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스토리, 달라진 이랜드
    맨파워 세팅, NEW 이랜드 탄생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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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21조회수 1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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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에 출범한 이랜드그룹이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패션전문 이랜드월드와 유통전문 이랜드리테일을 주축으로 성장해 온 이 회사는 유망한 인재를 CEO와 임원으로 선임해 젊은 조직 ‘뉴 이랜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젊은 조직’을 앞세워 혁신적인 변화를 실현해 나간다. 창립 40주년에 걸맞은 전통성을 가져가되 MZ세대들과 소통하고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2013년 연매출 10조원을 돌파했던 저력을 바탕으로 다시 뛰는 ‘뉴 이랜드’를 주목해 봤다.

    그렇다면 달라진 이 회사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이랜드는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과 그의 동생이자 사업파트너인 박성경 부회장이 이끄는 강력한 오너십 회사였다. 그러나 지난해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오너일가가 경영일선에서 동시에 물러나면서 현재 전문경영인 주축으로 기업의 새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는 최종양 부회장과 최운식 대표가 공동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랜드에서만 30년 동안 중국사업을 진두지휘하며 두각을 나타낸 최 부회장이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강화에 힘쓰고, 40대 초반 젊은 패기의 최운식 대표는 패션부문 총괄책임자로서 각 사업부의 필드영업을 도맡고 있다.





    이랜드월드, 최종양 부회장 · 최운식 대표 운영

    이랜드월드의 패션사업매출은 3조5000억원(2019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국내 매출이 2조원, 중국이 1조5000억원 정도다. ‘스파오’를 주축으로 ‘미쏘’ ‘슈펜’ ‘후아유’ ‘폴더’ ‘뉴발란스’와 ‘뉴발란스키즈’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2009년 스파오 론칭부터 시작해 2010년 미쏘, 2013년 슈펜까지 SPA를 기업의 미래사업방향으로 제시하고 잇따라 선보여왔다. 기업의 체질을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핸들링하는 SPA 시스템 체제로 바꾼 것이다. 대신 성장 근간이 돼 왔던 가두점과 프렌차이즈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새로운 이랜드를 재건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꾸준히 투자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스파오는 연매출 3500억원(올해 매출 목표)의 국내 대표 SPA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는 RFID 기술을 적용한 2세대 SPA 매장을 선보이면서 앞선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오픈한 스타필드 코엑스점의 경우도 스파오의 전체 라인을 총망라한 단순한 패션 매장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콘텐츠가 결합된 신개념 SPA 브랜드로서 앞으로 나아갈 스파오의 미래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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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00억 스파오, 1600억 슈펜 등 SPA 특화해

    1020억 규모의 미쏘는 여성이 원하는 스타일을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키워 나가고 있다. 국내 여성 체형에 맞는 사이즈 스펙과 디자인, 그리고 직장과 일상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한 베이직 라인을 강점으로 글로벌 SPA 브랜드들과 맞붙어 경쟁 중이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최초의 슈즈 SPA를 내세운 슈펜은 전 세계 60개의 생산기지에서 직소싱을 통해 상품을 들여오고 있다.

    출근할 때 신는 직장인 슈즈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스니커즈 ‘슈텐다드’까지 신발에 대한 모든 것을 한 매장에서 보여준 것이 주효해 꾸준히 성장세다. 1600억 매출의 슈펜은 디자이너 출신의 MD들이 구심점이 돼 글로벌 소싱 능력과 트렌드를 리딩하는 디자인력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더해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슈즈 편집숍 ‘폴더’와 애슬레저 아동복 뉴발란스키즈는 이랜드월드의 뉴 엔진이다. 2012년 론칭한 폴더는 슈즈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션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면서 여타 슈즈 편집숍들과 차별화했다. 또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해외 브랜드를 소개하고 글로벌 스타일을 공유하면서 신발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뉴발란스키즈, 아동복 단일 브랜드 1300억

    최근에는 기존 폴더의 상위 개념인 ‘폴더 하이라이트’를 론칭해 한정판 콘텐츠를 더욱 특화해 선보이고 있다. 또 ‘폴더크루’라는 직원들도 자랑거리다. 트렌디한 폴더의 직원들이 매장에서 판매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직접 상품 개발에 참여하고 브랜드의 고객들과 여러 협업을 진행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 됐다.

    2013년 론칭한 뉴발란스키즈는 아동복 단일 브랜드로 지난해 1300억원을 올린 효자 브랜드로 손꼽힌다. 100년 전통의 뉴발란스 헤리티지와 기능성에 키즈 트렌드를 더한 것이 적중했다. 튼튼한 내구성과 활동성 높은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 등으로 차별화하면서 키즈 애슬레저 대표 브랜드로 떠올랐다.

