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현 ㅣ중앙대학교 교수

    패션비즈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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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7.01조회수 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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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디자인? 관점을 달리하라!




    ■profile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엘지애드 제작 팀장
    ·농심기획 제작팀장
    ·중앙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 디자인학 박사


    디자인을 모르는 현대인은 별로 없습니다. 다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말하니까요. 그런데 정작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질문하면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머뭇거립니다. 왜 그럴까요?

    학생들은 디자인하는 행위, 즉 실기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질문해 본 경험이 없는 거 같아요. 디자인이 뭐냐고요? 예쁘고 멋지고 편안하게 만드는 거 아닌가요?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틀린 답은 아니죠.

    디자인은 사실 스펙트럼이 넓고도 다양합니다. 동사나 명사로도 쓰이고, 학자나 경영자에 따라 다른 의미로 쓰이고, 공장이나 상점 등 용도나 용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디자인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죠. 그럼에도 디자인을 모르는 현대인은 별로 없고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디자인을 말하고 사용하고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헤어디자인, 패션디자인, 실내디자인, 자동차디자인에 최근에는 사운드도 디자인하고 심지어 금융까지 디자인하죠. 게다가 요리는 물론, 도시와 국가도 디자인하는 시대입니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디자인을 말하고, 사용하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당혹스러워 합니다. 디자인전공자들 조차도요.
    21세기를 살아가면서 20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20세기형 디자이너요 과거형 디자이너죠. 이들은 디자인이 그저 껍데기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스스로 자신들의 영역을 축소시킵니다. 그 결과 자본의 시녀가 되고 마케팅의 도구로 전락하죠. 반면 21세기형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문제해결의 원천으로 생각합니다.

    아는 만큼 가능성이 열립니다. 앎이 제한적이면 행동도 제한되니까요. 깊은 깨달음을 얻으면 그만큼 행동도 자유로워지죠. 디자인도 그렇습니다. 디자인이 판매목적으로만 머물면 마케팅의 디자인이 됩니다. 그 이상의 디자인은 없는 거죠. 결국 디자인은 마케팅, 즉 자본에 종속되어 버립니다. 디자인이 다양하고 더 큰 영역으로 확장되려면 자본을 뛰어 넘어야 합니다. 그럴 때 디자인은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게 되니까요. 우리의 미래는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새로운 가능성은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빅터 파파넥은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물을 그저 아름답게 만드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면 인류에 대한 죄악이다. 디자인은 아름다운 겉모습만이 아니다 상품을 팔기 위한 도구인 것만도 아니다. 디자인을 바로 세우기 위해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철학부터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라고요.












    ■ 패션비즈 2019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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