Product Out ; 브랜드가 오리지널리티를 반영해 상품을 만든 후 트렌드가 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덕트 아웃하는 브랜드가 시장을 리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 헤지스골프 2018 봄여름 화보


    - 프로덕트 아웃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마켓 인’은 한국시장의 강한 특징이다. 브랜드가 내놓는 상품들이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따라 매번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 「헤지스골프」도 그런 경향을 따르다 오리지널리티가 약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파리게이츠」에서는 1991년부터 2018년 2월까지 28년 간 근무했다.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골프웨어를 작업할 때 ‘특별히 골프를 칠 때 입는 옷’을 디자인하지 않았다. 내가 평소에 입는 스타일을 골프웨어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때문에 최근 디자인에는 실루엣이 넉넉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골프웨어도 많이 등장했다.

    현재 한국의 골프웨어는 정말 슬림하고 딱 붙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일본도 4년 전까지는 피케셔츠를 피트하게 입는 스타일이 유행했지만 「파리게이츠」가 루즈핏 골프웨어를 내놓으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브랜드의 가치관에 집중해 상품을 내놓으면 소비자와 시장은 반드시 반응해 준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일본 역시 마켓 인의 양상을 띠는 흐름이 보이기는 한다. 잘 팔리는 것 위주로 내놓다 보니 시장에 비슷비슷한 것이 많이 보인다. 불황이니까 모두가 잘 팔리는 것 위주로 상품을 출시할 때(마켓 인에 집중할 때), 「파리게이츠」는 흔들리지 않고 프로덕트 아웃에 힘을 쏟아 리더의 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이런 브랜드를 준비해야 지속가능한 시대다.


    - ‘골프웨어’는 한국 일본에만 있는 특수한 분야다. 두 나라에만 골프웨어 시장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주나 유럽에서는 골프가 고급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스포츠웨어에 골프를 위한 기능성 스파이크 슈즈를 신고 가볍게 50~100달러의 비용을 들여 골프를 즐긴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골프는 ‘접대’의 이미지를 가진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갖춰 입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한 번 필드를 돌 때 30만원 이상이 필요한 ‘부자들의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골프웨어를 특별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일본도 최근에는 1만~2만엔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대중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일상의 의복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기능성 골프웨어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 미주와 유럽에 골프웨어가 없다는 것은 반대로 기회일 수도 있다. 골프를 특별히 좋아하는 소비자가 있다면 분명 골프에 특화된 스포츠웨어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파리게이츠」를 미국 시장에 론칭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웃음).


    - 지난 3월 디자인오피스를 설립해 독립했는데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개인 디자인 사무소를 차리기 전에 LF와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회사 대 회사로 계약하고 싶어서 3월까지 계약을 미뤘다. 현재는 LF와 「헤지스골프」가 나의 가장 큰 일이다. 이것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회사가 안정되면 골프웨어가 아닌 다른 어패럴 브랜드와도 일해 보고 싶다.

    「파리게이츠」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을 당시에는 컬러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타 브랜드에서도 컬러링 노하우를 많이 물어보기도 했는데, 오래 일하며 쌓아온 나의 노하우를 알리는 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내 방식대로 만든다’는 것은 만든 상품에 거짓이 없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물론 이렇게 만든 옷이 팔리지 않는 일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용서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고심해야 한다. 우선은 「헤지스골프」의 ‘마켓 인’적인 부분을 일부 살려 한국 시장에 적응하면서, ‘프로덕트 아웃’의 방식을 공존시키는 식으로 새로운 면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할 것이다.


    **패션비즈 2018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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