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연구소, 올해 10대 이슈 & 키워드는?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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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2.28조회수 2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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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패션연구소가 올해 패션 산업 10대 이슈를 발표했다. 저성장 시대에 본격 접어들면서 성장보다는 생존에 중점을 둔 기획과 마케팅이 주를 이뤘으며 신시장인 온라인을 통한 신규 사업이 활발했던 점이 10대 이슈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1. Survival: 성장보다는 생존이 이슈

    올해 국내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들의 구조 조정 이슈까지 겹쳐 힘겨운 한 해였다. 주력산업의 부진과 불안한 고용시장으로 인해 가계 소득이 감소하며 소비위축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불거진 국정 농단 사태로 정국이 혼돈에 빠지면서 연말을 향하는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해, 지난 11월 소비자 심리 지수는 95.8로 10월 대비 6.1포인트 급락하며 2009년 4월(94.2) 이후 최악의 점수를 보였다.

    패션 시장을 돌아보면, 애슬레저 트렌드와 골프 브랜드들의 선전이 두드러졌고, 라이프스타일이 마켓의 키워드로 부상하며 대형 유통 및 패션기업이 변화를 시도한 한 해였다. 패션 업체와 유통사의 M&A, 동대문 기반의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 기존 오프라인 및 제조업 중심의 패션 업계에 급격한 변화를 시도하며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 SNS Economy: 취향 인증 소비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인증문화가 점차 진화되고 있다. 고가의 명품 가방이나 한정판 아이템 구입을 과시하던 소유인증에서 시작해 작년부터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 등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거나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 중심의 경험 인증문화로 이어졌다.

    패션과 유통업계에서도 고급화되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취향에 발맞춰 업그레이드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또 소비자 문화와 그에 따른 소비 형태, 라이프스타일까지 영향력을 미치며 큰 파급력을 가지는 SNS를 기업에서는 단순 홍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도구가 아닌 소비자와의 소통, 홍보, 판매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통합 채널로 인식하며, 더욱 빠르고 세분화된 소비자 취향에 맞춰 업그레이드된 콘텐츠 제공이 불가피하다.

    3. New Man Power: 중년이 된 X세대, 아재 파워

    90년대 X세대로 불렸던 이들이 40대 중년이 됐다. 정우성, 이정재, 차승원, 유해진, 이서진 등 오빠인지 아저씨인지 경계가 모호한, 기존 아저씨의 모습보다 관리가 잘 된 이들이 광고 및 예능 프로그램들에 출연해 유머러스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였고 특유의 아재 개그까지 이슈가 되며 아재는 트렌드가 됐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감각에 안정적인 구매 파워를 보이는 아재들의 등장으로 패션, 뷰티, 식음료, 인테리어, 유통업계 등은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맞춤 콘텐츠를 개발하며 중심 소비층으로 공략 중이다. '란스미어', '분더샵' 등 남성 전문 패션숍에서는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을 확대해 세련된 아재 스타일들을 선보이고, 뷰티업계는 남성 그루밍 상품을 출시했고, 바버숍 같은 남성 전문 스토어들도 재조명 받고 있다.

    4. Innovative Lifestyle Retail: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대형화 유통 vs 골목상권

    ‘세상에 없던 쇼핑몰’, ‘레저와 힐링이 가능한 스포테인먼트’ 등 다양한 수식어로 올 한 해 유통 최대 이슈였던 스타필드 하남은 지난 9월 오픈 후 100일만에 740만 명이 방문할 만큼 큰 이슈를 낳았다. 패션, 뷰티, 식음료 매장으로 구성됐던 기존의 쇼핑몰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대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거리들로 무장한 국내 최대의 쇼핑 테마 파크다.

    또 특정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지역 상권 특색을 반영한 개성있는 포켓 상권도 부상했다. 20대의 대학생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저가의 뷰티 브랜드 및 온라인 인기 소호몰 의류•잡화 브랜드들을 입점시킨 ‘엘큐브’, 은평 뉴타운 지역 밀착형 복합 쇼핑몰인 롯데몰 은평점이 대표적 사례다.

    한편 대규모 유통사가 아닌 소규모 개인들에 의해 전통적인 골목 상권이 탈바꿈하며 이슈가 되고 있다. 공장들이 즐비했던 성수동, 70~80년대 가게들이 줄 잇던 익선동, 트렌디한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카페의 한남동, 그리고 유니크한 개성이 돋보이는 연남동과 망원동은 지역만의 특색이 반영된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5. Smart Online Business: O2O, V-Commerce, VR Service

    국내 온라인 쇼핑이 시작된 건 1996년의 일이다. 올해로 20주년이 된 국내 온라인 시장은 매년 두 자리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기준 세계 7위, 약 54조 규모로 성장했다. 이 중 패션 산업은 약 15.6% 비중을 차지하며 여행 서비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 시선 인터내셔날 등 패션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 온라인 통합몰을 신규 런칭 및 재정비했고, 유통사와 패션 기업의 일부 브랜드는 온라인과 매장을 연계한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형식의 고객 접점인 V-Commerce(Video+commerce)가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일방적 정보 전달에서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재미있는 콘텐츠 전달 형식으로 발전하면서, SNS와 MCN 등 다양한 채널에서 동영상을 시청하며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 대세가 됐다.

