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불매운동, 패션업계 파장은?

곽선미 기자 (kwak@fashionbiz.co.kr)|19.09.01 ∙ 조회수 2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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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상품 테마주’ 급상승 vs 파트너십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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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 운동은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개인 SNS는 물론 ‘노노재팬’ 등을 활용해 유명 브랜드부터 대중적이지 않은 브랜드까지 일본 브랜드를 꼼꼼하게 공유하고, 대체 한국 브랜드를 제안하는 등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과의 법적 분쟁에 이어 지난 7월 1일 발표한 ‘수출 규제’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유니클로가 제1 타깃이 된 데는 이 한마디의 힘(?)이 컸다. “한국의 불매 운동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 가지 않을 것.”

오카자키 타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은 유니클로 등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게다가 ‘괘씸죄’까지 얹어 불매운동의 핵심 타깃이 되기까지 했다. 택배노조가 유니클로 상품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했을 정도다.

불매 운동은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개인 SNS는 물론 ‘노노재팬’ 등을 활용해 유명 브랜드부터 대중적이지 않은 브랜드까지 일본 브랜드를 꼼꼼하게 공유하고, 대체 한국 브랜드를 제안하는 등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있다.

불매 타깃 1순위 유니클로, 매출 30% 하락 예상

실제로 유니클로의 오프라인 매장 매출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한 달 동안 전년대비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로도 지속된 불매에 30% 이상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드결제 고객은 전월대비 50% 줄었다고.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는 유니클로 모바일 앱의 7월 활성 사용자 수가 전월 대비 29%, 상반기 평균 대비 28% 감소했다고 전했다. 일간 활성 사용자수는 전월 대비 40%, 상반기 평균 대비 40%가 떨어졌다.

또 지난 8월 초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이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해지면서 불매운동을 진행하는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성취감까지 안겼다. 2009년 10월에 오픈해 10년 동안 상권을 지켜온 매장이라 국내 소비자들이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것. 그러나 지난 8일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유니클로의 7월 매출이 떨어졌다”고 시인하면서도 “종로3가점 폐점은 불매운동과 무관한 ‘계약만료’에 따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에 이어 지난해부터 국내에 패스트리테일링을 선보이고 있는 GU도 불매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무인양품과 데상트, ABC마트는 물론 다양한 뷰티 브랜드까지 거론하며 불매운동을 확대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에 대한 관심 급증, 매출 효과는 ‘글쎄’

실제 일부 일본발 브랜드는 매출과 이미지, 사업 전개 계획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반기에 진행하려고 했던 많은 계획을 접고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곳이 많다. 국내 소비자들과 적극 소통하며 사업을 키워 온 곳일수록 이 매서운 불매 바람에 더욱 몸을 움츠리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궁금한 점이 생긴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국내 패션기업은 과연 어느 정도의 반사이익을 얻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은 확실히 있다. 토종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매장에 유입되는 소비자가 늘고 문의도 늘었다. 온라인에 브랜드명이 노출되는 경우도 기존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매출로 직접적인 수혜를 얻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 일본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브랜드나 기업은 이미 기존에도 꾸준히 잘해 온 곳이다. 그동안 품질과 가격, 홍보, 컬래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탄히 실력을 쌓다가 의외의 순간에 기회를 얻어 빛을 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준비가 돼 있던 기업이라면 짧게라도 반사이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반일 불매 테마주’ 탑텐, 7월 매출 20% 신장

지난 7월 한 달간의 실적과 올 하반기를 겨냥한 전략을 살펴보면, 실제로 크게 반사이익을 본 곳은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과 BYC(대표 고윤성)의 ‘BYC’, 쌍방울(대표 방용철)의 ‘트라이’ 그리고 이랜드월드(대표 최운식)의 슈즈 멀티숍 ‘폴더’를 꼽을 수 있다.

탑텐은 일본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0% 신장했다. 이 중 여름용으로 출시한 ‘쿨에어’의 판매가 눈에 띄었는데, 물량을 전년보다 80% 늘리면서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불매운동 테마주’로 떠오르면서 주가 상승효과도 있었다.

이번 하반기에는 유니클로 히트텍에 대항하는 겨울용 발열내의 ‘온에어’의 물량을 작년보다 5배 늘린 500만장을 출시한다. 롱패딩과 경량패딩 물량도 전년대비 30% 확대했다. 여기에 유니클로의 옛 모델이었던 배우 이나영을 기용해 이슈몰이에도 나섰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상품의 스타일 수를 줄이고 잘할 수 있는 상품군에 집중한다. 7월부터 겨울 외투 선판매를 시작했는데, 경량패딩 조끼는 벌써 준비한 물량의 5%가 팔렸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지난 2월 달에 진행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티셔츠부터 이번 8월 선보이는 광복절 상품까지 거론하며 탑텐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갖게 됐다.

