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 리더들, 해외 B2B 속도 낸다
    글로벌 주역 4...우영미 · 준지 · 시스템 · 던스트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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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6조회수 7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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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우영미의 남성복 우영미가 포문을 열었다면 삼성물산패션의 준지가 K패션의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려놨다. 이제 한섬의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LF의 던스트도 파리를 무대로 글로벌 바이어들과 만나고 있다. 해외 B2B 마켓에서 각광받는 K패션 리더들을 조명한다.



    2020 F/W 파리 패션위크를 성황리에 마친 K패션 대표주자들이 글로벌 마켓서 기대 이상 성과를 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참가하는 데 의미를 뒀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수주계약이 속속 이뤄지면서 해외 B2B 마켓에서 한국 브랜드를 찾는 바이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 세계적으로 트렌디하고 독특한 감성으로 평가받는 K패션은 기존 아시아 그 어떤 국가보다 우수한 품질과 적극적인 비즈니스 마인드 그리고 브랜딩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각광받고 있다.

    패션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과연 K패션이 어느 정도 통할지 반신반의하던 시각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앞서 제안하는 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디한 감성에 적극적인 마인드 각광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서의 반응만 봐도 짐작할 만하다. 2002년에 처음 파리 무대에 오른 뒤 꾸준히 컬렉션을 발표해 온 디자이너 우영미의 남성복 우영미(WOOYOUNGMI)는 K패션이 글로벌 마켓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 준 브랜드다.

    올해는 특히 여성복을 처음 공개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우영미는 총 51벌의 F/W 컬렉션을 무대에 올리며 K패션 리더이자,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로서 위상을 과시했다. 이번 컬렉션은 그린 버지니아 올프의 소설 ‘올랜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 남자가 수백 년을 살면서 여자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참고해 남녀 통합 컬렉션을 준비한 것이다.

    또 서울과 파리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여성 고객을 위한 본능적인 제안으로 확장했다. 그동안 여성들이 우영미 브랜드를 접한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재단의 미세 조정과 의상&액세서리 다운사이징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코드를 구체화했다. 우영미 패션쇼에는 프랑스의 봉마르셰, 쁘렝땅을 비롯해 영국의 해롯 등 세계적인 백화점 바이어들이 참석해 더욱 주목받았다.

    우영미, 올해 처음 여성복 컬렉션 공개

    삼성물산패션(부문장 박철규)의 준지는 2007년부터 파리에서 패션쇼를 진행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명성을 쌓고 있다. 지난해부터 여성 라인까지 확장해 글로벌 마켓에서의 시장성을 키웠으며 브랜드 파워를 통해 여성 소비층도 금세 확보해 나가고 있다.

    올해 준지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젠더리스’를 기반으로 가죽과 테일러링을 결합하고, 재킷에는 어깨에 1㎝가 넘는 패드를 넣어 1980년대 감성을 살렸다. 준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인 정욱준 상무는 “이번 패션쇼는 1970년대 영국에서 발간된 잡지 ‘아토마쥬’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친환경 가죽을 사용해 ‘패션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코트, 팬츠, 스커트 및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준지의 테일러링과 가죽의 믹스매치는 새로운 형태의 가죽 플리츠 스커트, 울과 가죽이 만난 신개념 코트 등 패션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으로 재탄생했다.



    준지, 가죽 + 테일러링 결합 80년대 스타일

    또 준지의 변치 않는 콘셉트인 ‘클래식의 재해석’을 통해 1980년대 재킷을 새롭게 디자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협업한 ‘갤럭시 버즈’와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만든 어글리슈즈 ‘펌프 코트’도 눈길을 끌었다.

    총 13명의 모델이 준지의 의상에 갤럭시 버즈를 착용하고 무대에서 캣워크를 진행했으며 각 모델들 상의에는 준지가 제작한 갤럭시 버즈 가죽 케이스가 함께 스타일링됐다. 이는 올가을 목걸이형과 클립형 2가지로 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리복과 협업한 펌프 코트 슈즈는 화려한 컬러와 스타일의 펌프 슈즈에 미니멀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준지의 감성이 만나 ‘차분하고 인상적인 리복 슈즈’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했다. 올 하반기에 출시하는 준지×리복 컬래버 펌프 코트 슈즈는 시즌 컬러인 블랙, 그레이, 화이트에 포인트 컬러로 그린을 더해 총 4가지로 나올 예정이다.

    이 제품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리복 매장에서 판매하게 된다. 준지의 여성복 라인은 지난 1년간 서울 도산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선보인 데 이어 이달(3월)부터는 서울 주요 백화점에서도 만날 수 있다.

