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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홀세일 비즈로 해법을!

Wednesday, Mar. 1, 2017 | 김숙경 기자,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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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사 사즉생. 최근 3년 동안 극심한 매출 부진으로 몸살을 심하게 앓은 한국 패션 시장이 마침내 비즈니스 구조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잠재성장률 2%대를 논하는 저성장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패션 기업들은 외형 확장보다는 수익성 제고에 우선 포커스를 두고 B2B(Business to Business) 영역으로 해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생산가능인구 축소에 따른 소비절벽까지 논하는 불안한 여건 속에서 매출 올리기를 우선할 경우 자칫 시장지배력 확대라는 효과보다는 역으로 재고 양산 → 신상품 개발 부진 → 브랜드 매력도 저하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 ~ 5년 동안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 아웃도어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부도 및 중단 브랜드가 속출한 것 역시 국내 패션 기업 간 과열경쟁에 따른 공급 과잉이 큰 화를 부른 탓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국내 패션 기업들은 ‘겉멋’과 ‘거품’을 모두 빼내고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또한 리스크를 분산하는 차원에서 B2B를 생존 카드로 꺼내들었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비즈니스 영역이기도 하다. 해외 패션 시장의 경우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와 글로벌 SPA를 제외한 대다수 브랜드들은 B2B 홀세일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해 B2C(Business to Customer) 기반의 리테일 비즈니스로 확장해 나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저성장시대 생존 해법? B2B로 영역 확장
유독 백화점과 대리점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만 왜곡된 B2C 유형이 지난 40년 동안 패션 산업을 기형적으로 키워 왔을 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세계 시장에 나가기 위해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시스템과 매뉴얼을 새롭게 짜야 한다.

G2로 성장한 중국에 앞다퉈 B2C로 진출한 국내 패션 기업 중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물산 LF 코오롱 등 굵직굵직한 국내 패션 대기업들도 모두 실패의 쓴잔을 마시고 철수했다. 어설픈 B2C가 아니라 제대로 현지 파트너를 두고 B2B 구조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국내에서 연매출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한 삼성물산(패션부문장 이서현, 이하 삼성패션)의 「구호」는 지난해부터 B2B의 포문을 열었다. 작년 9월 뉴욕에 처음 입성해 노드스트롬, 레인크로포드, 싱가포르 CLUB21백화점을 비롯 캐나다 온라인 편집숍 ‘쎈스(SSENSE)’와 계약을 성사하며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것.

삼성물산 「구호」 홀세일 Biz로 글로벌 진출
올해 2월에는 쇼케이스 형식으로 2017 F/W시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날 프레젠테이션에는 美 버그도프굿맨을 비롯 香 조이스, 佛 갤러리라파예트, 英 하비니콜스, 럭셔리 패션 몰 네타포르테 등 글로벌 주요 백화점과 온라인 몰의 바이어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사는 프레젠테이션 이후 현지 뉴욕 법인에 쇼룸을 운영하고 바이어 및 프레스를 초청해 「구호」를 세계 패션 시장에 소개했다. 곧이어 3월 초 파리패션위크에는 현지 사무소에 쇼룸을 열어 유럽 지역의 유통 바이어 대상으로 세일즈를 펼칠 예정이다.

윤정희 여성복 사업부장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글로벌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구호」만의 경쟁력을 개발, 레퍼런스를 늘려 나가고 있다”며 “「구호」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간다면 브랜드는 물론 한국 패션의 수준도 한 단계 격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섬(대표 김형종)은 잡화 브랜드 「덱케」를 앞세워 글로벌 비즈니스의 포문을 열었다. 이 브랜드는 론칭 3년 만에 디자이너 최유돈과 함께 런던패션위크에 참가하며 글로벌 패션무대에 섰다. 이 기간에 한섬은 「덱케」 쇼룸을 운영하며 유럽과 미국 등 패션 · 유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홀세일 세일즈에 나섰다.

뉴욕 이어 파리 쇼룸 운영, B2B 본격 가동
한섬의 윤현주 잡화사업부장은 “그동안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톰그레이하운드’ 편집숍에서 「덱케」를 보고 관심을 표명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어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글로벌 골프 용품 기업 아쿠쉬네트홀딩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매출 2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빅2 패션 기업으로 껑충 뛰어오른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가 찾아낸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 역시 B2B다.

휠라코리아는 다년간 스포츠화를 개발 · 생산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B2C 사업에 이어 B2B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신규 비즈니스와 외부 유통채널을 담당하는 ‘홀세일본부’도 신설했다.