    여세를 몰아 다운점퍼와 신학기 가방 등 시즌 아이템을 국내 환경에 맞게 개발하고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마케팅을 적절히 펼치면서 현재 아동복 시장의 넘버원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또 후아유는 2000년도에 론칭한 20년 차 장수 브랜드로, 아메리칸 캐주얼 특유의 강점을 살리고 대리점 영업을 병행하면서 매출이 다시 살아났다.

    본사 직원 대부분 매장 경험, ‘현장 중심 경영’

    후아유는 현재 73개의 유통망을 갖고 있으며 올 F/W 시즌에는 코치재킷과 덤블점퍼 등 스테디셀러를 계속해서 내놔 매출 볼륨도 잡아나갈 계획이다. 이랜드는 패션사관학교라 불릴 정도로 인재양성에 힘쓰기로 유명하다. 박성수 회장의 인재경영이 뒷받침돼 성장한 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회사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 성과를 향한 목표의식 등이 남다르다.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는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이 매장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로 현장을 이해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셀조직’ 문화가 정착된 기업이다. 대규모의 조직체제가 아니라 과업에 따라 작은 조직들이 직접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데 있어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여러 번의 보고 단계를 거치지 않고 각 셀의 수장들이 직접 결정하는 체제다. 예를 들어 스파오의 ‘컬래버셀’의 경우는 누구와 어떻게 협업할지부터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권한이 30대 과장에게 있다. 수평적인 문화를 토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셀조직’ 정착, 발 빠른 시장 대응

    또 품질대비 합리적인 가격대와 매스마켓을 타깃으로 한 이랜드는 소싱 강점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을 비롯해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15개의 글로벌 제조와 소싱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뿐 아니라 인도와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를 수년간 해 온 것이다. 현재는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2009년 7월 베트남 국영기업인 탕콤을 인수해 방적(원사)부터 편직, 제직, 염색, 가공, 봉제 등 의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공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이곳에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소재만 11가지에 달한다. 탕콤 R&BD는 섬유 제조업에서 R&D를 어떻게 활용해 나가야 할지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탕콤 R&BD를 중심으로 이랜드그룹 아시아 제조법인 내 다른 소재 법인들을 AFU(Asia Fabric Union)로 묶고 R&BD를 통합해 운영하면서 또 한번의 혁신을 시도할 계획이다. AFU는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홍콩과 베트남 호찌민HQ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컨트롤하고, 천연 섬유 원료가 풍부한 인도에서 제직과 염색을 한다.

    2009년 베트남 탕콤 인수, R&BD 기능 강화

    호찌민에서는 실을 만드는 방적-제직 / 편직-염색 / 가공을, 동나이에서는 교직물 원단을 만든다. 각각 지부를 둔 아시아 유일, 최대 규모의 섬유연합 R&BD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센터가 완성되면 패션업계 최초로 소개 개발부터 방적, 가공, 유통까지 하나로 잇는 시스템을 구축한 모델이 완성된다.

    이랜드의 신규사업은 온라인 커머스에 집중돼 있다. 그 첫 번째 모델로 ‘아동판 무신사’를 지향하는 ‘키디키디’를 선보였다. 국내 아동복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하는 큐레이션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아동복 매출만 연 4000억원을 올리는 이랜드로서는 아동패션의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키디키디 론칭 또한 점차 온라인 유통으로 옮겨가는 아동복 마켓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키디키디를 통해 아동복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히고 규모 또한 키울 계획이다.





    뉴 BIZ는 ‘키디키디’ 이커머스 마켓 잡겠다

    키디키디의 차별화 강점은 자체 미디어 프리젠테이션을 활용해 스몰 브랜드의 브랜딩 작업을 돕고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아동 관련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소비자들이 쉽고 재밌게 볼 수 있도록 전문 매거진과 브랜드 프리젠테이션 등 ‘콘텐츠 큐레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감도 높은 브랜드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키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셀러들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이랜드리테일에서 운영하는 아동복 브랜드들의 노하우와 오프라인 유통망 및 풀필먼트, 320만명의 멤버십을 기반으로 론칭 초기부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그룹 자체적으로도 키디키디를 주요 신사업으로 보고 미쏘와 스파오 등 주요 브랜드 책임자로서 성과를 내 온 30대 본부장이 운영을 총괄하도록 했다”며 “더불어 폴더와 이랜드 축구단 창단, 이랜드몰 등 주요 마케팅 직무에서 성과를 보여 온 30대 전문 마케터를 마케팅 총괄로 선임했다”라고 전한다.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패션부문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 과거 명성만큼의 제2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계획했던 과제들이 일부 연기되거나 보류돼 하반기 계획도 아직까지 확정 짓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이후 변화할 패션 · 유통시장에 대한 흐름과 소비자 분석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과 모바일에 최적화된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겠다는 큰 그림에는 변함이 없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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