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개척자 ‘알펜’ 주목

    곽선미 기자
    |
    13.05.20조회수 9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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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과 아이 모두가 사랑하는 백팩 ‘칸켄’, 아웃도어시장 포화 속 색다른 아웃도어 라이프와 디자인을 제안한 「피엘라벤」, 트렌드를 타고 성장 중인 자체 백팩 편집숍 ‘쿤덴샵’과 ‘백팩커스’까지…. 이 회사가 선택하는 브랜드와 기획하는 매장은 어딘가 다르다. 묘하게 트렌드를 타는 것 같으면서도 살짝 한 번 비틀어 색다른 디자인이나 가치를 제안하고,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젊고 빠른 행동력과 함께 진중함도 갖췄다. 알펜인터내셔널(대표 조인국)에 대한 패션 관련 업계의 평가다.

    2011년 11월에 설립된 이 회사는 아직 신생업체지만 그 내공을 살펴보면 만만치 않다. 대표인 조인국 사장은 국내 온라인 슈즈 멀티숍 시장의 중심에 서 있던 ‘플레이어’ 전개사인 잇츠유어스의 전 공동대표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온라인 마켓, 멀티숍 비즈니스는 물론 수입 브랜드에 대한 감각과 소비자 니즈 파악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2008년 스트리트 백팩 「맨하탄포티지」 런칭을 시작으로 수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디스트리뷰터로서 업무에 흥미를 느껴 알펜인터내셔널로 독립했다.

    젊은 나이지만 빠르고 치열한 온라인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조 사장의 소비자를 읽는 감각은 웬만한 패션업계 ‘통’들과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 이 같은 감각을 만들어 준 것은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그의 성격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장에서 어떤 흐름이 감지됐을 때 혹은 하고 싶은 브랜드가 생겼을 때, 조 사장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직접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소비자들 사이에 섞여 정보를 얻고 소통을 하는 것은 물론 해당 브랜드가 있는 곳이면 해외 어디든 직접 뛰어간다.





    2011년 11월 설립, 반보 앞선 트렌드 제시
    조 사장이 아웃도어 「피엘라벤」의 전개를 위해 스웨덴 본사 피닉스그룹과 접촉한 사례는 그의 성격과 비즈니스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조 사장이 피닉스그룹에 손을 뻗은 것은 지난 2010년 초, 당시 「피엘라벤」은 브랜드 자체 이름보다 ‘칸켄백’으로 더 유명할 때였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을 때라 피닉스그룹은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국내 병행수입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피닉스그룹은 트렌드에 휩쓸려 브랜드의 수명을 짧게 하지 않겠다며 이들의 접근을 거절했다. 2011년 3월 조 사장이 직접 ‘칸켄’이란 단어를 뺀 사업계획서를 갖고서 한국시장에 새로운 컨셉의 아웃도어룩인 「피엘라벤」을 보여주고 싶다는 계획서를 제출하자 이를 신중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 3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피닉스그룹은 순간적인 트렌드보다는 「피엘라벤」 자체를 정착시키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는 것이 조 사장의 판단이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소규모에 신규 업체임에도 상품 하나보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집중하고, 한국의 시장 상황을 직관적으로 바라본 조 사장의 차별화된 태도에 피닉스그룹은 2012년 1월 공식 디스트리뷰터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아웃도어 「피엘라벤」, 잡화 ‘쿤덴샵’ 인기
    「피엘라벤」을 들여온 이후에도 서두르지 않았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칸켄백’의 인지도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아웃도어 「피엘라벤」은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하기 위해 ‘쿤덴샵’이라는 자체 트렌드 액세서리 잡화 편집숍과 「피엘라벤」 단독 매장으로 유통을 이원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쿤덴샵’은 「피엘라벤」의 칸켄백 포함, 「맨하탄포티지」 「인케이스」 등 백팩 브랜드, 「수퍼」 같은 잡화 브랜드가 입점한 편집숍으로 작년 2월부터 백화점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쿤덴샵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롯데백화점만 ‘백팩커스’라는 이름으로 입점해 있다. 캐주얼은 물론 스포츠, 잡화 등 복종에 관계없이 10~20대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매장이라 백화점의 각 파트 MD들 사이에서도 종종 유치 경쟁이 일어나곤 한다.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의 경우 캐주얼층과 잡화층에 각각 들어가 가방으로만 월평균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낼 정도로 인기가 있고, 지난해 11월에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월매출 1억원을 돌파하는 등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피엘라벤」은 아예 타깃이 달랐다. 「피엘라벤」은 뉴트럴 톤의 상품 컬러, 타 아웃도어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소재, 천연 허니 왁스로 왁싱해 방수 효과를 볼 수 있는 G-1000이라는 자체 개발 친환경 소재 등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는 다른 개성이 있어 얼핏 젊은층이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기존 「피엘라벤」을 알고 있던 20대 후반부터 30대의 젊은 마니아층 외에 신규 고객은 40대 초중반의 장년층이 많다.


    무리한 판매 정책보단 브랜드 문화 알리기부터
    기존 브랜드에서 새로운 것을 찾지 못한,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실한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에 큰 매력을 느낀 것이다. 기존 아웃도어는 간절기에는 ‘바람막이’, 겨울엔 ‘다운점퍼’, 기능이 확실하지만 예쁘긴 조금 어려운 소재 사용으로 상품구성이나 디자인을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다.

