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페라로가 ‘피티우모’에 묻다

    민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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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2.19조회수 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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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그 흐름을 모두가 알 수 있는 놀라운 시대다. 패션 역시 전세계를 바라보며 전략을 짜고 브랜딩 해야하는 참으로 어려운 게임 속에 우리 모두가 속해 있다. 2014년을 열며 유럽 패션계의 구루 프랑코 페라로가 세계 남성 패션의 트렌드를 이끄는 피티우모 운영위원장인 라파엘로 나폴레오네를 만나 전세계 패션의 여러가지 주제들을 피티우모와 연계해 인터뷰했다.

    인터뷰어나 인터뷰이나 모두 유럽 패션계에서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인물. 두 사람의 대화는 패션을 주요 테마로 하지만 모든 것이 글로벌화하는 전 지구적인 관심사를 다루고 있다. 이 인터뷰는 특별히 아시아 시장 고객들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라파엘로 나폴레오네와 프랑코페라로의 동의하에 본지 패션비즈와 일본 섬연신문에만 게재한다. 인터뷰어 프랑코페라로는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사업가, 아마추어 스포츠 선수이며 사진과 자동차, 오토바이를 애호하는 낭만적인 패션 피플이다. 현재 일본과 한국 시장에서 대표 브랜드 「프랑코페라로」를 중심으로 라이선스 사업과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프랑코페라로(이하 F) : 최근 엔화의 급격한 약세와 올 4월부터 증가되는 소비세(5%에서 8%로)로 인해 일본 바이어들이 가격적인 부담으로 피티 우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보는지? 아니면 소위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매력이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하다고 보는지요?

    나파엘로 나폴레오네(이하 N) : 엔화 약세 문제는 이미 과거 달러 약세에서 보았듯이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하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가 기존의 마켓셰어를 고수하려 한다면 이런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판매 정책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지요. 판매 마진을 조금 줄인다든지, 아니면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점을 좀 더 매력적인 포인트로 부각시킬 판촉 활동이던지요.

    저는 지금 이탈리아인 바이어 뿐만 아니라 일본의 백화점 입장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하고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다만 그 영향이 실제 어느 정도가 될 지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에 대해 크게 열광하는 일본이 이번의 환율 위기 상황에서도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잘 헤쳐 나가리라고 믿습니다.

    이탈리아 쪽에서 보자면 우리 피티 우모 운영 위원회는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과 향후 2년에 걸친 중요한 행사를 진행중입니다. 첫 번째 행사는 지난해 5월 피티 우모 참가업체 중 약 200여 개의 이탈리아 업체가 이세탄 백화점이 주최하는 피티-이세탄 프로젝트에 초대 받아 4개층 전체를 오로지 ‘Made in Italy’ 제품으로만 행사를 했습니다. 이번 1월 26일부터 그 두 번째 행사가 똑같이 진행되는데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F : 현재 600여개사(해외 200, 국내 450)가 참여하는 도쿄의 패션 위크(일본 섬연신문 주최)가 피티 우모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업체들을 초청해 외국인 참가업체 수를 늘리려고 시도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N : 최근 유럽에서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중소 업체들에게 도쿄 패션위크 참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일본에 수출 하던 업체라면 시장 확장의 기회가, 신규 업체라면 새로운 시장 개척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The Ente Moda Italia(피렌체 패션 협회 소속 회사, 피티우모를 주최하는 피티이매진(Pitti Immagine)을 소유한 회사) 경우 현재 러시아와 성공적으로 패션 전시회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회사를 잘 활용한다면 도쿄 패션 위크의 새로운 프로젝트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F : 브랜드란 품질, 세련된 취향, 독창성의 복합적인 결과물이며 결국 ‘Made in Italy’ 제품과 연결 고리를 갖게 됩니다. 최근 이런 사실에 눈뜨고 브랜드 사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매료된 해외 전문 투자 회사들이 이탈리아 회사들을 인수 합병해 패션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업 이익과 주식 배당금, 프로페셔널리즘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N : 사람들은 늘 이탈리아 회사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데 아주 미숙하다며 브랜드 인수합병이 발표되기만 하면 불평 불만하며 머리카락을 쥐어 뜯습니다. 하지만 「구치」와 「보테가베네타」, 최근의 「로로피아나」 등의 경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면서 생산 기반도 이탈리아에 그대로 남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해외기업에 인수합병된 몇몇 스포츠 브랜드들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위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는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사업 기반을 그대로 이탈리아에 두고 회사의 투자를 돕는 인수합병이라면 긍정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탈리아의 아주 인색한 금융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실 글로벌라이제이션 이슈를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회사들이 많습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자력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감당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만 현재 이탈리아의 은행대출 시스템은 건강하지도, 강하지도않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장기적 관점도 없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해당 회사들이 정말 현실적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인수합병하는 입장에서도 향후 점점 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F : 최근 중국 자본이 개입된 기업 레드스톤(Redstone)이 처음으로 밀라노 패션 최고 중심가인 ‘비아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 기업은 중국에서 체인 스토어를 운영 중인데 이탈리아의 유명 브랜드를 모방해 브랜드 명을 정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자 밀라노에 입성한 것이지요.

