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열 & 홍장현, 얼굴에 패션을!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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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08조회수 9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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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브랜드를 알지 못하면 트렌드세터가 아니다? ‘얼굴 위에 그래픽’이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걸고 지난 3월 론칭한 아이웨어 브랜드 「그라픽플라스틱(grafik;plastic)」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브랜드 론칭 인물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다. 바로 입이 쩍하고 벌어지는 다채로운 커리어를 갖고 있는 백종열 CF 감독과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유명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홍장현 실장이 의기투합해 만든 아이웨어이기 때문이다.

    그라픽팩토리(대표 백종열)의 수장인 백 대표의 주요 작품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그는 ‘생각대로T’ 시리즈와 현대카드 ‘놀라운 이야기’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유명 CF를 제작한 광고감독이자,‘백종열체’라는 특유의 감성적인 손글씨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그라픽플라스틱」이라는 안경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의 크리에이터적인 모습은 전방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그는 패션계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냈다. 1993년 사진 스튜디오 겸 광고기획 회사 ‘도프앤컴퍼니’에서 일을 시작한 그가 A~Z까지 책임을 맡아 처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가 바로 「무크」 광고다. 이후 「닉스」 「스톰」 등의 지면 광고, 독특한 CF까지 만들어내며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스타급 CF감독 & 포토그래퍼 감각을



    특히 진브랜드 「닉스」 광고는 파격 그 자체였다. 1994년 당시 패션 광고들은 예쁜 모델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획일화돼 있었다. 그러나 「닉스」는 카피도 쓰지 않고 청바지와 관계없는 듯한 강렬한 사물 이미지 하나만을 던지는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시리즈로 광고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나이 불과 25세 때 일이다.

    그는 “수많은 일을 해왔지만 거리가 먼 작업들은 없었다고 본다. 간접적으로 많은 공부를 하게 된 셈”이라며 “다채로운 작업들이 큰 시각을 갖고 마켓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 듯하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모습은 인터뷰 내내 보여졌다.

    항상 세상을 놀라게 하는 그가 이번에도 큰일을 쳤다. 바로 신개념 안경 「그라픽플라스틱」이다. 그동안 볼 수 없던 디자인과안경에 접근하는 독특한 그만의 방식은 론칭하자마자 독일의 유명한 디자인 공모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제품 디자인부문 대상을 수상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시제품을 만들 때부터 대회 수상을 염두에 두고 론칭 시기를 조절했던 그의모습은 특유의 영리함과 상품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내맘대로’ 니즈와 실용성 모두 만족




    백 대표가 마음에 드는 안경을 만들기 위해 10여년의 시간을 투자했다는 「그라픽플라스틱」은 안경 하나로 자신의 테이스트에 맞게 수천 가지 모습을 그려낼 수 있는 상품이다. 분리 가능한 안경 프레임과 다리(템플)를 조합해 자신만의 안경을 만드는 것. 7가지 컬러의 템플, 5가지 모양의 프레임이 만나 색다른 모습을 만들어낸다. 일명 ‘DIY’안경이다.

    백 대표는 “전 세계 수많은 장소, 그중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사람들을 만나고 핫한 장소로 매번 촬영을 가는데도 불구하고 색다른 안경이 없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옷은 매일같이 갈아 입으면서 안경은 왜 그러지 못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데일리, 먼슬리 안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론칭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안경이라는 아이템이 전 세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신의 크리에이티브한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장르인 동시에 충분한 시장성을 갖고 있어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완벽하다고 판단한 것. 거기에 이 시장에서 비어 있는 ‘볼드(굵은)한 스타일’로 틈새를 공략한 것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2012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대상 수상



    사실 「그라픽플라스틱」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템플 스와핑이 타 브랜드에서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클리」 등 여러 수입 아이웨어 브랜드에서 시도는 돼왔지만 테가 얇아 별로 티가 나지 않았다. 백 대표는 이 부분에 주목했고 템플 교체를 가능하게 하되 비주얼적으로 강렬하게 어필하기 위해 볼드한 느낌으로 넓이를 조절했다.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일 때 대중은 테두리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스킨’에 돈을 지불했다. 남들과는 다른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또한 기종은 같아도 안에 깐 애플리케이션은 각기 다 다르다. 이렇듯 소비자들은 같은 상품도 개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것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라픽플라스틱」의 매력은 상품에만 있지 않다. 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에 그들만의 특별한 ‘위트’가 담겨 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인물 사진 위에 안경을 올린 형태의 포장, 이를 살짝 볼 수 있게 한 반투명 케이스 등은 상품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인물 사진은 스타일리시한 패션 화보를 만들어 온 유명 사진작가 홍 실장이 직접 촬영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명 ‘2000프로젝트’로 2000명의 사람들을 모아 사진을 촬영한다. 안경을 쓰기 전과 후를 비교할 수 있는 독특한 패키지의 핵심은 그의 손 안에서 이뤄진다.



