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우 그리티 회장
    올해 1600억 '제 2 도약'... 마이크로 라이프스타일 기업 도전

    안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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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1조회수 16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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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웨어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그리티는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제2의 도약’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대 매출 신장률을 이끌며 알짜 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문영우 회장은 국내를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가 그야말로 멘붕에 빠져 있지만, 문영우 그리티 회장은 비교적 밝은 표정과 여유로운 모습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다행히 전년동기간 대비 10%대 신장하고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온라인 매출이 90%를 차지하는 특성상 오프라인 침체기를 살짝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사명을 바꾼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까지 그리티보다는 엠코르셋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사람들도 많지만 문 회장은 그리티가 언더웨어 전문 기업이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열정적으로 새로운 사업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해 7월 그리티로 새롭게 출범한 만큼 이를 기점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전격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슈는 애슬레저 브랜드 ‘위뜨(huit)’의 론칭이다. 프랑스어로 숫자 8을 뜻하는 위뜨는 53년 전통의 프랑스 프리미엄 브랜드로, 문 회장은 2018년 아시아 상표권을 인수하고 2년간 국내 론칭을 위해 준비해 왔다. 지난 2월 서울 가로수길과 강남역에 2개 매장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문 회장은 남들이 다 하는 레깅스 브랜드가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애슬레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



    佛 ‘위뜨’ 상표권 인수, 올 2월 국내 론칭

    문 회장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애슬레저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며 “이러한 마켓 흐름에 편승하면서도 우리만의 차별화 전략으로 하이엔드 애슬레저, ‘아시아의 룰루레몬’으로 불릴 만한 상품력과 디자인력을 갖춰 글로벌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에게 위뜨는 그리티를 한 단계 발돋움하게 할 터닝 포인트라는 확신이 있다. 언더웨어 전문으로만 남을 것인지, 신규 사업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중요한 기로에 놓였을 때 문 회장은 후자를 택했고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여성 란제리 1위라는 1차적인 목표는 이뤘어요. 남성 속옷은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란제리 한 분야만 20년 가까이 깊이 있게 판 거죠. 그 다음은 회사를 발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뉴 비즈니스를 구상했어요. 그래서 생구상한 것이 ‘마이크로 라이프스타일 기업’입니다. 안정적으로 닦아온 기존 사업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쪽을 고민했고 섬세함과 디테일이 생명인 속옷, 화장품, 애슬레저로 압축했죠.”

    ‘아시아의 룰루레몬’ 지향, 2년 동안 준비

    그래서 그리티의 대표 브랜드인 원더브라의 전속모델 미란다커가 2009년 론칭한 유기농 화장품 ‘코라오가닉스’의 국내 독점권을 따내 수입 전개하고 있다. 마침 지속가능(서스테이너블)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 화장품의 수요도 늘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라오가닉스는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프랑스 인증기관 에코서트의 인증을 받아 다양한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해 인기몰이하고 있다. 코라오가닉스는 롯데, 신세계 CJ몰 등 온라인 유통채널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 내 ‘세포라’에 입점하는 등 온 · 오프라인을 동시에 운영 중이다.

    스위트홈을 표방하는 온라인 플랫폼 ‘준앤줄라이’도 지난해 7월 오픈했다. 준앤줄라이는 원더브라, 플레이텍스, 저스트마이사이즈 등 언더웨어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수영복, 홈웨어, 이지웨어 등이 입점해 있다. 또 애슬레저, 잡화, 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준앤줄라이의 콘셉트는 호텔 '스위트룸'이라는 문 회장은 “아직은 여성 속옷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집 안에서 필요한 패션과 용품류를 계속해서 유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준앤줄라이는 스위트홈·보디와 관련된 패션과 액세서리 그리고 홈트레이닝에 필요한 애슬레저, 이지웨어, 원마일웨어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삼성물산 출신, 2003년 젊은 사업가로 새 출발

    문 회장은 2003년 창업해서 2018년 코스닥 상장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1988년부터 2002년까지 삼성물산에서 근무한 그는 마케팅실, 전략기획실, 벤처투자사업부장을 지내며 커리어를 쌓았다. 그리고 40대 초반에 사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홈쇼핑 채널이 부상하고 있었지만 언더웨어 부문에는 리딩 브랜드가 자리잡기 전이라 문 회장은 시장 잠재력을 보고 뛰어들었다. 또 셀럽 마케팅의 효시인 ‘미싱도로시 언더웨어’를 론칭해 홈쇼핑 강자로 단숨에 부상했다.

