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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질 아블로 「오프화이트」 CEO

Thursday, Jan. 7, 2016 | 백주용 뉴욕 리포터, bgnoyu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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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를 가장 바쁘게 보낸 디자이너가 있다. 토목학을 전공하고 건축학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시카고 출신의 버질 아블로다. 그는 브랜드 「오프화이트(Off White)」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이며, 카니예 웨스트의 아트 디렉터다. 또한 시카고에 위치한 하이엔드 부티크 RSVP Gallery 의 오너이기도 하다.  

그는 ‘Flat White’라는 예명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디제잉을 하고 믹스 테이프를 꾸준히 발매한다.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는 LVMH 올해의 디자이너 후보에 올랐고 최종 결승까지 남기도 했다. 또 여성복으로의 확장과 함께 액세서리와 슈즈까지 동반한 풀 컬렉션을 선보였다. 홍콩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한국의 분더샵과도 스페셜 콜래보레이션으로 몇몇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다른 브랜드들에게 컨설팅을 해 주며 자신의 탤런트를 아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며 항상 바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를 원한다. 스트리트웨어와 하이엔드의 접합점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는 그의 브랜드 「오프화이트」는 지난 2014년 론칭부터 꾸준히 이목을 끌고 인기를 얻고 있다.  



스트리트 컬처 사랑, 「슈프림」이 최고 브랜드
그는 어릴 적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직접 디자인한 그래픽을 티셔츠에 프린팅하며 자랐다. 언제나 스트리트웨어 컬처의 중심에 있었다. 유행하다가 지는 라이프사이클을 적어도 3, 4회는 겪었을 것이다. 그는 10대 때부터 사고 입고 수집해 온 티셔츠들을 여전히 다 보관한다. 그래픽 티셔츠에 중독돼 있다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슈프림」.

여러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의 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은 너무나도 많지만 「슈프림」의 것이 가장 창조적이며 스트리트웨어를 논할 때 항상 레퍼런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신생 브랜드 「비앙카샹동(Bianca Chandon)」의 팬임을 언급하며 그래픽 디자인 사랑을 표했다.  
「비앙카샹동」은 지난 2014년 4월 론칭한, 스케이트보더 알렉스 올슨(Alex Olson)의 브랜드다. 스케이트보드계의 전설 스티브 올슨의 아들인 그는 「나이키」에서 후원을 받을 정도의 스케이트보더이자 스트리트업계의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라프 시몬스의 디자인과 철학 동경하는 광팬
버질은 하이엔드 패션 또한 동경하며 자랐다. 그는 잘 알려진 「라프시몬스」의 광팬이다. 이베이나 일본 경매 사이트 등을 뒤지며 「라프시몬스」의 주요 아이템들을 찾아낸다. 10년째 라프의 작품들을 ‘공부’한다고 그는 표현했다. 수많은 훌륭한 디자이너가 있지만 라프 시몬스는 그때그때의 문화 현상을 자신의 시각으로 가장 멋지게 풀어낸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사회적인 발언도 종종 내포하며 상당히 혁신적이다.

2003년도의 컬렉션에서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중 밴드 뉴오더의 앨범아트가 후면에 그려진 피시테일 파카를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꼽았다. 2008년도 「질샌더」 컬렉션 또한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했다. 당시 사용한 마블 프린팅은 초창기 「라프시몬스」이면서 또 여전히 「질샌더」의 실루엣을 강조한다.

버질 아블로는 유명한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오랜 친구이자 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해 왔다. 카니예 웨스트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데 일조한다. 앨범 구상이나 콘서트 무대, 뮤직비디오, 패션 등 모든 면에서 디렉션을 준다. 도와주는 입장이지만 그를 아티스트라고 칭하며 자신 또한 많은 영감을 얻고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버질은 꾸준히 그와 작업하고 같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벌써 어느 정도 알려진 인물이 됐다.

카니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조력자
그처럼 패션과 음악을 동시에 다 해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의 DJ명은 플랫 화이트(Flat white). 그는 전 세계의 파티를 누빈다. 어느 정도 입증된 DJ들만 들어가는 보일러룸에서도 공연했다. 이번 런던 보일러룸 믹스셋은 요즘 인기 있는 래퍼들 트래비스 스콧, 영 서그(Young Thug), 드레이크(Drake) 등 트랩 위주의 곡들로 구성됐다.

브로맨스 레코드 소속의 프랑스 DJ 기욤 베르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 둘은 파리스, 일리노이(Paris, IL(미국의 주 이름))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꾸준히 함께 작업한다. 라스베이거스 같은 큰 무대에서도 디플로와 스크릴렉스 같은 슈퍼스타들과 같이 디제잉을 하는 등 DJ로서의 영역도 넓혀 가고 있다.

