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델핀
|「다비델핀」 CEO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1970년생, 스페인 말라가 론다 출신
· 2001년 「다비델핀」 브랜드 론칭 및 바르셀로나
Circuit de Barcelona에서 ‘Openin Nite’
컬렉션으로 데뷔
· 2003년 마드리드 시벨레스 패션위크에서
‘In Loving Memory’ 컬렉션으로 그 해
영 디자이너상 수상
· 2009~2010년 뉴욕 패션위크 참여
· 2016년 스페인 문화부 주관
‘올해의 패션 디자인상’ 수상
· 마드리드 IED 디자인스쿨 교수



스페인 교육문화체육부가 주관하는 ‘스페인 올해의 상’은 문학, 영화, 미술, 패션 디자인 등 모든 예술 분야의 가장 빛나는 예술인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수상자는 단순히 업적이나 성과, 예술성만을 기준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가장 스페인적인, 스페인 문화를 대표하는’ 예술인에게 수여되는 자랑스러운 상이다.

2016년 스페인 올해의 상 패션 디자인 부문의 영광은 「다비델핀(Davidelfin)」의 수석 디자이너 다비드 델핀(David Delfin)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단은 “아방가르드한 디자인 속에 녹아 있는 스페인의 정체성과 과감한 아이디어 그리고 사회 환원 활동”을 수상 이유로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현재까지 뇌종양 수술과 그에 따른 후유증으로 투병 중인 디자이너 다비드 델핀에게는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는 원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던 미술학도였다. 그러던 그가 1998년 옷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곧 패션 디자인이 됐고 2001년 마침내 그를 지지하던 4명의 친구들과 함께 그의 브랜드 「다비델핀」을 론칭했다. 디자이너이기에 앞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이 더 뚜렷하던 그는 패션 브랜드 론칭 역시 예술 프로젝트의 한 일환으로 생각했다.

그림에 미친 미술학도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그의 디자인은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초현실주의와 미니멀리즘을 골자로 깔끔하게 이어지는 라인은 그의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그는 여성복에도 남성적인 터치를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디자인은 목이 길게 올라온 흰 셔츠와 미니멀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티셔츠 등이 있다.

그는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브랜드 론칭 때부터 이러한 인맥의 도움을 받은 행운의 디자이너다. 그의 인맥은 가히 전 문화예술계를 아우를 정도인데 가장 절친하다고 알려진 이들의 면면만 보아도 포토그래퍼, 건축가, 가수, 방송인, 영화인, 경제학자, 언론인 등등 그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활동 외에도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동했고 또 두각을 드러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스페인 최고의 와인 산지 리오하 지역의 유명 와이너리 중 한 곳인 핀카 데 로스 아란디노스의 호텔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것, 스페인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고야 시상식에서 단편영화 ‘V.O.’의 아트 디렉터로 수상 후보에 오른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뚜렷한 스타일 · 문화예술 아우르는 화려한 인맥
이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패션쇼에서도 비디오 아트, 음악 등을 런웨이에 접목해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혹자는 그를 패션 디자이너 이상의 아트 디렉터로서 패션을 매개로 한 예술을 보여 준다고 극찬하기도 한다.

「다비델핀」 론칭의 조력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빔바 보세는 모델이자 다비드 델핀의 영원한 뮤즈다. 그녀는 「다비델핀」의 시작부터 모든 컬렉션을 함께했으며, 유수의 시상식에 참석할 때면 어김없이 「다비델핀」의 컬렉션을 입고 대중 앞에 선다. 스페인의 유명 가수인 미겔 보세의 여자 형제인 그녀는 「다비델핀」의 가장 훌륭한 홍보대사로서, 또 컬렉션의 모델이자 뮤즈로서 늘 다비드 델핀의 옆을 지켰다.

다비드 델핀은 패션은 단순히 트렌드를 좇거나 보여 주는 것에서 나아가 감동과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덕분에 그의 패션쇼는 다소 충격적인 진행으로 늘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콘서트 같은 패션쇼’ 스페인 패션계 이단아
그중에서도 가장 큰 논란을 낳은 것은 지난 2002년에 진행된 쇼다. 당시 모델들은 얼굴 전체를 천으로 가린 채 목에는 밧줄을 걸고 런웨이를 워킹했는데 이 모습은 마치 당시 논란의 중심이 된 아프간 전쟁의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패션쇼는 때로는 콘서트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2011년 F/W 컬렉션 때는 그의 절친한 친구들인 밴드 알라스카가 등장해 패션쇼의 피날레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러한 튀는 연출은 일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늘 마드리드패션위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이너로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그는 패션에만 머물지 않고 패션을 예술로 승화한 디자이너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로서 활약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기꺼이, 또 훌륭히 수행한다. 특히 이런 작업들이 작품에 녹아서 그의 브랜드에는 그 어떠한 것도 예술이 아닌 것이 없다.

브랜드 로고는 왼손으로 작업한 캘리그래피
가령 브랜드 로고는 그가 왼손으로 직접 쓴 캘리그래피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또한 스페인 영화계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Los amantes pasajeros(영제: 아임 소 익사이티드)’의 의상 디자인을 담당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분야를 넓혀 홈 컬렉션 브랜드를 론칭해 인테리어 분야까지 그 영역을 점점 확장해 가고 있다.

늘 유쾌하고 빛날 것 같던 그의 암 투병 소식은 스페인 패션 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충격적인 뉴스였다. 게다가 그의 나이는 43세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부터 몸에 이상을 느낀 다비드 델핀은 같은 해 4월 뇌 속에 퍼진 3개의 종양을 잘라 내는 대수술을 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고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는 현재 기억력과 언어 구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 증상이 있다. 수술 이후 극도로 언론 접촉을 꺼리던 그는 지난해 6월 스페인 보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짧게 자른 머리를 한 인터뷰 사진 속 다비드 델핀은 측면으로 카메라를 깊게 응시하고 있다. 귀 윗 부분부터 머리 뒤쪽까지 수술 자국이 선명하다.

대수술 후 암 투병 중, 그러나 두려움은 없다
이 사진은 그의 연인이자 포토그래퍼인 파블로 사에즈가 촬영한 것으로 원래는 둘만의 추억으로 간직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전격적으로 언론과 직접 인터뷰를 해 심정을 밝혔다. 그는 쉽지 않은 수술이었으며 이로 인한 후유증도 겪고 있으나 전혀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병이 현재진행형임을 잘 알고 있으며 완치까지 어려움이 많을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생존력이 질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앞으로의 계획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암과의 싸움에 담담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스페인 문화부가 시상한 ‘올해의 상’ 패션 디자인 부문의 수상자 다비드 델핀. 문화부가 밝힌 바와 같이 그는 패션으로 스페인의 정체성을 보여 준 가장 스페인다운 패션 디자이너다. 그가 건강을 회복하고 스페인 패션 업계에 또 다른 전설을 써내려 가기를 많은 업계 관계자와 대중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