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유통, 해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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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10.30조회수 8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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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 공룡인 백화점에서 손 안의 유통으로 불리는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통채널이 총집결된 국내 패션마켓! 겉잡을 수 없이 속도를 내고 있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더욱 다양해진 소비 패턴이 맞물리면서 한국 패션유통시장은 큰 소용돌이 속에 있다.
    구조적인 변화를 맞고 있는 현재,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유통의 다변화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장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패션은 어패럴뿐만 아니라 F&B 코스메틱 가구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야 하는 콘텐츠의 다양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한국 패션시장의 유통 패러다임은 소비자들의 소비 인식을 바꾸는 동시에 구조적인 시스템까지 바꾸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수수료 압박! 脫백화점 시작, 이제 어디로
    영원한 상생은 진정 불가능한 것일까. 국내 상권에 빼곡히 들어선 수많은 유통, 그 안에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는 콘텐츠(브랜드). 유통에서는 퀄리티가 향상된 브랜드를 원하는 반면 브랜드들은 좋은 자리에 합리적인 수수료로 입점하기를 원하는 줄다리기 관계는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브랜드의 그레이드에 따라 수수료도 천차만별! 내셔널이냐 수입이냐 라이선스냐에 따라 달리 책정된다. 브랜드 일부가 탈백화점을 선언하며 복합쇼핑몰과 아울렛으로 유통을 선회하고 유통정책을 바꾼 케이스도 속출하는데다 수수료가 턱없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유통에서 이미 손을 뗀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패션 전문가 중에는 ‘일본 시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1990년 당시 이세탄 등 주요 백화점 수수료가 38%까지 육박했다. 버블이 깨지면서 백화점 입점을 기피하는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대부분의 일본 백화점이 결국 사입과 PB로 백화점을 채우던 시절.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가격과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채워야 함에도, 수수료 욕심(?)으로 백화점 유통의 대란을 겪은 일본이다.

    일방적 통보? 수수료 40% 육박(?), 해도 너무하네
    중소기업 브랜드들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가히 폭발적이다. 해외 명품 또는 대기업 브랜드보다 판매수수료, 매장 위치 등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와중에 지속적으로 오르는 수수료율로 불만이 극한에 달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6.3%대였다. TV홈쇼핑 역시 전체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4.0%대로 적지 않은 수치를 나타낸다. 유통의 다변화, 점점 확대되는 E&M(e-commerce & mobile)마켓 구조에서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수수료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까.
    백화점의 경우 과거 30% 선에서 현재 40%에 육박하는 수치까지 올라오면서 패션기업들이 숨통도 틔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기본 백화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평균 수수료는 35%, 여기에 중간관리 매니저 수수료 15%에 인테리어 비용의 감가상각까지 더하면 50%를 상회한다.

    정해져 있는 마크업, 출혈 불구하고 감행
    결국 이 수수료는 상품 가격에 얹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이뿐인가. 특판행사 참여, 타 백화점과의 거래 시 불이익 조건, 고객 초청 공연 등의 행사비용 등은 모두 전개 브랜드들의 몫이다. 여기에 NPB 등 온리 상품 강요는 물론 일방적인 매장 위치 변경까지 요구하고 있어 많은 브랜드가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다.
    또한 백화점 측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각종 행사와 균일가 상품전을 요구하고 있다. 마크업 자체가 정해져 있는 메이커 입장에서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매출 방어와 재고 소진을 병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브랜드 수익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션시장의 한 전문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 마진을 올리거나 차별화된 상품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하는 결론에 이릅니다. 여기에서 백화점과 달리 편집숍의 경우는 고마진 PB군을 강화해 일명 ‘마진믹스’ 형태로 전개하기도 합니다. 과거 ABC마트가 「반스」를 키운 것을 생각하면 될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슬금슬금 1%씩 상향, 업체들 ‘설 땅 없다’
    이러한 악순환 상황에서도 백화점은 또 다시 수수료 올리기에 들어갔다. 메이커와는 전혀 상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인 통보라는 점이 업체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롯데에 이어 현대까지 최근 1% 이상 올리기를 선언(?)하며 또다시 수수료 문제가 불거졌다. 롯데의 경우 본점과 잠실점 등 주요 점포 지역 1%씩 상승을 비롯해 지방 점포 7~8곳도 1%씩 상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대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백화점 역시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해도 너무합니다. 이번 시즌 여러 시장 조건 악화로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역신장을 보이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높아져 앞으로 남은 4/4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할지 큰 걱정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최근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대거 메이저 백화점으로 유입되면서 수수료 문제는 더욱 커진다.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의 경우 마진율이 점포에 따라서는 0%대까지 이르렀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이는 많은 브랜드가 포기하고 묵인해서 넘어간 상태.

