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트업 「무로엑세」 주목

    minjae
    |
    17.03.16조회수 7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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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멀리즘 + 실용주의 + 공정함



    난 2012년 로베르토 에렌디아와 에스메랄다 마르틴은 슈즈에 대한 열정만으로 패션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원래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던 두 사람은 「무로엑세(Muroexe)」라는 브랜드를 공동 설립했고 이듬해인 2013년 9월 드디어 첫 슈즈 컬렉션을 론칭했다. 이미 존재하던 수많은 ‘메이드 인 스페인’ 패션 브랜드들이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때다.

    인지도도 전혀 없고 게다가 판매하는 제품은 오직 하나, 슈즈였다. 무모하게만 보이던 이들의 도전은 단 2달 만에 첫 컬렉션 완판이라는 결과를 냈다. 그리고 지금 「무로엑세」의 슈즈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물론 뉴욕, 베를린, 도쿄의 거리를 누비고 있다. 이 브랜드의 성장 비결이 궁금하다.

    「무로엑세」의 본사는 마드리드의 중심부, 일명 ‘말라사냐’라고 불리는 곳에 있다. 이곳은 서울의 홍대앞과 비슷한 곳으로 젊은층,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낮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있는 한적한 동네 같지만 밤이 되면 마드리드에서 가장 힙한 바와 레스토랑들을 찾는 현지인과 외국인들로 가득하다.

    2명이 시작한 스타트업 브랜드 3년 만에 훌쩍
    이곳에서 「무로엑세」의 마케팅 디렉터 로만 이글레시아스를 만났다. 3년 만에 엄청난 고속성장을 하는 바람에 처음에 임대한 이 사무실이 이제는 너무 비좁아 다른 사무실을 알아봐야 할 지경이라며 자랑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무로엑세」는 정체성이 확실한 브랜드다. 미니멀리즘과 실용주의로 대표되는 브랜드 정체성은 디자인, 마케팅, 경영철학 전반에서 확인된다.

    “「무로엑세」 디자인의 핵심은 아름다우면서 편한 신발입니다. 잘 차려 입은 느낌을 주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편안함을 위해 디자인을 버릴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편하면서도 슈트, 캐주얼 그 무엇과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하죠.”
    따라서 불필요한 디자인은 과감히 생략한 정제된 디자인을 지향한다. ‘물질’ ‘원자’ ‘아톰’ 등과 같은 컬렉션 이름에서도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이러한 정체성은 마케팅에서도 이어진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브랜드를 알리지 않는다.

    ‘미니멀리즘 디자인 + 실용주의 추구’ 고속성장
    ‘30대 도심 거주자들’이 이들의 타깃이다. 이 중 본인의 전문 분야에 종사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 타깃층을 잡기 위해 「무로엑세」는 이들이 모이는 곳에서 집중 마케팅을 한다. 바로 온라인과 문화예술 분야다.

    “저희 역시 셀러브리티를 통한 홍보 활동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셀러브리티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아니에요. 예를 들면 대중은 잘 알지 못하는 젊은 건축가가 저희에겐 훌륭한 셀러브리티죠. 그를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제품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높은 광고료가 드는 기존 메이저 매체를 통한 홍보 대신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확실한 타깃층을 노린 실용적인 마케팅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스타트업 브랜드를 가장 이 브랜드답게,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경영철학이다. 일명 ‘착한 브랜드’가 되겠다는 것이다.



    ‘전문직 문화예술 관심인’ 확실한 타깃층 선정
    “우리는 우리 제품을 만드는 이가 행복할 때 제품의 가치가 더 발휘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생산 공장을 아주 신중하게 고를 수밖에 없었죠.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저렴한 원료를 사용하거나 노동 착취를 하는 공장들과는 절대 거래하지 않아요.”

    그래서 수개월간의 노력 끝에 마드리드 인근 톨레도에 위치한 공장과 중국 샤먼에 위치한 공장 등 2곳과 계약을 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우선 톨레도 공장은 임직원 약 35명에 1500㎡ 면적의 생산라인을 갖춘 곳으로 「무로엑세」 제품의 65%를 생산한다.

    중국 샤먼 공장은 임직원 65명에 3000㎡ 규모의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이곳에서는 좀 더 세심한 테크니컬이 필요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한다. 「무로엑세」가 약속하는 또 다른 하나는 동물성 원료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가죽 등 동물을 죽여서 만드는 제품이 아닌 실용적이면서도 뛰어난 원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정직한 생산공정 OK, 동물성 원료 절대 안돼!
    「무로엑세」의 또 다른 경영방침은 바로 ‘고객지향적’인 브랜드 운영이다. 처음 2명의 동업자로 시작한 이 스타트업 브랜드에서는 현재 1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인원이 많은 부서는 바로 ‘고객만족팀’이다. 13명 중 3명이 이 팀에서 일한다. 가장 큰 이유는 판매 방식이다.

