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몰 활성화? 패션 이커머스 고민 깊어진다

    h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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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0.13조회수 1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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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우리 브랜드 상품을 유동인구가 아주 적은 지역의 낙후한 할인점에서 판매한다면? 혹은 패션과 무관한 농수산 할인마트에 헐값으로 매대를 깐다면? 유통사가 임의로 그런 일을 벌였다면 가만히 있을 패션기업이 있을까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일이 매일 일어납니다” 한 패션전문기업 온라인 사업부장의 말이다.

    격한 비유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유통 못지 않게 지금의 온라인 환경은 어렵고 어지럽다. ‘자사 몰 활성화’ ‘옴니채널’ ‘온라인 전용 브랜드, 상품 개발’ 등, 이커머스(e-commerce)와 관련된 말은 계속해서 나오지만 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하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제도권이라 할 수 있는 주요 브랜드, 기업은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백화점에서 내고 있어 너무나 다른 환경인 온라인으로 방향을 틀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예 이커머스에 손을 대지 않겠다거나 백화점 온라인 몰만 하겠다고 결정을 내린 곳도 있다. 그런 결론 역시 누구도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기업이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자사 몰을 론칭할 여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결제, 배송 개선 논할 단계 아냐”

    그러나 올해도, 내년에도 자사 몰을 열 계획이 없는 곳이라 하더라도 온라인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고 또 그래야 한다. 패션은 물론 모든 산업의 흐름이 온라인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1~3년 사이에 ‘더한섬닷컴(한섬)’ ‘바바더닷컴(바바패션)’ ‘SI빌리지(신세계인터내셔날)’ ‘인터뷰스토어(시선인터내셔널)’ 등이 새롭게 자사몰을 열고 온라인 판매 활성화에 힘 쏟고 있다. 여성복 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패션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자사몰의 성공 여부를 평가한다면 MD구성, 촬영물의 퀄리티, 결제 편의성, 배송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여러 기업의 온라인 사업 담당자를 만나 봤을 때 ‘그런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직 온라인 사업을 위해 체질 개선을 한 기업이 많지 않고, 온라인 내에서 가격 조정이나 상품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제와 배송의 편의성 등 요소들은 온라인에 맞게 기업이 방향성을 갖추고 나서야 살펴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각종 쇼핑몰에 무차별 입점, 가격은 천차만별

    전국구로 포화 상태가 된 백화점과 쇼핑몰처럼 온라인에서는 롯데닷컴, 현대H몰, 신세계몰과 같은 백화점 몰이 파워를 갖고 있다. 유입고객과 입점 브랜드가 많고, 시기별로 이벤트, 쿠폰 할인 혜택도 많다. 문제는 백화점 몰에 들어간 상품들이 여러 쇼핑몰로도 흘러간다는 것. 백화점몰에서만 이커머스를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비패션 쇼핑몰에 상품이 들어가고, 원치 않은 할인 쿠폰, 행사를 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 브랜드의 상품 품명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가 수십 개에 달하고, 상품 가격도 제각기 다르다. 정가 50만원짜리 상품이라면 가격 범위가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쇼핑몰별 쿠폰과 할인 혜택을 더하면 더욱더 다양해진다.

    또 ‘네이버 백화점/쇼핑몰 윈도우’처럼 각 매장 매니저가 직접 올리는 채널에서는 매니저에게 주는 수수료 역시 입점 수수료와 별도로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온라인에서 남는 장사를 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온라인을 이해하는 사업부장에게 권한을'

    무엇보다 온라인 담당자들은 이커머스에 대한 전사적 이해도를 높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지원하는 하나의 매장 정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사업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 상품기획 프로세스, 가격 정책, 판관비 등 사업 손익 구조 설계, 업무 결제 프로세스, 업체 대금 결제 정책 그리고 경영 평가 기준 등 그동안 오프라인에 최적화돼 있던 사업 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견이다.

    더 빨리 시행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온라인 사업부장에게 좀 더 의사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대다수 회사에서 온라인 사업부는 오프라인에 비해 자금 지원이나 물량 확보 면에서도 약할 뿐 아니라 사업부장도 실무자급인 경우가 많다. 온라인 사업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기업 대표들의 나이대가 온라인 생태계를 이해하기에는 많은 데다, 그를 설득할 온라인 사업부장은 힘이 없는 것이다.

    온라인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있는 회사라면 실생활에서 온라인 구매를 많이 하는, 비교적 젊은 임원을 사업부장으로 둬야하고, 그렇게되면 그 사업부는 오프라인과 완전히 다른 온라인 사업을 힘있게 전개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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