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産 중국 패션 브랜드 주목

    minjae
    |
    16.11.09조회수 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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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라야」 & 「오케이시」





    페인에는 「자라」만 있는 게 아니다. 시내 쇼핑가를 걷다 보면 이름은 낯설지만 여느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매장처럼 잘 꾸며진 매장들이 눈에 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가격도, 디스플레이도 훌륭하다. 예를 들면 「물라야(Mulaya)」나 「오케이시(Okeysi)」 같은 브랜드들이다.

    ‘물라야’라는 단어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가리키는 스페인어 무라야(Muraya)를 중국 사람들 억양으로 발음한 단어다. R과 L 발음을 자주 혼동하는 중국인들이 ‘무라야’라는 발음을 ‘물라야’라고 발음하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 관계자는 브랜드명과 만리장성의 상관관계를 부인한다. 「물라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에서 따온 브랜드명이라는 설명이다.

    「물라야」는 2005년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며 어느덧 스페인 전국에 약 30개의 매장을 가진 브랜드로 거듭났다. 인디텍스그룹의 「버쉬카」나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같이 10대 후반~20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중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물라야」의 창업주는 리사 바오(Lisa Bao)라는 중국 여성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태생, 알고 보면 중국 브랜드?
    지금도 물론이지만 창업 당시에도 스페인에는 이미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저렴한 잡화점이 즐비했다. 만물상과도 같은 이 잡화점에는 없는 게 없는데 그중에는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여온 듯한 촌스러운 액세서리나 옷가지들도 판매됐다. 그러나 리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글로벌한 기준에 맞춘 패션 브랜드를 세워서 스페인 본토의 영 캐주얼 브랜드들과 직접 겨뤄 보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창업 결심에 큰 힘을 보태 준 것은 바로 그녀의 남편 칭화 허(Quinghua he)와 자매인 에바 바오(Eva Bao)였다. 특히 그녀의 남편은 이미 스페인에서 건축, 인테리어 등의 사업체를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매장의 크고 작은 공사와 인테리어를 도맡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물라야」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매장을 낸다. 프랜차이즈 가맹주들이 브랜드의 사업 파트너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인에게만 프랜차이즈를 허락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맹주들은 주로 리사 바오의 친인척들이다. 중국인들 특유의 폐쇄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경영 체제를 따르는 셈이다.

    가족 경영 중심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사업 확장
    그러나 가맹주를 제외한 약 200명에 달하는 「물라야」의 점원과 직원 대부분은 스페인 사람이다.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리사 바오의 대변인 격이자 브랜드 성장팀 디렉터 하비에르 가르시아(Javier Garcia) 역시 스페인 사람이다.

    「물라야」는 스페인 패션 업계에서 흔히 중국 「자라」로 불린다. 자연스럽게 「물라야」의 창업주인 리사 바오 역시 「자라」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와 비교되곤 한다. 이 둘은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도 비슷하다. 또한 브랜드 관계자 하비에르 가르시아에 따르면 실제로 브랜드 경영에서 「자라」를 많이 참고한다고 한다.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의류나 액세서리의 약 70%는 중국이 아닌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구매한다. 대부분 중국인이 운영하는 유럽 공장이다. 이렇듯 브랜드 경영에 중국인들이 깊숙이 연관돼 있으나 아직 중국으로의 진출이나 중국 시장으로의 판매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한다.

    베일에 가려진 중국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실제로 리사 바오는 한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물라야」는 스페인 브랜드이며 스페인 시장을 가장 중심에 두고 경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물라야」는 2013년 온라인 숍 오픈을 계기로 매장 인테리어도 새로 정비하며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몸풀기를 하고 있다.

    「물라야」의 가장 큰 강점은 다른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견줄 만한 디자인과 더 저렴한 가격이다.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현재 스페인 국내에 약 30개까지 매장 수를 확대했다.

    쇼핑몰 입점뿐만 아니라 마드리드의 고급 상권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브랜드 홍보도 놓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의류 공장들과 직접 계약해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의 구매 비율을 줄이고 스페인에서 직접 컬렉션을 생산하는 방식을 준비 중이라고 브랜드는 밝혔다.




    또 다른 신흥 강자, 「오케이시」도 떠오르다
    스페인에서 탄생해 영업 중인 중국 패션 브랜드는 「물라야」만이 아니다. 또 다른 신흥 강자로 「오케이시」가 떠오르고 있다. 「물라야」보다 조금 늦은 2007년 마드리드에서 처음 론칭한 이 브랜드의 창업주는 역시 중국인 샤화 천(Xiahua Chen)이다. 「오케이시」 역시 18세에서 35세 사이의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초 벌써 25개의 매장 수를 찍으며 「물라야」에 뒤이어 거센 속도로 따라붙고 있다. 본사와 매장 직원 수는 약 250명으로 「물라야」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게다가 「물라야」가 최근까지도 스페인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면 「오케이시」는 벌써 글로벌화에 노력한다.

    이를 위해 「오케이시」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중남미와 중동의 사업가들과 외국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설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브랜드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대형 매장을 통해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전략도 선택했다. 「오케이시」는 올 초 2월에 스페인 북부 로그로뇨 지방에 600㎡(약 181.5평) 규모의 매장을 새로 오픈했다.

    중남미 등 빠른 글로벌 전략으로 시장 공략!
    이전에 이미 마드리드의 고급 상권인 살라망카 지구에 1000㎡(약 302.5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오케이시」는 이러한 매장 확대를 위해 2014년 이미 95만유로(약 12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경영 덕분에 2013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액이 약 2배 상승하며 520만유로(약 65억원)를 기록했다.

    「물라야」의 정확한 매출 수치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성장률을 연간 약 20~30% 정도로 보고 있다. 론칭한 지 겨우 10년 남짓 된 브랜드가 패스트패션의 원조인 「자라」 「망고」 등 쟁쟁한 글로벌 자국 브랜드가 있는 스페인에서 낸 성적임을 감안하면 더욱 괄목한 만한 성과다.

    게다가 보통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은 자국에서 성장해 외국에 수출되는 데 반해 외국인이 외국에서 론칭해 키운 브랜드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中 브랜드 No! 우린 오리지널 스페인 브랜드”
    이렇게 중국인들이 스페인 패션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로 성장한 데는 2000년 중반의 스페인 경제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한 덕이 크다. 당시 침체한 스페인 투자 경기를 틈타 중국 사업가들과 자본이 스페인에 창업, 건물 구매, 사업 투자 등으로 많이 진출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두 브랜드의 경영자가 중국인이라는 것과 더불어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두 브랜드 모두 ‘스페인 패션 브랜드’로 불리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물라야」와 「오케이시」 모두 스페인을 기반으로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중국 경영자들에 의해 탄생한 마드리드 토종 패션 브랜드 「물라야」와 「오케이시」가 과연 스페인 시장을 넘어서 「자라」와 견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게 될지 이 두 브랜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패션비즈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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