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지 만난 우성 ‘제2도약’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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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01조회수 9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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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성I&C(대표 김인규)가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맸다. 지난 4월 패션그룹형지(대표 최병오)에 인수되면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정리하고 이번 M&A 작업을 이끌었던 김인규 신임대표의 지휘에 따라 전 브랜드 MS(마켓셰어) 3위 내 진입과 흑자전환을 목표로 달려나간다. 2년 내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발표했다.


    여성복과 가두영업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형지가 과연 남성복과 백화점 유통 주력인 우성을 일으킬 수 있을까 말도 많았지만, 두 기업은 빠르게 융화되는 분위기다. 형지 그늘 아래 우성을 가두기보다는 남성전문기업을 살리자는 데 힘을 모으면서 내부 직원들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본사도 형지의 간판 브랜드인 「여성크로커다일」이 성장한 터전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옛 사옥에 둥지를 틀었다.

    김 대표를 축으로 셔츠사업부(「예작」 「랑방컬렉션」)는 우성의 원년멤버인 박흥식 전무가 관장하면서 두 브랜드의 안정된 매출 볼륨화를 이끈다. 「본」 사업부는 제일모직 「빈폴」 출신의 형기우 이사가 합류해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남성전문기업으로 재건 성공할까 ‘관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격적인 물량 전개. 지난 1~2년 동안 경영악화로 소극적인 영업을 펼쳤던 이 회사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브랜드별 물량을 전년 대비 최소 30% 이상 확대하는 등 공격적으로 터닝한다. 대규모 생산량을 핸들링하는 형지의 소싱 노하우를 적용해 수익을 개선하는 것이 1차 과제로 주어졌다. 이번에 글로벌소싱팀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본」의 온라인 제품 물량을 전년 대비 90% 확대하고 베이직 아이템은 대(大) 로트(lot) 생산에 들어가는 등 매출 확대의 기반이 된다. 또 「본」의 세컨드 라인인 「본지플로어」를 2차 유통 브랜드로 리포지셔닝하면서 실질적인 캐시카우로 키울 계획이다. 소싱력으로 밀고 나가는 볼륨 브랜드를 기획 중이다. 셔츠의 경우도 올해 런칭 15주년을 맞은 「예작」에 적극적인 물량 공세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브랜드별 F/W시즌 어떤 전략을 구사할까. 「예작」은 자체 브랜드로서 토털화에 무게를 둔다. 궁극적으로 중국에 남성 토털 브랜드로 진출, 해외마켓에 노크할 계획이다.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난무한 셔츠 시장에 유일한 토종인 「예작」은 벨트, 언더웨어, 스카프/머플러, 지갑 등 액세서리류를 확대해왔으며 이번 F/W시즌에는 웜비즈 오피스룩을 내놓는다. 셔츠와 함께 코디하는 니트, 카디건 등이다.




    「예작」 토털 브랜드화, 중국시장 노크
    이 브랜드는 셔츠 명가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한 상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최초로 니트 셔츠를 선보이며 일본 도요보사의 특허원단을 사용한 제품도 내놓는다. 또 하이브리드 기능성 제품인 ‘Z셔츠’를 알리고 판매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올 하반기 셔츠 마켓 내 3위권을 확보하고 내년에는 2위로 뛰어오를 계획이다. 올 하반기 현대백화점 충청점과 롯데 청주아울렛 등에 추가로 입점해 총 64개점서 영업 중이며 전년 대비 30%의 매출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작」을 볼륨 브랜드로 키우는 한편 「랑방컬렉션」은 상위 클래스층을 위한 럭셔리 셔츠 브랜드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 프레타포르테에 출품된 「랑방」 디자인을 직수입해 ‘L-컬렉션’ 라인으로 선보이며 비스포크도 계속해서 늘려 나간다. 「랑방」 향수와 함께하는 코프로모션을 비롯해 넥타이 머플러 피혁 금속류 장갑 신발 등 액세서리 라인 업을 통해 프리미엄 편집숍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본」 F/W 물량 30% ↑ ‘공격 앞으로’
    「본」은 그동안 물량의 한계와 마케팅 투자가 저조했던 것이 사실. 이번 F/W시즌에 전년 대비 물량을 30% 늘렸으며 베이직한 상품의 경우 대 로트 구성과 QR 확대로 매출을 견인할 계획이다. 또 이번 시즌 뉴욕 감성의 비즈니스 캐주얼 상품 ‘타이업’을 새롭게 내놓는다. 이와 함께 기존의 컬렉션 상품군인 ‘화이트 캐비닛’을 메인 상품에 흡수해 전반적으로 감도를 높였다.


    한편 우성I&C는 지난 1976년 설립해 국내 최고의 셔츠 명가로 입지를 다졌다. 2004년 「본」을 런칭하면서 남성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같은 해 코스닥에 상장해 작지만 알찬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연간 매출 400억원을 올리던 「닥스셔츠」가 2008년 라이선스 계약 종료와 함께 중단되면서, 「랑방컬렉션」을 대체 브랜드로 내세우며 위기돌파에 나섰다.


    그러나 「닥스셔츠」를 잃은 이후 몇몇 신규 사업에서 실패를 맛보며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다. 또 2세 경영자의 건강상 이유 등이 맞물려 매각설이 나도는 등 최근 2년간은 고전했다. 결국 매각이 결정되고 새 주인에 패션그룹형지가 낙점됐다. 형지 품에 안긴 우성I&C가 남성전문기업으로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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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상증자 통한 M&A 등 수익 개선”


    “우성I&C 대표가 되면서 가장 먼저 ‘수익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예작」의 해외 진출과 유상증자를 통한 신규 M&A를 준비 중이다. 「예작」은 남성 토털 브랜드화해 중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마켓에 도전장을 내민다. 형지가 중국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갖고 있어 이를 통해 「예작」을 중국 백화점에 입점시킬 예정이다. 또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확보해 M&A를 진행하겠다. 이 또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적극 나서겠지만 신중한 결정이 따라야 할 것이다.


    우성이 상장사이다 보니 형지가 이를 통해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계열사인 샤트렌의 경우 경기상황을 고려해 내년쯤으로 상장시기를 연기했으며 계속해서 기회를 보면서 추진할 예정이다.
    우성I&C는 30년의 전통을 가진 남성전문기업이다. 이 회사가 가진 DNA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성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참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직원들의 열정이 대단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다만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한 장치들이 부족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소싱의 문제다. 물량이 부족해서 팔지 못하거나 매출 목표를 높이지 못하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 이번에 글로벌소싱팀을 신설해 전 브랜드의 소싱력을 한층 강화했다. 우성의 혁신적인 셔츠 디자인 개발력은 국내 최고다. 품질 또한 여타 브랜드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더 좋은 상품을 더 많이 공급하느냐에 따라 매출은 달라질 것으로 본다.
    「본」 역시 남성 캐릭터존의 디자이너 감성 브랜드로서 자리잡고 있다. 최근 1~2년간 자금력의 한계로 마케팅과 물량 지원이 약했다면 이 부분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본」의 명성을 되찾으면 자연스럽게 「본지플로어」를 캐시카우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 「본지플로어」는 가두점을 비롯한 2차 유통에 올인해 남성 볼륨 브랜드로 육성하겠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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