휠라코리아, 홀세일본부 신설로 BM 다각화
이 회사는 패션 부문 중 높은 기술과 역량을 요하는 스포츠화를 오래도록 생산 · 공급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통 퍼포먼스화부터 가성비를 갖춘 중 · 저가대 운동화까지 제작 가능한 만큼 대형 유통채널에 홀세일 형태로 납품하거나 타사 제품의 OEM까지 비즈니스 유형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국내 빅2 패션 기업이자 글로벌 스포츠 용품 기업임에도 철저하게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 「휠라」는 스트리트 브랜드 「LMC」와의 협업으로 콜래보레이션 슈즈를 제작해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를 비롯 타사에 별도 공급을 시작했다. 전 세계 지역에 상품을 가장 짧은 시간에 공급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중국 푸젠(福建) 성 진장(晋江) 시 지역의 신발 소싱 센터에 이어 최근 의류 소싱 센터의 추가 설립에 들어갔다.

친환경 아동 내의 「무냐무냐」를 전개하는 지비스타일(대표 박용주)과 보디 코스메틱 「더프트&도프트(D&D)」를 전개하는 제너럴브랜즈(대표 박재홍) 등은 지난해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코리아(대표 조민수)와 홀세일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환호성을 터트렸다.

「무냐무냐」 「D&D」 코스트코 벤더로 활약
8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코스트코는 전 세계에 72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31일 기준 회계연도 매출이 1160억달러(약 133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리테일러다. 한국에서 가동하는 유통망은 13개이지만 이들 매장에서 상품이 검증되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공장 점검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벤더로 등록되면 퀄리티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 돈독한 파트너십하에 활동하게 된다. 또한 100% 사입제로 운영되는 만큼 벤더 측은 판매나 재고처리 등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제품개발에만 올인한 수 있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벤더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더 나아가 회원(비즈니스 회원-사업자용 / 골드스타 회원-개인용)들의 만족도까지 높이면서 월마트, 타겟 등 미국의 대형마트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코스트코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언더아머코리아, 직진출 후 매입제로 구조 전환
박재홍 제너럴브랜즈 사장은 “리테일 사업 유형에 철저하게 학습된 국내 패션 기업들이 홀세일 비즈니스를 수용하려면 가장 먼저 거품을 빼야 한다. 그리고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더프트&도프트」가 까다로운 검증 작업을 거쳐 코스트코의 벤더로 등록됐다는 것은 무엇보다 고품질의 제품력을 인정받은 것이다”라며 홀세일 비즈니스의 의미를 강조했다.

글로벌 브랜드들도 홀세일 유형을 국내 패션 유통에 속속 적용하는 분위기다. 올해부터 직진출로 전환한 언더아머코리아(대표 송호섭)의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영업 방식을 해외와 동일한 기준인 홀세일 형태의 ‘매입제’로 전환했다. 기존 전개사이자 현재 유통 파트너사인 갤럭시아코퍼레이션이 운영하던 50개 점포 외에 앞으로 개점하는 전 매장에 매입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브랜드 중 매입제로 운영하는 곳은 「나이키」와 「아디다스」뿐인데 새롭게 「언더아머」가 가세한 것이다. 물론 이를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다. 과거 매입제를 유지하던 「노스페이스」도 지난 2015년부터 위탁제로 전환할 만큼 국내 패션 시장은 철저하게 위탁 판매에 길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이어 「언더아머」 가세
한국에서 매입제가 가능할지 수십 개의 의문부호가 붙지만 이 회사는 과감하게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만 지속 성장 가능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 국내에선 매입제가 생소한 만큼 론칭 초반에는 직영점을 오픈하는 데 주력하고 향후 대형 벤더를 통해 매입 비즈니스를 이어 갈 계획이다.

해외 브랜드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패션 기업들이 쇼룸을 오픈하거나 수주회를 통해 홀세일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FGF(대표 김상일)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체 쇼룸을 열고 이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남성복 「안토니모라토」를 전개하는 한성FI(대표 김영철) 역시 지난 2월 한 달 동안 수주회를 진행했다.

근본적으로 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 역시 패션 기업들이 B2B 영역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재 국내 패션 기업들의 상품 개발력 수준은 소비자들의 안목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위험 부담 분산으로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특히 본격적인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 재고까지를 모두 책임지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도  저히 창의적인 상품 개발이 어렵다. 브랜드 하나를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판매 위주로 몰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브랜드와 상품의 동질화 현상이 지금 한국 패션 시장에서 심각하게 대두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져 결국 한국 패션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후퇴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한국 패션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의류 중심의 ‘비이커’ ‘시리즈’를 비롯 슈즈 멀티숍 ‘ABC마트’ ‘폴더’ 등 패션 기업들이 운영하는 편집숍의 성장도 B2B 마켓을 여는 데 기폭제가 됐다. 백화점 중심의 리테일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패션 유통 시장에서 이 편집숍들은 홀세일 마켓을 여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결국 저성장시대의 생존 대안으로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차원에서도 B2B 영역인 홀세일 사업 모델은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패션비즈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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