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라 파키네티 l 이탈리아 리딩 디자이너(前 「토즈」 CD)

    hae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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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2.13조회수 6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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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패션 다음 리더 동대문?”




    “서울은 이제 세계적인 도시다. 특히 동대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특히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역동성과 패션을 정말로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들의 결속력과 시스템,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된다면 세계적인 패션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미우미우」 「구치」 「발렌티노」 「핀코」 그리고 바로 전에 몸담은 「토즈」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디렉팅을 도맡으며 활약한 이탈리아 리딩 디자이너 알레산드라 파키네티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감정이다. 럭셔리를 주무대로 화려한 삶을 살아 온 그녀가 「토즈」를 마지막으로 잠깐의 휴식기를 가지고 리프레시에 들어갔다.

    한국을 첫 방문했다는 그는 “서울에 너무 늦게 왔다”며 “이럴 줄 몰랐다. 도시 전체가 기대 이상으로 다이내믹하고 매력적이다”라며 “그동안 서울의 명성을 많이 들어서 낯설지않으나 사람들이 밝고 진취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간 수많은 도시를 다녀봤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될 것 같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서울과 동대문, 다이내믹과 열정에 반하다”
    그는 휴식기간에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방학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보스니아 등에서 보낸 시간은 힘든 시간이었지만 값진 경험을 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뮤지션인 아버지의 예술 감각을 빼닮은 알레산드라는 동시에 논리적이며 마케팅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스마트한 디자이너다. 화려하고 깐깐할 것 같던 럭셔리 브랜드 디렉터의 이미지보다는 순수한 미소가 인상적인 디렉터의 모습이다. 숨 가쁘게 달려 온 만큼 휴식 기간 중에 서울을 방문한 그녀에게서 한국 패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전망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변화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그녀와 패션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나눴다.

    - 「토즈」를 끝으로 휴지기에 들어갔다
    “인생에 있어서 변화기를 갖고 있던 차에 「토즈」를 마지막으로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지금은 어떤 다른 제안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변화의 시기다. 지난 9월 말에 밀라노에서 뉴욕으로 본거지도 옮겼고 여러 변화를 시도하면서 다른 신선한 계획으로 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동안 럭셔리 브랜드에서 늘 쫓기는, 강도 높은 시간을 보내왔다. 학업을 마치자마자 쉼없이 달려왔고, 멋진 브랜드들에서 열정적으로 일하며 스포트라이트도 받아 왔다. 기자들과 세상으로부터 주목을 받아 왔지만 그 안에 허와 실이 존재하고, 어느 순간 내가 무언가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단지 나만 느끼는 게 아니라 럭셔리 패션 산업 전체가 느끼고 있는 실사정이 아닐까.

    물론 정말 좋았고 행복한 시간이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급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내가 지금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도저히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면서도 간혹 그런 생각을 해 왔지만 바로 지금 잠시 손을 놓고 휴식하면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원하고 행복하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 한국에서 인상 깊게 본 패션 스타일이나 장소는
    “서울은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도시로 여러 각도에서 영감을 얻는다. 도시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한국 여성들은 특히 개인화가 뚜렷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옷도 마찬가지다. 한국 패션에 카피도 있었지만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투영한다.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동대문이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동대문 안에서 만들어 내는 패션에서는 즐거움이 넘쳐났다. 역동적이고 모던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무척 새로운 세계였다. 청담동 명품거리도 멋진 곳이였으나 그곳은 내가 오랫동안 경험하고 일해온 세계다.

    하지만 동대문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새로운 세계였고 판타스틱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다르게 젊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패션을 좋아하고 창조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그런 활짝 열린 가능성이 주어졌다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시스템이다. 젊음과 기회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동대문이 글로벌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현명한 방법으로 동대문만의 스토리를 풀어내 해외 시장에 어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동대문에 대한 주제를 얘기할 때 마다 알레산드라는 여러 차례 ‘판타스틱’을 연발했다).”

    - 내로라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디렉팅을 맡아 왔다
    “오랜 기간 운이 좋았다. 아트 스쿨을 졸업하자마자 디자이너로 출발해 코디네이터, 남성복과 여성복 총괄 디렉터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까지 숨 가쁘게 달려 왔다. 노하우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한 가지 디렉팅에 몰두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일에만 집중하는 성격 덕에 좋은 결과물이 많이 나왔다.

    지난 2001년 「핀코」에서 스페셜 디지털 프로젝트 ‘유니크니스’를 맡아 진행했을 때도 즐겁게 일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디지털에 눈이 뜬, 터닝포인트가 된 계기였다. 처음엔 ‘이게 뭐지?’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가 점점 정열적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휴식 기간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일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는데 이는 현재 럭셔리 브랜드에 몸담은 임원들은 공통적으로 느낄 것이다. 가장 문제가 많던 카피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 등에 맞춰 매 시즌 정신없이 뛰어왔기에 지금의 브레이크 타임을 즐기려 한다.”

