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스텝 ‘안티 플라스틱’ 확산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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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9.18조회수 1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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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리츠마마」「아디다스」「네파」..친환경도 스타일리시하게





    ■ 사진설명 : 「플리츠마마」의 가방 1개에는 16개의 폐페트병을 사용한다. 「아디다스」 팔리 슈즈는 11개 분량의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제작한다.

    ‘친환경 = 착함’을 내세워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어렵다. 투박해서 예쁘지도 않고, 친환경 소재를 써 가격도 비싼 상품을 단지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심리적 만족감만으로 구매하라니, 그것은 순 억지다. 그동안 수많은 친환경 브랜드가 등장했지만 우리의 뇌리에는 「프라이탁」이나 「파타고니아」 정도만 남은 것도 그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안티 플라스틱(anti plastics)’ 움직임이 거세다. 화학합성(poly)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패션업계는 더욱 더 압박을 받고 있다. 과거에 종종 선보이던 단타성 친환경 마케팅이 아니라 실질적인 플라스틱 퇴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친환경 상품’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친환경 = 착함’을 내세워서는 더 이상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어렵다. 투박해서 예쁘지도 않고, 친환경 소재를 써 가격도 비싼 상품을 단지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심리적 만족감만으로 구매하라니, 순 억지다. 그동안 수많은 친환경 브랜드가 등장했지만 우리의 뇌리에는 「프라이탁」이나 「파타고니아」 정도만 남은 것도 그 이유다.

    최근에서야 이런 사회적 흐름을 호재로 삼은 브랜드가 등장해 ‘친환경 브랜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공식(?) 해시태그 ‘#폐페트병16개로만든가방’을 내세운 「플리츠마마」를 비롯해 오는 2024년부터 모든 의류와 신발 등 상품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계획을 발표한 「아디다스」가 대표적이다. 「팀버랜드」는 2020년까지 재활용 혹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만 100% 사용할 계획이다. 블랙야크(대표 강태선)는 2020년까지 전개 중인 전 브랜드에 친환경 소재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편집숍 강타한 「플리츠마마」, 트렌디하게 변신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대표 왕종미)의 「플리츠마마(Pleatsmama)」는 아코디언처럼 착착 접히는 컬러풀한 니트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론칭한 지 갓 두 달(7월2일 론칭)에 불과한 새싹 브랜드지만, 론칭 직후 국내 온 • 오프 편집숍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은 물론 입점 이후 4000개 이상을 팔아 존재감을 입증했다. 또 「빈폴」 등 대형 브랜드와 협업한 상품도 모두 소진하며 끊임없는 이슈를 만들고 있다. 도대체 「플리츠마마」가 달랐던 것은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패션 아이템으로 충실한 디자인과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대량생산을 통한 박리다매, 많이 파는 만큼 가격이 낮춰지는 규모의 경제를 목표로 삼았다. 일일이 공을 들여 소량 생산 하다 보면 소비자 눈높이보다 가격이 훨씬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순수하게 브랜드로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나중에는 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힘들다는 것.

    그래서 손을 잡은 곳이 바로 대표적인 소재기업 효성의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대표 김용섭)다. 10년 전부터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원사 ‘리젠’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 「나이키」 「파타고니아」 「H&M」 등 글로벌 브랜드가 연 10만t씩 사가는 대표인인 재생원사를 생산한다. 일반 합성 원사 대비 1.7배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발색과 굵기가 일정하고 품질이 좋아 오히려 상품에 사용하기에 좋다.

    재생원사 효성티앤씨 ‘리젠’ 소재 재조명

    효성티앤씨도 2013년부터 몇몇 국내 브랜드와 이 소재를 사용해 상품을 만들었지만 매번 시장반응이 별로라 단발로 끝난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플리츠마마」의 제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던 상황. 효성 입장에서는 해외에 소재를 효과적으로 선보일 아이템이 생겼고, 「플리츠마마」에는 안정적인 소재 공급처가 생긴 것이다.

    물론 상품이 가장 매력적이다. 쨍한 컬러의 얇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니트’ 가방. 다른 색의 가방을 겹쳐 사용하면 색다른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짱짱한 짜임이라 물건을 많이 넣어도 문제 없고, 안을 비우고 접으면 부채처럼 얇아져 휴대성도 좋다. 가격은 토트백 5만3000원, 숄더백 5만9000원, 파우치 3만3000원이다.

