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데님「레이븐」 일낸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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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07조회수 9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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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미엄 데님 「씨위」의 오너인 크리스박과 실력파 데님 디렉터 야엘,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와 미국 보그에 발탁됐던 모델 혜박이 뭉쳤다! 사뭇 생소한 이 조합은 프리미엄 데님 「레이븐」을 위해 탄생했다. 여기에 한국과 아시아 유통을 책임질 나판수 니노셀린코리아 사장이 더해져 「레이븐」의 아시아 진출을 위한 발판이 탄탄하게 마련됐다.

    「레이븐」은 지난 2004년 런칭한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다. 국내에서 유명한 「씨위」의 오너인 크리스박 뉴크루프로덕션 사장이 2007년 매입해 2008년 재런칭했다. 깔끔하고 클래식한 디자인과 컬러, 트렌드를 넘어서는 시즌리스 상품으로 유명하다. 여성 데님만을 전개하다가 2010년부터는 남성라인도 런칭해 선보이고 있으며 데님 외에 다양한 소재의 팬츠와 상의 아이템을 더하면서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레이븐」은 현재 「씨위」의 1/5 규모다. 크리스박 사장은 앞으로 2년 안에 「레이븐」을 「씨위」만큼 키워나갈 예정이다. 그 시작이 바로 아시아 진출이다. 「레이븐」 도약의 시작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작은 시장이면서도 굉장히 역동적이고 아시아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곳이라는 크리스박 사장의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레이븐」의 한국 전개가 좀 더 유리한 상황이 됐다. 미국 현지 리테일가의 3배수가 넘지 않는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퀄리티 있는 상품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F/W ‘MIKA’ 라인 출시, 亞 시장 진입!

    박사장이 선택한 아시아 시장 개척 파트너는 바로 나판수 사장이다. 나사장은 현재 한국에서 「레이븐」의 아시아 총판권과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씨위」의 아시아 총판권을 갖고 있다. 또 ‘니노셀린’이라는 프리미엄 데님 편집숍을 전개한다. 나사장은 수입 브랜드 디스트리뷰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브랜드를 들여와 온라인 사업을 펼치던 인물로 「레이븐」의 아시아 유통을 담당한다.

    「레이븐」의 한국 전개는 자체 편집숍 ‘니노셀린’을 중심으로 전개하면서 향후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 데님 편집숍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니노셀린’은 박사장이 처음 만들었던 데님 브랜드의 이름이다. 1997년 IMF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한국과 일본에서 매장을 운영한 브랜드로 박사장의 꿈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박사장은 미국에서 프리미엄 데님을 생산하면서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이어 유통까지 책임지는 전체의 과정을 이뤄내는 것이 꿈이다.

    처음 런칭했던 브랜드라는 애정을 담아 현재 프리미엄 데님을 중심으로 한 편집숍의 꿈을 실현하는 매장으로 키워나가는 중이다. 박사장이 이미 「레이븐」과 「씨위」를 전개하고, 미국에서 생산을 맡고 있는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관계도 좋아서 MD에 유리하다. 여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에 일가견이 있는 나사장의 노하우를 실어 한국과 아시아로 시장을 펼쳐갈 계획이다. 박사장은 나사장과 함께 ‘니노셀린’ 이름으로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이어지는 브랜드를 만들어낼 생각이다.


    ‘니노셀린’ 편집숍 중심 「레이븐」 알리기

    그러나 현재 한국의 데님 시장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지난 2009년까지는 백화점 중심으로 매년 30% 이상 매출이 신장하는 시장이었으니 이후 저렴한 SPA 브랜드와 동대문 브랜드들에 그 자리를 차츰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븐」의 시장성이 어떻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일까.

    여기에는 「레이븐」의 디자인 총괄 디렉터인 야엘 트로바티를 빼놓을 수 없다. 야엘은 「아메리칸이글」과 「어번아웃피터스」 등에서 캐주얼웨어와 데님에 대한 기본 실력을 쌓고 미국 프리미엄 데님인「야눅」과 「디너」의 런칭멤버로 활약한 인물이다. 데님 디자인을 의뢰하던 박사장과 인연이 닿아 2009년 초에 「레이븐」에 합류했다.

    야엘은 ‘레이븐스러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데님의 기본에 충실해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브랜드 가치가 필수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번 「레이븐」의 한국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야엘은 기존 「레이븐」의 스타일에 아시아의 익사이팅한 흐름과 빠른 트렌드를 더했다. 그렇지만 패스트 패션스러운 것이 아니라「레이븐」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약간의 재미와 맛을 더하는 정도다.





