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 (Loewe)」는 질 좋은 피혁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으로는 중장년층의 ‘사모님’들이 드는 가방이라는 인식 또한 없지 않다. 그냥 스페인 길거리만 봐도 40대 미만의 젊은 여성층이 「샤넬」 「루이뷔통」 「캐롤리나 헤레라」 등은 많이 들고 다니지만 「로에베」 제품을 착용하는 빈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런 ‘나이 든’ 브랜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로에베」가 변신을 꾀한다. 밝고 명쾌해진 디자인과 새로운 판매전략으로 젊은층에 어필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젊은 여성들의 고학력 시대가 열리고 사회진출이 일반화된 오늘날 커리어우먼의 지갑을 노리는 마케팅 또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보통 어디로 갈까? 아마 백화점이나 플래그십 매장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명품 구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매장이 압도하는 분위기가 두려워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다. 혹시 내 옷차림을 판단하지는 않을까? 직원이 묻는 질문을 못 알아듣지는 않을까? 가격이 내 생각보다 훨씬 비싸면 어쩌나? 아무것도 안 사고 나오면 눈치 보이지 않을까? 등등 초보(?)고객들은 불안하다.

네온사인 번쩍, 이동식 매장에서 명품 구입을?! .

더군다나 그 초보고객이 아직 한 번도 명품을 구입해본 적이 없는 젊은 고객이라면 더욱 그런 고민에 휩싸인다. 그래서 「로에베」는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대신 직접 고객을 위해 매장 밖으로 나가는 전략을 생각했다. 바로 백화점 밖에 이동식 매장을 설치한 것이다.
마치 신문이나 간식거리 등을 파는 ‘매점’과 같은 모습이다. 네온사인으로 브랜드 이름을 내건 디자인은 명품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도 오가다 한 번 관심을 갖고 멈춰서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이 ‘매점’이 이동식 매장이라고 하는 데는 단지 간이매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여러 도시를 이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디자인은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로에베」의 디자인을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동식 매장에서 판매 중인 리미티드 컬렉션은 ‘Tales of Spain’이라는 타이틀 아래 「로에베」의 상징적인 3가지 모티브를 통해 재탄생했다.

밝은 컬러 화려한 프린트에 다양한 소품들도

가죽 위에 옐로, 핑크 등의 밝은 멀티컬러와 화려한 프린트가 특징인 이 컬렉션은 토트백, 크로스백, 클러치, 파우치와 같은 가방과 뱅글, 벨트, 선글라스, 실크 숄과 같은 액세서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이 컬렉션의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네일 스티커, 타투 스티커와 더불어 「로에베」의 클래식 문장이 새겨진 스웨터이다. 이러한 모든 제품들이 젊은층에 어필하기 위함임은 물론이다.

젊은층을 겨냥한 컬렉션답게 ‘Tales of Spain’은 「로에베」 이동식 매장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로에베 갤러리 내 팝업스토어에서 또한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이 컬렉션의 가격은 가방의 경우 다른 컬렉션보다 저렴한 550~990유로(약 77만~146만원)이며 액세서리류는 150~495유로(약 21만~70만원)이다.

한국이 지향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처럼 「로에베」도 스페인 명품 브랜드로서의 자아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최근 몇 년 동안 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뒷면에는 현재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Stuart Vevers)의 공이 크다. 그는 「로에베」에 입성한 2007년부터 스페인의 전통적인 가죽 세공양식이나 데코 등을 브랜드 디자인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그동안 스페인의 전통에서 미래를 찾으려는 그의 노력이 호평을 받아온 만큼 이번 ‘Tales of Spain’ 컬렉션의 고객과 업계의 점수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