    동대문 기반 신규 저가 브랜드들 특혜(?!)
    하지만 스트리트 브랜드들과 온라인 브랜드들, 여기에 동대문을 베이스로 한 브랜드들까지 글로벌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동의하고 있는 유통 측의 호의적인(?) 태도에 내셔널 브랜드들의 상실감은 극에 달한다. 백화점에 입점했거나 앞으로 들어올 뉴 페이스 브랜드들의 수수료율은 20~25%대로 기존 입점 브랜드들의 35~40%에 비해 10%가 낮다.
    이러한 상황에 설상가상 실적 부진 브랜드들에 대해서는 행사 제품에도 정상 수수료를 적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업체들도 있다. 일명 ‘미끼 상품’으로 불리는 행사 저가 상품의 경우는 가격이 워낙 저가로 책정된 데다 수수료율까지 빠지면 남는 것이 없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빛깔 좋은 껍데기 행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백화점과의 갑을 관계를 못 벗어나는 상황에서 브랜드 측은 ‘상생’이라는 타이틀(?) 아래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할 뿐이다. 여기에 행사수수료까지 확대되면서 정상매장과 행사매장에서 각각 수수료를 빼고 나면 굳이 백화점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브랜드의 입장이다.



    백화점 바이어 ‘상품 직매입 능력’ 문제 있다
    패션계의 한 전문가는 수수료 문제에 대해 “국내 백화점 초창기에 주요 브랜드들은 본인이 영업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테넌트 성격의 임대 입점을 선호했고, 백화점 역시 상품매입에 대한 전문 인력이 없으므로 재고 부담이 없는 임대 또는 특정매입 형태를 원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국내 백화점들이 위험요소가 없는 특정매입방식으로 오랫동안 안정된 성장을 이룬 반면, 내부 인적 역량은 키우지 못한 데 기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직매입 방식으로 영업할 수 있는 유통 전문인력(바이어)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쉬우면서도 위험요소(재고 부담)가 없는 특정매입방식을 선호하게 됐다는 얘기다. 국내 협력업체들 또한 특정매입을 선호해 온 것은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화점의 우산 아래 들어가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더 손쉬울 것이라는 인식도 한몫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시장을 정확히 알고 마켓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해 백화점 바이어들이 실제 직매입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시각도 크다. 대개는 매출 순위와 외형 위주의 브랜드를 쫓다 보니 실제 직바잉할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마트·TV홈쇼핑까지 수수료 올리기 가세할까
    대형마트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수수료는 30~34%대에 이른다. 아울렛 또한 롯데아울렛을 비롯해 18~25%대의 수수료율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채널 중 TV홈쇼핑은 정액제와 수수료제로 나누어 이원화로 전개하고 있다.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와 고정비를 받는 정액제로 구분해 진행하는 것.
    하지만 이 안에 또 허점이 숨어 있다. 패션 상품은 대부분 정률제로 움직이지만 물류, 택배를 홈쇼핑 시스템에 실을 경우 반송비 포함 4~5%의 수수료가 더 붙고, 상품 반송 시 비용이 또다시 발생한다. 수수료 외 추가 부담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 실제 유통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결론이다.
    각 패션 유통사의 무분별한 외형 불리기는 계획되고 있고 수수료율은 계속 오르기만 할 뿐 전혀 내려갈 기미도 없는 이러한 악순환의 상황에서 과연 한국 패션의 미래에 기대를 걸어도 될까. 유통과 메이커 간의 상생 문제는 서로 풀어 가야 할 숙제로 남은 가운데 효율과 관리는 물론 천정부지의 수수료를 능가하는 새로운 해법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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