    디렉터 야엘 “진=섹시하면서 편안해야 해”

    특히 이번 아시아 진출을 위해 새롭게 런칭한 라인이 눈에 띈다. 바로 아시안라인 미카(MIKA)다. 미카는 기존 32인치 길이의 래미 라인을 아시아인에 맞는 앵클 길이 28.5인치로 맞춘 상품군으로 슬림하고 짧은 스키니 디자인이다. 야엘은 “진은 섹시하면서도 편안해야 한다. 일반적인 데님은 섹시하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편할 때는 섹시하지 않은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레이븐」은 자신 있다. 여성의 아름다움과 섹시함을 보여주면서도 굉장히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비결은 소재. 얇고 탄력 있는 이탈리아 소재를 주로 사용하고, 종종 특이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의 스페인과 터키 소재도 쓴다. 스트레치가 좋은 원단을 주로 사용한다. 야엘의 강점은 상품을 내놓기 전, 소재를 선택하기 위한 테스트 작업부터 고민한다는 것이다. 소재를 결정하기 전에 미리 샘플을 만들어서 일주일 정도 입어본다. 핏을 잘 살리는지, 편안한지, 잘 늘어나 망가지지 않는지 살피고, 이런 과정을 거쳐 합격한 소재만을 정식 상품에 사용한다.

    이번 「레이븐」을 본격적으로 어필할 F/W 시즌에는 두 개의 색다른 패턴을 함께 사용하거나 프린트를 넣어 ‘과하지 않게 튀는’ 매력을 추가했다. 일반 「레이븐」이 블랙 그레이 블루 등 일반적인 색을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톤온톤이나 포인트 컬러 등으로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 보기에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데님서 소재와 상품군 확장, 토털 브랜드로~

    데님 외에도 하운드투스나 헤링본 등의 새로운 패브릭으로 여성스러우면서 컬러와 핏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상품을 제안한다. 새롭고 다채로운 소재를 사용해 상품 라인을 확장한다. 또 2010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맨즈 라인에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표현한다. 페트병을 활용한 재생 패브릭이나 대나무를 가공한 오가닉 소재 등을 모두 사용해 팬츠와 셔츠, 재킷을 만든다. 친환경 상품에는 태그에 표식을 넣어 소비자로 하여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여성 상품에 집중해 온 「레이븐」이지만 최근 데님에서 다양한 팬츠로, 또 남성 상품과 상의류까지 라인 익스텐션을 통해 토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난다. 어패럴 브랜드로서 패션을 제안하고 브랜드의 상품만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
    라, 친환경적이면서 브랜드의 가치가 확실하고 소비자와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는 브랜드를 지향한다.

    이 때문에 수익 분배 부분에서도 고심한다. 현재 미국의 「레이븐」은 브라이언 오스틴, 캘리 코코, 스테판 버로 등의 유명인사와 콜래보레이션한 상품 판매액의 20%를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다. 어쩌다보니 전부 동물보호단체에 지원하게 됐지만, 콜래보레이션한 스타들이 지원하고 싶어 하는 단체가 동물 관련 단체였을 뿐, 다른 사회환원처도 생각하고 있다.


    美 판매액 20% 사회환원, 한국도 5월부터

    한국에서도 곧 이 같은 사회환원 작업을 시작한다. 5월부터 유명한 셀러브리티들과의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제안하고 그 판매금액의 20%를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사용한다. 모두가 다 아는 유명한 스타는 물론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지만 반성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인물 등 함께 작업할 인물은 다양하다. 브랜드의 이미지 업그레이드는 물론 협업한 스타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그 첫번째 인물이 바로 모델 혜박이다. 혜박은 동양인 최초로 이탈리아와 미국 보그에 발탁된 글로벌 톱모델로 뉴욕과 파리 컬렉션은 물론 「베르사체」 「샤넬」 「프라다」「미우미우」 등 세계 명품 브랜드의 런웨이에 오른 자랑스러운 모델이다. 특히 동양인은 절대 쇼에 올리지 않던 「발망」이 지난해 3월 쇼에 혜박을 올려 전 세계의 화제를 모았다. 또 가장 핫한 모델들의 순위를 알아볼 수 있는 모델스닷컴에서 2008년에 동양인으로는 최고 순위인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에 서 주목한 그녀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 박사장은 그런 그녀에게 아시아에서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브랜드 이미지네이션에 도움도 받을 겸 그녀를 「레이븐」의 대표 모델로 선택했다. 그녀는 2012년 S/S 시즌부터 「레이븐」의 얼굴로 활동 중이다.

    미국 프리미엄 데님 업계의 대모인 크리스박 사장, 온·오프라인 유통에 박식한 나판수 사장, 실력파 데님 디렉터 야엘, 전 세계가 주목한 모델 혜박까지…. 이색적인 이 공동체가 「레이븐」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레이븐」은 2년 안에 홀세일가 300억원대(2500만달러)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에서는 올해 판매 도어 수를 30개까지 늘리고, 일본을 비롯한 중국 등지에도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개설한다. 「씨위」에 이어 제2의 핫 데님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패션비즈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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