    - 동대문 패션 시스템, ‘넥스트 마켓’으로 볼 수 있을까?
    “동의한다. 동대문의 시스템은 패스트패션의 넥스트 마켓, 넥스트 커머스다. 그 스피드에 놀랐고 다양한 종류에 두 번 감탄했다. 이곳 사람들은 개인적인 성향과 스토리를 옷에 꼭 반영한다. 그래서 똑같은 상품이 나올 수 없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같은 옷처럼 보여도 자세히 보면 하나씩 다른 점이 있다. 동대문은 이제 여기에 아이덴티티와 테크닉을 넣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조직도 함께 움직여야 하며, 작은 브랜드들이 하나가 돼 움직인다면 무서울 정도로 성장할 것이다. 「유니클로」 「자라」 못지않은 능력을 갖춘 패션 플랫폼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대문 사람들이 오로지 장사를 위해서만 옷을 만든다면 발전 가능성은 제로라는 점이다. 브랜딩이 제대로 되려면 사람들에게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 줘야 한다. 동대문의 브랜딩은 출발은 매우 힘들겠지만 한번 발동이 걸리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상인들이 조금 두려워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이 두려움을 깨고 나오길 바란다.”




    - 논란이 되고 있는 ‘See Now, Buy Now’에 대해
    “패션계의 뜨거운 감자인 ‘See Now, Buy Now’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진정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럭셔리 전통에 장애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제대로 된 럭셔리를 만들기 위해선 핸드터치 작업이 많이 필요한데 아직 그렇게 공들여 등장한 럭셔리 브랜드를 보지 못했다.

    이미 5년 전에 럭셔리 시장에 온라인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때의 럭셔리 브랜드에 온라인은 너무 빠른 수단이었다. 지금은 모바일 시스템이 훌륭하다. 이를 정통 럭셔리와 어떻게 잘 접목하는지는 패션 브랜드의 과제다. 앞으로 정통 럭셔리와 균형을 잘 잡아서 나아갈 것 같다.

    이 문제도 그렇고 온라인 시장의 확장 등 지금 패션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나.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는 정답이 없다. 새로 등장한 방법과 정통의 것 중 어느 것이 더 좋은지 굳이 따지지 않고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 진정한 의미의 현 시대에 어울리는 럭셔리는
    “또다시 럭셔리를 디렉팅한다면 「에르메스」처럼 하고 싶다. 「에르메스」는 사람과 상품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가장 베이직한 방법으로 럭셔리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만큼 탄탄하다. 그리고 과거의 럭셔리가 옷장에 하나씩 가지고 있던 모피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럭셔리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즉 럭셔리 패션이 더욱 다양해졌다. 럭셔리 코트를 단순히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을 럭셔리에 맞춘다. 돈을 소비하는 방법이 다양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리하자면 럭셔리 아이템에서 전체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나아갔다. 럭셔리도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입혀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해야 할 시점이다.

    다른 내용이지만 언젠가는 패스트패션과 함께할 수 있는 럭셔리의 모습이 등장할 것이다. 패스트패션과 정통 럭셔리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 럭셔리 시장은 온라인 비즈니스와 패스트패션에 대해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자기계발에 집중하겠다. 그리고 지금의 휴식기는 앞서 말한 것처럼 리프레시 기간이다. 거주지도 뉴욕으로 옮긴 만큼 나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신선함을 주는 기간이다. 매 컬렉션을 위해 분주하게 뛰어 오면서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조금 더 나를 위한 삶을 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이내믹하게 일하고 싶다. 곧 뭔가 새로운 일, 변화된 일을 새로운 팀과 하고 싶다. 좋은 브랜드로부터 새로운 제안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동안 해오던 전통적인 방법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다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도전을 즐겨 보고 싶다. 한국에 온 것도 새로운 일에 대한 ‘자극과 계획’ 두 가지와 연결돼 있다. 지금 유럽에서는 서울이 큰 관심의 대상이고 세계적 도시로서 핫스팟이기도 하지만 여러 각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알레산드라 파키네티 l 이탈리아 리딩 디자이너(前 「토즈」 CD)

    · 1990년 Fashion Istituto Marangoni Milan
    · 1994~2001년 「미우미우」 여성 · 남성 디자인 브랜드 코디네이터
    · 2001~2004년 「구치」 여성복 · RTW · 액세서리 디자인 디렉터
    · 2004~2006년 「구치」 여성복 RT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2006~2008년 「몽클레어」 Founder Gamme Rouge lin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2008~2010년 「발렌티노」 여성 · 남성 RTW, 쿠튀르 &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2001~2012년 「핀코」 스페셜 디지털 프로젝트 ‘유니크니스’ 지휘
    · 2012~2016년 「토즈」 여성 RT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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