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 리셀* 마켓 핫 아이콘!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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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8.05조회수 1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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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즈 컬렉터들이 「나이키」 조던 등 한정판 상품을 구할 때 국내에서 가장 먼저 찾는 곳, 바로 ‘롸킥스(LAkicks)’다. 종종 해외에서도 찾을 수 없던 희귀 아이템이 이곳에 있을 때도 있어, 오픈 3년 만에 한국 소비자는 물론 중국과 일본 컬렉터들도 연락해 오는 유명숍으로 성장했다. 작년 판매한 신발 족수만 5000족. 유명 브랜드 슈즈 MD들도 인정하는 작지만 알찬 운영방식으로 개인 슈즈 리셀러에서 자체 의류 브랜드까지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정현우 롸킥스 대표가 궁금하다.

    올해 32세. 한국에 처음 힙합 음악이 전파된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지금도 올드 스쿨 스타일의 착장과 음악, 엔터테인먼트 등을 좋아한다. 그런 그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재학 시절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여러 가지 일 중 어쩌다 시작하게 된 것 하나가 ‘리셀’이었다.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흑인들이 쓰고 다니던 「뉴에라」 스타일에 뒷부분이 뚫린 모자가 눈에 들어 온 것. 그 모자가 바로 ‘스냅백’이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스타일이 흔치 않을 때라 그는 스냅백을 사 모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고, 온라인 판매에 재미를 붙인 그는 「나이키」 「반스」 등 브랜드 운동화를 대량으로 매입해 이베이에서 판매했다. 그러던 중 「나이키」 한정판 조던에 대한 문의가 많아 아예 ‘조던’에 포커스를 맞춰 리셀을 시작했다. ‘LA 신발(kicks)’이라는 의미를 담아 블로그, 온라인 페이지, SNS를 오픈했다.


    작년 신발 판매 수량만 5000족, 리셀 강자 등극

    ‘리셀’은 ‘다시 판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중고 판매인데, 새 상품 거래량도 상당하다. 국내에서 리셀은 대부분 개인 대 개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스트리트 패션 매장이나 편집숍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신발 발매일에 줄을 서거나 온라인 구매를 시도해 많은 물량을 확보한 후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적은 수량이 풀리다 보니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다행히 정 대표는 대학 시절 학비 마련을 위해 하던 여러 가지 경험 속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어 놨다.

    정 대표는 “캄튼이라는 지역에 친척이 하는 주유소가 있었어요. 흑인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마이클 조던이라는 인물은 그들에겐 거의 신(?)이에요. 그를 상징하는 ‘조던’을 신는 사람도, 모으는 사람도 아주 많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이 신고요. 컬렉터들은 보통 같은 상품을 하나씩 사지 않고 1시리즈부터 최근의 상품까지 시리즈를 전부 가지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과의 거래를 통해서 국내에는 없는 상품도 구해 놓을 수 있습니다”라고 물량 확보 비결을 이야기했다.

    국내에서 ‘조던’과 같은 바스켓볼 슈즈는 주로 힙합 뮤지션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들에게서 선호도가 높다. 때문에 리셀 역시 조용히 물밑 거래로 이뤄지던 것이 보통이다. 가격은 판매하는 사람 마음이다. 국내에서는 빅뱅의 지드래곤 등 영향력 있는 뮤지션들이 신은 신발이 특히 인기가 많아, 해당 상품의 경우는 중고도 구하기 어렵고 출시 가격의 3~5배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된다. 19만원에 출시된 상품이 78만~85만원대로 판매되는 것도 부지기수다.




    美 유학 시절 ‘스냅백’ 온라인 판매로 리셀 시작

    롸킥스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은 데는 이런 배경도 한몫했다. 인기 상품이어도 프리미엄은 정상판매가의 35~40%가 최대다. 같은 한정판이어도 국내에서의 인기도는 차등이 큰 편이라 대부분은 정상 가격에 가깝게 판매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오는 소비자들은 인기 상품보다는 본인이 찾는 시리즈가 있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롸킥스의 가격대가 오히려 낮다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실제로 롸킥스의 상품 중 상당한 양이 중국으로 판매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군대에 갔다가 작은 의류 수입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어요. 대학 때도 LA 바자 시장에 있는 의류 수출 회사에서 전시회 세일즈를 담당하기도 했는데, 그런 경험에서 세일즈의 기본을 배운 것 같아요. 제 세일즈의 기본 마인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입니다. 과장된 정보는 지금 당장 매출을 올려 줄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고객을 만들지는 못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가격도 받을 만큼만 받아요.”

