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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성훈ㅣ파비즈 대표
Tuesday, Sept. 1, 2015 | 외고, mizkim@fashion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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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과 글로벌 시장에 기반을 둔 사업일수록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급속한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산업 전반에 새로운 미래 프레임에 대한 조짐이 농후한 때에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비가 더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하루 살아남는 것이 전쟁과도 같은 패션 관련 사업 분야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마치 머나먼 딴 세상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지난해 부쩍 많아진 유럽 패션 관계자들의 방한과 지난 6월 유럽 출장때 현지 패션 관계자로부터 한류(Korean Wave)에 대해 받은 진지한 관심과 질문은 여러 면에서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 그동안 유럽 패션시장에서 한류란 주로 K-POP을 위주로 한 젊은이들의 새로운 놀이문화 영역으로 단편적인 화젯거리 정도로 취급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LVMH그룹이 자사의 투자운영전문회사인 L캐피털아시아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이후 한류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유럽 패션 관련 회사들 사이에서는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이 중국 시장 진출 시 필히 검토해야 할 사안 중의 하나다. 더구나 LVMH는 패션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비즈니스 영역으로 하고 있어 양사의 향후 행보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 아직은 국내외적으로 한류를 활용한 마케팅 성공 사례가 매우 제한적이고 확률적으로도 리스크가 크지만, 그래도 중국 소비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려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과를 이뤄낸 사례는 연구할 만한 것이며 향후에도 이러한 마케팅 성공은 충분히 재현 가능하기 때문.
또한 한류 스타 한 명 한 명을 브랜드로까지 인식하는 그들이기에,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유럽의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여기에 한국 업체들과의 한류 및 한류 스타를 활용한 전략적 협력의 가능성은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우선 주목해야 할 사실은 LVMH가 한국의 특정 패션 브랜드나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전문회사인 YG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관심의 초점은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야 그들의 궁극적 목표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한류를 활용한 최선의 마케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의 패션업체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선순위에서는 뒤로 밀렸다.
한류가 한국 패션산업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한류의 지속 가능성과 중국 시장을 필두로 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체계적인 활용 방안을 놓고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물론 한류 활용만이 한국 패션산업이 갈 길은 아니다. 이미 많은 디자이너가 해외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립해 가고 있고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모두는 행여라도 간과한, 우리만 모르는 한류의 가능성과 잠재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철하고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 한류는 신세대가 창출한 기적 같은 문화적 자산이다. 한류의 주체인 신세대들에게 한류를 활용해 패션산업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좀 더 재량과 권한과 도전할 기회를 주자.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 길이다.
**패션비즈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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