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보브」! 변신 성공 비결은

    in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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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2.01조회수 1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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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패션계의 슬로건처럼 여겨지던 이 의미심장한 문장의 실사례가 되는 브랜드가 나타났다.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최홍성)에서 전개하는 여성복 「보브」다. 빅3 백화점 점평균 1위, 정상가 판매율 10% 상승 등 「보브」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경쟁 브랜드 사이에서는 요즘 “「보브」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라는 질문을 심심찮게 주고받는다.

    신선한 뉴 브랜드도 아니고 18년 차 장수 브랜드가 이슈덤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 패션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수많은 브랜드가 리뉴얼을 거듭해 온 환경에서 「보브」의 행보는 더욱 돋보인다. 최근 여성복 장수 브랜드들은 작게는 상품부터 크게는 브랜드 네임까지 모든 것을 바꿨다. ‘노후화 이미지 개선’ ‘신규고객 창출을 통한 성장’ 전략 때문이다.

    「보브」는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복 시장에 좋은 스터디 케이스가 된다. 과감한 시도와 변화로 브랜드의 모멘텀을 다시 불러왔기 때문이다. 작년 S/S시즌 등장한 「보브」의 세컨드 라인 ‘브이엘’이 터닝포인트가 됐으며 이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18년 차 장수 브랜드, ‘브이엘’로 턴어라운드

    ‘브이엘’은 영 마인드의 소비자를 타깃으로 론칭한 라인이다. 스트리트 감성의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톡톡 튀는 컬러부터 실루엣 소재 등 제한 없이 자유롭게 표현했다. 또 선글라스 클러치백 등 위트 넘치는 잡화 라인도 특징이다. ‘브이엘’은 ‘VOV for eye-opening+life-changing’의 약자로 영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최상훈 「보브」 기획팀장은 “‘브이엘’ 론칭 기획 당시 「보브」는 16년 차로 장수 브랜드에 속했다. 소비자와 함께 이미지와 상품도 노후화됐던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했지만 기존 소비층이 매출의 절대비중을 차지해 쉽지 않은 일이었다”라며 “「보브」팀은 이에 따라 뉴 라인 론칭을 결정했다. 그리고 세컨드 라인인 ‘브이엘’을 「보브」에 녹여내 시너지를 얻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브이엘’은 「보브」 매장에 숍인숍으로 전개하며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론칭 첫해에는 강렬한 컬러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끄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출고 후 ‘브이엘’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데님 오프숄더 원피스는 솔드아웃 행렬을 이어 갔다. 전체 구성에서 20%를 차지하지만 베스트 아이템들이 모두 ‘브이엘’에서 탄생했다.



    2030 소비자 20% 증가, 정상가 판매율 10% ↑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다. ‘브이엘’의 상품이 소비자에게 입증되자 「보브」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180도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기존 고객들을 설득하며 실루엣과 소재의 사용을 캐주얼하게 바꿔 갔다. 「보브」와 ‘브이엘’의 상품을 완전히 융합하고 안정화한 것이 올해 매출로 입증됐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매출이 전년대비 72% 상승해 5억원 가까운 성적을 올리며 조닝 내 1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에서는 각각 25% 68% 56%씩 신장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 줬다.

    이미 국내에 107개 유통망을 전개 중인 「보브」는 양도 양이지만 질적인 성장에서 의미가 깊다. 「보브」는 젊은 소비층 유입에 성공했다. 내부적인 CRM 분석 결과 2030 소비자들이 2년 새 20% 가까이 증가했다(다음 페이지 도표 참조). 또한 정상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이익률이 개선됐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년비 72% 신장, 1위 등극

    여기에는 상품의 차별화 + 고급화에 주력한 「보브」팀의 변화가 뒷받침됐다. 디자인팀 기획팀 마케팅팀까지 더욱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남다른 아이덴티티를 보여 주는 데 주력했다. 먼저 올해 초 세팅된 크리에이티브팀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가치를 높이고 다른 브랜드에 없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보브」팀은 R&D가 되어 주는 디자이너 5명을 크리에이티브팀으로 모았다.





    크리에이티브팀은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고 실루엣과 소재 개발을 이끈다. 현재 「보브」는 크리에이티브팀, 「보브」 스타일팀, ‘브이엘’ 스타일팀으로 조직이 구성됐다. 여기에 「보브」와 ‘브이엘’은 소재와 그래픽팀을 각각 운영하고 니트와 액세서리는 통합했다. 디자인 인력을 강화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인원을 많이 두는 것은 스타일 수를 늘리는 것보다 아이템에 대한 집중력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이 점만 봐도 「보브」팀이 상품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를 알 수 있다. 기획은 기존보다 1개월 더 앞당겨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급하게 결정하고 출고시점을 맞추는 데 급급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상품을 견고하게 다질 것을 강조했다.

    1개월 앞당겨 선기획, 소재 등 퀄리티 업~

    최 팀장은 “전체적으로 기획이 앞당겨지니 날씨 환경 등에 맞는 출고시점을 적중시키기도 수월해졌다. 샘플비용이 늘어나기도 했는데 완성도 높은 상품을 위해서 고무적인 과정이다. 소재도 업그레이드했다. 앞서 언급한 크리에이티브팀부터 전체 스타일팀에 ‘소재를 디자인’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라고 강조했다.

