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킴 영국 올세인츠 회장

    e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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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4.01조회수 14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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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향한 패션 기업 해법은 디지털 마인드셋’이 KEY

    * 2020년 : 밀레니얼 소비자가 전 세계 소비자 중심층으로 떠오르는 시기

    5일 만에 비행 세 번, 3개국 방문, 일요일 밤 런던을 떠나 소싱 사무실이 있는 홍콩에서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마라톤 회의, 소싱과 중국 시장 상황 점검, 전체적인 사업 방향 조정, 아시아 사업 보고를 받고 레인크로퍼드 임원을 만나 식사 후 보테가베네타 대표와 거래처를 만나고 오후에는 서울로 이동, 매장 방문 후 서울 직원들과 다시 마라톤 회의… 윌리엄 킴 올세인츠 회장의 살인적인 일정이다.

    서울 반포동 신세계 강남점 지하의 「올세인츠」 매장에 들어서는 그를 매장 직원들이 허그와 환호로 맞이한다. 전 세계 매장 직원들에게 윌리엄은 ‘올세인츠의 아이돌’이라는 귀띔이다. 거의 매일 매장 직원들과 비디오, 구글플러스 등으로 만나는 그는 아주 프렌들리한 CEO다.

    윌리엄 킴 올세인츠 회장.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단 몇 년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성장하며 살아온 그는 글로벌 럭셔리 세계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다. 「구치」와 「버버리」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총괄한 그의 이력은 늘 뭔가 개혁하는 일이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져 왔고 그 작업들이 꽤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좋은 성과 뒤에 그는 또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곤 했다.

    「구치」 「버버리」 디지털 총괄 거친 스마트 CEO
    1살부터 6살 때까지 한국에서 그를 키워 주신 할머니댁은 그에게 한국에 대한 아련한 기억의 실마리다. 연탄, 냉장고 없는 집, 화장실도 외부에 있던 집에서 자랐고, 얼음장수 아저씨와 아이스케키, 슈퍼마켓… 이런 것들이 그의 기억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 과거와 현재 사이, 40년 역사를 지나며 이뤄진 한국의 어마어마한 발전은 그에게 늘 경이로운 반전이다.

    그는 콜로라도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 스위스 ·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주로 살았다. 처음 쿠퍼스&리브랜드라는 회사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배우고 패션 인더스트리에서 「구치」에서 명품을, 「아베크롬비&피치」에서는 대중적인 브랜딩을 경험했다.

    “제 커리어상 13개 프로젝트는 대부분 턴어라운드 아니면 신규 프로젝트였어요. 「구치」도 「버버리」도 문제가 있는 곳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등 일복이 많았지요. 지금 와서 보면 자연스럽게 CEO로서의 준비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버버리 한국 대표를 거쳐 이후 대만 싱가포르 총 관리, 면세, 프랜차이즈 사업 등 아시아 모든 사업의 총책을 맡았다.

    미국서 태어나 유럽에서 성장한 글로벌 시티즌
    임대계약 실수로 나쁜 여건에 있던 싱가포르 매장을 디지털화로 살려 놓으면서 그의 재능이 발휘됐다. 본사의 브랜드 매뉴얼에 없던 아주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매장 콘셉트를 조정할 수 있도록 디지털 LED와 카메라, VIP 룸 안의 음악 시설 등을 본사와 연결한 것이다. 당시 안젤라 아렌츠 회장이 이 아이디어를 다른 매장으로도 확대하자며 그를 본사로 불러들였다. 「버버리」 본사에서 디지털을 총괄했고 이후 미국 경험을 위해 미국 책임자로 갔다.

    럭셔리 세계를 떠나 그가 「올세인츠」에 조인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가 「버버리」에서 보수적으로 조용히 회사를 다녔다면 이후 어마어마한 스톡옵션을 받고 편히 인생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는 회사를 떠났다.

    “제 커리어상 디지털 전문가 입장에서 분명하고 명확한 비전이 있었고, 버버리닷컴에서 그것을 실현한다면 두 배 세 배 그 비전이 커져야 한다고 봤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의 생각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명품 전체에서 보면 「버버리」가 디지털 면에서 분명히 앞서 나가는 브랜드지만 「버버리」마저 이 비전을 놓는다면 이 인더스트리에서 내가 머물기는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스톡옵션 버리고 럭셔리 비즈니스 떠나 모험을
    CEO 조건의 오퍼를 두 군데서 받았고, 모두 「올세인츠」보다 이익률이 훨씬 높았으며 당시 「올세인츠」는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한 브랜드였다. 하지만 그가 만난 라이언캐피털(당시 「올세인츠」를 인수한 투자회사) 회장은 그와 생각(디지털에 대한 비전)이 일치했다. 그는 주저없이 「올세인츠」에 조인한다.

    “하지만 그 출발도 쉽진 않았죠. 취임 당시 영업장을 빌려서 전 직원에게 비전 발표를 했어요. 명품 브랜드들에 비해서는 디지털에 대한 인식이 높겠다 생각했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었어요. 저는 생각했죠. 내가 비전을 바꿔야 하나? 아니면 계속 유지를 해야 하나? 하지만 개인적으로 확신과 믿음이 너무 명확했어요.”

    이후 그의 지난 5년은 디지털을 향한 집중과 열정 그 자체다. “2012년의 비전이 2017년 올해도 똑같아요.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 비전이 계속 이어지는 거죠.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한 가지 일을 뚝딱 추진하는 게 아니라 한 발자국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또 앞으로 갔다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라이언캐피털 회장과 디지털에 대한 비전 일치
    다만 과거엔 한 명도 이해를 못 했다면 올해는 절반 이상이 회사의 비전을 믿게 됐다는 것. 경영 철학과 비전의 일관성(Consistency of Management Philosophy and Vision), 대주주들의 서포트 등으로 이제야 절반이 된 것이다.

    “사실 기업 안에서 100%가 회사의 비전을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70%도 현실이 아니라 생각해요. 5년간 절반 이상에 만족하면서 어떻게 남은 분들을 이해시켜 갈 것이냐, 어떻게 좀더 넓히느냐 하는 게 오로지 제 관심사였어요.”

    게다가 라이언캐피털 회장으로부터의 지지는 그에게 든든한 배경이다. “패션계 여러 좋은 분들과 일해 봤지만 린던 리 회장님은 펀드 마인드가 아니라 브랜드 리더 마인드와 동일합니다. 늘 미래 모델을 서포트해 주는 분이죠. 우리는 항상 파트너십을 갖고 존경하며 브랜드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분의 지원 없이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합니다.”

    디지털과 패션을 잘 결합해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는 올세인츠, 지난 5년간의 이야기를 윌리엄 킴 회장에게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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