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홀린 정욱준 ‘바쁘다 바빠!’

    안성희 기자
    |
    12.01.23조회수 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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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산공원 인근 제일모직 사무실에서 만난 정욱준 상무. 4개월째 출근하는 이곳이 벌써 익숙하다. 하긴 프랑스 파리도 홀로 나가‘ 맨땅에 헤딩’도 불사한 그다. 5층「 준지(JUUN.J)」와 6층「 니나리치」를 분주하게 오가며 총 4개 브랜드「(준지」「니나리치맨」 「니나리치ACC(여성)」 「니나리치ACC(남성)」)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활동 중이다.

    개인 사무실을 운영할 때보다 훨씬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지만,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제일모직에 와서 가장 좋아진 것은‘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잘 나가는 디자이너라 할지라도 컬렉션 한 번 치르고 나면 금전적으로 허덕이기 마련인데 든든한 스폰서가 있으니 뭔가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현재 그는 1월 20일에 있을「 준지」 파리 컬렉션 때문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지난 2007년부터 10번의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제일모직에 몸담고는 처음이라 또 설렌다. 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날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일정이 끝나지 않아 극도로 피곤한 상태다.


    기업과 조인 후 설레는 1월 말 첫 파리 컬렉션

    그러나 열정만큼은 방전되지 않았다.「 준지」와「 니나리치」 얘기를 시작하자, 차근차근 머릿속의 디자인 철학을 꺼내놓는다. 파리가 사랑하는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아직 쑥스럽다는 듯 겸손함까지. 이 시대 패션계가 원하는 진정한 위너, 정욱준은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매력을 갖고 있다.

    2007년 파리컬렉션에 화려하게 데뷔해 순탄하게 글로벌 물결을 타던 정욱준. 그가 왜 제일모직에 합류했을까. 따지고 보면 정
    욱준과 삼성의 연은 깊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회 연속으로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수상했다. 또「 빈폴」과 트렌치코트 콜래보레이션에 이어「 빈폴액세서리」와 가방 콜래보를 진행했다. 모두 화제가 됐던 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이렇게 제일모직과 끈이 계속 이어지며 이서현 부사장, 정구호 전무 등과도 자연스레 만남이 잦아졌다.

    “제일모직 브랜드들과 콜래보레이션하면서 사실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내 디자인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얼마나 팔릴까 두근거렸다. 그래서 콜래보 상품들이 잘 나갈 때「 준지」와는 다른 희열을 느꼈다. 컬렉션 때만 보여지는 옷에는 흥미 없다. 커머셜한 디자이너가 되기를 원한다. 글로벌 마켓에서 말이다.”


    이서현 부사장 제안에 별 망설임 없이 OK

    지난해 초「 니나리치」 CD제안이 들어왔을 때, 별 망설임 없이 OK했다. 정상무는“ 원래 단순한 성격이라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그냥 기회로 받아들였다”며“ 결정적으로 이서현 부사장의 결단력과 추진력, 글로벌한 마인드에 확신이 섰다.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도 궁극적으로 기업에 들어가 활동하길 원한다. 나 역시 혼자 할 수 있는 도전은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제일모직은 앞으로「준지」가 글로벌 브랜드로 명성을 얻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준지」를 함께 이끌던 스태프 5명도 제일모직 품으로 들어왔다. 컬렉션에 더욱 완벽을 기하기 위해「 니나리치」 팀에서는 컬렉션 준비 한 달간 정상무를 괴롭히지 않기로 했다.“ 4개 브랜드의 디렉팅을 어떻게 하지?” 첫 출근 때부터 막막했다는 정상무는“ 팀원들이 알아서 도와주고 있다. 이번 컬렉션도 멋지게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1999년 신사동 가로수길 16.5㎡(5평) 남짓 사무실에서 시작된「론커스텀」이 2007년 파리에 진출하며「 준지」로 업그레이드됐다. 현지에서 정욱준 발음이 어려워 쉽게 붙여진‘ 준지’가 글로벌 마켓에서 떠오르는 핫 디자이너로 통용되고 있다. 무모한 파리 도전기였지만, 첫 데뷔 때부터‘ 무서운 신예’로 주목받고 유명 편집숍에 당당히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11th파리行「 준지」, 다시 시작하는 기분