    반면 「피엘라벤」은 니트, 모직 등 편안한 소재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기존 국내 시장에 있던 아웃도어 브랜드와는 다른 상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처음으로 월매출 1억원을 넘기는 매장이 등장하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브랜드 볼륨을 급작스럽게 키우기보다는 스웨덴 현지의 광활한 아웃도어 문화를 곁들여 소비자들에게 스며들기 위해 천천히 주요 백화점 매장부터 입점하는 전략으로 올해 백화점 총 15개점을 확보할 예정이다. 물론 「피엘라벤」과 현재 전개 중인 아웃도어 슈즈 「함바그」, 캠핑 용품 「프리머스」 등으로만 알펜인터내셔널을 ‘라이프스타일 개척자’라고 수식어를 달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 가을 「NZA」 등 신규 3~4개 오픈 예정 ~
    하지만 현재 이 회사가 조용히 테스트하고 있는 브랜드와 앞으로 내놓을 신규 브랜드를 살펴보면 수긍이 간다. 덴마크 슈즈 브랜드 「슈 더 베어(Shoe the bear)」, 전자기기 전문 액세서리 브랜드 「브런톤(brunton)」, 네덜란드의 어번 트래블 캐주얼 브랜드 「뉴질랜드오클랜드(이하 NZA)」, 추가로 준비 중인 의류 브랜드까지, 아직 내놓지 않고 테스트하고 있는 브랜드들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패션업계 사람들은 종종 ‘아웃도어 다음 시장은 무엇이 올까?’라는 이야기를 한다. 얼마 전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이 질문에 “복종을 허문 활동복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알펜인터내셔널이 준비하고 있는 브랜드들을 보면 그 ‘활동복’ ‘아웃도어 다음의 스타일’이 어떤 것일지 조금 명확해진다.

    먼저 올 하반기 런칭을 준비 중인 「NZA」. 이 브랜드는 얼핏 보면 캐주얼 브랜드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은 ‘여행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주는 패션’. ‘왜 멋진 대자연 속으로 즐거운 여행을 떠나면서 기능에만 집중한 아웃도어 의류를 입고 가는 걸까? 굳이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갈 땐 좀 더 멋스럽게 입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여행 전문 패션 브랜드다. 남성 라인만을 선보이는 「NZA」는 크루즈 여행과 같은 럭셔리 여행은 물론 높지 않은 산행이나 호수로의 여행, 캠핑에 최적화된 의류 라인을 제공한다.





    ‘아웃도어 → 어번 트래블’로 라이프 영역 확대
    유럽의 백화점에서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캐주얼 「나파피리」와 같은 조닝으로 묶이며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일상과 여행, 가벼운 탐험까지 편안하면서도 멋스럽게 입고 즐길 수 있는 어번 트래블링 캐주얼을 제안하는 것. 국내에서는 올 하반기 주요 백화점 프리미엄 캐주얼 조닝으로 입점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볼 계획이다. 최근 캠핑, 트레킹, 여행 등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젊은 남성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브런톤」은 카메라 렌즈, 용품 등을 주로 선보이는 전자기기 브랜드다. 이 회사는 여기서 특별히 ‘카메라 렌즈’와 몇몇 액세서리에 집중했다. 바로 어딜 가도 ‘인증’하기를 좋아하고, 무거운 카메라보다는 가볍고 성능 좋은 카메라를 선호하는 요즘 소비자들을 위한 ‘아이폰 전용 카메라 렌즈’와 ‘삼각대’를 들여온 것이다. 애플숍 등 아이폰 전용 액세서리 매장 등에 숍인숍으로 입점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슈더베어」는 심플한 슈즈 브랜드다. 얼마 전까지 편집숍 밴드오브플레이어에서 일부 선보이며 테스트를 진행하다 올가을부터 쿤덴샵에서 판매한다. 덴마크의 슈즈 브랜드로 편안하고 심플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가죽, 가벼운 무게감, 다양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 이 역시 구두는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고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아이템으로 앞의 브랜드들과 동일한 라이프스타일 선상에 서 있다.






    2011년 30억원 실적서 올해 150억 목표
    이들 신규 브랜드들은 급하게 움직이지 않을 계획이다. 온라인의 빠른 소비자 회전과 달리 오프라인은 지속적인 가치 제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천천히 브랜드의 컨셉과 스토리를 알리며 소비자들의 삶 속에 녹아드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알린다.

    이 회사가 제안하는 브랜드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꾸준히 고민 중이다. 백패킹, 트레킹 마니아들이 「피엘라벤」의 스웨덴 하이킹 행사 ‘피엘라벤 클래식’(Tip 참조)에 열광하듯 브랜드의 문화와 철학을 먼저 알리고 그것과 동화되는 진짜 소비자들과 함께 가겠다는 것이다.

    알펜인터내셔널은 올해 「피엘라벤」과 쿤덴샵, 백팩커스 중심으로 1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한다. 규모는 작지만 효율적이고 알찬 브랜드 운영으로 내실 있게 가져가겠다는 방침이다. 「피엘라벤」 15개점, 쿤덴샵과 백팩커스 35개점을 확보할 예정이며, 「NZA」와 「슈더베어」는 올가을부터 쿤덴샵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과하지 않게 반보 앞선 시장을 바라보며 소비자와 소통해나가는 이 회사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해본다.


    **패션비즈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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