    이후 2009년 원더브라, 2010년 플레이텍스, 2012년 저스트마이사이즈 등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여성 란제리부문 넘버원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하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고루 갖춘 기업으로 재조명됐다. 지난해 연매출 1230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위뜨 · 코라오가닉스 · 준앤줄라이 등 신규 사업에 힘입어 1600억원을 매출 목표로 정했다.

    성장성 + 안정성 동시에, 연 10% 신장 유지

    “사회생활 초반부터 전략파트에서 일했기 때문에 지금도 신규 사업을 구상하거나 업무를 추진할 때 상당히 전략적인 스타일로 일합니다. 얼마나 잘 계획했고, 어떻게 실행했으며, 어느 정도 발전시켰는지를 계속해서 피트백하면서 냉철하게 평가하는 거죠. 그리티가 한창 성장할 때는 10년간 연평균 20% 매출 성장률을 보이다가 이제는 10% 정도 신장하면서 내실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문 회장은 ‘반 보 앞선’ 경영 전략을 강조한다. 반 보 전략이 가장 경제적이면서 리스크도 덜하는 것이 그의 논리다. “2보 이상 빠르면 시장에 적응하기 어렵고 1보도 약간의 실패를 감안해야 한다”고 전하는 그는 “반 보 정도가 성공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인데 그 시기를 딱 맞추는 게 사실 어렵기 때문에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8년 코스닥 상장 이후 공모자금을 확보한 그리티는 신규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그리고 이에 앞서 오랜 기간 꾸준히 신규 사업을 고민해 왔기 때문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코라오가닉스, 준앤줄라이, 그리고 위뜨까지 뉴 비즈니스 3가지를 잇따라 선보였지만 전혀 무리가 아닌 적절한 시기에 맞춘 것이라고 한다.

    마이크로 라이프스타일 컴퍼니로 亞 공략

    그중 위뜨는 문 회장이 가장 오래 공들인 브랜드로서 기대가 크다. 하이 퀄리티의 핏과 최상의 퍼포먼스를 살린 애슬레저 브랜드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10만원 초 · 중반대의 레깅스는 대중적이기보다는 전문가들의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론칭 초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첫 번째 엠버서더로 ‘롱보드 여신’ 고효주를 선정해 그녀의 스토리를 통해 여성의 가능성과 성취를 지지한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고효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꾸준히 노력한 끝에 세계적 롱보더로 거듭났다.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스토리가 바로 위뜨의 스토리인 셈이다. 현재 직영점 2개점을 전개하는 위뜨는 앞으로 대형 백화점 · 복합쇼핑몰 · 면세점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온라인도 함께 운영해 젊은 소비층과 소통하는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전한다. ‘미국에 룰루레몬이 있다면 아시아에는 위뜨가 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그리티의 궁극적인 목표다.



    사람들의 일상을 꾸준히 연구, 사업에 매칭

    “사람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흐름은 지구의 자전·공전처럼 스스로도 움직이지만 세상도 움직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죠. 주변 트렌드, 경제상황, 사람들의 생활수준, 과학, 문화 등을 계속 주시하면서 우리 회사의 성장 단계, 여력, 전문성과 매칭하면서 최적화된 과정을 찾아나가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문 회장은 사업을 시작할 당시 ‘Pride of Asia’라는 비전을 자신의 방에 붙여 놓았다. 그 당시에는 무모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티 직원들도 문 회장과 함께 ‘POA(Pride of Asia)’를 외치며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과 함께 K-팝과 K-뷰티가 각광받았으며 영화 기생충이 칸과 아카데미 등 세계적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K-무비도 주목받고 있다”며 “이제 K-패션이 나설 차례이며 해외로 진출하는 데 있어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위뜨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을 이제부터 하나씩 하나씩 실행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기사는 패션비즈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내용 입니다. 패션비즈를 정기구독 하시면 PDF파일의 과월호를 다운로드 받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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