    세계적인 디렉터인 칼 라거펠트도「 준지」 매장에서 수트를 사서 그의 피날레에 입었다는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의 교과서적인테일러링을 칼 라거펠트도 인정했으며 이후 몇 번씩 밀라노‘ 단토네’에서 자신과 직원들의 옷을 구입했다. 「준지」 하면 트렌치코트, 배기팬츠, 그리고 코디네이션 되는 액세서리류가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해체와 과감한 커팅, 합체 등 트렌치코트의 무한한 변신을 자유자재로 선보이며 ‘「준지」=트렌치코트’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또 테일러링에 뛰어난, 기본기가 탄탄한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더 높이 점프할 수 있는 그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준지」는 현재 이탈리아‘ 타보(Tabo)’‘ 단토네(Dantone)’를 비롯해 프랑스‘ 타프키(Kabuki)’, 영국‘ 벨티스(Vertice)’, 미국‘ 세븐(Seven)’, 벨기에‘ 라(Ra)’, 홍콩과 중국의‘ 조이스(Joyce)’, 러시아 ‘데이&나이트(Day&Night)’, 일본‘ LazyHazyPlanet’
    ‘Blxxkk’, 사우디아라비아 ‘AnmaGroup’까지 세계적인 편집숍에서 판매된다. ‘코리안 신동’이라는 호칭을 달고 쟁쟁한 하이엔드 컬렉션 디자이너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에는 ‘10코르소코모’와 갤러리아백화점 이스트관의 편집숍 ‘맨GDS’에 입점해 있다.


    해체와 커팅, 정교한 테일러링은‘ 세계적’

    앞으로 제일모직의「 준지」는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처럼 해외컬렉션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데 마케팅 지원을 받게 된다.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준지」 하면 다 알 만한 브랜드가 되기까지 정욱준과 제일모직은 힘을 모을 계획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글로벌한 토종 브랜드를 키워보자. 많이 도와주겠다”고 정상무를 격려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과 디자이너가 만나 세계 패션시장을 얼마나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흥분된다.

    정상무는 이어서 세컨드 라인을 구상한다.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접근하고 웨어러블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커머셜한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옷과 브랜드가 돼‘ 코리아 패션’을 널리 알리겠다는 비장함도 있다.

    「니나리치」는 올 S/S시즌 상품부터 정상무의 색깔이 조금씩 들어간다.「 니나리치맨」은 2010년 런칭 당시‘ 뉴포티를 겨냥한 비즈니스 캐주얼’이 컨셉이었다면, 올해부터 프렌치 엘레강스를 바탕으로 수트 & 캐주얼로 리뉴얼한다「. 니나리치ACC」는 여성 라인은 모던 페미닌, 남성 라인은 프렌치 시크의 정수를 보여주겠다고 준비 중이다.


    글로벌 파워 UP, 세컨드 라인 런칭 계획도

    “「니나리치」는 프렌치의 오리진이 분명한 브랜드로 이 부분을 잘 살려내는 것이 관건이다. 타깃을 폭넓게 가져가기 위해 28세를 모델로 삼았다. 나는 항상 28세의 눈과 마인드로 상품을 기획하는데 이는 20대 중반~40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스타일이 된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패션계에서 그리 중요치 않다. 어떤 스타일을 어떻게 입을 것인지 테이스트가 더 중요하다.”

    「니나리치」는 제일모직에서 브랜드 전개권을 갖고 새롭게 런칭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정욱준이 CD로 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패션 피플들은‘ 정욱준 ⅹ니나리치’에 대한 극도의 관심을 표했다. 이름 석자만으로도 열광케 만든 것이다.

    파리컬렉션을 마치고 나면「 니나리치」 F/W시즌 기획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욱준이 하면 뭔가 다를 것이라
    는 기대감을 져버리지 않기 위해 한발 더 뻗어 올라갈것이다. 오리진이 있는 라이선스 브랜드이고, 국내에서 인지도 또한 높은 브랜드…. 그래서 새롭게 하기란 더 쉽지 않은 브랜드다. 정상무가 고민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니나리치」 프렌치 엘레강스 남성복으로

    하지만 지난해 F/W시즌「 니나리치바이준지」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며 느낀 것이 있다. 무심한 듯 완벽히 계산된 자유로움을 강조한 레더 시리즈의 반응은 꽤 좋았다. 부드러운 양가죽을 사용해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처리한 아노락 스타일의 후드 사파리를 비롯해 터프한 텍스처를 살린 양피 소재와 퍼 트리밍을 독특한 느낌으로 매치한 레더 트렌치코트, 이중 칼라 디테일과 칼라 배색이 돋보이는 시크한 라이더 재킷, 베지터블 레더 소재에 지퍼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테일러드 스타일 레더 재킷 등이다.

    이는 평소 정상무가 즐겨 입는 스타일이다. 편안하면서도 체형을 커버하고, 내추럴한 멋이 있는 것들. 꾸밈없는 성격과 깔끔한 인상을 주는 정욱준이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그는 이 스타일을“ 내가 입었을 때 멋있고 활동이 편안한 옷, 일관성 있는 스타일 전개 등은 항상 나의 중심을 잡아주는 키포인트다”라고 말했다.

    “아이덴티티가 있는 브랜드, 그리고 디자이너였으면 좋겠다. 디자이너로 살면서 마흔에 파리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꿨다. 마흔
    하나에 이뤘으니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마흔여섯이 된 나는 또 새로운 도전과 미래를 그린다. 더 이상 신예에 머무르지 않겠다.「 준지」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더불어 제일모직이 세계적인 패션기업이 되는 목표도 함께 이뤄나가겠다. 내가 떠나도「 준지」는 영원히 패션계에 지지 않는 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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