지난 2013년 그는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는 하나의 프로젝트성으로 「파이렉스비전(Pyrex Vision)」을 시작했다. ‘젊음은 언제나 승리한다(The Youth Will Always Win)’는 주제를 내세운 이 프로젝트는 대여섯명의 젊은 모델들이 하나같이 등 뒤에 ‘PYREX 23’라고 큼지막하게 프린팅된 후드티를 입고 등장했다. 이들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래퍼 에이삽 로키(A$AP Rocky)가 속한 힙합크루 에이삽 몹(A$AP MOB)의 멤버들이다.

「파이렉스비전」 프로젝트로 쇼킹 센세이션
이 젊은 친구들이 유니폼같이 옷을 맞춰 입고 포즈를 취한다. 단체로 거만하게, 또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영상으로 제작된 룩북인데 패션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또 버질은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 카라바지오(Caravaggio)의 그림을 앞면에 프린팅했다. 이는 심오한 분위기를 더해 준다.

화려하고 고딕스러운 디자인으로 「지방시」가 주가를 올렸고 비슷하지만 스트리트웨어적 요소가 많이 더해진 뉴욕 브랜드 「후드바이에어(HOOD BY AIR)」가 뜨기 시작하던 차였다. 그는 적당한 시기에 제일 멋있게 혜성처럼 등장했다. 카니예 웨스트가 입고 제이지와 비욘세, 에이삽 로키가 「파이렉스비전」을 입었다. 이들의 착용 사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그들처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빠르게 늘어났다.  

「챔피언」 「폴로럭비」 활용한 천재 혹은 사기꾼?
버질은 자신의 후드티를 만든 것은 아니다. 너무나 보편적인 「챔피언」사의 후드셔츠와 바지에 프린팅을 했다. 「챔피언」사의 후드셔츠와 스웻팬츠, 쇼츠 등을 이용했는데 「챔피언」은 대형 마트에서 쉽게 상품을 살 수도 있고, 또 체육복, 유니폼 등 납품을 하는, 정말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브랜드이며 가격도 저가에 속한다.

그는 또 당시 문을 다 닫은 「폴로럭비」의 두툼한 플란넬 셔츠를(당시 세일해서 30달러 정도) 모두 구입한 뒤 워싱을 넣고 그 위에다 또 ‘PYREX’라고 프린팅했다. 그렇게 완성된 제품의 가격대는 20만원에서 70만원(200~600달러)까지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는 질타를 많이 받기도 했으나,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냐는 듯 ‘PYREX’라는 그 멋진 프린팅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국내에서는 지드래곤의 공항패션으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만 등에 대문짝만 하게 박힌 ‘PYREX’ 로고는 젊은이들을 흥분시켰다. 단체로 유니폼처럼 맞춰 입은 듯한 룩북 사진은 정말 쿨하다. 당시 가장 핫하던 래퍼 에이삽 로키가 입고 등장하면서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찔렀다. 결과는 품절에 품절.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희귀 아이템이 되며 가격이 몇 배나 뛰었다. 그 후 비슷한 모방품도 쏟아져 나왔다.

‘젊음은 절대 죽지 않는다’ 「오프화이트」의 탄생
「파이렉스비전」은 단기 프로젝트였다. 그는 2014 S/S시즌을 시작으로 「오프화이트」를 내놓았는데 여기에 「파이렉스비전」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다. 카라바지오의 그림, 스웻 위주의 제품군, 블랙 앤 화이트의 색채, 상의 후면에 입힌 큼지막한 프린팅은 확실히 「파이렉스비전」의 연장선임을 알 수 있다.

‘PYREX 23’에서 ‘WHITE 13’으로 디자인이 바뀌었고 숫자 위에는 빗살무늬로 사선들이 그어져 있다. 새로운 트레이드 마크도 만들었다. 일찍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더욱 멋스러워진 「오프화이트」에 젊은이들은 또 한 번 빠져들었다. 「오프화이트」의 등장은 시작부터 기대감을 주었다.

‘젊음은 죽지 않는다’가 「오프화이트」의 슬로건이다. 「파이렉스비전」의 슬로건 ‘젊음은 언제나 승리한다’의 연장이다. 버질은 젊은이들에게서 큰 영감을 얻는다. 그의 디자인은 젊은이들과 스트리트 컬처로부터 근거한다. 동시에 자신도 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자신을 뛰어넘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문을 열어 주고 더욱 멋진 일들을 하도록 많이 돕는다.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 고객들과도 소통 즐겨
실제로도 패널들과 함께 대화 형식으로 풀어 나가는 워크숍도 열고 스타일리스트 이안 코너, 모델 겸 디자이너 루카스 사밧, 디자이너 샘 로스 같은 젊은 친구들과 많이 교류하며 작업을 같이한다. 이들과의 소통은 버질이 현 문화 현상과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버질은 스트리트웨어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창조적인 그는 스트리트웨어를 하이엔드 레벨에서도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트리트 컬처는 저렴할 수도 있고 빠르게 왔다가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다소 로고에만 의존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핏과 품질을 개선하고 더욱 창의적인 실루엣이나 디자인을 더 넓은 소비층을 위해 제공한다. 두 영역의 빈 공간을 메꾸려는 것이다. 2015 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코트는 잘 떨어진 기본 실루엣에, 후면은 반토막이 나 있다. 나일론 소재의 내피 재킷이 보인다. 코트의 반을 잘라 버린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스트리트웨어와 하이엔드 결합, 퀄리티 최상
그는 밀라노에도 새로운 둥지를 텄다. 생산, 커팅과 봉제, 부자재 등 모든 것이 최상의 퀄리티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티셔츠 한 장을 생산해도 핏과 품질에 신경을 쓴다. 단순히 도매로 티셔츠를 사서 그 위에 프린트하는 형식이 아니다.
밀라노에서 생산되는 티셔츠는 너무 얇지도 않게 약간 두께감이 있고, 잉크가 티셔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까지 신경을 써서 소재를 고른다. 그의 옷들은 대체로 오버사이즈 핏이다. 단순히 사이즈를 크게 입은 핏이 아니라 가슴 몸통은 넓지만 팔기장과 총장은 짧은 편이다.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모두 신경을 써서 생산한다.

