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시릴 l APC 사장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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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0.11조회수 6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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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자 꽃 피우는 스마트 리더


    ‘생
    산과 창작의 아틀리에(Atelier de Production et de Creation)’. 브랜드 「APC(아페쎄)」의 의미다. 한 편의 시 같은 이 이름처럼 지난 30년간 조용히 자신의 색깔을 유지해 온 브랜드 「APC」. 프랑스 패션을 대표하는 수많은 프렌치 시크 브랜드들이 대기업에 매각되거나 대형 투자자들의 투자로 급성장하는 가운데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떠들썩한 세상의 변화와는 무관한 듯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는 이 브랜드는 놀라울 정도로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다. 이런 「APC」의 브랜드 컬러는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회장인 장 투이투로부터 비롯된다. 트렌드에도, 심지어 소비자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이들의 모습에는 대단한 자존감이 엿보인다.

    뚜렷한 브랜드 콘셉트를 유지해 오다 보니 다양한 브랜드, 분야로부터 콜래보레이션 제의를 받기도 한다. 「반스」 「칼하트」 「나이키」 「M/M」 「Porselli」 「에이솝」 등 외에도 칸 영화제나 아트 페어, 매거진 등 문화 예술, 뮤지션과 아티스트(카니예 웨스트나 아이튠즈에서까지도)로부터 콜래보 제안을 받아 왕성한 협업을 진행한다.

    브랜드 이름과 철학에 걸맞게 「APC」는 패션과 문화, 예술의 교차점을 지향한다. 깔끔함과 군더더기 없는 베이직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의 어포더블 럭셔리 브랜드로 전체적인 실루엣에 중점을 둔 ‘미니멀 시크’와 고퀄리티, 로고를 내세우지 않는 희소성을 중시한다.

    프랑스 파리의 6구, 갤러리와 출판사 등이 많이 위치해 있는 지역인 마담 거리(39 rue Madame, 75006 PARIS),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히스토리를 간직한 호젓한 동네 골목 안에 위치한 이 회사에서 「APC」의 CEO 프랑수아 시릴을 만났다.




    - 최근 한국 파트너가 바뀌었다…
    “「APC」는 로드숍 단독매장을 통해서 브랜드의 전반적인 세계를 잘 표현해 내는 것을 매우 중시한다. 다만 한국 유통에서는 반드시 백화점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쪽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아이디룩과 손을 잡았다. 일본의 회사 룩과 아이디룩 간의 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서 이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 시장은 아주 중요하다. 아시아에 영향력이 큰 영화·음악 등 한류 때문이다. 「APC」가 패션 브랜드이지만 문화적으로 음악 앨범도 내는 등 컬처적인 어프로치가 있는 브랜드이므로 그런 것들을 잘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한국으로의 진출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딱 맞는 파트너를 이제 찾은 것 같다.”

    - 전 세계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데, 최근 세일즈 상황은?
    “2015년 연간 5500만유로(약 69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최근 5년간 매해 10%씩 상승해 왔다. 독립 기업으로 남아 있는 「APC」는 비슷한 포지셔닝에 있는 다른 브랜드들처럼 여기저기에서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이 소유해 규모와 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초기 브랜드 본연의 이미지와 비전, 철학과 정책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정도의 성장에 만족한다.”




    - 투자나 M&A에 대한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 않나?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브랜드가 솔리드하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독립기업으로 남아 있기를 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성장 속도 · 매출 수준 등을 다른 곳으로부터 컨트롤 받고 싶지 않아서다. 패션계에서 투자받지 않고 독립기업으로 남아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면에서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론칭한 지 30년이 됐는데, 그동안 성장해 온 궤도를 보면 큰 변화 없이 매우 꾸준하게 발전해 왔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성공의 열쇠다. 만약 투자자가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실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매장도 많이 내고 매출도 억지로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하다 무너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방향과 비전 면에서 경영을 하는 나와 파운더인 장 투이투의 생각이 같다.

    화려하게 성장한 「산드로」나 「쿠풀스」 등 경쟁 브랜드들과 「APC」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리는 완전히 상반된 전략의 브랜드다. 투자가 많이 들어가 있어 영업적일 수밖에 없는 브랜드들의 전략은 우리가 바라는 방향과는 완전히 반대다.”

    - 장 투이투와의 인연과 역할 분담은?
    “현재 장 투이투는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크리에이션, 커뮤니케이션과 브랜딩을, 나는 제너럴 디렉터로서 재정·생산·물류 등 경영 전반을 맡고 있다. 투이투가 프레지던트, 내가 CEO다. 나는 미국 컨설팅 회사 매킨지에서 일하다 13년 전 「APC」에 입사했다.