    중국 등 해외 시장을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내 시장은 문화적인 기반이 아직은 얕아서 시장이 한정적입니다. 사실 힙합이라는 문화도, 리셀 문화도 저희 세대가 거의 1세대나 마찬가지거든요. 해외는 부모님 윗세대부터 문화적 혜택이에요. 리셀 경험이 많고,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컬렉션을 가지는 문화도 뚜렷해요. 그래서 같은 조던이라고 해도 해외에서는 시리즈별로 다양하게 판매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어떤 연예인이 신은 극히 일부 상품에 심각하게 몰리는 현상이 심하죠”라고 설명했다.




    자체 의류 브랜드 「롸킥스」 론칭, 美•中 수출 속속

    “리셀은 재미있어요. 현실적으로 상품을 구하는 것이나 개인 판매와 다르게 많이 부과되는 세금 등 어려운 점이 물론 있습니다만. 남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을 구해 주는 성취감, 고객들의 취향을 예상해서 꾸준히 새 상품을 제안하는 일, 같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등 좋은 일이 참 많아요. 그럼에도 ‘롸킥스’라는 이름을 꾸준히 이어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브랜드 지속성을 위해 작년부터 의류 사업도 함께 전개 중입니다.”

    정 대표는 작년 서울시 마포구 상수역 인근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자체 의류 브랜드 「롸킥스」를 론칭했다. 신발은 이미 형성된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가 있는 아이템이라 옷에 정 대표만의 감성을 넣었다. 빈티지한 올드 스쿨 스타일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대로 ‘약간 센’ 디자인이 특징이다. 아직 국내에는 이런 테이스트에 대한 니즈가 적어서 수출에 주목적을 두고 있다. 리셀 파트너와의 인연으로 9월부터 미국에 있는 편집숍에 입점해 판매한다. 중국 시장에는 내년에 들어갈 예정인데 에이전트를 끼고 진입할 계획이다.

    의류는 전개 1년 차임에도 꽤 반응이 좋다. 자체 브랜드 「롸킥스」와 함께 「슈프림」 등 브랜드 의류 리셀도 진행해 작년 롸킥스 전체 매출의 55%를 의류가 차지했을 정도다. 앞으로는 자체 브랜드의 비중을 더욱 높여 주력 사업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감성이 유사한 메이저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도 준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구제주라 불리는 제주시 일도동에 두 번째 매장도 오픈했다. 메인 타깃은 중국인 관광객이다. 오는 2017년까지 롸킥스만의 컬처와 감성을 담은 자체 유통 10개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확한 가격 기준, 동일한 문화 공유로 신뢰감 형성

    마니아 문화로 여겨지던 리셀이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정 대표는 “신발은 매력이 큰 아이템이에요. 특히 ‘조던’이라는 상품은 에너지가 상당합니다. 나이 든 중년 남성들이 차에 가지는 자부심이나 로망과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엔터테인먼트 종사자일수록 이런 신발을 좋아하고, 신선한 새 상품에 열광하죠. 리셀은 앞으로 더욱 많이 이뤄질 겁니다. 수요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이겠지만 꾸준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국내에는 세대간 다른 양상으로 리셀 붐이 불고 있어요. 가장 큰 소비자층인 30대는 1990년대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있죠. 힙합 문화는 물론 NBA에서 활약한 수많은 선수에 대한 기억이 신발과 연결됩니다. 신발 하나하나에 추억과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그만큼 큰 애정과 자부심을 기반으로 리셀이 이뤄져요.

    10~20대는 패션으로 이 상품을 접했기 때문에 예쁘고 인기 있어서 갖고 싶어 해요. 그래서 이 두 세대간에 리셀이 진행될 때는 약간 잡음이 나기도 합니다. 두 세대가 공유할 만한 문화적 맥락이 없어서일 뿐 둘 다 나쁜 건 아니에요. 신발을 좋아한다는 것은 같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다양한 문화와 취향이 공유되길 바란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 리셀(re-sell) : ‘다시 팔다, 되팔다’라는 뜻. 한 사람이 원 판매처에서 구입한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가치(프리미엄)’라는 또 하나의 평가 조건이 붙어서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갈 수 있다. 콩글리시(broken English)라는 말도 있고, IT업계에서 한 통신업자가 다른 회사의 통신 회선이나 서비스를 재판매하던 것에서 온 단어라는 이야기도 있다.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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