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브랜드, 「유니클로」 반격 시작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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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8.01조회수 19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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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상륙 13년 만에 연매출 1조3000억원을 돌파한 FRL코리아(대표 홍성호, 고사카 다케시)의 「유니클로」. 단순 계산만으로도 1년에 1000억원씩 외형이 늘어난 셈이다. 「유니클로」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 연매출 130억원 규모의 100여개 토종 브랜드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FRL코리아는 「유니클로」보다 더 저렴한 가격과 최신 스타일링을 무기로 한 「지유」를 들여와 「유니클로」의 후방을 받친다. 롯데월드몰 잠실점이 1호점이며 다음달 9월14일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유니클로」가 「지유」를 들여오는 속내가 무엇일까? 「유니클로」의 두 자릿수 성장세가 멈춰서? 「유니클로」의 트렌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둘 다 이유가 되겠지만 「유니클로」의 강점을 더욱더 극대화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국내 토종 브랜드들이 「지유」와 가격경쟁 출혈경쟁으로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에 「유니클로」는 기능성 웨어, 라이프 웨어로서 제품 퀄리티와 가격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려 국내 토종 브랜드들과의 격차를 벌이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이제 「유니클로」는 단순 브랜드 차원이 아니라 한국 패션산업 전체의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유니클로」, 연평균 1000억씩 매출 증가


    지난 30년간 한국 패션산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응삼 리본글로벌 사장을 비롯해 대다수 패션 관계자들은 「유니클로」의 파상공세에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패션시장은 명품과 SPA까지 모두 해외 브랜드에 내주고 패션산업 현장에는 R&D 인력 없이 세일즈 매니저만 양상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 「유니클로」의 글로벌 행보를 보면 이런 노파심(?)이 결코 우려가 아니다. 「유니클로」는 최근 테니스의 황제로 일컬어지는 ‘로저 페더러’와 10년간 홍보대사 계약을 맺었다.

    로저 페더러는 미국 경제 매거진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 스타 브랜드 가치 TOP 10’ 리스트에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선수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자 작은 기업과 같은 가치를 가진 스포츠 선수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계약, 이미지 제고


    더군다나 서양권에서 테니스는 상류층의 스포츠로 알려져 있다. 이 테니스의 황제를 스폰서 계약이 만료된 「나이키」를 제치고 「유니클로」가 잡은 것이다. 「유니클로」는 페더러에게 향후 10년간 3억 달러를 지급키로 했다. 「나이키」의 3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코트 안팎에서 혁신이 될 것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은 그와 함께 기술과 디자인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탐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유니클로」는 로저 페더러 외에 애덤 스콧(골프) 등의 선수들과 글로벌 홍보대사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세계 1위 의류기업으로 이미지 제고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처럼 「유니클로」는 계속되는 기술 개발과 마케팅 강화로 더욱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선발 브랜드에 밀려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사업 초기의 부정적인 예상과는 달리 「유니클로」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섬유 기술과 퀄리티에 집중하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유니클로」의 제품 혁신작업과 글로벌화, 디지털 행보가 빨라진 만큼 우리는 우리의 강점인 손맛을 무기로 「유니클로」보다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내놓고, 협력과 협공으로 연합전선을 펼쳐야 한다. 이미 연간 20조원 규모로 성장한 「유니클로」를 토종 브랜드 하나로 대응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격이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반영한 ‘섬유기술’ ‘퀄리티’ 집중


    이랜드월드(대표 정수정)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여름 대표 아이템 3가지로 3개월간 1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드라이어스 반팔 티셔츠와 진, 리넨밴딩팬츠 등 3종류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스파오」 ‘드라이어스’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는 외과 의료용이나 수영복에서 많이 사용하는 라이크라 T400 섬유를 적용해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 리넨밴딩팬츠는 허리띠를 하지 않아도 편하게 허리를 잡아주는 착용감과 시원한 리넨 소재를 활용해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무신사 PB 「무신사스탠다드」 대항마 가세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은 이번 F/W시즌 90만장에 달하는 롱패딩으로 승부를 걸었다. 올해 초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평창롱패딩’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주력 브랜드인 토종 SPA 「탑텐」의 롱패딩은 온라인 편집숍 ‘무신사’에서 지난 6월 역시즌 판매에 들어간 직후 실시간 판매랭킹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번 시즌 더욱 새로워진 ‘프리미엄 폴라리스 롱패딩’은 우수한 가성비가 특징. 정상가 19만9000원 가격에 구스(거위털) 80/20의 충전재 사용과 방수, 방풍 기능과 털 보존에 효과적인 라미네이트 가공을 겉원단에 추가했다. 지퍼와 스냅 등 부자재도 전보다 업그레이드했다.  

    지난 2015년 8월 자사 온라인 쇼핑몰 기반으로 론칭한 안다르(대표 신애련)의 「안다르」는 ‘레깅스’로 「유니클로」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라이크라, 코듀라, 폴리진 등 글로벌 소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와 겨룰 만한 기술력과 상품력을 보유했다. 특히 레깅스와 브라톱 분야에 특화돼 있다.

    뛰어난 상품력, 퀼리티, 가성비 3박자 갖춰야


    고기능성 프리미엄 소재와 한국인 체형에 맞춘 패턴, 일상복에도 캐주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컬러 등 상품력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신상품 출시 1주일 만에 5만장을 완판하고 리오더에 들어가는 파워를 가질 수 있는 이유다. 매출도 무섭게 성장, 이미 상반기 200억원을 넘어섰고 지금 추세라면 연말까지 올해 목표의 100억원 이상을 초과한 500억~55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를 전개하는 그랩(대표 조만호)의 PB 「무신사스탠다드」도 활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유니클로」 대항마를 선언하며 합리적인 가격의 PB 「무신사스탠다드」를 오픈했다. 패션 전문 유통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획 · 생산 · 판매를 원스톱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일 아이템인 경우 「유니클로」보다 무조건 1만원 저렴한 가격, 국내 고객 체형에 맞는 핏과 보증된 퀄리티를 강점으로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3일 만에 완판했던 경량 패딩 물량을 10배인 20만장까지 늘려 공격적으로 전개한다.

    **패션비즈 2018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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