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면ㅣ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패션산업정보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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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2.01조회수 1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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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 프로젝트로 산학협력을"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객원교수로 강의한 지 2달이 넘었다. 그동안 패션현장에서의 경험을 학부, 대학원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잘 전달하고 싶어 패션마케팅에 대한 많은 책과 자료를 정리하고 숙지하고 또 리허설까지 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회사 업무에 바쁘게 매달리다 보니 정리할 여유도 없이 서로 뒤엉켜 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되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 같아 역시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Teaching is learning)”라는 말에 새삼 동의하게 된다.

    ‘패션산업 특론’이라는 과목으로 현장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면 현장에 대해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학생들의 눈이 똘망똘망해 더욱더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패션업이야말로 산·학 협동이 절실한 분야인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학계의 교수들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고생스럽게 연구한 프로젝트의 소중한 논문들이 그저 학계에 관련된 분들에게만 공유되는 실정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패션현장의 실무적인 사례가 학교에서 케이스 스터디로 연구되어 후학 양성에 기여하고, 학계의 연구자료가 패션 현장에 도움이 되는 진정한 산·학 협력이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패션업계와 학계의 모든 분이 산·학 협력의 긍정적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만남이 자주 이뤄지는 것이 첫 단계일 것 같다.

    학교에서는 현장의 실무적 사례에 대한 특강이나 세미나에 패션업 경험이 풍부한 현업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물론 매일 전쟁터와 같이 매출에 시달리다 보니 현업의 전문가가 시간을 내 학교에 가서 강의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장의 정보를 갈구하는 학생들을 위해 짧게라도 시간을 내어 후학 양성에 기여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단계로는 패션회사와 학교가 공동 프로젝트를 하여 서로 윈윈하는 결과를 창출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영국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에서는 정기적으로 유럽의 패션 브랜드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패션 인재 육성 및 발굴에 앞장선다. 세계적인 패션스쿨인 영국의 세인트마틴(Saint Martins)이나 파슨스(Parsons) 등의 졸업작품 쇼에는 현업 디자이너도 참석해서 컬렉션 중 선택된 작품이 상품화되기도 한다.

    스타일리스트 이자벨라 블로가 세인트마틴 졸업작품전에서 지금은 전설이 되었지만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린 알렉산더 매퀸의 졸업작품을 몽땅 사들이면서 천재 디자이너를 발굴한 좋은 사례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학교를 졸업한 학생 중에서만 인재를 선택하기보다는 산·학 협력을 통해 아예 재학 때부터 육성하고 발굴해 글로벌 패션 인재를 키워 나가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산·학 협력으로 긍정의 시너지와 에너지를 발굴해 내는 것이 한국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닌가 싶다. 인재는 뽑는 것이 아니라 양성해서 발굴하는 것이다. ■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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