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LVMH, 케링, 리치몬트까지 디렉터 영입 전쟁!

    이영지 객원기자
    |
    17.04.11조회수 8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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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MH, 케링, 리치몬트 등 빅 럭셔리 그룹들이 자체적으로 인물을 키우기 보다는 전장에서 전리품 챙기듯 서로 디렉터 빼가기 경쟁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다. ‘경쟁사 디렉터 영입’ 전쟁의 시작은 2000년도 케링그룹(당시 PPR(Pinault-Printemps-La Redoute)로 불렸다)의 피노 회장이 톰 포드(당시 「구치」 디렉터)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브랜드 「구치」를 사들이면서 럭셔리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 그 서막을 올렸다(1993년 바레인의 인베스트콥 그룹이 마우리치오 구치로부터 「구치」를 매입, 아르노 회장은 34%의 지분이 있었으나 톰포드가 피노 회장 쪽을 밀어 대주주가 됨).

    그동안 LVMH그룹이 판세를 휘둘렀던 럭셔리 시장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케링그룹과 관련한 이 사건으로 아르노 LVMH회장은 크게 분노했고 그는 임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PPR이 럭셔리에 진입했다”고 선언, 이후 케링 그룹과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한편 케링 그룹 편에서 합병을 도왔던 톰 포드의 커리어도 이 사건 이후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익히 알려진 합병이나 경영권 다툼(역사학자들까지 가세했던 「에르메스」와 LVMH 그룹의 케이스), CEO 빼가기 뿐만 아니라 지난 10여년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름아닌 아티스틱 디렉터를 두고 벌이는 이들의 총성없는 전쟁이다. 그 예는 너무나 많다.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 에디 슬리만은 LVMH의 「디오르 옴므」에서 케링의 「이브생로랑」으로 옮긴 바 있고 리치몬트 그룹 소유 브랜드 「클로에」의 전 디렉터 피비 필로는LVMH의 「셀린느」로 적을 옮겨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케링그룹의 총아였던 「발렌시아가」의 전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지금은 「루이비통」을 지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수지 멘키스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마치 시즌때마다 스카우트 금액에 따라 원하는 팀을 선택해 움직이는 대중적인 프로 축구선수 같다고 전한다. 가장 최근에 패션 업계를 핫하게 달군 예로는 클레어 웨잇 켈러가 있다. 이 케이스를 보면 패션 업계에서는 영국 출신의 이 디자이너가 「클로에」를 떠나는 이유가 런던에 있는 자신의 가족품으로 돌아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정보는 그녀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소식을 전하며 결과적으로 완전한 오류였음이 드러났다. 그녀의 새로운 여정은 자신이 지난5년간 몸담았던 리치몬트 그룹의 경쟁사이자 럭셔리 최대 그룹인 LVMH의 「지방시」로 향하는 것이다. 지난 12년간 성공적이고 충성적인 서비스를 뒤로 하고 올해 초 브랜드를 떠난 이탈리아 출신의 리카르도 티시의 뒤를 이어 그녀가 아티스틱 디렉터로 그 자리를 잇게 됐다. 현재 「지방시」 매출은 그의 영입 후 6배나 성장한 5억유로(약 6000억원)를 기록한다.

    「클로에」 「지방시」...디자이너 맞교환 경쟁 치열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녀의 소감은 상황에 대해 적절하고 일상적이다. “유베 드 지방시의 독보적인 스타일은 나에게 항상 영감이 됐다.”고 클레어 웨잇 켈러는 전했고 아르노 회장은 “그녀의 대단한 능력과 비전은 「지방시」가 독자적인 여정의 다음 시대로 접어들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이 발표 내용은 소셜 네트워크상에 가장 많이 공유되기도 했다.

    내용은 3가지로 정리된다. 리치몬트 그룹이 각 브랜드의 개별 매출 결과에 대해 외부 공개를 하지는 않지만 패션 업계 대부분 사람들은 클레어 웨잇 켈러가 「클로에」에 큰 성공을 가져왔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리치몬트 그룹의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명품 시계 브랜드로 구성돼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명품 시계의 성장이 주춤하면서 그룹이 어려움에 처했고 걱정 없던 여성복 브랜드 「클로에」도 상황이 좋지않은 그룹의 영향권 내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벌어진 리치몬트와 클레어 웨잇 켈러간 마찰의 발원은 그룹측이 아닌 디자이너에게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그 마찰의 중심에 다시 LVMH그룹이 있다.

    두번째는 이들 럭셔리 그룹의 전쟁이 확대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클레어 웨잇 켈러의 빈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리치몬트는 「클로에」의 디렉터로 나타샤 람세이-레비를 선택했다. 프랑스 출신의 나타샤 람세이-레비는 아직은 스타급 디자이너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LVMH그룹의 중요한 재원이었다. 「루이비통」을 이끄는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오른팔로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그녀가 어느 순간 빛을 내며 스타대열에 끼게 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우열을 가리기 힘든 이 게임은 현재 볼이 중간에 놓인 동점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세번째로는 그것이 럭셔리 그룹들에게 마치 자동차의 휘발유처럼 그들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는 사실이다. 아티스틱 디렉터를 그룹들끼리 점수를 따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지만 한편 코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다음의 질문들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과연 아티스틱 디렉터들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상호교환 가능한 것인가?

    현재 「루이비통」의 제스키에르와 람세이-레비가 진행했던 스타일들이 「클로에」 고객들에게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 클레어 웨잇 켈러가 「클로에」 스타일을 벗어나 과연12년동안 인내하며 「지방시」 부활을 성공시킨 리카르도 티시를 넘어설 수 있을까?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아티스틱 디렉터들이 그들 보스들의 즉각적인 바람대로 새로운 브랜드에 방식을 맞춰 제품을 탄생(브랜드 비전은 뒤로 하더라도)시키는 모종의 하이브리드 터치가 있지 않다면 말이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 저 유명한 디렉터 라거펠드 자신도 그의 커리어 전반에 걸쳐 이같이 움직여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냈다.

    이브생로랑이 브랜드에 맞게 스스로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디자이너라면 라거펠드는 만지는 모든 것들에 완벽히 합성되는 디자이너의 대명사다. 그런 이유로 라거펠드는 「샤넬」과 「펜디」(LVMH소속)를 오가며 두개의 럭셔리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어떤 경우든21세기 이후 이러한 흐름은 현재 패션계에서 주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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