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子가 만드는 ‘예쁜 팬츠’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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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9.02조회수 6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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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숙 김덕화 모자(母子)가 만들어 가는 여성 바지 전문 「모니카앤모블린」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1992년 론칭해 현재까지 22년간 여성 바지 하나로 승부한 고집스러운 브랜드로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깐깐한 일본 바이어를 상대로 20년간 영업해 온 베테랑이다. 어머니 김윤숙 대표가 일군 회사에 3년 전 아들 김덕화 실장이 들어오면서 이제 변화하는 마켓 흐름에 맞춰 브랜드도 알리고 글로벌 시장도 노크해 볼 참이다.

    우리 옷이 좋다는 사람한테만 팔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옷을 팔까를 고민하겠다고 한다. 김윤숙 대표 혼자 할 때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김덕화 실장이 들어온 이상 모자가 힘을 모아 브랜드를 키울 계획이다. 둘이 손잡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김 대표는 “품질만 좋으면 다 알아서 찾아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 실장한테 쓸데없이 홍보를 왜 하냐고 했어요. 저는 20년간 일본에 수출해 왔지만 그들이 원하는 퀄리티에 맞추려고 노력한 적은 없어요. 제가 만든 옷에 그들이 만족해한 거죠. 항상 제 눈높이가 그들보다 높았던 거예요”라고 말한다.

    중고시장에서도 거래되는 「모니카앤모블린」

    지금도 제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검품해서 불량 제로를 지켜 나가는 김 대표는 품질에서는 한 치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는다. 직접 패턴을 뜨고, 서울 종로구 숭인동 자가 공장에서 생산한다. 검품도 현장에서 바로 이뤄진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소재나 부자재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봉제를 허술하게 한 적이 없다.

    김 대표의 기준으로 봤을 때 이는 「모니카앤모블린」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중국산 제품과 같은 대접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 브랜드, 한국 봉제에 대해 일본인에게 무시당할 수는 없다. 행여나 일본 바이어들에게 트집 잡혀 제값을 못 받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며 더 꼼꼼하게 제품을 확인한다.

    한 번은 가죽 바지에 하얀 기름이 묻어 있어 못 팔 것 같으니 가격을 좀 깎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장 사람을 보낼 테니 물건을 전량 반품시키라고 대응했다. 가죽 바지는 소재 특성상 똑바로 박기가 어려워 약간씩 기름을 묻혀야 하는데 그걸로 컴플레인을 한 것이다. 한국으로 제품을 모두 회수해 말끔히 해결해서 다시 갖다 줬다. 그때 가격을 깎는 것으로 합의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별의별 이유를 들어가면서 가격을 낮추려고 했을 것이다.

    직접 패턴 뜨고 자가 공장서 생산 ‘품질 자신’

    그때의 일은 또 오히려 품질에 대한 신뢰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바이어들 사이에 ‘모니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새로운 거래처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현재 「모니카앤모블린」과 거래하는 바이어는 20여명 정도다. 이들이 물건을 사서 일본 전역의 백화점, 시장, 편집숍 등으로 유통시킨다.

    이렇게 좋은 옷을 왜 국내에서는 팔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우리처럼 바지만 만드는 브랜드를 팔아 줄 유통이 없더라고요. 또 그렇게 안 해 봐서 그런지 재고를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일본에는 오더를 받은 만큼 생산하고 검품해서 기일 안에 정확하게 나가면 끝이니까 저는 제작하는 일에만 익숙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동안 김 대표는 파는 것보다는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어떻게 팔지는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오더의 양이 있으므로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김 실장의 생각은 다르다. 100% 국내에서 만드는데 왜 내수시장으로는 영업망을 뚫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또 해외로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와 미주 시장까지 뻗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20년간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과 거래했다는 점만 해도 다른 영업망을 얻는 데 충분한 강점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홍콩패션위크 첫 참가, 현지에서 바로 오더 따내

    그래서 지난 7월 홍콩패션위크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예상치 못한 호응에 놀랐다고 한다. 그는 “첫 참가인데 현장에서 오더를 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하더군요”라면서 “홍콩과 대만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호주 스페인 등 여러 나라의 바이어들이 샘플을 요구하는 등 관심을 보여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옷이 정말 좋아서 아이들을 낳고 뒤늦게 사업을 시작했다는 김 대표는 지난 세월 욕심 내지 않고 ‘좋은 옷’을 만드는 데 만족했다. 끊이지 않고 오더가 들어오고 잘나가던 시절(2005년 전후)에는 하루 1000장씩 꼬박꼬박 생산량을 맞추기에도 급급했다. 그러나 일본 경기가 악화하면서 오더양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3분의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대응해 김 실장이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나서니 김 대표는 든든할 뿐이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았던 김 대표가 적성에 맞는 일을 하겠다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사업이다. 어렵게 키워 온 만큼 김 실장이 맡아서 더 발전시켜 나가길 바라고 있다.

    까다로운 일본과의 거래 기반, 홍콩 대만 등 확장

    모친을 쏙 빼닮은 김 실장은 공대를 나와 LG전자에서 근무했지만 자처해서 어머니 밑으로 들어왔다. 그 역시 옷 만드는 일이 무척 재미있고 「모니카앤모블린」을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한다. 또 기존 고객인 40~50대보다 젊은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세컨드 브랜드도 구상 중이다.

    김 실장은 “상의를 잘 만드는 것보다 하의를 잘 만드는 게 사실은 더 어려워요. 나한테 잘 맞는 바지를 찾으면 꾸준히 그 브랜드에서 사게 되죠. 어머니가 바지를 전문으로 한 건 잘하신 일 같아요. 우리 같은 중소업체가 특별한 강점 하나를 갖고 있는 건 굉장한 파워라고 봅니다. 국내에서도 홀세일할 만한 곳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요. 콜래보레이션도 가능하다고 봐요”라고 의욕적으로 말한다. 일본의 40대 아줌마를 사로잡은 「모니카앤모블린」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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