여성복에서부터 디자이너 버질의 역량을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2014 S/S시즌에 선보인 여성복 룩북만 봐도 아직 스웻 제품군 위주이던 남성복과 다르다. 훨씬 사르토리얼함과 시크함이 묻어 있는 여성복은 괜찮은 시작을 알렸고 그 후 점차 확장되고 발전했다.



여성복 확장도 성공 무드, LVMH 어워드 파이널에도
새로운 컬러 팔레트와 소재, 핏으로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최근 2016 S/S시즌에서 흰색과 데님의 조합을 선보이며 깔끔함을 강조했다. 컷은 새롭고 흡사 「셀린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실 버질 아블로는 「파이렉스비전」 시절 비평도 많이 받았다. 프린팅만 떡 해 놓고서 수십 배의 가격을 받고, 그저 한순간의 hype(유행)일 뿐 근본도 없고 스토리텔링(이야기 전달)도 없이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또 카니예 웨스트의 친구인데 그 브랜드가 뜨지 못할 리 없다는 것이다.
버질은 「파이렉스비전」에서 「오프화이트」로 단시간에 재론칭했고, 「오프화이트」는 곧바로 2015년 LVMH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멍」 「크레이그그린」 등 쟁쟁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최종 결승 후보에까지 올랐다.

「크롬하츠」 · 후지와라 히로시 등과 콜래보레이션
최종 우승은 「마르케스’알메이다」에 돌아갔다. 하지만 버질 아블로가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패션 교육은 받지 않았고 그저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고 옷이 좋아 쇼핑을 많이 하던 그가 스트리트웨어를 그 정도 레벨까지 끌어올리고 주목을 받은 것에 감동을 표했다.

드디어 버질은 그가 존경하는 스트리트 신의 대부, 일본 디자이너 후지와라 히로시와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후지와라 히로시는 자신의 브랜드 「굿이너프(GOOD ENOUGH)」를 진행했고 「나이키」 「슈프림」을 비롯 내로라하는 여러 브랜드와 협업해 왔다.

지금은 ‘풀 아오야마(POOL AOYAMA)’라는 콘셉트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오프화이트」는 풀 아오야마와 캡슐 컬렉션을 진행해 티셔츠, 후드티, 가방 등의 제품을 발매했다. 또 럭셔리 실버 액세서리 브랜드 「크롬하츠(Chrome Hearts)」와도 협업을 진행했다. 두 브랜드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이슈거리였다.

하이엔드 부티크 입점 & 셀러브리티의 지지
현재 「오프화이트」는 세계의 유명 온·오프 패션 리테일러들에 모두 입점해 있어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센스, 셀프리지스, 트레비앙(Tresbien) 등 유명 유통업체 바이어들의 사랑과 지지를 얻고 있다. 한국에는 분더샵에 입점했고 스페셜 협업도 진행했다. 「오프화이트」의 인기를 또 증명할 수 있는 근거는 셀러브리티들이 매우 애용한다는 점이다. 제이지, 비욘세, 리한나,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카니예 웨스트 등 모두 최정상급 스타들이다. 그들의 공연이나 파파라치 사진을 보면 「오프화이트」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주목을 받고 이슈를 몰고 있는 「오프화이트」, 하지만 버질은 겸손하다. 늘 앞으로 할 일이 훨씬 많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스케이트보드와 옷을 좋아하며 자랐고 어떤 패션 교육도 받지 않았으나 그저 좋아해 온 일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디스코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쿨했지만 점차 그 용어와 장르는 퇴색했다. 스트리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스트리트웨어라는 단어의 정의와 개념은 지금 그 자신과 신에 연관된 연장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슈프림」과 라프 시몬스를 좋아하는 디자이너, 스트리트웨어와 하이엔드 패션의 두 정체성을 모두 살려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그의 행보를 기대해 보자.



**패션비즈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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