    “「무로엑세」는 브랜드 매장이 없어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에서 판매하거나 유통 바이어를 통해 편집숍에서 판매하죠. 현재 판매 중인 곳이 전 세계에 14개국 정도 있는데 이곳에서 매일매일 수많은 문의와 불만이 접수됩니다. 특히나 슈즈라는 제품 특성 때문에 더 힘든 부분이 있어요.” 꼭 맞지 않으면 안 되는 슈즈의 특성 때문이다.

    “의류의 경우 사이즈가 살짝 작거나 커도 입을 수 있지만 슈즈는 사이즈가 꼭 맞지 않으면 불편해서 신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환불이나 교환 요구도 많고 힘든 점이 많지만 어쨌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건 저희가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매장없이 매출 60% 이상은 온라인에서 올려
    현재 「무로엑세」 판매의 6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매장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인력을 절감해 고객만족과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그러나 「무로엑세」에 소비자는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 그 이상이다. 디자인 초기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브랜드이다 보니 여러 실험과 시도를 해 봤어요. 다자인 역시 콘셉트를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그럼 직접 한번 물어보자’ 이렇게 된 거죠. 현재 약 10만명에 이르는 고객의 데이터가 저희에게 저장돼 있는데 이를 통해 온라인 설문조사 등의 방법으로 의견을 듣는 거예요.” 실제로 「무로엑세」의 디자인 선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소비자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번 시즌에 앵클부츠를 선보였는데 원래는 더 낮은 높이로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통해 의외로 고객들은 발목 위까지 덮는 높은 부츠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소비자 의견을 수용한 디자인으로 전면 수정해 출시했다. 이 때문에 출시되지도 못하고 버려진 디자인만 해도 수없이 많다는 게 마케팅 디렉터의 첨언이다.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 위한 브랜드
    이러한 디자인 방식은 신제품 판매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이 실제로 최종 제품을 구매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더욱 이득이다. 또한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실제로 「무로엑세」의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매우 높다. 브랜드 자체 조사에 따르면 「무로엑세」의 고객 1인당 총 1.9켤레의 슈즈 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많은 수가 재구매를 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객의 경우 지금까지 총 15켤레를 구매했다고 한다.

    이렇게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은 고객은 브랜드에 매우 고마운 존재다. 기존 고객만으로도 신제품의 판매가 어느 정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무로엑세」가 신규 소비자 발굴만큼이나 기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고객의 충성도에 투자해 재구매율 높여라!
    「아돌포도밍게스」 「까라멜로」 등 수십 년의 역사와 네임밸류를 가진 스페인 패션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로 힘을 못 쓰고 있을 때 탄생해 3년 사이에 업계와 브랜드 스스로도 놀랄 만큼 빠른 성장을 한 「무로엑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현재 가장 많이 판매하는 국가는 스페인과 독일이지만, 가장 큰 관심을 두는 곳은 미국과 일본 시장이에요. 미국 시장의 경우 현재 온라인 판매에서 나아가 올 3월부터는 현지 편집숍에도 론칭합니다. 일본의 경우 시장이 보수적이라서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점점 반응이 오고 있어요. 올해는 우선 이 두 시장에 가장 매진할 계획입니다.”

    아시아 마켓 중 한국 역시 이미 유통 바이어와 함께 론칭을 논의 중이며 우선 소수의 제품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한국, 특히 서울의 도시 생활과 높은 기술적, 문화적 수준에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 밖에 홍콩, 대만과도 활발하게 진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목표 미국 · 일본! 한국 진출에 관심
    브랜드 론칭 후 지난 3년간 「무로엑세」가 전 세계에 판매한 슈즈는 약 6만켤레다. 누적 매출은 약 400만유로(약 5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 3년간 판매한 숫자의 꼭 2배인 12만켤레라고 한다. 특히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는 슈즈 컬렉션 외에 다른 아이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로엑세」는 슈즈 브랜드에만 머물지는 않을 거예요. 더 다양한 제품을 통해서 종합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할 것입니다. 물론 경영철학은 유지하면서요. 단순히 판매를 위한 판매보다는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브랜드로 남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전세계를 강타한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탄생한 스페인에서 이제 또 다른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패션비즈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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