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패션 · 유통 휩쓸다

    김숙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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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1.01조회수 3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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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회장, 야심찬 행보 성과 '속속'



    ‘2020년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 2010년 창립 39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비전2020’의 핵심 내용이다. 2007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정 회장은 이때를 기점으로 조심스러운 행보에서 벗어나 공격 경영으로 확 바뀌었다. 6년의 시간이 경과한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명실상부 국내 패션 · 유통 리더로 껑충 도약했다.

    특히 불모지이던 패션 분야에서 일궈 낸 성적표는 놀랍기 그지없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1월의 성공적인 한섬 인수 · 합병에 이어 최근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전격 인수하면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패션 사업 진출 5년 만에 빅 4 대열에 올라서는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

    유통은 아울렛 업태의 성공적인 진출에 이어 정 회장의 숙원 사업이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까지 확보했다. 특히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1년 반전 탈락했던 때와 정반대로 가장 높은 점수로 특허권을 따냈다.



    “2020년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 달성”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을 핵심 동력으로 키우기로 하고 무역센터점 2개층을 리모델링해 80여개 해외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켜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끌어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오는 2020년에는 서울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복합 쇼핑몰 ‘파크원(Parc 1)’ 출점도 예약해 놓았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롯데쇼핑과 신세계에서 계속 불협화음이 흘러 나오는 동안 이를 일찍 끝마친 현대백화점그룹은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혁혁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시의적절한 M&A 작업과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속 성장을 전제로 하는 확실한 위임 경영이 현대백화점그룹이 마켓 리더로 올라선 비결로 평가된다.

    또한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정 회장의 따스한 리더십은 현대백화점그룹이 계열사 간 견제와 비난보다는 상호 시너지를 내는 협업 체제를 구축하는 토대가 됐다. 정 회장이 전면에 나선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의 기업 문화와 조직 문화가 크게 개선됐고, 확실한 책임과 보상이 따르는 전문경영인 운영 체제도 정착됐다는 평가다.

    한섬 이어 SK네트웍스 패션도 인수, 빅 4로!
    작년 연말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한섬(대표 김형종)을 통해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을 3261억원에 인수하는 M&A를 단행했다. 이번 M&A에도 한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 회장의 인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1월 4200억원에 한섬을 인수할 당시에도 주위의 우려를 뒤로하고 뚝심 있게 이를 밀고 나갔다.

    한섬은 인수 후 3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거쳐 2015년부터 턴어라운드를 이뤄 냈다. 장기 불황과 어수선한 정국의 여파로 IMF 때보다 어려웠다고 하는 작년에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3사분기 실적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8.5% 신장한 4660억원, 영업이익은 27.7% 신장한 453억원으로 신고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6년 결산자료 기준 매출 7500억원에 영업이익 1000억원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한 5년 전 실적에 비하면 매출은 50%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전성기 때로 화려하게 복귀한 셈이다. 이처럼 한섬을 국내 최고의 패션 기업으로 만든 자신감이 이번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에 기폭제가 됐다.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중 · 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지침에 따라 M&A가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한섬이 앞장섰다.

    한섬, 자회사 한섬글로벌 · 현대지앤에프 신설
    한섬은 자회사인 한섬글로벌(대표 김형종)과 현대G&F (대표 조준행)를 각각 설립하고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2개 부문으로 나눠 인수했다. 한섬글로벌은 한섬의 부흥을 이끌어 낸 김형종 대표가 겸직하며 총 1000억원에 「오브제」 「오즈세컨」 「세컨플로어」 「클럽모나코」 등 5개 브랜드와 유니폼 사업, 중국 법인을 인수했다.

    현대G&F는 과거 SK네트웍스 패션 본부장으로 활약한 조준행씨가 맡는다. 현대G&F는 「타미힐피거」를 비롯 「DKNY」 「CK」 「클럽모나코」 「까날리」 「아메리칸이글」 「루즈앤라운지」 「SJYP」 「스티브J&요니P」와 미국 법인을 2261억원에 인수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2년 1월 한섬을 4200억원에 인수한 지 5년 만에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인수함에 따라 단숨에 패션 빅 4 기업으로 부상했다. 향후 2~3년 안에 빅 2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크다.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백화점 15개, 아울렛 4개 등 자체 유통채널에 한섬이 보유한 30개 브랜드를 비롯해 이번에 인수한 14개 브랜드를 우선 배치할 경우 성장 가능성은 따놓은 당상이다.

