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패션 · 유통 선순환 해법은?① ‘공급과잉’ ‘과당경쟁’ 해결을!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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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9.04조회수 1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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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다스」 「나이키」 「유니클로」 「스타벅스」 「올리브영」 「다이소」 「한샘」 의 공통점은? 패션, 코스메틱, 라이프스타일, F&B 영역에서 단일 브랜드로 국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빅 브랜드들이라는 점이다. 단일 브랜드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벅찬 현실에서 이들은 당당하게 ‘1조 클럽’에 입성하며 각각의 영역에서 No.1 마켓 지배력을 확보했다.

    패션 부문(스포츠 포함)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싹쓸이한 가운데 스포츠 영역에서는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투톱 체제가 확실해졌다. 「유니클로」는 2005년 상륙해 가장 빠른 속도로 1조 클럽에 진입한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다이소」는 장기 불황의 여파로 가성비가 트렌드로 대두하면서 최근 가파르게 성장했다. 여기에 코스메틱 중심의 H&B 숍 「올리브영」과 가구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숍 「한샘」, F&B 영역에서는 「스타벅스」의 독주체제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국내 톱 10 패션 기업 성적표, 10년 전 대비 ↓

    이 브랜드들의 실적을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한결같이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 냈다.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인 브랜드는 역시 「유니클로」로 무려 580%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58%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아디다스」는 연평균 5%의 꾸준한 신장세를 나타냈다.

    2010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나이키」는 재무제표가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집계가 어렵지만 10년전 「아디다스」보다 높은 매출 실적을 거두고 있었던 만큼 비슷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말 어마어마한 경영 성적표다. 이들은 인구 5000만명의 한국 마켓에서 선택과 집중의 ‘온리 원(Only One)’ 전략, 효율경영을 펼치며 이토록 화려한 성적표를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매출 규모 기준 국내 톱 10 패션 기업들의 경영 성과는 어떠할까? 감사보고서 기준 이랜드월드를 비롯해 삼성물산, LF, 코오롱FnC, 신성통상, 패션그룹형지, 세정,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조사해 보면 10년 전과 비교해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률이 크게 축소됐거나 매출 자체도 제자리걸음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저성장시대 진입, 처절한 치킨게임 양상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단일 브랜드로 ‘1조 클럽’에 진입한 브랜드들과 견주어 볼 때 기업의 내부 경쟁력과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국내 패션 시장은 외환위기를 겪은 2년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새해 사업계획서를 세울 때면 어김없이 미니멈 20% 신장률을 목표로 삼았고, 넘쳐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매해 신규 브랜드 론칭이 줄을 이었다.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그만큼 성과가 나오던 성장기에 취해 브랜드 하나하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는 외형 경쟁, 매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앞다퉈 신규 브랜드 론칭만 우선했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패션 마켓에는 시즌별 40~50개, 1년이면 1백개에 가까운 신규 브랜드들이 앞다퉈 선을 보였다.

    기존 브랜드들도 외형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매장 확장에 혈안이었다. 각 브랜드 사업부의 사업계획서는 신규 매장을 몇 개나 더 늘려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인지를 우선했다. 매장 확장은 곧바로 재고 양산으로 이어졌다. 매장 한 개를 채우기 위한 기본 물량이 필요한 만큼 매장이 늘어나면 투입되는 생산원가도 늘어났고 덩달아 재고량이 급증하는 악순환 구조로 한국 패션 산업은 흘러 왔다. 그나마 수요가 뒷받침될 때는 버틸 수 있었지만, 경기불황에 인구절벽 시대까지 겹치면서 패션 기업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직면했다.

    단일 브랜드 1조 매출 비결? 온리 원 전략!

    빅 3 주도의 유통가 신규 출점도 이런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빅 3의 마켓 지배력 싸움에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아울렛, 쇼핑센터에 이르기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유통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채우기 위한 리테일러의 압박과 부채질에 패션 기업들은 부화뇌동해 브랜드 숫자를 늘리는 데 경영 역량을 집중했다. 여기에 편집숍을 비롯해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유통채널까지 등장하면서 이를 타깃으로 하는 전문 브랜드들까지 가세해 패션시장만 해도 얼추 3000개의 브랜드가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유통 역시 백화점 수가 70개를 넘어섰고, 아울렛은 백화점 수의 20~30% 수준이 정상임에도 이를 훨씬 뛰어넘는 110개를 훌쩍 웃돈다. 대형마트 수만 해도 500여개다. 여기에 초대형 쇼핑몰까지 속속 가세하면서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대형 점포들이 콩나물시루처럼 전국 상권을 빼곡하게 장악하고 있다.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이 하향세로 접어든 것은 금융위기 이후다. 전 세계적인 장기 불황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서서히 위축되기 시작했고, 2014년을 정점으로 역신장으로 돌아섰다. 2014년 세월호 사건,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촛불시위는 불 난 곳에 기름 붓는 격이 됐다.

    구조조정 시급, 인당 생산성 향상에 최우선

    두 자릿수 신장률은 옛말이 됐고, 과잉공급과 과당경쟁에 따른 비효율이 양산됐다. 몇몇 제도권 기업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실적이 반 토막 난 경우도 발생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죽기 살기로 경쟁하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업태의 성격이 전혀 다른 백화점과 아울렛이 서울, 지방 구분할 것 없이 동일 도심상권에서 동일 소비자층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과잉공급과 과당경쟁의 결과는 시장 질서의 붕괴로 이어졌다. 백화점에서는 가을 신상품을 팔아야 하는 7월 중순에 벌써 20~30% 할인 푯말을 내건다. 1년 지난 이월재고를 팔아야 하는 아울렛에서는 시즌 신상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브랜드에서 내놓는 옷값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도달했고 국내 패션 산업과 유통 산업 전반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글로벌 SPA와 온라인 브랜드들이 가성비 좋은 제품을 쏟아내면서 거품을 쏙 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안목도 생겨났다.

    선택과 집중 전략, 진정성 & 신뢰 회복 절실

    그렇다면 이제 제도권에 있는 패션 유통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구조조정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과거의 성공신화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백화점 시대가 막을 내린 만큼 비효율을 제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산성을 강화해야만 한다. 한국 패션 유통 산업이 하락세를 멈추고 턴어라운드를 일궈 내기 위해서는 진정성과 신뢰도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지금 한국 패션 유통 시장은 초공급과잉에 따른 문제점이 너무 심각하다. 이제 우리도 저성장시대에 접어든 만큼 처절한 치킨게임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풀고 선순환 구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작업을 피할 수 없다. 이제 패션 기업이나 유통 업체 모두 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조닝별 톱 3만 살아남지 않겠는가.”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 곽원석 파슨스 사장, 선원규 미니소코리아 부사장 등 패션산업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패션비즈 2017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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