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나선 「VANS」‘경험 판다’

    sky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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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2.24조회수 8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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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90년대 「반스(Vans)」가 이런 모습이었나!’ 「반스」의 역사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땐 그랬지’라며 타임머신을 타고 간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생겼다. 바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반스 스토어 압구정(Vans store Apgujeong)’이다. 독일 출신의 스케이트보드 아카이브 컬렉터이자 설치 아티스트인 유르겐(Jrgen)이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는 「반스」의 연도별 아카이브를 직접 서울로 가져와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도 했다.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꽃피운 때부터 지금까지 모은 「반스」 의류와 스케이트보드, 슈즈, 소품 그리고 제품이 소개된 당시의 매거진까지…. 매장 내 ‘스케이트보드 뮤지엄(Skateboard Museum)’은 소비자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소개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소통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설치된 오프 더 월 갤러리(Off the Wall Gallery)에는 국내 신진작가 4명의 대형 페인팅 작품들과 페인팅 슈즈가 전시됐다. 국내 아티스트의 작품들은 「반스」의 DNA를 주제로 완성한 작품들로, 익숙한 브랜드와 예술이 만나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예술세계를 보여 준다.

    전년비 50% 신장, 올해 80개점 700억 목표

    브이에프코리아(대표 로라 미거)에서 반스코리아사업부(이하 반스코리아)를 통해 전개하는 액션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반스」는 올해 리테일 80여개점과 홀세일 사업을 통해 700억원(리테일은 판매가 기준, 홀세일은 공급가 기준)의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전년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반스」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철저하게 소비자 중심 시각에서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의 중심이 바로 ‘반스 스토어 압구정’이다. 이 스토어는 반스코리아가 주체가 되어 반스글로벌의 새로운 기준을 제안한 공간이다. 때문에 ‘최초’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상품 구성, 매장 인테리어 등을 비롯해 매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퍼포먼스까지 리테일 매뉴얼의 모든 것이 처음이다. 반스 아시아 퍼시픽 매니징 디렉터 미치 휘테커(Mitch Whitaker)는 이곳 매장을 단순 판매공간이 아닌 경험을 파는 곳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반스코리아가 이 매장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강력한 오리지널리티를 탄탄히 해야 할 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히 지난해 4월 반스코리아의 영입된 이동익 제너럴 매니저는 오랜 이력을 쌓으며 깨달은 지론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공급자 중심에서 이뤄지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이제 소비자 중심 시각으로 바뀌어야 할 때라는 점을 피력했다.



    DNA 강화 일환…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오늘날 변화무쌍한 소비자의 니즈와 SNS 등 소비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치를 적극 활용해 상품 판매 그 이상의 것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스」의 주요 소비자가 10~20대 초반임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전략은 앞으로 성장을 위해 다져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매출은 뒷전이고 경험만 판다?’라는 판타지가 아니라, 오늘날의 소비 패턴은 경험에 대한 판매가 선행되어야 상품 판매가 이어진다는 수순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간에서 파는 경험이란 과연 무엇일까. 1층에서 2층까지 330.57㎡ 규모의 ‘반스 스토어 압구정’은 지난해 12월 오픈 당시 경험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우투(How to)를 고스란히 보여 줬다. 이 자리에는 「반스」가 추구하는 기치 ‘하우스 오브 반스(House of Vans)’의 활동을 모두 담았다. 이벤트, 퍼포먼스, 액션스포츠인 스케이트보드, 아트, 음악, 스트리트 컬처까지 「반스」가 표출하고자 하는 모든 경험을 제공했다.

    스케이트보드계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토니 알바(Tony Alva)가 ‘반스 스토어 압구정’ 오프닝의 호스트로 참석했다. 「반스」의 레전드(Regend)인 토니는 “서울은 꼭 방문하고 싶은 도시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의미 있는 기회로 방문할 수 있게 되어 무척 흥분된다”라며 한국 소비자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국내외 마니아부터 20대 놈코어족까지 흡수

    사인회와 함께 토니는 그의 밴드 ‘His Eyes Have Fangs’와 약 한 시간 동안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오프더 월 갤러리’에서는 국내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는 작가 김지평, 윤기원, 김영진, 최두수의 페인팅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으며 이 화법을 슈즈에 표현한 오브제가 전시되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직접 구매할 수 있고, 경매를 통한 수익금이 예술인복지재단(KAWF)에 환원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체험(?)을 팔았다. 바로 「반스」가 한정 제작한 토트백에 스크린 프린트 아티스트 데칼(Dekal)과 함께 스크린 프린팅을 해 보는 것이다. 반스코리아의 마케팅 매니저 허재석 과장은 “반스 스토어 압구정은 단순히 제품 판매만을 위해 디자인된 공간이 아니다”라고 스토어의 성격을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이 공간은 공연, 전시 등의 프로그램 운용을 통해 로컬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이제 오픈한 지 갓 한 달을 넘겼지만 소기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20대 소비층 유입이 늘고, 20대 중에서도 트렌드 전기 수용자의 방문과 구매가 이뤄졌다. 이곳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박상현 매니저는 “그동안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반스」의 매장 업무를 맡았다. 확실히 이 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은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다”라며 “20대 소비자들이 전체 방문객 중 70%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유통채널별 머천다이징 원칙 깬 이례적 공간

    또한 “대부분이 다른 매장에서도 볼 수 있는 라인들로 구성된 점은 같지만, 라인별로 이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들이 구비돼 국내 고객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구매도 이어지고 있다”라며 “특히 「반스」의 가장 대중적 라인으로 꼽히는 ‘클래식’ 중에서 레더 라인이 최근 패션 트렌드로 부상한 ‘놈코어’와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고, ‘볼트’는 전 세계 한정판으로 출시되다 보니 국내 마니아들과 관광객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 매니저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곳은 연출만큼이나 제품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가장 높은 ‘클래식(Classics)’부터 캘리포니아 태생이라는 DNA를 강조한 ‘캘리포니아(California)’,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프로스케이트(Pro Skate)’ 등 다채롭게 구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그 어떤 「반스」 매장에서도 구성하지 않았던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 ‘볼트(Vault)’를 이곳 매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반스」는 유통채널별로 머천다이징을 진행하는 원칙을 지키기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볼트’는 국내에서 ‘분더샵’과 ‘카시나’ 등 프리미엄 편집숍이나 스트리트숍에서만 판매하는 식이다. ‘ABC마트’ ‘반스 매장’에서는 판매할 수 없다. 이러한 유통 & 머천다이징 정책은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스」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파는 데 이어 특별한 제품 구성까지… 이 과정이 매출 신장과 브랜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국내뿐만 아니라 반스글로벌에서도 화두다. 반스코리아는 이 두 가지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성패를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오늘날 패션 비즈니스의 흐름이 ‘속도와 더 많이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반스」의 행보가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한다’는 하우투를 보여 주는 「반스」의 전략이 올해 어느 정도 주효할지 관심과 기대가 모인다.

    **패션비즈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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