    여성복 라인은 코트 재킷 스커트를 중심으로 하면서 준지 시그니처 스타일로 셔츠형 스커트와 셔츠형 원피스 등이 남녀 경계를 허문 아이템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정욱준 상무 “에코 레더 등 친환경 철학 담아”

    정욱준 상무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강조한 것이 실루엣과 소재”라며 “두꺼운 어깨패드를 통해 파워풀한 어깨를 강조하는 한편 스키니한 팬츠와 코디해 아이템 간 대비가 두드러지는 실루엣을 표현했다”며 “아토마쥬 콘셉트로 사용된 가죽은 대부분 에코 레더를 사용했는데, 이제는 패션도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철학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편 준지는 현재 뉴욕 · 런던 · 파리 · 밀라노 · 홍콩 등 30개국 1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영국 해롯 백화점, 프랑스 라파예트를 비롯해 편집매장 레끌레어, 조이스 등을 주요 유통망으로 하고 있다. 한섬(대표 김민덕)의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올해로 3번째 파리 런웨이에 섰다.

    파리의 복합예술공간 팔래드 도쿄에서 상품 전시회를 진행했는데, 앞선 전시회보다 상품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녀 통합 컬렉션으로 선보인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영국 밴드 ‘뉴오더’에서 영감을 받아 남녀의류 총 200벌을 선보였다.

    시스템 · 시스템옴므 글로벌 디렉터 GCD 도입

    뉴오더는 뉴웨이브 장르과 댄스를 접목한 음악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한섬은 뉴오더의 시대를 앞선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연령과 계층을 아우르는 범용성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한다. 시스템과 시스템옴므는 올해 처음 수출용 상품 개발을 전담하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GCD) 제도를 도입해 상품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남녀 복종별 각각의 디자인팀을 꾸려 디자인 작업을 해왔던 기존의 방식과 차별화한 것이다. 한섬은 이번 GCD 도입을 통해 유럽 · 미국 · 동아시아 등 주요 수출 대상국에 최적화된 100여종의 ‘시스템 · 시스템옴므 글로벌 에디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매년 홀세일 판매로 100만달러 규모를 판매한 한섬은 시스템 · 시스템옴므를 통해 글로벌 마켓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이번 시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단독 프리젠테이션 이후인 지난 2월 23일까지 프랑스 마레지구에 위치한 자사 편집매장 ‘톰그레이하운드 파리’에서 쇼룸도 함께 운영했다. 이곳에는 전 세계 20여개국 200여명의 패션업계 관계자와 바이어가 참석했다.

    한섬, 매년 홀세일로 100만달러 규모 판매

    이와 함께 한섬은 시스템 · 시스템옴므의 글로벌화를 위해 유명 패션위크 참가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 이어 뉴욕 · 상하이 패션위크 등 글로벌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세계화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한섬 관계자는 “지난해 파리와 상하이 패션위크를 통해 15개국에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의류를 수출했고, 대부분 현지에서 완판됐다”며 “올해도 행사 전부터 해외 유명 백화점으로부터 팝업스토어 제의를 받는 등 좋은 실적을 얻었다”고 말했다.

    LF(대표 오규식)의 스트리트 캐주얼 던스트는 파리 패션위크 주간 마레지구의 로미오 쇼룸에 입점해 전 세계 패션 바이어들과 만났다. 로미오 쇼룸은 파리 패션특구인 마레지구에 위치한 초대형 쇼룸이자 세계 패션인들의 성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번 입점은 로미오 쇼룸에서 먼저 제안해 더 의미가 크다.

    LF 던스트, 론칭 1년 만에 파리 쇼룸서 인기

    던스트는 2020 F/W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 기간에 맞춰 전 세계 백화점과 편집숍 바이어를 대상으로 맨투맨 티셔츠를 비롯한 주요 제품을 선보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 브랜드는 앞으로 해외 마켓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던스트는 지난해 2월 사내 벤처팀에서 론칭한 브랜드로 ‘형체가 없는(Dunst)’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패션, 건축,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창작들이 모여 만든 브랜드라는 뜻이다. 밀레니얼 세대 주도로 급성장한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을 겨냥해 기획됐다.





    기존 LF 브랜드들과 다르게 벤처 조직의 자율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성격으로 운영되면서 고감도 스트리트 캐주얼이 완성됐으며 론칭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성과 또한 우수하다.

    고감도 밀레니얼 캐주얼로 글로벌 마켓 공략

    유재혁 던스트 팀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은 최근 수년 새 급성장하며 시장 자체가 남성복, 여성복과 같은 일반 복종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을 받는 시장인 만큼 던스트는 앞으로도 이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상품기획과 마케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던스트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사랑받는 밀레니얼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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