    「플리츠마마」가 니트를 주요 생산품으로 정한 데는 왕종미 대표의 경험이 한몫 했다. 니트 상품을 만드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리사이클링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천을 잘라 만드는 옷이나 가방은 자투리 천을 버리게 되지만 니트는 떠서 상품을 만들고 풀어서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 착함? 안목 • 개념 동시 만족이 중요

    또 패션업계에서 일했던 센스와 통찰력은 「플리츠마마」가 그저그런 착한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는 데 도움이 됐다. 왕 대표는 “친환경 패션이 꼭 착하고 무해해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 텀블러를 들고 가는 사람들은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마음에 드는 소비를 하면서도 도덕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었다. 요즘 소비자는 안목도 높고 개념도 갖고 있다. 패션은 둘 다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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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10년 전 개발된 소재에 100년이 넘은 직조 기술을 합쳐 탄생시킨 브랜드인 만큼 앞으로도 소비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열심히 만든 상품을 그대로 보여주고 소통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플리츠마마」는 현재 또 다른 재활용 소재를 찾아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은 또 어떤 것을 내놓을지 벌써 궁금하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활동하는 공간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대표 에드워드 닉슨)의 「아디다스」는 플라스틱 퇴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2024년부터는 모든 의류와 신발 등 상품에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할 계획이다.

    「아디다스」 2024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

    여기에 사무실과 매장, 창고와 유통 등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당장 내년부터 의류의 약 41%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용한다. 2015년부터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포더오션(Parley for the Oceans)’과 손잡고 바다에 버려진 그물 등 폐기물을 수집해 재활용 슈즈와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작년 팔리포더오션 협업 운동화의 판매량은 100만켤레였다. 최근 소비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져 올해는 500만켤레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운동화에는 11개의 폐페트병이 쓰인다. 올해는 ‘Z.N.E 후디’라는 의류 상품에도 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활동은 「아디다스」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으로 내놓은 A.I.R(방지 avoid, 차단 intercept, 재설계 redesign) 전략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환경오염의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 뉴욕, 파리, 상하이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매년 ‘런 포 더 오션’이라는 러닝 이벤트를 열고,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소재로 만든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와 공유한다.

    폐플라스틱 원단 ‘스레드’, 「팀버랜드」 와 협업

    브이에프코리아(대표 로라 미거)의 「팀버랜드」는 2020년까지 재활용 혹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소재만 100% 사용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는 중이다. 초반에는 수거한 페트병을 재활용해 신발끈이나 인조모피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다 지난 2017년부터 ‘스레드(Thread)’라는 원단을 발표해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아이티(Haiti) 지역에 버려진 페트병을 혁신적으로 재활용한 친환경 패브릭이다.

    게다가 이 브랜드는 매년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상품당 최소 하나 이상의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는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얼마나 줄였는지 등을 측정하는 TEPS(Timberland Environmental Product Standard)를 도입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상품을 생산한다.

    「팀버랜드」는 나무와 자연을 그대로 형상화한 트리(Tree) 로고를 내세운 브랜드답게 환경에 대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뇌리에 긍정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심어주고 있다. 환경실천은 선택을 넘은 필수의 가치라는 것이 이들의 메시지다.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도구가 되겠다’는 기업의 미션처럼 조용하지만 강하게 환경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팔리 500만족 판매 목표, 고객 참여도 대폭 늘어

    블랙야크(대표 강태선)는 전개 중인 전 브랜드에 친환경 소재 사용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과불화화합물(PFCs) 일부 물질에 대한 유해성으로 국내 기준이 마련되기 전인 2013년부터 유럽 환경청 기준에 맞춰 상품을 제작했다. 2016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발수제(PFC free) 적용 상품을 출시했고, 2020년부터는 전 상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마모트」는 「팀버랜드」와 같이 ‘스레드’ 원단을 사용해 티셔츠를 출시했다. 스레드 원단은 합성섬유를 혼방한 소재로 면보다 땀과 수분을 빠르게 건조시키고, 내구성이 강하다. 스레드인터내셔널 본사와 협력해 만든 아이템으로 앞으로 꾸준히 사용 범위를 늘릴 계획이다. 「나우」는 다운과 원단 등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해 기능주의 디자인 상품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자체 매체 ‘나우 매거진’을 통해 지속가능 패션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중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상품 생산 과정은 물론 구매 이후 사용하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폐기하는 시점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친환경적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스포츠 아웃도어, 활동하기 위한 공간 보호를

    지난 1월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이 폐기물 금수 조치를 발표하면서 민간 재활용 업체들이 폐플라스틱 수거를 거부하는 등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포장재나 부자재로 폐기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생활 습관에 대한 점검과 함께 대량 재고, 생산 과정에서의 폐기물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패션과 유통업계의 친환경 정책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

    당장 7월부터 정부에서 규제에 대한 범칙금까지 강하게 적용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많이 사용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유리컵을 사용하고, 종이빨대 도입을 염두에 두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종이컵 사용을 되레 늘리는 ‘눈 가리고 아웅’식 방편이라 지속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패션기업들 역시 많은 캠페인을 펼치고 있지만 시즌에 한정적이거나 사회 분위기에 맞추려는 단타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지속적으로 점점 발전적인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브랜드들의 활동에 더욱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18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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