    많은 성공 기업을 컨설팅하며 엄청나게 성장 지향의 생활에 젖어 있었다. 이런 생활에 회의를 느껴 장 투이투와 만났는데, 면접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렇게 죽도록 일하다가 무덤 옆에 달러를 쌓아 놓고 죽고 싶지 않다. 1000개 매장을 몇 년 안에 열고, 몇천억의 매출을 올리고… 이런 것에 개인적으로 감흥이 없다’고. 나는 지금까지 그의 비전을 따라 가고 있다.”

    - 많은 다른 프렌치 시크 브랜드와 「APC」의 차별성은?
    “많은 프렌치 시크 브랜드 중 우리와 철학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게 「이자벨마랑」이다. 스타일보다는 브랜드의 정신과 관련된 면에서 그렇다. 「APC」의 경우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트렌드 등)을 절대 안 보고,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본연의 것에 집중한다. 「이자벨마랑」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초기의 정신을 이어 가면서 독립기업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이자벨마랑」도 디자이너 브랜드인 데다 지속 가능함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같은 철학을 갖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외의 브랜드들은 비즈니스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즉 가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프렌치 시크라고 불리는 브랜드 안에서도 패스트패션과 비슷한 경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도 많다.

    「APC」는 초기부터 지적인, 품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소비자 직업군을 보더라도 건축가·디자이너·기자 등 전문가 집단이 많아 팬들도 「APC」에 깊이 빠진 로열 소비자군이다. 다른 브랜드들과 공통분자가 별로 없는 차별화되는 브랜드다.
    「APC」의 특징 중 또 하나가 5060, 3040, 1020, 3세대가 함께 입는 옷이라는 점이다. 에이지 타깃으로도, 인컴에 따라서도 고객 타깃을 구분하기 어렵다. 젊은 고객이 돈을 모아서 사기도 하고, 부자와 여배우도 산다. 이것이 기존 다른 브랜드와 확연히 차별되는 점이다.

    우리는 지속적이고 철학적인 것을 전달하기 위해 ‘상품=퀄리티’를 가장 기본으로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DNA다. 때문에 마케팅도 요란한 것보다는 차분한 것을 선호한다. 소비자에게도 매장에도 이런 느낌이 잘 드러나게 하되 매장마다 특성을 살린다. 홍보는 정말 할 얘기가 있을 때만 하고 홈페이지도 미니멀하게 운영한다.”



    - 「APC」는 30년간 어떻게 늙지 않고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었는가?
    “30년이 지났는데도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독립기업이기 때문이다. 초기의 브랜드 철학 방향 등이 외부 영향에 의해 변화되거나 포기되거나 하지 않고 죽 이어졌고, 성장도 우리가 원하는 속도대로 갈 수 있었다. 트렌드에 좌우되는 브랜드가 아니라, 즉 팔리는 상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퀄리티와 콘셉트에 집중하는 기업철학을 유지하는 ‘문화기업’이 됐다.

    맨 처음에 이 브랜드에 합류했을 때 데님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보니 컬트적인 데님이 너무 잘 팔리길래 가격을 좀 올리자고 제안했다. 장 투이투가 ‘소비자들이 알아챌 것이다. 지금 좀 되니까 가격을 올리고 마진을 더 높게 하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고 소비자들을 속이는 행위인데, 우리가 숨기려 해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절대로 장기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후 나는 그런 제안을 절대 하지 않는다. 거기에 나도 동감하고 소비자를 존중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지금 직원들 역시 「APC」를 아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다. 또한 창립자와 경영진의 비즈니스 철학,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APC」 부족’이라고 느낀다. 직원들은 열정적인 문화를 갖고 있으며 회사에 다니면서도 다른 크리에이티브한 취미나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리셉셔니스트까지도 밴드에 속해 활동한다. 이런 문화를 공유하는 「APC」 부족을 찾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한다. 장 투이투도 기타를 치는 뮤지션이고 요리를 무척 좋아하며 배 타는 것을 행복해한다.”

    - 장 투이투가 당신에게 원하는 미션은?
    “13년 전에 무덤 옆에 달러를 쌓아 놓고 죽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내 인생을 즐기고 싶다. 나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충분히 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비즈니스적인 것은 당신이 모두 맡아 달라. 나는 이제 숫자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웃으면서 말했고, 나도 웃으면서 들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에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럭셔리 대기업들의 경우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면서 빨리빨리 만들라고 강요하고, 그런 강요 앞에서 머리를 박고 일하게 되니까 전반적인 흐름과 비전을 잊고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 투이투가 배를 타고 바람을 쐬면서 하늘을 보며 얼마나 많은 영감을 얻을까? 그의 일에서 그것이 핵심이고 그게 바로 일을 잘하는 것이다. 그가 내게 요구한 미션과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과거 어려움 중 하나가 일본의 매출이 절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위험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심지어 「APC」를 일본 브랜드로 오인할 정도였다. 내가 합류한 이후 나아진 게 미주·유럽·아시아 지역의 중요도가 비슷하게 분배된 것이다. 내가 한 일 가운데 잘한 일이라 본다. 이제 30%씩 이상적인 비중을 갖게 됐다.”