BYC, 심리스로 ‘에어리즘’ 대체 수요 잡는다

BYC는 여름 인기 상품인 ‘심리스’가 빠르게 판매되면서 출고량 대비 70%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디 브라톱과 스판팬티 등 대표 상품의 판매량이 급증해 2~3차 리오더에 들어갔다. 판매를 시작한 6월 1일부터 7월 18일까지 자사몰에서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239% 늘었을 정도다.

관계자는 “기능성 내의의 경우 매년 20~30% 신장하고 있는데, 올해는 매출 시너지가 더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1세대 내의 토종기업 쌍방울(대표 방용철)의 트라이(TRY)는 지난 8월 초 매장에서 진행한 ‘히트업 라이트’ 사전주문 행사에서 3일 만에 3만벌 전량을 완판했다. 쌍방울은 이번 사전주문 완판에 대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펼쳐 온 ‘애국 마케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본 의류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토종 기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

발열내의 완판 ‘쌍방울’, 꾸준한 애국 마케팅 주효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맞춰 쌍방울은 트라이의 프리미엄 발열내의 ‘히트업 라이트’에 남자 아우터 라인을 추가하는 등 상품 라인업을 늘려 총 32품목의 2019 F/W 히트업 라인을 출시한다.

앞서 쌍방울은 서울 무학동 본사와 전국의 각 대리점에 대형 포스터를 부착하고 ‘민족기업 쌍방울 알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아태평화교류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 사업’을 후원했으며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쌍방울 관계자는 “TRY 히트업 라이트는 품질과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생산을 고집해 꾸준하게 기능을 확대해 온 대표상품”이라며 “앞으로도 1세대 내의 토종기업으로서 우수한 국산 상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산 품질과 이미지 못지않은 실력 필수

LS네트웍스(대표 문성준)의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담당자는 “스포츠 대체 브랜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 온라인 브랜드까지 광범위하게 존재해 급격한 매출 변화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확실히 고객은 많이 늘었다. 매출도 누적 매출을 더 살펴봐야겠지만, 전년대비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토종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과한 애국 마케팅이나 이벤트성 할인 정책,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은 단기적인 방책이다.

8월 중순 현재, 불매는 계속 되고 있지만 반사이익을 본 기업들의 상황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추세다. ‘애국테마주’로 불리던 모나미를 비롯해 쌍방울, 신성통상 등은 8월 19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주가가 떨어지며 기존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신성통상의 경우 지난 7월말 1200원대였던 주가가 8월 8일 2960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19일까지 31.6% 떨어졌다.

토종 브랜드 관심도 UP, 과한 ‘국뽕 마케팅’은 지양

일부 패션 관계자들은 유니클로가 큰 매출 하락세를 걷는 데는 ‘괘씸죄’도 있지만 히트텍(발열내의)이나 에어리즘(심리스), 데님 등 유니클로의 인기를 이끌어 왔던 상품들을 대체할 만한 훌륭한 국산 아이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유니클로 대체 성격으로 매출이 오르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발열 혹은 심리스 내의류를 선보이는 브랜드들이다. 오히려 여타 캐주얼 브랜드들은 유입인구 하락으로 연쇄 피해를 보고 있다.

과거 일본산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확고한 마니아를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품질과 이미지 덕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대체할 수 있는 품질과 건강한 이미지를 쌓아 온 브랜드가 있다면, 소비자들도 쉽게 불매와 구매 전환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카메라나 전자제품 등 대체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는 불매도 쉽지 않은 상태다.

요즘 소비자들은 스마트하고 부지런하다. 대체 브랜드에 대한 조사도 꼼꼼히 하고 있다(일부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있다). 국내 기업이라도 이전에 갑질이나 근로법 위반 등의 이슈가 있으면 대체 기업 리스트에서 냉정하게 삭제한다. 애국심으로 인해 필요 없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때다 싶어 무분별한 ‘애국 마케팅’ ‘국뽕 마케팅’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 Mini Comments i 반일 불매운동이 미친 영향
일본 브랜드 전개사 홍보 담당자“말하기 조심스러운 사안이다. 현재는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협업을 진행하다 부러진 일이 몇 개 있다.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다 보니 관련업체들 입장에서는 우리와 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이선스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 팀장
“매달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영 소비자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11월 이벤트데이에 맞춰 제과 브랜드와 컬래버를 기획해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해당 기업의 잦은 갑질과 여혐 논란 그리고 이번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쳐져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내 중견 캐주얼 브랜드 마케팅 팀장
“국내 브랜드들이 반사이익을 얻는다고들 하는데, 아마 우리 같은 중견 캐주얼 브랜드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중견 캐주얼 브랜드는 대부분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유니클로와 같은 층이나 조닝에 위치하고 있는데, 유니클로 불매로 방문객이 줄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곤란하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MD
“일본발 브랜드와의 협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잠시 보류한 상태다. 우리의 핵심 소비자는 온라인에서 ‘불매’ ‘반일’ 등 이슈에 민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대신 국내 토종기업이 소유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는 매월 패션비즈니스 현장의 다양한 리서치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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