    N : 그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저에게는 전혀 관심거리가 못됩니다. 사실 저는 그 프로젝트가 나름대로 잘 되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제대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거든요. 또한 이것을 공연히 특정 국가를 거론하는 국수주의적인 사례로 해석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F : 최근 피티 우모 전시회들을 통해 제가 해외 바이어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받았던 질문은 “이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만든 것입니까? 아니라면 관심이 없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수년 전 미국에서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항하기 위해 전시회에 출품된 자국산 의류제품에 ‘미국에서 긍지를 갖고 만들었습니다(Proudly made in the USA)’라는 라벨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피티 전시회의 이탈리아 업체들에 적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N :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이것은 중국산에 밀려 유럽이 패한 전쟁입니다. 최근 이 모든 국면이 변했습니다. 몇몇 특정 국가들은 이제 ‘어디에서 제조(Made in ...)’됐다 라는 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원산지 증명을 하나의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자국 내 생산을 중요한 가치로 고양시킵니다. 유럽에서 프랑스가 처음으로 자국산 제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을 다시 강력하게 추진했다면 이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 의미를 되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조차도 이제는 자국내 생산 제품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 섬유류 및 의류 소비의 약 52%가 자국내 생산이었으나 2004년에는 그 비중이 2%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겨우 25%로 회복 중에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이 높은 사회적 갈등과 부동산 거품 등 수많은 문제들로 예전만큼 생산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결과 많은 회사들이 유럽내 생산으로 되돌아오고 있으며 특히 고가품일수록 그 경향은 두드러집니다. 이제 입법권자들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지나치게 비싼 에너지 가격, 징벌적인 세금 부과 등 생산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좀더 기민하게 다루어주기를 희망합니다. 기업들이 좀더 쉽게 투자하고 연구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 처방을 통해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시점입니다.

    이탈리아의 생산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는 유럽 제조업에서 제 2의 마르코 폴로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지난 2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피티 우모에서의 해외 수주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F : 다음 피티 우모 참가를 희망하는 한국이나 일본 회사들에게 충고를 하신다면? 예를 들면 전체 컬렉션보다 시즌 대표 상품만 전시하라던지요.

    N : 제 대답은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참가 신청서를 검토하는 피티 우모 기술 위원회에 일반적인 의류제품 보다는 진정성 있는 패션 제품을 제출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신참’ 업체일수록 기본적인 양산 제품의 전시를 피하라는 점입니다. 이는 십중팔구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기성품들과 비슷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 전혀 주목받지 못하게 됩니다.

    F : 수출기업 입장에서 아직도 가장 전망이 밝은 시장인 극동 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조망하시나요?

    N : 이 시장은 아직도 많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규모도 크고 성숙도도 높지만 한국은 패션에 극도로 민감하고 또한 주변 국가의 소비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잘 압니다. 특히 한국의 듀티프리 매장들은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극동에 진출하려는 모든 브랜드들의 테스트 마켓입니다. 만약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이는 곧 그 인접국가에서도 똑같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F : 피티 우모를 주관하는 위원장으로서 최근 방문한 곳 중 특히 가장 신경을 쓴 나라가 있다면?


    N : 특히 작년 11월 수많은 매체와 이탈리아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유럽 고객들과의 미팅이 제일 많았습니다. 런던, 파리, 마드리드, 모스크바, 독일의 많은 도시들과 뉴욕 순입니다. 저는 아직도 인도의 잠재력을 믿습니다. 유통망 부재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인도는 특히 남성복 부분에서 미래 가능성이 큰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F : 패션 부분과 이탈리아 경제, 극동 시장까지 두루 헤아리는 깊이있는 식견을 접할수 있도록 허락 해주신 이번 인터뷰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번역; 파비즈 글로벌 국성훈 대표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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