    코높이 등 아시아인 특성 고려해 출시

    홍 실장의 촬영은 초상권을 허락한 지인들을 찍는 것으로 시작됐다. 처음 촬영한 사람의 숫자는 29명이다. 스튜디오 직원들과 친한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다. 이후 「그라픽플라스틱」의 고객들의 동의를 구해 일반 소비자들의 모습도 담아냈다. 현재 「그라픽플라스틱」 모델로 활약하는 친구들은 모두 500명이다. 트렌디한 인물들의 얼굴이 담긴 사진 패키지는 랜덤으로 포장돼 판매된다.

    이렇듯 홍 실장은 특유의 패셔너블한 센스를 무기로 비주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몰두한다. 그는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활약한 경험치와 인프라를 가지고 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안경도 패션이다’라는 말처럼 그는 전반적인 패션 트렌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대중적 브랜드가 될 것이라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트렌드세터들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움직였다”며 “스타들 중 빅뱅이 「그라픽플라스틱」 제품들을 가장 좋아한다. 탑은 무려 6개나 한번에 사갔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빅뱅 등 셀러브리티 필수 아이템으로

    이어 그는 “‘재미’를 키워드로 사진과 패션 그리고 인생을 모두 녹여내고 싶었다. 안경은 남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액세서리다. 많은 이들이 이 재미있고 쿨한 액세서리로 인생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전문 분야에서 최고라는 평을 들어온 이 둘은 대행사 대표와 포토 어시스턴트로 처음 만나 벌써 10년 넘게 호형호제하며 지내고 있다.

    서로의 장단점과 캐릭터를 확실히 알고 있는 만큼 둘이 모여 만들어내는 「그라픽플라스틱」은 시너지효과로 한층 빛난다. 현재 「그라픽플라스틱」은 영호남 지역의 총판업체인 BCM과 서울과 수도권 에이전트인 커스텀과 계약해 상품을 유통하고 있다. 안경 전문점 이외에도 온라인 편집숍 29CM, 매그앤매그 등 유니크한 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편집숍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운영하는 ‘G스트리트494’와도 입점 계약을 맺었다.





    컬처 더한 팝업스토어로 이미지 어필

    또한 해외 시장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일본의 6개 매장과 계약이 끝났으며 태국 미국에도 곧 진출한다. 국내보다는 해외를 겨냥하고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론칭한지 6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제품도 제품이지만 이를 둘러싸고 있는 케이스 등 패키지와 박스와 브랜드 비주얼, 히스토리 등에 더욱 관심을 보인다.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즈니스의 중심은 ‘그라픽’이다. 그라픽을 갖고 진행한 첫 프로젝트이자 브랜드가 「그라픽플라스틱」이며 다음 행보는 의류, 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그라픽’을 녹여내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로 섬싱뉴를 만들어가고 있는 이둘의 머릿속이 더욱 궁금해진다.

    “사실 딱히 어느 한 부분에 영감을 받은 적은 없다. 단순히 경험 속 기억의 조각들을 더듬어 재조립할 뿐이다. 필요한 것들은 선명하게 기억해 내는 편”이라며 “가끔 심각한 직업병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집에서도 로케이션을 따지고 앵글을 맞추는 습관 때문에 아내에게 가끔씩 잔소리를 듣는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안주 거리는 작업과 관련된 에피소드,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말하는 것이다. 축구나 군대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하는 백 감독에게서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 6개숍 계약 완료, 태국 미국까지

    최근 그가 자주 고민하며 지인들과의 자리에서 이야기했던 것은「그라픽플라스틱」의 가격이다. “지난 봄 홍대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때 한 홍익대학교 디자인 전공 학생이 학생 할인은 없냐고 물어왔는데 그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다닐 때 내 모습이 생각이 났다. 분명 28만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용기가 나지 않는 액수다.

    주머니 얇은 학생들에게도 「그라픽플라스틱」을 즐기게 해주고 싶다. 혹시나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어 쉽게 혜택을 주기는 어려우나 게릴라성으로 학생들에게 할인해 줄 계획”이라고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백 감독은 “요즘 패션계는 너무 획일화돼 있고 재미있는 요소가 없다. 다들 몸을 너무 사린다.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때다.

    불황일수록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며 “패션브랜드 광고기획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심의에 걸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바탕 놀게 해준다면 비상식적일 정도로 낮은 가격이라도 작업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홍 실장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시도에 대한 뜻을 전달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왜 사진작가는 사진만 찍어야 하는가. 한 곳에 올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여러 작업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 섬싱뉴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일탈을 꿈꾸는 자라면 한번쯤 「그라픽플라스틱」을 써보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백 감독과 홍 실장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감각이 더해질 그 섬싱뉴, 넥스트가 기대된다.




    **패션비즈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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