    한섬, SK네트웍스 패션부문 3261억에 인수
    뿐만아니라 비슷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가진 삼성물산(패션부문장 이서현)과 LF(대표 구본걸), 코오롱FnC(대표 박동문)의 경우 최근 3~4년 동안 성장세가 꺾이면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몇몇 신규 사업을 펼쳤지만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지 그러지 못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결국 한섬에 이어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손에 넣은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과 유통이라는 양날개를 달고 조만간 국내 최고의 패션 리딩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한섬에 이어 한섬글로벌, 현대G&F 등 총 3개의 패션 법인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다른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차별화 MD를 구축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GF본부와 계열사인 NCF(대표 설풍진)를 통해 수입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지만 유통의 절대적인 파워에 비해 패션 브랜드의 마켓 지배력은 너무 미약한 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R&D 기능은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최홍성, 이하 SI)과 신세계톰보이(대표 고광후)를 두고 빅 3 중 가장 앞서 달려 나가는 모양새였으나 최근 들어 수입 브랜드 매출이 주춤하고 아웃도어 「살로몬」의 론칭 실패 이후 전체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과 유통 ‘양날개’ 달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패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여성복뿐만 아니라 수입 컨템포러리, 남성복, 패션 잡화 등에서 압도적인 마켓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최강 패션 기업 한섬의 인수를 계기로 지난 5년 동안 탄탄하게 확보해 놓은 R&D 능력을 놓고 볼 때 앞으로 롯데, 신세계와의 패션 콘텐츠의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는 ‘모든 상품과 매장에 현대만의 색깔을 입혀야 한다’는 정 회장의 주문에 따라 자체 PB 개발에도 힘을 싣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R&D 기능을 전담하는 한섬은 경우 현대홈쇼핑(대표 강찬석)을 위한 PB 「모덴」의 벤더로서 활약하고 있다. 한섬은 「모덴」의 상품기획과 생산 컨트롤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별도의 전담팀도 꾸렸다.

    ‘모든 상품과 매장에 현대만의 색깔 입혀라’
    현대백화점을 위한 편집숍 PB(Private Brand)인 ‘폼(FOURM)’도 개발했다. 특히 ‘폼’ 시리즈는 한섬뿐만 아니라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대표 박홍진), 현대리바트(대표 김화응) 등과 협업하는 구조로 짰다.

    즉 패션 부문을 의미하는 ‘폼1/4’의 경우 한섬의 책임 아래 상품기획과 운영을 전담한다. ‘폼2/4’는 현대그린푸드가 맡아 F&B 영역을 책임진다. ‘폼3/4’은 현대리바트 주도로 한섬이 가세해 라이프스타일 영역을 진행한다. ‘폼4/4’는 코스메틱 영역으로서 역시 한섬이 관장한다.

    이 4가지 유형의 ‘폼’ 시리즈 가운데 가장 앞서 달리는 곳이 패션 부문인 ‘폼1/4’이다. 한섬은 ‘폼1/4’을 세부 조닝으로 나눠 여성 컨템포러리의 경우 ‘스튜디오’, 남성복은 ‘멘즈라운지’, 패션 잡화는 ‘아틀리에’로 각각 구분하고 지난해 F/W시즌부터 유통망 전개에 들어갔다. 올해 초에는 여성 캐주얼 영역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섬, 현대百 PB인 편집숍 ‘폼’ 시리즈 개발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커진다. 계열사 간 치열한 이해관계로 ‘내부의 협조 체계가 외부의 적보다도 못하다’는 것이 패션 유통가의 뿌리 깊은 악습인데 어떻게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 간 협업 구조를 이끌어 냈을까? 각 회사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내부 견제와 경쟁의 강도 역시 셀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

    김형종 한섬 대표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면 가능하다. 한섬의 경영 실적만 생각하면 선투자가 크게 요구되는 백화점과 홈쇼핑의 PB 개발을 진행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오너의 의지가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데 분명히 포커스를 두고 있고, 이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전문 경영인에게 확실하게 주어짐에 따라 일련의 업무 진행이 가능했다. 위기의 경영 환경 속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이 더욱 치고 나가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궁금증을 덜어 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을 축으로 한섬, 현대그린푸드, 현대리바트, 여기에 한섬글로벌과 현대지앤에프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핵심 역량을 갖추게 됐다. 자신감의 발로일까? 지난해 연말 현대백화점그룹은 부회장 1명, 사장 5명 등 총 6명에 대한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자신감의 발로? 대대적 사장급 인사 단행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신임 이 부회장은 지난 1984년 입사 이래 줄곧 기획과 재무 관련 업무를 맡아 온 기획 · 재무통이다. 합리적인 판단력을 바탕으로 ‘선(先)안정 후(後)성장’과 조직 문화 혁신 등 정지선 회장의 경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진행한 일련의 M&A 작업 역시 이 부회장에 의해 이뤄졌다. 한섬(2012년), 리바트(2013년), 이번 SK네트웍스 패션부문(2016년)에 이르기까지 깊숙하게 관여하며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에는 박동운 현대백화점 상품본부장이 발탁돼 승진했다. 또한 강찬석 현대홈쇼핑 대표와 박홍진 현대그린푸드 대표, 김형종 한섬 대표도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호진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 부사장(부본부장)도 사장(본부장)으로 승진해 기획조정본부를 이끌게 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정기 사장단 인사와 관련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해 경영 판단과 경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장급 승진자를 늘렸다”고 밝혔다. 전문 경영인에게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결과물에 대해서는 상과 벌이 분명한 현대백화점그룹의 기업 문화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패션비즈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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