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힙합’ 타고 화려한 변신

    sky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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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6.11조회수 21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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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마포구 홍대 앞의 클럽 ‘프리버드2’! 1990년대에 봤을 법한 통 넓은 힙합 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운동화 또는 짧은 상의에 하이웨이스트 팬츠를 입고 반다나를 머리에 두르고 힙합을 즐기는 20대 청춘들이 새벽 시간까지 북적거렸다. 그곳에는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에서 전개하는 「휠라(FILA)」가 있었다.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패션기업의 ‘음악’ 담당으로 꼽히는 패션 & 음악 전문집단 ‘360사운드’와 사운드 라이브러리(Sound library)라는 콘셉트로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모은 편집숍 ‘헨즈(HENZ)’가 「휠라」와 함께 현장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현장 테마는 ‘1990년대’! 당시에 태어났을 법한 20대들이 저마다 재미있는 방식의 착장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달궜다.

    열광하는 소비자 누구? 1990년대~1980년대생!

    ‘360사운드’와 ‘헨즈’ 주인공들 역시 모두 「휠라」 티셔츠를 입고 퍼포먼스를 보여 줬다. 그중 특별한 무대 ‘뉴 잭스 윙 라이브’가 진행됐다. 국내 래퍼 기린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마이 휠라(MY FILA)’를 열창하며 소비자들과 하나가 됐고, 모두 ‘마이 휠라’를 외쳤다. 일본에서 건너온 힙합 뮤지션 ‘젠더록(Zen the rock)’ 역시 모자부터 「휠라」 헤리티지 트랙 재킷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휠라」 제품을 착용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젠더록, 기린 등을 비롯한 뮤지션, 소비자들은 연신 사진을 찍었고, 모두 바쁘게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휠라」가 스포츠인지 캐주얼인지는 그들(소비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휠라」는 지금 20대에게 핫(hot)한 브랜드이고, 입고 싶고 신고 싶은 ‘워너비 브랜드’였다. ‘정말 「휠라」가?’ 다수가 반문한다. 대다수 패션산업 관계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휠라」와 비교해 현장에서 만난 「휠라」는 그야말로 반전이다. 도대체 이 브랜드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휠라」는 퍼포먼스 라인 중심의 스포츠와 골프 아웃도어 시장을 공략하는 포지션으로 전개했다. 지금 보는 이 현상은 1990년대 「휠라」의 오리지널리티와 레트로를 가져와 힙합이라는 하위 문화를 베이스로 한 휠라USA의 ‘헤리지티(Heritage)’ 라인에서 시작됐다. 쉽게 이해하자면, 동시대 메가 트렌드로 상륙한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포지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휠라 헤리티지’ 라인은 국내 제작 및 생산이 아니라 휠라USA를 통해 들여온다.




    USA發 ‘헤리티지’ 작년 하반기 운동화로 론칭

    ‘휠라 헤리티지’는 작년 상반기 미국에서 기획해 성공적인 론칭 세레모니 이후 하반기에 한국으로 들어온 라인으로 미국에서 제품 기획과 소싱까지 이뤄졌다. 처음 ‘휠라 헤리지티’를 일부 들여올 때 휠라코리아는 지금의 결과를 예상치 못했다. 적절한 오프라인 유통처를 찾지 못해 일단 운동화부터 ‘무신사닷컴’을 통해 헤리티지 라인을 전개했다.

    그중 ‘스파게티’와 ‘짜파게티’라는 운동화 중심으로 판매했다. 「휠라」 ‘스파게티’는 1990년대 NBA(미 프로농구리그) 스타들이 신던 농구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헤리티지 BB’ 컬렉션 모델 중 하나다. ‘넥스트 조던’으로 불리던 제리 스택하우스가 1995년 필라델피아 소속 당시 착용한 오리지널 디자인 그대로 재현했다.

    최근 휠라코리아는 ‘휠라 헤리티지’만 취급하는 자체 온라인 스토어(www.filaheritage.co.kr)를 열며 자체 유통을 시작했고, 점진적으로 품목을 확대할 방침이다. 때문에 무신사닷컴을 통해서 「휠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량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신사닷컴을 통해 3~4월 집계 기준 일평균 최고치인 500~700족을 판매했다. 가격대는 10만5000~11만9000원 정도다. 대략 하루 5000만~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수치였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더워지면서 요즘엔 주춤해 5월 집계 기준 150족을 판매한다.

    스파게티 짜파게티!? 이름도 소비자가 붙여 줘

    ‘휠라 헤리티지’ 라인의 인기는 정량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스파게티와 짜파게티라는 이름을 소비자가 붙여 줬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갑피의 사선 컬러 포인트가 스파게티 면을 연상케 해 ‘스파게티’라는 이름으로 사이버 세상에서 불리기 시작해 본사에까지 닿은 것이다. 「휠라」가 기본으로 사용하는 화이트와 레드 컬러의 ‘스파게티’는 면발처럼 꼬불거리는 형태까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블랙과 화이트 조합의 운동화가 후속으로 출시되면서 ‘짜파게티’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며 불리게 됐다.