    - 요즘 밀레니얼즈, 젊은 소비자들의 변화(디지털, 스피드, 가성비 등)에 대해 「APC」는 어떤 변화와 혁신을 하고 있나?
    “프랑스에서는 Y-Gen이라고 많이 부른다. 우리도 인터넷 모바일 쇼핑몰 다 갖고 있고 팀도 있다. 하지만 이는 밀레니얼이라는 소비자가 있기 전부터 우리가 준비해 놓은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 대해서든 동일한 이미지 컨트롤을 하기 위해서다. 어떤 세대든 우리가 그들을 위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맞추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그들도 중요하긴 하지만 전 세계 경제 상황과 테러 등을 생각할 때 모든 사람이 세대를 떠나 인생의 깊이, 철학, 삶의 방식 이런 것에 대해 느끼고 고민해야 할 환경이다. 「APC」는 문화 브랜드, 지적인 브랜드다. 오히려 젊은 소비자층이 「APC」에 와서 약간 템포를 늦추고 조용히 「APC」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 세상을 덮은 패스트패션에 대한 견해는?
    “상품을 끝없이 쉬지 않고 계속 공급하는 것…. 개인적인 인생관과 철학으로 봤을 때나 사회적 관점에서나 우리와는 굉장히 맞지 않다. 필요 없는 것을 계속 소비하도록 밀어붙이고, 어차피 버릴 것을 낭비하도록 부추기는 행위 아닌가. 패스트패션은 가식적이고 허한 마음을 채워 주기 위해 소비를 부추기는 행위지만 「APC」는 장기적이고 영원히 아끼고 소유하는 그런 상품을 제시하는 게 철학이다.

    중국 상황이 변화하고, 아무리 미국이 강국이라고 해도 업&다운이 계속되고 있으며 테러 등으로 인한 위협에다 전 세계 경제위기 등이 이어지면서 큰 변화가 감지된다. 소비자도 소비하고 쇼핑하는 것보다 인생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환경에 와 있다. 장기적인 면에서 봤을 때 패스트패션이 계속 잘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달라지고 성숙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패션의 미래에 대한 견해와 이에 대한 전략은?
    “솔직히 부정적이다. 백화점에 가면 브랜드가 너무 많아 포화 상태라 정신이 없다. 너무 많은 브랜드가 나와 있어 공간에 넘쳐 나기 때문에 앞으로 브랜드가 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컬러를 유지하며 살아남은 것은 뭔가 전해 줄 가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점점 소비자들이 단순한 패션에서 벗어나 먹는 것과 여행 등의 경험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가 홀딩스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브랜드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팅하기 위함이다.

    「APC」는 이미 여성·남성·데님을 메인으로 액세서리·음반·향초 등의 소품까지 넓은 카테고리의 아이템을 갖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 패션 잡화와 액세서리가 급성장하고 있어 다양한 익스텐션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를 지향하는 「APC」는 과거에 놀이책 2권을 출판했고 음료도 시도한 적이 있으며 외식업도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점점 라이프스타일로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들을 통해서 기업 익스텐션도 시도한다. 「바네사스월드」의 경우 시크한 페미니티가 있어서 그쪽을 강화한다. 미국 브랜드인 「아웃도어보이스」의 경우 스포츠 브랜드지만 라이프스타일형 브랜드에 가깝다.”

    -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전략은?
    “아시아 시장이 떴고 중요하다는 말들은 정말 많이 하지만 사실 아시아는 하나가 아니다. 유럽이 하나가 아니듯이. 아시아 시장을 묶어서 하나로 얘기하기는 어렵고, 보면 볼수록 하나하나의 국가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본사에서 미국과 유럽은 직접 컨트롤하는데 아시아는 각국의 특성에 맞는 파트너들을 통해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특히 한국은 정말 잘해 보고 싶은 나라다.

    「APC」는 지적인 문화적 콘텐츠가 강한 브랜드인데, 한국의 영화나 음악 등 한류와 잘 어울린다. 프랑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움직이는, 뭔가 잘 매치되는 감성이 한국에 있는 것 같다. 그런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어프로치를 한다면 한국에서 충분히 잘될 수 있을 것 같다.”


    파리 현지에서 민은선 기자 esmin@fashionbiz.co.kr




    **패션비즈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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