    6. Cost Effective Items: 가성비의 진화, 불황기 아이템
    소비자 체감 경기가 더욱 악화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고 있다. 또 지난해보다 길어진 여름과 빨라진 추위로 간절기가 실종하는 등 측 불가능한 날씨 변화로 여러 시즌 활용 가능한 활용성 높은 아이템이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를 더했다.

    이에 합세한 듯, SPA 브랜드의 영향으로 저가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 겨냥하여 남성복 시장은 초저가 슈트 아이템을 출시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최저 9만원에서 19만원대의 슈트 브랜드 「엠아이수트(M.I.SUIT)」를 론칭했고, 롯데백화점은 9만8000원부터 39만8000원의 남성 정장 브랜드인 「맨잇슈트(MANITSUIT)」를, 티몬은 5만~6만원대의 남성 정장 브랜드를 선보였다.

    7. Sportism, Borderless: 스포티즘, 허물어진 복종 경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애슬레저를 중심으로 한 스포티즘이 글로벌 패션 트렌드 중심에 있었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운동을 즐기는 삶이 중시되며, 애슬레져 웨어는 국내에서도 그 열풍을 이어갔다. 「룰루레몬」 「아보카도」와 같은 글로벌 해외 애슬레저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나이키」의 아성을 넘보는 「언더아머」는 새해 초 국내에 직진출한다.

    아웃도어 시장은 일상 생활과 운동시 모두 착용 가능한 피트니스 컬렉션 라인을 새롭게 선보이며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SPA 브랜드들도 스포츠, 애슬레져 라인을 강화하며 매출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캐주얼 및 남•여성복 브랜드들도 타복종 및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애슬레져 상품을 선보이며, 트렌드에 발맞춰 나갔다.

    애슬레저 트렌드와 같이 복종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은 스타일, 디자인 측면에서도 나타났다. 올해에는 특히나 성별, 나이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리스, 또는 엄마와 딸이 같이 입을 수 있는 에이지리스 스타일이 대세다.

    8. K-Style, K-Power: 성장하는 K-Fashion과 파워풀한 K-소비자

    ‘태양의 후예’가 다시 한번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이는 드라마, 연예 프로그램 등 콘텐츠 산업 외에도, 뷰티와 패션에도 중국과 다수 아시아 국가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는 지드래곤을 메인 모델로 기용해 지난해 9월 상하이에 1호 매장을 오픈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또한 올해 핫 브랜드인 「베트멍(Vetement)」은 개러지 세일(Garage Sale) 장소로 서울을 선정할 만큼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서울은 이미 매력적이고 아시아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중요한 도시가 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맞서 국내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 또한 눈에 띄었다.

    삼성물산의 「구호」는 지난 9월 ‘17 S/S 컬렉션을 통해 뉴욕 진출을 계획하고,‘17S/S 뉴욕 패션위크 기간 쇼룸을 운영하며 유명 백화점 및 편집숍 바이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9. Rising Small Brands: 온라인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선전

    온라인 소호 브랜드들의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물며 큰 성장세를 보여준 한 해였다. 국내 대표 온라인 브랜드인 「스타일난다」는 핑크 호텔 콘셉트로 서울 명동에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리본타이」는 서울 이태원에 라이프스타일 상품과 함께 「메르시」를, 「임블리」는 롯데 영플라자 명돔점에 이어 롯데백화점과 협약을 맺고 엘큐브 및 롯데 부산 광복점, 울산점, 대구점 등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상권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대량 생산, 천편일률적 스타일의 온라인 브랜드나 SPA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은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스타일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인 디자이너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적어 운영이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자체 온라인몰과 SNS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시장내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10. Mindful Life: 나만의 휴식공간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 추구

    나만의 휴식 공간인 ‘집’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과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집’에 대한 현대인들의 의식 변화는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산업도 함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은 국내 인테리어 및 생활용품 시장이 2008년 대비 70% 성장해 2015년 약 12조 5천억원, 2023년에는 1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미니소」와 같이 글로벌 중저가 리빙 소품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들이 국내에 런칭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또 도심 속에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식물이 크게 인기를 얻으며, 상업공간에서는 플랜테리어(Plant+Interior)를, 나만의 공간에서는 반려 식물을 기르며 정서적인 휴식과 안락함을 추구했다.







    *사진은 17 S/S 뉴욕패션위크 기간 동안 쇼룸을 운영한 「구호」 컬렉션(위)과 중국 상하이에 1호 매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에잇세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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