    ‘무신사닷컴’에서만 전개, 일평균 200족 판매

    「휠라」, 360사운드와 퍼포먼스를 펼친 ‘헨즈’ 역시 「휠라」의 인기를 실감했다. 노현우 헨즈 대표는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는 리셀(re-sell)마켓을 벤치마킹해 유명 브랜드의 빈티지와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헨즈(Second Henz)’를 전개 중인데, 「휠라」의 1990년대 당시 제품이나 리바이벌 제품은 입고되면 하루이틀 내 바로 판매된다. 피케셔츠나 티셔츠 가격대는 10만원대 안팎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휠라」, 360사운드와 퍼포먼스를 펼친 ‘헨즈’ 역시 「휠라」의 인기를 실감했다. 노현우 헨즈 대표는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는 리셀(re-sell)마켓을 벤치마킹해 유명 브랜드의 빈티지와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세컨헨즈(Second Henz)’를 전개 중인데, 「휠라」의 1990년대 당시 제품이나 리바이벌 제품은 입고되면 하루이틀 내 바로 판매된다. 피케셔츠나 티셔츠 가격대는 10만원대 안팎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한국 기업이 인수했지만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유산이 미국에서 힙합과 만나 동시대의 문화로 전환됐다. 시공간의 경계를 없앤 다양한 의사소통의 도구로 전 세계의 「휠라」가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현지 방식을 면밀히 살폈고, 그 방식을 한국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전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美 카니예 웨스트부터 스포츠 스타까지 열광

    ‘어떤 방식’인지 알기 위해 이 모든 현상의 ‘시작’인 휠라USA로 가보자. 이곳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휠라」가 후끈 달아올랐을까.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등 유럽으로 그 인기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고, 최근 일본에까지 상륙하면서 국가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배경으로는 1990년대 레트로 트렌드의 상륙과 더불어 소비자와 유통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현재 「휠라」의 부활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전 세계 「휠라」를 요동치게 한 휠라USA의 주인공은 루이스 콜론이라는 인물이다. 출판업자부터 스니커즈 전문 사업 오너, 「뉴발란스」 상품기획자 등으로 이력을 쌓은 그는 현지의 스포츠 스타부터 유명 뮤지션들까지 다양한 인맥을 가진 인물로 유명하다. 이같은 이력을 십분 발휘한 그는 휠라USA 특화 라인을 농구선수뿐만 아니라 손에 꼽히는 힙합 뮤지션들과 함께 콜래보레이션, 퍼포먼스를 펼치며 ‘「휠라」 착장’을 만들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적극 활용했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에이셉 라키(A$AP Rocky)부터 1990년생의 미국 래퍼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솔자 보이(Soulja Boy Tell’Em), 그리고 스포츠 선수들도 ‘휠라 헤리티지’에 열광했다. 퍼스널 트레이너 숀 톰슨(Shaun Thomson)과 1990년대 NBA 선수(포인트 가드)였던 케빈 존슨(Kevin Johnson) 역시 「휠라」의 팬임을 자처했다.




    日 ‘빔스’ 「맥대디」 등 콜래보레이션 빅 이슈

    이뿐만 아니라 휠라USA는 1911년 이탈리아에서 론칭 당시 테니스에 기반을 둔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테니스 라인을 강화했다. 오늘날 인기 남성 테니스 선수 안드레아스 세피(Andreas Seppi) 등이 「휠라」 테니스 착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일본으로 넘어가서는 유명인들의 착장뿐만 아니라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이슈를 모았다(도식. 전 세계 「휠라」 콜래보레이션 & 퍼포먼스 현황).

    소비자 타깃 피라미드 중 제일 상위의 포지션(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사)에서 「휠라」를 받아들인 이후 전파 속도는 엄청났다. 5월 초 기준 인스타그램 @filausa 계정으로 1188개의 게시물 4만8200명의 팔로어를 구축했고, 페이스북 역시 1만4000명이 ‘좋아요’ 중이다. 힙합 문화의 본고장 미국의 플레이어들을 동경하는 일본 등 여타 국가뿐만 아니라 국내 2030 뮤지션들도 빠르게 「휠라」의 문화와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경쟁상대 바뀌었다! 「나이키」에서 스트리트캐주얼!

    그들은 해외직구로 또는 현지(미국 일본 등)에서 구매하며 「휠라」를 표현했다. 심지어 360사운드 소속의 래퍼 기린처럼 ‘휠라 송(song)’을 만들 정도니 그 충성도가 가공할 만하다. 기린을 추종하는 팬들 역시 ‘휠라’를 함께 외쳤고 그들 역시 「휠라」를 보고 입고 싶어 했다. 휠라코리아는 앞서 설명한 파티 현장에서 360사운드와 헨즈 등 현장 스태프들이 입은 티셔츠를 출시할 계획이 없었는데, 문의가 쇄도해 같은 디자인과 컬러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은 해외직구로 또는 현지(미국 일본 등)에서 구매하며 「휠라」를 표현했다. 심지어 360사운드 소속의 래퍼 기린처럼 ‘휠라 송(song)’을 만들 정도니 그 충성도가 가공할 만하다. 기린을 추종하는 팬들 역시 ‘휠라’를 함께 외쳤고 그들 역시 「휠라」를 보고 입고 싶어 했다. 휠라코리아는 앞서 설명한 파티 현장에서 360사운드와 헨즈 등 현장 스태프들이 입은 티셔츠를 출시할 계획이 없었는데, 문의가 쇄도해 같은 디자인과 컬러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20여년 만에 다시 영화의 조짐이 포착되는 요즘, 「휠라」는 단순히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이유로 다시 우뚝 서는 것이 아니라, 이제 브랜드는 기업과 제품이 만드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만드는 때라는 점을 시사했다. 인수 당시 윤 회장의 명함에 새겨졌다는 슬로건 ‘패스트 포워드(past forward)’처럼 「휠라」는 지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미래로 전진하고 있다.



    **패션비즈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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