    상품 하나하나의 가치를 높이며 「보브」는 꾸준히 인기 상품을 배출하게 됐다. 「보브」 주요 점포 매니저들은 “최근에는 주력 상품이 없다. 모든 상품이 꾸준하게 반응이 좋은 편이다. 하나의 아이템이 판매가 잘 되고 품절되면 또 다른 인기 아이템이 바로 뒷받침된다.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소위 똘똘한(?) 효자 아이템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는 것이 고무적이다”라고 칭찬한다.

    「보브」의 F/W 인기 아이템을 보면 최고가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159만원, 139만원 등의 프리미엄 점퍼가 가장 먼저 솔드아웃됐다. 지금 159만원의 패딩 점퍼는 1개월을 기다려서 사야 하는데도 주문이 들어온다. 159만원의 패딩 아이템은 내피를 퍼로 구성, 롱 기장에 「보브」만의 디테일을 가미했다.

    베스트 아이템은? 159만원 고가 패딩 솔드아웃

    「캐나다구스」 「몽클레어」 등 프리미엄 패딩보다 디자이너의 손맛을 가미하고 퍼 등을 믹스 & 매치해 고급스러움을 한껏 강조했다. 100만원대 패딩 아이템들은 출시 열흘 만에 판매율 50%를 넘어서며 내부에서도 놀란 판매 행보를 보였다.

    백관근 신세계인터내셔날 여성복 총괄 상무는 “결국 「보브」의 소비자들은 더욱 고급스럽고 가치 높은 상품을 원한다. 가격대가 비싸더라도 디자인 퀄리티 등 그만의 프리미엄을 부여하면 소비자들은 알아준다. 고가 패딩은 20대 구매고객도 많다”라며 “단순히 상품뿐만이 아니라 「보브」가 그동안 꾸준히 R&D에 투자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 것이 인정받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마케팅 또한 「보브」의 리프레시를 이끈 주효한 원동력이다. 그저 판촉을 위한 프로모션이 아니라 브랜드를 젊고 트렌디한 분위기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패션 아이콘 ‘테일러 토마시 힐(Taylor Tomasi Hill)’과의 콜래보레이션은 업계에서도 이슈를 모았다.



    뻔한 마케팅 NO! 「보브」만의 감성 전달

    「보브」와 테일러 토마시 힐이 협업한 아이템들은 미국 유명 편집숍에서 홀세일 제안이 들어왔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보브」는 ‘브이엘’ 론칭부터 지금까지 색다른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며 브랜드가 다운에이징하는 데 한몫을 했다. 처음 ‘브이엘’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해 눈길을 끌었다. 그 다음에는 미국 헤드폰 브랜드 「프렌즈」와 협업하며 젊음을 불어넣었다.

    김주현 「보브」 마케팅 팀장은 “소비자에게 브랜드가 준비한 상품과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강조했다. 「보브」는 변화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프렌즈」와의 협업은 판매 목적보다 브랜드의 변화와 감성을 전달할 수 있었던 좋은 예다”라며 “옷 외에 다양한 방면으로 브랜드를 완성시켜 가는 것이 타 브랜드와 차별되는 비결이다”라고 설명했다. 신규 브랜드 론칭보다 어렵다는 브랜드의 변화, 이의 성공 사례로 고공행진 중인 「보브」의 귀추가 주목된다. 송인경 기자 ink@fashionbiz.co.kr

    「보브」 중국 진출 3년, 날개 달았다!



    「보브」가 국내 못지않게 중국에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기존 점포 기준 전년대비 100% 신장, 주요 점포에서 최상위에 랭킹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베이징 신광톈디백화점에서는 지난 10월 1억9000만원을 넘겼으며 12월에는 월 3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상하이 강후이광창에서는 월평균 1억5000만원을 기록, 수입 브랜드 조닝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운영 중인 26개점에서는 못해도 월 7000만~8000만원은 기본으로 올린다. 「보브」는 중국 패션 착장이 모던 & 시크로 돌아서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상하이 베이징 등 1선 도시는 물론 2선 도시에서까지 「보브」의 콘셉트가 호응을 얻고 있다. 중국 내셔널 브랜드부터 시장까지 「보브」 카피 제품이 곳곳에서 눈에 띌 정도다.

    국내 매장에도 「보브」라는 브랜드를 알고 목적구매로 유입되는 중국인 소비자가 많다. 「보브」 중국은 파트너사인 관자사(대표 에일리)와 총판계약을 통해 국내와 동일한 상품과 인테리어로 전개 중이다. 디자인은 동일하게 진행하는 한편 중국 디자인팀을 따로 구성해 사이즈와 디테일을 로컬라이징했다.

    중국 패션 트렌드의 변화와 맞물려 탄력을 받은 「보브」는 내년 신규 유통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29개점을 확보하고 내년 15~20개 신규 매장을 오픈한다. 상하이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상위권에 안착했고, 2선 도시의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소비층을 확보해 갈 전략이다.

    **패션비즈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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